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렬함을 잃은 약국, 잊혀져가는 약사
- 조광연
- 2012-12-29 09: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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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과 약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약국이나 약사에게 썩 유쾌하지 않은 뉴스 두 건이 비슷한 시기 연이어 보도됐다. 하나는 통계청 2012년도 의료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사회조사며, 다른 하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 지표 조사결과다. 두 뉴스는 통계에 기반한 것들로 약국과 약사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 약국과 약사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현재의 의식은 미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계를 주의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통계청이 올해 5~6월 2주 동안 만13세 이상 가구원 3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국은 보건소, 종합병원, 한의원, 병의원, 치과병원과 견줘 만족도 측면에서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불만은 종합병원과 병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보다 우위에 서는 모양을 보였다. 이 야릇한 결과는 국민들의 약국 서비스에 대한 느낌이 '보통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써 비관적으로 보자면 '존재의 위기'로 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겠으나, 반면 긍정적으로 보자면 '친근한 이웃같은 존재'로 사회에 수용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약국이 사회에 투영하는 '강렬함의 부재'는 부인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 지표조사결과는 우려되는 측면이 좀더 있다. 직업능력개발원은 전국 초등학교 6학년 3551명, 중학교 2학년 1만486명, 고교 1학년 1만90명 등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지표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학부모가 희망하는 자녀 직업 10가지에는 공무원, 의사, 간호사 등에 이어 약사가 8번째로 포함돼 있으나 정작 자녀들의 희망직업에는 약사가 순위 안에 없었다. 부모가 생각하는 약사, 학생들이 바라본 약사의 모습이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는 통계다. 부모세대와 자녀간 차이나는 생각에는 의약분업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모세대는 약국과 약사에 대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아마도 약국을 찾았을 때 웬만한 질병은 직접 묻고 처방하며 조제했던 주도적 모습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약국을 드나들며 보았던 경제적 안정감도 의식 세계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누적된 경험들이 자녀들이 가졌으면하는 직업에도 작용했을 터다. 반면 의약분업 이후 약국과 약사를 만나게 된 자녀들의 눈에 비친 약국의 모습은 처방전을 내면 조제해주는 수동적 모습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의약분업 10여년 동안 '약사는 이런 사람이다'는 강렬한 직업적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를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의약분업 이후 약사에게 기대된 직업적 정체성은 누가 뭐라해도 '안전한 의약품 사용의 지배자'였다. 처방에 대해 약물학적 관점에서 의사들과 의견을 나누고, 환자들 상대로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 말이다. 하지만 분업이후 약국은 직접 처방조제했던 과거 정체성을 완벽하게 대체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복약지도만 해도 그렇다. 약국은 과연 환자들이 약사 앞에서 고분고분 복약지도를 듣도록 의지를 가지고 이 복약지도에 자존심을 걸어왔는지 의문이 든다. 목숨걸듯 복약지도를 하는 약국도 만나지만, 문제는 소수라는 점이다. 물론 복약지도 수가 현실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했으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입증해 보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만족도 통계로 돌아가보자. 만족(28.3%), 보통(66.3%), 불만(5.4%)을 들여다보면 해답은 간명하다. 지금의 보통을 끌어올리면 된다. 약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의약품 사용의 지배자'가 되면 얼마든 수치는 뒤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약국의 미래가 중고생들처럼 젊은 세대의 현재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국은 직능적으로 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주력해야 한다. 강렬한 인상의 진원지는 법이 허용한 권리를 충분히 발현, 실천하는데 있을 것이다. 최근 두 건의 통계가 오늘날 약국과 약사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통계에서 영감을 얻지 않고 누적되도록 방치하면 '제2의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친근한 이웃같은 약국이면서, 의약품 사용 등에 관한한 양보하지 않는 엄격한 약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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