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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고통…"난 약사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싸웠다"

  • 김지은
  • 2016-03-25 12:15:00
  • 내러티브 |약국 분양사와 법정 다툼 끝, 보상금 받아낸 K약사

[상-"고통으로 보낸 3년, 아빠 약사로서 내 꿈이 짓밟혔다"]

나는 약사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수년간 꿈꿔오던 약국 모습을 갖추고 약사로서도 성공하고 싶었다. 내 아내,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남편, 아빠가 되고자했다.

하지만 지난 3년은 나에게 고통 그 자체였다. 요즘은 전에는 믿지도 않았던 삼재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시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난히 애착이 가던 한 신도시 개발 소식을 접하고 가슴 속 뜨거운 그 무언가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평소 관심을 갖던 곳이었고, 개발되면 그곳에서 꼭 꿈꾸던 약국 모델에 도전해보고자 했다.

"내 꿈이 담긴 투자, 그들에게는"

땅을 파기도 전 허허벌판인 그곳을 아내와 몇 번이고 찾아가 혼자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웠다. 그래서 선점하자 결심했다. 수소문 끝에 그 땅의 입찰자를 알아냈고, 분양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행사 관계자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계약은 나름 순탄했다. 시행사는 삽을 뜨기도 전에 약국 자리를 분양하겠다던 내게 조금 무리하다싶을 조건들도 모두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했다.

내세운 조건은 '독점'. 당시 분양업자는 한 개 시공사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쌍둥이 건물을 짓는다 했다. 그래서 A상가 1층 자리를 분양받으며 B상가 1층에는 약국을 넣지 않는다는 계약 조건을 걸었다. 우리 상가에 4개 이상 의원이 입점되지 않으면 원금을 회수하겠다는 조건도. 시행사는 받아들였고, 그 덕(?)에 이례적으로 계약금을 전체 분양가에 30% 이상 지급했다. 수억원이 계약금으로 전달되다보니 당시 분양사의 태도는 호의적이었다.

꿈에서 깨어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행사는 주기적으로 계약을 해지하자며 먼저 연락을 해왔다. 우리의 선분양이 불법이라는 이유를 내걸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브로커들의, 약사들의 유혹에 시행사도 흔들렸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가 착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B상가 1층에 약국이 입점 예정이란 소식이 전달돼 오기 시작했다.

분양사는 오리발을 내밀었고, 그렇게 건물이 지어지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내 꿈은, 희망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계약한 A상가보다 B상가가 먼저 올라가더니 B상가 1층에는 결국 약국 인테리어가 시작됐고, 약국이 입점됐다. 병원도 모두 B상가에 오픈됐다. 급기야 분양사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은 계약을 파기하자고 큰소리를 쳤다.

"3년의 시간, 짓밟힌 꿈은 무엇으로 보상받나"

물론 계약금을 돌려받으면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내가 그려왔던 꿈은, 그곳에 쏟아부은 내 시간과 열정은 무엇으로 보상받는단 말인가.

참을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운이 나빴다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행태를 두고볼 수 만은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또 다른 동료 약사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지켜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끝까지 싸워보기로.

혼자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생각했다. 정당하게 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렇게 10개월이 넘는 시간 형사, 민사 소송까지 진행하며 싸움을 벌인 끝에 그들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자신들의 계약이, 그동안의 행태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계약금으로 지불한 금액의 배액의 상응하는 보상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들에게 승리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힘들었던 기억을 드러내 인터뷰에 응하겠단 용기를 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내 동료 약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난 3년여 시간, 그들과 싸우며 겪고 배운것들을 내 동료들을 위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난, 어떻게 싸웠나...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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