[데스크시선] AI 시대, 사라질 MR과 더 강해질 MR
- 이석준 기자
- 2026-08-03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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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I가 모든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할 수 있는 일부터 대신할 뿐이다. 반대로 AI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사람은 이전보다 강해진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약 영업사원(MR)도 이 변화를 맞닥뜨렸다.
제품 정보는 AI가 더 빨리 찾는다. 논문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의료진을 만나야 할지 우선순위도 제시한다. 과거 MR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던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도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MR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만남'이다. 제약 영업에서 MR의 본질은 의료진을 만나는 데 있다. AI가 정보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는 못한다. 상대의 반응을 읽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며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과거에는 자주 만나는 것 자체가 MR의 경쟁력이었다. 의료진과 접점을 늘리고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처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제는 다르다. 의료진도 AI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는다. 제품 정보나 논문을 확인하기 위해 MR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으로 의료진을 만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만남'은 더 중요해졌다.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났을 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많이 아는 것보다 잘 설명해야 한다. 의료진의 질문을 이해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답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상대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이 만남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만나야 할 고객을 찾는다. 방문 전에는 예상 질문과 반론을 AI와 연습한다. 실제 만남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시 분석하고 다음 방문에 반영한다. 교육 역시 제품 지식을 외우는 데서 실제 상황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 제약 영업의 변화는 단순하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보 검색과 분석에 쓰던 시간을 의료진과의 대화와 신뢰 형성에 더 쓰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의료진과의 한 번의 만남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드느냐다.
제약사에도 같은 숙제가 남는다. AI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한다고 영업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덜어준 일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MR을 어떤 역할에 집중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MR의 미래도 갈릴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과 반복 방문에 머무는 MR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에 맡길 일은 맡기고 의료진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MR의 가치는 커질 수 있다.
결국 답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MR과 AI로 강해질 MR. 그 갈림길에 국내 제약 영업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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