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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 터진지 5일지나 실려온 환자 "메르스 때문에"

  • 이혜경
  • 2015-06-16 06:15:00
  • 국민안심 오산한국병원 기자체험..."환자들, 병키우고 있다"

오산한국병원 1인 격리 음압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
"2주 연속 맹장이 터진지 5일이나 지난 환자들이 병원에 실려왔어요. 메르스 때문에 무서워서 병원에 오지 못했다네요."

"반깁스만 해도 되는 환자들이 메르스 공포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아요. 간단한 응급처치만 해도 될 환자들이 병을 키우고 있어요."

오산한국병원은 15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오산한국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을 신청한 이유 중 하나다.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하는 일반 환자들이 병원을 기피하면서 병을 키우고 있다.

결국 오산한국병원은 보건복지부에 국민안심병원을 신청, 15일부터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했다.

정문에 진료안내소가 마련돼 체온측정과 손소독, 설문지 작성 등을 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의 방역체계는 철저했다. 기자가 15일 오산한국병원을 방문한 결과, 병원을 찾은 환자 또는 보호자, 방문객들은 쉽사리 정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정문 앞에 설치된 진료안내소에서 발열측정과 손소독을 마치면 방문자 이름, 방문대상자 이름, 입원실, 연락처를 적어야 한다. 취재를 하는 기자도, 현장을 방문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열(37.5도 이상) 및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최근 1개월 내에 의료기관에서 진료 경험 ▲주변에 메르스 관련하여 질환(의심)자 여부 ▲메르스 질환(의심)자와 직접 접촉 여부 ▲중동 등 국외 여행 사실 ▲국외 여행시 어느 국가를 어느 기간동안 여행했는지 등의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기자도 취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방문자 서명을 해야 했다. 발열이 있는 환자는 설문지까지 작성토록 하고 있다.
설문지를 작성한 환자는 선별진료실로 별도로 이동하게 된다. 자가보행이 가능한 환자는 외부에 분리된 선별진료실로, 자가보행과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환자는 응급의료센터 옆에 설치된 호흡기 격리 진료실로 이동하게 된다.

선별진료실은 방역복을 입은 간호사와 의사가 항시 대기하면서 발열이 있는 환자와 메르스 의심이 있는 환자는 보건소로 보내고, 메르스와 관련 없는 폐렴환자를 선별해 1인 음압격리 병실로 이동시킨다.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는 선별진료소에서 따로 진료를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오산한국병원은 기존 다인실 병실을 모두 1인실 병실로 바꿔 9개의 격리병실을 마련했다. 380만원 상당의 음압시설기도 장만했다.

하지만 환자는 1인 음압격리 병실을 이용하면 하루 3만원 정도의 입원비만 본인부담하면 된다. 격리 병실료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음압시설기가 마련된 1인 격리 음압병실.
격리병실에서 검사 등을 통해 메르스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 일반병실로 격리 해제가 이뤄진다.

병원을 방문하는 일반환자들이 기침, 가래, 재채기를 하는 폐렴 및 호흡기질환자를 메르스 환자로 의심해 불안하거나 공포를 갖는 경우의 수를 모두 차단한 것이다.

자가보행이 불가능한 경우 병원 외부 선별진료소가 아닌 응급의료센터 호흡기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약국 모두 외래환자 절반이상 감소 체감

오산한국병원은 메르스 발생지인 평택과 동탄 중간에 위치한 400병상의 종합병원이다.

중국으로 출국한 10번 환자가 5월 22일과 25일 오산한국병원 응급실을 경유했다.

1인 격리 음압병실에 있는 간호사들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방서 문건이 SNS에 유포되고, 있지도 않은 메르스 확진환자 2명이 입원해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면서 1000~1200명을 웃돌던 일일외래환자가 300명까지 확 줄었다. 입원환자도 평균 350명인데, 180명까지 절반이 감소했다.

메르스 확산 기간동안 사건 사고도 있었다. 맹장이 터진지 5일이 넘은 환자가 일주일에 한번에 걸쳐 병원으로 실려왔고, 새벽에 간질이 발생한 환자는 병원 방문 시기를 늦춰 사망했다.

선별진료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이다.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감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오산한국병원이 국민안심병원을 신청하고 '안전병원', '청정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도, 병원을 기피하는 국민 불안감 해소 때문이다.

오산병원은 지난 9일 격리되었던 의료진 10명이 모두 무사히 복귀했다. 현재 오산한국병원을 포함해 오산지역은 메르스 환자가 없는 청정지역 중 하나다.

오산한국병원 환자 절감은 문전약국 2곳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C약국 이모 약사는 "어제까지만 해도(국민안심병원 시작 전) 처방 환자가 거의 없었다"며 "외래환자가 절반 이상은 줄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부의 초기대응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메르스 확진환자 경유병원까지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병원 앞 문전약국의 피해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산한국병원 인근에 문전약국 2곳은 환자가 50% 이상 줄었다고 입모아 말한다.
또 다른 문전약국인 P약국 구모 약사는 "최소한 한 두달 동안 외래환자가 기존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래환자가 50% 이상 줄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메르스 선별검사 문제 제기

오산한국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바로 보건소의 메르스 환자 선별검사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선별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은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는 국가지정병원으로 전원 의뢰하고, 의심되지 않는 호흡기 환자를 1인 격리 음압병실에 입원시켜 메르스 전파 위험을 방지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선별진료소에서 메르스가 의심되는 경우, 보건소의 선별검사 이후 국가지정병원으로 의뢰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운 것이다.

조한호 오산한국병원장은 "지난주 발열환자 22명 중 메르스가 의심되지 않는 환자 2명을 격리병실로 이송하고, 의심되는 환자를 보건소에 메르스 선별검사를 받도록 했다"며 "40% 이상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산시보건소는 최근 이틀동안 메르스 확진검사를 4건했다.

조원호(중앙) 오산한국병원장이 왕영애(오른쪽 끝) 오산시보건소장에서 건의를 하고 있다.
약사 출신의 왕영애 오산시보건소장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폐렴 환자이면서 메르스 확진자 2명 이상이 발생한 병원 접촉시 의사의 판단하에 확진검사를 하고 있다"며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무진 의협회장이 "3, 4차 메르스 감염 위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보건소가 격리병상을 운영하고 의심환자에 대한 진료와 격리를 맡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자, 왕 보건소장은 "알바의사도 구하기 힘들다"며 인력난으로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조 병원장이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환자를 보건소로 보내고 있는데, 보건소가 포지티브 목적으로 검사를 해주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더 불안에 떨고 있다"며 "바운더리를 넓혀서 검사를 폭넓게 해달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왕 보건소장은 "검사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만약 검사범위를 넓히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든 시민이 메르스 검사를 받으려 할 것"이라며 "일단 경기도보건소장협의회에 건의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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