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4 03:10:51 기준
  • 임상
  • #GE
  • 부회장
  • 배송
  • #임상
  • 허가
  • 제약
  • 연말
  • 등재
  • 상장

교품 약사감시 예고, 식약처의 '바담 풍'

  • 최은택
  • 2014-09-18 06:14:52

"나는 바담 풍(風) 해도 너는 바람 풍(風)해라."

발음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는 이런 의미로 말한다. 하지만 아들의 귀에는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담 풍해라'로 들린다.

아버지의 뜻을 알리없는 아들은 속절없이 '바담풍'이라고만 한다. 아버지는 속이 탄다.

그런데 아버지가 '바람풍'이라고 했는 데도, 달팽이관이 뒤틀렸는 지 자꾸 '바담풍'이라고 하는 아들이 있다. 약국 #교품 약사감시를 예고한 식약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품사이트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의약품이 유통되고 있는 데,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변질 의약품 유통 등이 우려되는만큼 실태를 파악해 보라."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의약품 교품현황을 파악하고, 만약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국정감사 직후 교품몰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신협이나 이용 약국 등에 협조공문을 보내 약사법령에서 정한 허용범위를 벗어난 의약품거래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약사회와 정책간담회, 개선대책 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뭔가 해법을 찾으려는가' 했더니 결론은 처벌을 전제로 한 '약사감시' 예고였다.

그러면서 해당 법령은 복지부 소관인 데 제도 정비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규정대로 약사감시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복지부에 '공'을 넘겼다. 복지부와 협의해 교품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개선방안을 모색하라고 했더니 실태파악은 뒷전이고 '처벌'만 하겠다는 것이다. '바람풍'을 '바담풍'으로 엉뚱하게 발음하는 아들같다.

사실 교품문제 해법은 국민신문고를 두드린 민초약사의 민원을 통해 다 들춰졌다. 약국의 개봉약 재고와 이에 따른 교품문제는 지역처방목록 제출이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처방을 자주 변경해 발생하는 의약분업의 '사생아'다.

이 민초약사는 처방목록제출 강제화와 성분명처방, 소포장공급 의무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는 데, 이런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교품는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 요원하다. 소포장 의무화는 제도화돼 있지만 제약사는 수요가 적다고 하고 약국은 공급이 안된다고 해 그 자체가 골칫거리다.

그런데 복지부는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건강보호를 위해 교품은 현재처럼 제한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식약처는 '칼을 들겠다'고 하니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개봉 재고약은 제약사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으면 고스란히 약국이 부담을 져야 할 상황인 데, 약사들이 이런 불합리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국회 관계자는 "약사감시에 앞서 실태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다음 문제점 개선에 나서야 지 금지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복지부와 식약처는 현행 법령 내에서 가능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손 놓고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의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세종시와 오송까지 전해졌는 지 복지부와 식약처가 19일 뒤늦게 업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소포장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교품시장이 소포장 수요를 일정부분 대체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처방목록제출이나 성분명처방 등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소포장제도와 대체조제 활성화(간소화) 방안 등과 연계시켜 교품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더 이상 '바담 풍' 하지 않고 '바람 풍'하기를 바라는 건 국회나 약사사회의 요구를 넘어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진정성 있게 화답해야 할 차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