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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려면?

  • 정혜진
  • 2015-09-24 06:14:50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시킬 수는 없다'는 뜻의 이 속담을 곰곰이 뜯어보자. 대관절 말 주인은 왜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갔으며, 말은 왜 물을 마시지 않으려는 걸까. 그렇다면 말이 물을 마시게 하려면 주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쉬워진다. 말이 물을 못 먹게 하려면, 물가에 못가게 하면 된다. 표면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위의 속담에 따르면 소용 없는 짓이다. 말이 물가에 못가게 할 수는 있어도 물을 못 먹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이 물을 못 마시게 하려면, 물가에서 떼놓을 것이 아니라 물을 먹고 싶은 그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

최근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출시된 신제품 유통 관계자를 만났다. 제품이 얼마나 많은 약국에 깔렸고 주문이 활발한 지 궁금했다. 인기스타를 내세운 광고 품목의 화려한 론칭이기에 더욱 그랬다. 관계자의 답변은 의외였다. 재주문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답이었다. 그는 "재주문이 오는 약국을 보면, 제품 설명회와 세미나에 참석했던 약사들이었다. 광고 효과보다도 제품에 관심 있어하고 제품력을 아는 약사만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일반약을 말할 때 광고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유명품목이 되면 가격질서가 무너져 약국에겐 애물단지가 돼버리는 게 광고품목이다. 그런데 광고에 앞서 제품 판매율을 결정하는 건 역시 판매하는 사람, 제약사 영업사원이 아닌 소비자와 만나는 약사였다. 신제품인지라 인지도가 약한 상황에 유효하다 하겠지만, 적어도 약국에 안정적으로 랜딩하기까지 약사의 관심이 없으면 광고로 유명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게 약국 제품이다.

일반약 시장이 쇠퇴한다고 말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제품을 판매하는 약사들이 있다. 같은 성분 다른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제약사 설명회에 참석하고 직접 먹어본 후 환자에게 권하는 약사들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마음이 있으므로 어려운 상황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곧 추석연휴다. 연휴에도 약국 문을 여는 약사가 있을 것이다. 일반약 판매와 마찬가지로 휴일 개국도 약사 마음의 문제로 보인다. 이들에게 약국 문을 열고 약을 판매하는 일은 물이 가까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물을 먹으려는 마음이다. 결국 물을 마시는 말은, 주인이 끌고 가는 말이 아니라 물이 먹고 싶은 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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