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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

“뜨거운 줄 모르고 죽는 개구리”

  • 최봉선
  • 2003-05-08 20:44:38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막 바로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온도에 적응하면서 끝내 죽고 만다. 지금 도매업계는 뜨거운 줄 모르는 개구리와 같다."

이 이야기는 많은 분야에서 비유되어 쓰는 말로 지난해 서울의 한 도매사장이 쥴릭투쟁위원회 결성 1주년을 즈음해 가진 회동에서 도매업계가 보여준 국공립병원의 잇따른 덤핑낙찰에 대해 이 같이 표현해 한동안 ‘덤핑낙찰도매=개구리약품’이라는 등식이 회자된 적이 있다.

어쩌면 의약품 도매업계는 지금 뜨거운 모르고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일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유통마진이 적다고 제약회사에 적정마진 운운하며, 우는 아이 보채듯 마진상향을 끝없이 요구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마진조차 경쟁을 위해 마구 써버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대병원 소요의약품에 대한 전자입찰에서 수년간 이 병원에 주력해 왔던 도매상들이 무더기로 뒷전에 밀려났다.

이들은 지난해 낙찰가격을 훤히 꿰뚫고 있는 업체들이라 나름대로 내려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만큼 이번 낙찰가격은 상당폭 하락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낙찰시킨 도매상들은 지난해 낙찰가격이거나 이보다 다소 낮은 근소한 차이로 낙찰됐다고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병원으로부터 첫 발주가 나오면 모두 확인되겠으나 지난해의 경우 6개월간 가격을 놓고 병원과 줄다리기를 했던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단독제품이 기준가 대비 1.5~2% 정도 내려갔었다.

그렇다면 올 입찰은 단독제품이 적어도 이 보다는 1% 이상은 내려갔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경쟁품목은 절반가격 이하로 내려간 제품이 다반사로 알려져 있다. 1,300여 곳에 이르는 도매상 수를 감안할 때 경쟁은 어쩔 수 없다하겠지만, 지난해 일부 제약사는 내려간 가격폭 만큼 도매마진을 제외하고 공급하기도 했으며, 여기에 전자입찰을 대행한 이지메디컴에 0.9%의 수수료를 제공해야 한다. 과연 얼마만큼 남기기 위해 낙찰을 시켰는지 의문만이 남는다.

도매업계는 매번 입찰 때가 되면 '사전오더권'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오더권을 얻지 못하는 신규업체들은 입찰참여가 차단하는 것이고, 이를 받기 위해 제약회사에 끌려갈 수 밖에 없어 이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과 반면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자제하고 최대한 가격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존중해 줘야한다는 의견이 그 것이다.

총액의 경우 오더를 받은 업체 중 가장 많은 외형의 사전오더를 받았느냐를 기준으로 하여 해당 도매상이 낙찰시키도록 하고, 그 외 도매상은 기준가격으로 우회를 시켜주면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기준가 대비 5%의 마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국공립병원 입찰 상황에서 경쟁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약회사가 도매상에 오더를 줄 때에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자사매출에 기여했거나 거래과정에서 자사정책에 부합된 도매상 등을 선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도매상이 오더를 받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등의 비난을 하고 있지만, 업계가 말하는 로비라는 것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통념처럼 내려오는 수준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제약사로부터 받는 사전오더가 때론 도매 영업에 발목을 잡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나 뜨거운 줄 모르고 죽어가는 업계 현실상 가장 효과적인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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