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안 내려갔는데…보령, 카나브 인하 손실 선반영한 이유
- 천승현 기자
- 2026-02-13 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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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 작년 4분기 매출 186억·영업익 204억 축소 조정
- 카나브·듀카브 약가인하 취소 소송 패소
- 집행정지로 손실 없지만 환수·환급법 대비 부채 사사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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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령이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200억원 가량 하향 조정했다. 카나브와 듀카브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자 손실액을 선반영했다.
약가인하 집행정지 인용으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약가인하 소송 환수‧환급 적용을 대비해 예상 손실을 부채 형식으로 인식했다. 보령은 가상 손실의 선반영으로 작년 4분기에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보령은 작년 4분기 매출을 2640억원에서 2453억원으로 정정한다고 13일 공시했다. 198억원의 영업이익은 영업손실 6억원으로 변경됐다. 지난 2일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지만 이후 손실 변수가 발생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6억원, 205억원 축소됐다.
작년 매출은 1조360억원에서 1조174억원으로 하향 조정됐고 영업이익은 855억원에서 651억원으로 내려갔다.
보령이 카나브의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약가인하 적용에 따른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카나브,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등의 보험상한가가 최대 48% 인하가 예고됐다. 제네릭 의약품 진입에 따른 약가인하다. 카나브 3종의 약가는 30% 인하되고 듀카브 4종은 21% 약가가 떨어진다. 카나브플러스 2종은 각각 47%와 48% 인하가 예고됐다. 2011년 발매된 카나브는 보령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고혈압 신약이다. 듀카브는 카나브에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 약물 암로디핀을 결합한 복합제다. 카나브플러스는 카나브와 이뇨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로 구성된 복합제다.
보령은 정부를 상대로 약가인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청구한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약가인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본안소송이 진행됐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은 약가인하 취소소송에서 보령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로서는 집행정지 1심 선고일에서 60일이 지나면 카나브 등의 약가가 인하된다. 보령 측은 항소와 추가 집행정지 청구를 검토 중이지만 1심 판결에 따라 약가인하 손실을 회계에 미리 반영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카나브와 듀카브는 693억원, 688억원의 외래 처방금액을 기록했다. 카나브플러스는 처방실적이 발생하지 않았다. 동화약품이 동일 성분의 라코르를 판매 중이다.

카나브는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된 작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35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듀카브는 360억원 규모의 처방금액을 나타냈다. 카나브의 약가인하율 30%와 듀카브의 인하율 21%를 적용하면 각각 107억원, 76억원의 손실이 계산된다. 보령이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한 근거다.
다만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유지되고 있어 실제로 약가인하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집행정지 기간 동안 발생하지 않은 손실을 정부에 되돌려주는 상황에 대비한 재무제표 변경이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을 통해 지난 2023년 11월 20일부터 약가소송 환수·환급 근거를 마련했다.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를 이끌어낸 이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그동안의 건강보험재정 손실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들의 소송권 침해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됐지만 소송 기간동안 입은 건보재정 손실을 보상받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보령의 카나브 약가인하 소송은 약가소송 환수‧환급법 시행 이후 제기되면서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 집행정지 기간 동안 약가인하가 적용된 손실을 되돌려줘야 한다.
보령의 약가인하 손실이 가시화하면서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약가인하 손실 금액을 충당부채 형식으로 인식하고 해당 금액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감한 셈이다. 올해 실적에서도 카나브 등의 약가인하를 적용한 손실을 부채 형식으로 사전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보령이 약가인하 소송에서 승소하면 하향조정된 기존 실적은 원상 복귀된다. 정부가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이후 환수를 시도하더라도 보령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보령이 약가인하를 가정한 손실을 미리 반영하지만 실제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령은 약가인하 손실을 부채로 인식하면서 작년 4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보령의 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7년 4분기 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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