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에 정신팔려 쓴약도 달다 했죠"
- 가인호
- 2008-10-16 06: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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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 김광호 사장, 영업통-마케팅 전문가로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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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은 그러나 30년 넘게 다국적기업에서 영업통과 마케팅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아주 독특한 인생을 걸어왔다.
특히 김사장이 1996년 연 매출 100억이 넘지 않았던 사노피에 영입돼, 2004년 매출 1600억원대의 거대기업으로 키워낸 성공스토리는 아직도 제약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외국 제약기업에서 반평생을 보내고 국내제약사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광호 사장의 인생을 들어본다.
◆디테일사원 모집 광고에 유학 꿈 접어
김 사장은 1975년 건국대 수의학과 졸업을 앞두고 이스라엘 유학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스라엘 국립생명과학 연구소에 국비장학생으로 유학의 기회를 잡았던 것. 그러나 불행히도 그 당시 중동 정세는 팔레스타인 분쟁이 한창이어서 상황적으로 선뜻 유학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대학 여자 후배가 동아일보에 구인 광고가 나왔는데 한번 응시해보라고 말해줬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 바이엘 디테일 사원 모집’공고였다.
김사장은 “그 당시 제약사를 염두해본적도 없었고,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바이엘이라는 독일회사에서 일하면 새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김사장은 1975년 3월 바이엘 영업-PM부에 1등으로 입사하면서 제약영업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김사장의 첫 지역은 도봉-성북-종로지역의 세미병원과 의원. 입사초기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김사장은 입사 1년이 지나면서 영업직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른다.
“어느날 삼성동 산부인과 의원에 갔는데 간호사가 아침부터 여기를 왜 오냐는 식으로 반응하더니, 원장님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자리에 없다며 등을 떠밀며 나가라고 했다. 자존심이 상해, 근처 다방에 들어가 하루 종일 진로를 고민했다.”
김사장은 그날 회사를 일찍 들어가 상사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사는 마침 회사에서 프로모션부를 해체하고 마케팅부를 신설하려고 하니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김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을 병행하며 마케팅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성격. 수줍은 성격과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제품을 교육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 하지만 김사장은 7년이라는 기간동안 소극적인 성격까지도 바꿔 버리고 말았다.
김사장은 “바이엘에서 있는 동안 아스피린, 카네스텐, 데티콘 등 유명품목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한 것은 물론, 교육과 군납, 그리고 대관업무까지 정신없이 살았다”며 “학원비 한번 안내고 과목을 여러 개 수강한 셈”이라고 회상했다.
76년 아달라트 첫 PM을 맡는 등 83년까지 바이엘에서 놀라운 실적상승을 이끈 김사장은 7년동 안 2년 만에 주임을 달고 3년 만에 과장을 달고, 83년 8월 바이엘을 퇴사했다.
◆사노피 신화의 주역이 되다
김사장은 이후 1983년 37세의 나이에 유한 쉐링푸라우에 창립 멤버 격으로 합류하면서 마케팅 부장직책을 수행했다.
유한 쉐링푸라우에서의 2년 6개월 기간동안 김사장은 조직을 정비하고 항생제 마케팅 성공을 이끌어내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후 바이엘 코리아에서 40세의 나이로 영업본부장에 복귀한 김사장은 89년 위암판정을 받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2년간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특수 업무분야 고문역으로 재직하고 있는 어느날 사노피코리아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김사장은 “그당시 사노피는 매출이 바이엘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작고 어려운 회사였지만, 1년 6개월만 지나면 사장이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또한 더 늦기전에 벤처정신을 실행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노피 생활은 2005년까지 이어졌다. 특히 사노피에서의 김사장의 업적은 드라마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사장은 “96년 입사당시 사노피는 연매출 100억원이 안되는 100위 수준의 작은 기업에다가 경영상태도 어려고, 노사문제도 심각해서 본사입장에서 보면 ‘미운오리’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노피는 2004년 매출 1640억원에 업계 10위권을 달리는 ‘백조’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김사장은 사노피 재직기간 중에 엘록사틴, 플라빅스. 아프로벨 등 현재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대 품목들을 육성시킨 장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노피는 아직까지도 ‘최단기간 연매출 1천억 돌파, 매년 50%이상 고성장, 한국적 외국기업 상 구축’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국내에서 성공신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업중 하나이다.
김사장은 “사노피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론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30년 다국적기업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김사장은 2005년 동향(충남, 대천 보령)인 김승호회장이 창업한 보령제약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사람 김광호’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토종기업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 정신 팔려 쓴약도 달다고 해 김사장은 제약 영업-마케팅 인생동안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중 소아과에서 벌어진 거담제 데티콘 사건(?)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그전까지 데티콘을 처방하지 않았던 의사를 만나 이야기 하던 중에 “데티콘의 맛이 어떠냐”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는 것.
쓴약을 싫어하는 어린이의 특성상 당연한 질문이었는데, 그 당시 김사장은 이 약을 한번도 먹어 본적이 없었지만 당장 영업활동을 해야 할 마당에 “쓰지 않다”고 짧게 말하고 500정짜리 5통을 주문받아 납품했다.
며칠후 이야기를 나누던 의사가 입을 열어보라며 갑자기 흰가루약을 입에다 집어넣어줬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버쩍 들만큼 쓴맛이었다는 것. 김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쿠 쓰다”라는 외마디 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 의사는 김사장에게 사과를 주면서 “아이들 약은 쓰면 절대로 팔리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김사장은 그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아무리 급해도 어떤 상황이든지 진실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아달라트 PM을 하던 77년 주임시절에 연세대 강의실에서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아달라트 강의를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것.
김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의학전문가인 수많은 의사들을 상대로 ‘그때 무슨 용기로 그런 강의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마도 의사들이 새파란 청년이 열심히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기에 강의를 들어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김사장은 “외국제약기업에서 반평생을 보내고 국내 제약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최초의 사례인 것 같다”며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목표를 향해 가는 긴 과정에서 어느 한순간의 실패는 ‘성공행 열차가 잠시 숨을 고르는 간이역’과고 같은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특히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사람’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며 “직원들에게 직장에 감사하고, 일감이 있어 더욱 감사하고, 새로운 더 큰일감이 생기니 더더욱 감사하자”라는 말을 항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사장은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그것을 뒤집을 마음먹기와 노력하는 자세만 잃지 않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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