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08:50:55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제품
  • 신약
  • 글로벌
  • GC
  • #허가
  • 약가인하
네이처위드

천안단대병원 문전약국, 도매 자본과 힘겨운 싸움

  • 김지은
  • 2016-11-17 06:14:59
  • "도매상 건물매입 10년전 시도...처방 80% 이상 흡수

[현장] 도매상 병원부지 매입 논란, 천안단국대병원 문전약국을 가다

최근 한 도매업체가 100억대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기존 천안단국대병원 재단 소유 복지관 건물(빨간선 안).
"2003년부터 지금까지 A도매상은 계속 병원 재단 소유인 이번 건물을 매입하려 시도했고, 결국 목표를 달성했죠. 10년 넘게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거대 자본에 개인 약사들이 이길 방법이 있을까요?"

16일 기자가 찾은 천안단국대병원 문전약국들의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다.

약사들은 병원 주출구에 위치한 단국대 재단 소유 복지관 건물이 A도매상에 매각됐다는 사실을 안 지난달부터 매일을 불안에 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 약사들은 A도매상의 복지관 건물 매입은 자신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에 매각된 건물은 병원 주출입구와 바로 연결돼 있어 병원을 드나드는 환자라면 누구나 한번씩 거치게 돼 있다. 병원과 별다른 경계도 없어 언뜻보면 병원 소속 건물로 오인될 수 있는 위치다.

이 건물 옆으로는 병원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과 대형 주차장이 있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환자 모두 이 건물을 거쳐가게 돼 있다.

반면 기존 약국(4~5곳)의 경우 한곳은 병원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약국들도 이 건물을 지나 주출입구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

접근성이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병원 문전약국인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이 건물에 약국이 입점한다면 기존 약국들은 금세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단국대병원 인근 문전약국들 모습. 현재 4곳의 대형 약국이 하루 평균 1100여건의 외래처방전을 수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 약사들에 따르면 천안단국대병원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외래 처방건수는 1100여건 정도다. 현재는 4곳의 대형 문전약국들이 별다른 갈등 없이 경영해 왔지만 문제의 건물에 약국이 개설되면 70~80% 이상 외래처방전이 그쪽에서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근 문전약국의 한 약사는 "도매상이 이번 건물을 매입한 금액 등을 감안할 때 누가봐도 약국 개설을 목적으로 하고, 한곳 이상일 것이란 것을 약사뿐만 아니라 이곳 다른 업종 상가 주민들도 모두 예상하는 부분"이라며 "벌써 이 건물 기존 상인들에게는 다음달까지 점포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두세 달에 한번씩 간담회를 갖는 등 이곳 약국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약국을 운영해 왔다"며 "건물 매각 사실을 안 이후 진술서를 보건소에 제출한 것 이외에는 하루하루 그 건물 등기부등본을 떼보며 불안을 달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도매상, 2003년부터 매입 시도…의약분업 근간 훼손"

실제 A도매상은 2003년과 2010년에도 이 건물 매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실을 미리 안 약사들이 교육부와 천안시청, 보건소 등에 진정서와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부에서는 이곳이 학교 부지란 이유로 영리추구를 위해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인근 약사들과 주변에서도 모르는 사이 이미 이곳 부지 용도가 변경됐고, A도매상과 병원 간 계약이 진행되고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약사들은 교육부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교육부에서는 부지 용도가 변경돼 대학 재단이 건물을 매각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 왔다.

천안단국대병원 측도 "이 부동산은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으로서 단국대 부속병원과는 구분되는 별개 시설"이라며 "복지관 건물, 부속토지 처분은 사립학교법 및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의거 이사회 심의, 의결을 거쳐 관할청의 처분허가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상적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매수자와 적법하게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물은 병원 주출입구에 바로 위치해 있어 약국이 개설되면 병원 대부분의 외래처방전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사들은 자신들의 생존 문제 이전에 이번 사례가 약사사회의 오점으로 남을까 우려했다.

이번 건물에 약국 개설 허가가 나면 병원 소유 건물이나 부지 중 일부 토지나 건물을 자본력을 가진 도매상 등이 매입해 약국을 개설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약을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근 약국의 한 약사는 "여기 약사들의 생존을 떠나 전체 약사사회에 문제가 되는 선례를 남길까 걱정된다"며 "지금도 대형 도매업체나 자본을 가진 자들이 병원 부지 등을 이용해 대형 약국을 개설하고, 이를 통한 부동산 이익을 획득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이번에 약국 개설 허가가 난다면 그런 시도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고 했다.

이 약사는 또 "명백한 병원용 건물을 수익용으로 제3자에 매각하고, 이것을 이용해 약국 사업을 하려는 이번 시도는 의약분업 근간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이 곳 건물의 약국 개설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