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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은 식약청, 조직확대 기회

  • 박철민
  • 2009-04-20 06:33:47

위험과 기회가 한 몸에 있어 위기인 것처럼 석면 탈크 사태로 청장과 함께 울던 식약청에 인력충원과 조직확대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보건복지위원회 변웅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식약청 조직개편 계획을 밝혔다.

현 1400명 수준인 식약청 인력을 600명 늘려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변 위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인력과 업무를 가져와 식약청 중심의 일원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2006년 식약청을 해체하고 식품안전처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비록 지금 석면 탈크 사태로 식약청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한 고비를 넘으면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 확대에 따른 비판도 예상된다. 어느 정부조직이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인력과 예산 타령은 필연적이어서, 근본적인 진단과 체질개선 없이 인력과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더욱이 이번 식약청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이다.

당정 협의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명단 공표만으로 자진 회수를 유도하는 내용을 제안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식약청은 안전하다면서도 명단공표와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제약사들의 반발을 샀다.

또한 책임없는 명단공개로 판매중지 및 보험중지 품목들의 개수가 들쑥날쑥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중지 품목들로 요양기관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번 석면 탈크 사태를 통해 국민과 요양기관, 기업들이 확인한 것은 실종된 원칙과 방향성을 잃은 부산함, 즉 리더쉽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식약청 조치 가운데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이었던 것은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의 수사로 제약사들의 행정소송 움직임을 와해시킨 것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다.

이 상황에서 식약청 조직 확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식품을 가져간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식약청이 허술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면 오히려 농림부가 식약청 조직과 인력을 가져오면 안 되냐는 논리이다.

이렇든 저렇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국민건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식약청 확대 논의는 시작된다. 변웅전 위원장은 그 시점을 6월 국회로 보고 있다.

식약청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해 한때 환영받았지만 지금은 제약업계와 약국 등의 불신의 벽이 높아진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식약청이 조직 확대라는 숙원을 풀고 싶다면 신뢰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고, 정보를 공개하고, 관계 기관과 협조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이번 석면 탈크 대처 과정에서 빚어진 불합리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사과 외에도 요양기관과 제약사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15년간 덕산약품이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부분에 대해서도 식약청의 관리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 열심히 밤을 새워 일하는 것만 강조해서는 곤란하다.

이후 석면 탈크에 대한 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식약청의 현재 위기관리 방식의 평가도 필요하다. 그 결과는 반드시 대중에 공개돼야 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조직이 덩치만 불린다고 하면 누구도 반갑게 바라보지 않은다. 국민과 관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면 조직 확대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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