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9 21:58:53 기준
  • 청구
  • 수출
  • #정책
  • #HT
  • #한약
  • #평가
  • #신약
  • #급여
  • 감사
  • #치료제

그가 입 한번 열 때마다 6만약사·8만 제약인 '경악'

  • 최은택
  • 2011-12-26 06:44:54
  • [올해의 뉴스메이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약사사회가 격랑에 휩싸였다.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 필수 상비약을 약국 밖으로 내보내기로 약사회와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복지부 브리핑 보도 기사에는 성난 민초약사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약사 사회에는 한동안 이런 말이 회자됐었다. 전재희 전 장관이었다면 어땠을까?

데일리팜 기자들은 보건의약분야 '올해의 뉴스메이커' 후보 군으로 2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 기관들을 거명했다. 이중 단 한 사람, '사무관 장관'으로 회자된 진수희 전 복지부장관을 '올해의 뉴스메이커'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불행한 부분은 '네거티브' 뉴스메이커라는 점일 것이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진 장관은 올해 1월만 빼고 취임 후 11개월간 매달 미디어에 출연했다. 여기에 지출된 정책홍보비만 14억2000만원에 달한다." 정치인 출신인 진 전 장관 스스로가 뉴스 '제조기'를 자임했던 셈인데, 새해 정초부터 '입방아'에 올랐다.

바쁜 일정을 쪼개 지역구를 챙긴다는 것이 화근이었을까? 지난 1월 11일 서울 성동구약사회 정기총회장. 진 전 장관은 "약사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복지부가 (편의성보다는) 국민의 안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감기약 발언도 진위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진 전 장관은 전임 전재희 전 장관의 충실한 계승자였다. 하지만 태도를 180도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기자들과 만나기를 좋아하는 '정치인 본색' 진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도 전임 장관들보다 더 자주 가졌다.

편의성과 안전성을 놓고 약사회와 한창 물밑협상을 진행하던 5월의 어느 날 진 전 장관은 이렇게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약국들이 너무 쉽게 먹고 산다. 주말에 일도 안하고…."

그의 변심을 더욱 채찍질한 것은 VIP의 '호통'이었다. 이른바 '사무관처럼 일하는 장관'이 그것이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이 대통령이 진 장관에게 격노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바로잡았지만 이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진 전 장관은 지난 6월 어느 날에는 기자실을 찾아 "정치 일정을 제쳐놓고라도 (약국 외 판매약 도입 약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말들이 신호탄이 됐을까? 복지부는 약사회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속도전'에 들어갔다.

그는 8월 어느 날 국회에서는 의약품 안전사용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약사들을 겨냥해 "약사들은 그동안 타이레놀 팔면서 누가 언제 왜 먹으려고 하는 지조차 묻지 않았다. 복약지도를 철저히 하면서 거론했으면 좋겠다"는 질책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9월 어느날에는 기자실을 찾아 "특임장관실에서 여론조사한 결과 국민 85%가 약사법개정안에 동의하고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한 뒤, "국회로 가더라도 보건의료 개혁과제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말도 남겼다. 국회에서도 슈퍼판매 약사법 개정안 처리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의지였다.

추석 이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진 전 장관은 한가위를 목전에 둔 어느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을 예고 없이 방문해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해당 약국 약국장은 기가막혀 댓구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진 전 장관은 박카스 등 일부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또 성동구약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진 전 정관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새해 첫 달 정기총회에 참석해 호감을 샀지만 10개월만에 약사들의 공적이 돼 버린 것이다. 진 전 장관은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2만명 이상의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는 반값약가제에 대해 "지금의 후진성을 탈피하고 제약산업을 육성하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약사들과 질긴 악연을 맺은 진 전 장관을 바라보는 또 다른 '네거티브' 시선은 이들 8만 제약인의 눈이다.

올 한해 보건의약계를 뒤흔들어 놓은 검찰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도 강력한 '올해의 뉴스메이커' 후보였다. 수사반은 지난 23일까지 세번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들과 연루돼 직간접적으로 수사를 받은 의약사들이 수천명(중복포함)에 달할 정도로 위력이 막강하다.

관록의 행정가로 덕망이 높은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반값약가제 추진으로 투사로 변신해야 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게 됐다는 주변의 평가도 있지만 투쟁은 거스를 수 없는 길이었다.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참고인으로 국정감사 증언대에 섰다. 국회의원들은 박카스를 약국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복지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는 지 등을 김 사장에게 물었다. 7~9월 시련도 있었겠지만 약국 외 판매 실적이 급증한 지금 그의 속마음은 어떨까?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도 '넘버 2' 경쟁에 뛰어들만한 뉴스메이커였다. 스스로가 아니라 그의 지위가 그렇게 만들었다. 단식농성에다 장외투쟁, 지금은 복지부와 협상을 이끌고 있다. 회원들의 사퇴 목소리가 높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대표하는 뉴스메이커였다. 어느 누구도 '예'라고 하지 않을 때 손 의원은 '예'라고 말했다. 슈퍼판매 약사법 개정논란에서다. 건강관리서비스법, 영리병원 도입입법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법률안을 적극적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내년 총선에서 부산출마를 위해 지역을 다지고 있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도 올해 하반기 첫 손에 꼽히는 뉴스메이커 중 하나였다. 그의 이력이 그렇게 만들었다. 건강보험 통합에 반대하고 의료계의 건강보험 재정통합 위헌소송을 도운 반통합주의자가 통합 건강보험기구의 수장이 됐으니 시끄러울 법도 했다.

의료계 대표 뉴스메이커는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과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노환규 대표였다.

올해로 임기 3년차에 접어든 경 회장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죄로 피소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제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회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급기야 전의총 소속 의사들에게 '달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전의총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제공내역을 공개하겠다며 회원들을 상대로 불법사례 수집에 나서며 스스로 '폭발력'을 키워가고 있다. 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경 회장에게 날 달걀과 액젓을 투척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문정림 전 의사협회 대변인은 올해 세 번 옷을 갈아 입었다. 의사협회 대변인 겸 공보이사가 대외적인 첫 '명함'이었다. 그러다가 돌연 의사협회 임원을 사퇴하고 의협과 앙숙 관계던 전의총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자유선진당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참여를 선언했다. 보건의료계 발전을 위해 투신하겠다며 가톨릭의대 교수직까지 던졌다는 후문.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