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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갈길 먼 한국 시장'...의료 AI, 생존형 미국 진출 속도

  • 차지현 기자
  • 2025-12-09 12:05:56
  • 루닛·뷰노·제이엘케이, 미국 법인 강화… 해외 거점 투자 지속
  • 규제·수가 장벽 막힌 국내사, 수익성 높은 해외서 성장동력 확보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이 앞다퉈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높은 규제 장벽과 낮은 수가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압도적 시장 규모와 높은 수익성을 갖춘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의료 AI 업체 뷰노는 올 상반기 중 뷰노메드(VUNO MED)에 20억원 출자했다. 뷰노메드는 뷰노가 지난 2021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9월 말 기준 뷰노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뷰노는 최근 5년간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인 현지 법인에 지속해서 자금을 투입해왔다. 뷰노는 10억원을 들여 뷰노메드를 설립했다. 이후 2022년 13억원, 2023년 19억원, 2024년 30억원 등 매년 투자를 확대했다. 잇단 출자 결과 9월 말 기준 뷰노메드 장부가는 92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의료 AI 업체 제이엘케이도 3분기 중 JLK USA에 2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JLK USA는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미국 법인이다. 제이엘케이가 지난 2019년 5억원을 들여 JLK USA를 최초 취득했다.

AI 기반 암 진단·치료 솔루션 기업 루닛 역시 북미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루닛은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설립한 Lunit USA를 거점으로 미국 내 영업·파트너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루닛은 현지 법인 설립 후 꾸준히 투자를 단행, 9월 말 기준 장부가 80억원까지 늘어났다.

국내 AI 의료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돌파하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근본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다.

국내의 경우 의료 AI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외에도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 결정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속도가 더디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통과 부담이 크고 허가 후에도 충분한 수준의 수가를 받지 못해 병원 도입이 제한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게 기업들의 토로다.

내수 시장 규모 역시 기업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한 인구와 의료 시스템 규모 자체가 작아 AI 솔루션이 안정적으로 매출을 창출하기 어렵다. 여기에 병원들이 AI 도입 비용을 수가로 보전받기 어려운 점도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는다. 병원 입장에서 AI 솔루션을 도입할 유인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매출 확대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전 세계 의료 AI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이다. 또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민간 보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국내에 비해 AI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가가 월등히 높다. 기업으로선 높은 수가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빠른 속도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 차원에서 AI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국내 의료 AI 기업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실적 흐름을 보면 국내 AI 의료 기업의 성장세에서 해외 매출 비중의 중요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루닛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 14억원에 불과했는데 2024년 542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3분기 기준 루닛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99%로 사실상 대부분 매출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반면 뷰노와 제이엘케이는 내수 중심 매출 구조 탓에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다. 뷰노의 경우 매출이 2020년 13억원에서 2024년 259억원으로 20배가량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4년간 외형을 약 39배 키운 루닛과 비교하면 증가폭의 차이가 뚜렷하다. 올 3분기 뷰노 매출은 2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제이엘케이는 2020년 45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24년 14억원으로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 구성을 보면 뷰노와 제이엘케이 모두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국내 의료 AI 기업의 해외 진출은 장기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만 바라봐서는 AI 기술이 AI 기술이 유의미한 매출 성과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향후 국내 AI 의료 산업의 성장 속도와 기업 가치 재평가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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