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꿈을 키워주는 그 약국 '비밀의 방'
- 김지은
- 2014-03-31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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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의 영어 선생님 '김형국 약사'의 이색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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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역 어린이들의 꿈 제작소, 경남 의령 부림약국
서울에서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경남 의령 부림면.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 시골 마을에는 특별한 약국이 하나 있다.

"약사님, 우리 약사님"
"부림약국이요? 저~리로 가보시요. 아이구, 그 약국 모르면 간첩이지."
이 동네에선 부림약국 김형국 약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란다. 최근에는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약사는 물론 약국까지 한층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문득 김형국 약사의 정체부터 궁금해졌다. 동네 분위기에 젖어 소소하게 약국을 운영하는 시골 약사를 떠올렸다면 오산. 김 약사의 화려한 이력을 듣고있자니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타국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였다. 약사의 업무가 상담과 복약지도에 치중돼 있는 미국에서 부족한 회화 실력은 장애물이 됐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자신만의 특화점을 찾자는 것.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대 한의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자연히 영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고 약학은 물론 한의학까지 갖추게 됐다.
그러던 중 한국의 한 선배가 김 약사에게 연락을 해 왔다. 지금의 시골 마을 약국 자리를 넘겨 받지 않겠냐는 제의였다.
김 약사는 오랜 고민 끝에 고향인 경남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1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약사의 지나온 시간을 흥미롭게 듣던 도중 한 여성이 어린 아들 손을 이끌고 약국 문을 들어선다.
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약국에 들어선 주부는 수줍은 모습으로 약사에게 자녀들의 영어 학습 방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초등학생용인데 한번 읽어보세요. 이것 보시고 저랑 다시 이야기해보죠. 언제든 궁금한 것 있으면 들르세요. 전화번호 알려드릴테니 연락하셔도 되고."

신기한 풍경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쯤, 약국의 매대 안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영어 서적과 학습지가 발견된다. 이 약국, 그리고 김 약사의 정체가 더 궁금해진다.
"너, 나랑 영어공부 해볼래?"
"약사님, 오늘은 좀 늦었어요. 오늘 학교에서요…."
저녁 6시.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 질 무렵 교복을 입은 앳뗀 얼굴의 소녀들이 왁자지껄 약국 문을 들어선다. 한 소년은 약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당연하다는 듯 조제실 뒤편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간다.

암에 걸린 아버지 약을 받으러 약국을 수시로 들르는 한 소년에게 김 약사는 유독 마음이 쓰였다. 아이 아버지의 의료보험 기록을 보니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지 않았다.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가 소년에게 처음 건넨 말은 "너, 나랑 영어 공부 해보지 않을래?"였다.
낯선 약사의 제의에 당황한 아이는 수차례 거절했지만 약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소년과 처음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김 약사도 아이에게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소년이 변화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동네 아이들이 서서히 약국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약사는 항상 약국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김 약사는 특히 동네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 집중했다. 좁은 시골마을에선 아이들의 동태를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동네 약국 약사인 법.
그런 아이들에게 항상 김 약사는 "너 나랑 영어공부 해 보지 않을래?"라며 먼저 다가갔다.
김 약사는 "봉사를 하겠다는 거창한 뜻은 아니었다"며 "지역 특성상, 가정 형편상 교육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고 싶은 작음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늘면서 김 약사는 조제실 뒤쪽 창고 옆 남은 공간을 공부방으로 꾸몄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공부방에 와 자습도 하고 약국 운영 틈틈이 시간을 쪼개 직접 강의도 했다.

"약국, 지역 어린이들이 꿈의 제작소로 거듭나다"
마산에서 의령을 매일 출퇴근하는 김 약사는 새벽 6시부터 공부방 아이들과 문자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7시면 아이들이 약국에 모여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쯤 김 약사도 약국 문을 열고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각자 약국을 찾아 공부를 한다. 환자가 뜸해지는 저녁 6시 이후 김 약사는 영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최근 김 약사의 공부방을 찾는 마을 아이들은 15명 정도. 초등학생부터 고3 학생까지, 형제, 자매는 물론 단짝 친구들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약국을 처음 찾을 때는 그다지 높은 성적의 아이들이 아니지만 약국에서 김 약사와 또래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성적이 많이들 올랐다.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이 동네 한 고등학교 전교 1등에서 5등까지를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다.
한 학생은 "약국에 오기 전까진 공부도 흥미 없고 특별한 꿈도 없었다"면서 "약국에서 공부하면서 성적도 많이 올랐지만 무엇보다 꿈을 갖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교육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바탕으로 김 약사는 현재 경남대 교육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 약사는 "나 혼자였다면 이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들은 물론 약국 직원, 아이들 학교 선생님 등 주변 도움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의 시골 약국에선 오늘도 약사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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