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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병원약사 축제, 뉴올리언스에서의 5일

  • 이효정 약사
  • 2024-12-25 12:12:26
  • 이효정 약사(경희대병원 약제부)
  • 2024 ASHP Midyear Clinical Meeting & Exhibition 참관기

이효정 경희대학교병원 약사.
루이애지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4 ASHP(미국병원약사회) Midyear Clinical Meeting & Exhibition에 참석했다. 이번 학회에는 김정태 병원약사회장님을 비롯 전국에서 모인 한국 병원약사 10명이 함께 했다.

뉴올리언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ASHP가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공항 한 켠에 ASHP Midyear Clinical Meeting & Exhibition 참석자 등록 부스가 마련돼 있었고, 전 세계에서 모인 병원 약사들이 줄을 서서 학회 참석자 등록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리언스답게 생동감 넘치는 음악이 분위기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2024 ASHP 학회 참석을 환영한다는 네임플레이트도 달려 있어서, ASHP가 우리를 환영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ASHP와 만날 수 있고 참석자 등록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공항에서 등록을 마친 후 명찰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뉴올리언스의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공항에서부터 ASHP 학회 참석을 환영하는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본격적인 ASHP 학회가 시작되기 전, 뉴올리언스에 있는 약국 박물관을 탐방했다. 이 약국 박물관의 인기 역시 뜨거웠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의학과 약학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독특한 박물관이었다. 주로 19세기 후반에 사용된 약국 및 의료 기구, 의약품, 그리고 의료 관련 기자재들이 전시돼 있었다.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최초로 약제상을 위한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1816년 Louis J. Dufilho, Jr.라는 사람이 최초로 이 약사 면허를 취득했다. 미국 최초의 약사 Dufilho이며, 이 박물관이 그의 직장이자 거주지였다고 한다.

미국 독립기념일은 1776년 7월 4일이지만, 영국으로부터 공식적인 독립 승인은 1783년 9월 3일에 체결된 파리조약에 의해 이뤄졌다. 그 조약이 발효된 날은 1784년 5월 12일이었다. 독립이 이뤄진 지 불과 3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약사 면허 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국가의 역사적 전환기를 지나며 약학 분야에서도 빠르게 제도적 발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대한 민감한 반영이 엿보였다. 약사 면허 제도의 도입은 단순한 법적 규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약학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약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려는 사회적 의지의 표명이다. 약학의 발전과 전문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학회 시작 전 약국 박물관을 방문했다. 19세기 사용하던 의약품과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그 시대에 사용하던 다양한 의약품뿐만 아니라 도구들이 전시돼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에 푹 빠졌다. 그 시대의 약학과 의학 발전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뉴올리언스에 온다면 이 박물관을 꼭 한 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월요일 오프닝 세션에 참석하기 위해 다 함께 학회장으로 향했다. 이번 학회는 뉴올리언스 모리얼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학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 병원 약사들의 축제처럼 느껴졌다. 뉴올리언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환영의 메시지로, 학회 시작을 알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오프닝 세션이 열리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We're Your Pharmacist’라는 슬로건이 우리를 반겨줬다. ASHP는 이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적인 대중 인식 제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약사들이 환자 치료 제공자이자 약물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대중에게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이 슬로건을 보며, 환자 치료 팀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약물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병원약사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오프닝 세션에서는 Presidential Address와 CEO Award for Staff Excellence 등의 주요 행사들이 진행됐다. 특히 Dr. Sanjay Gupta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Dr. Gupta는 CNN의 수석 의료 기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다. 함께 참석한 약사님 중 한 분이 이 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실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유명 인사를 초청해 대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학회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이 세션에서 다뤄진 내용들은 병원 약사들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환자 치료에 있어 약사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했다.

오프닝 세션이 끝난 후, 제약회사 부스로 이동했다. 부스에서는 미국 병원에서 사용되는 다양하고 새로운 기기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JVM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롤포장지를 사용해 환자가 한 번에 먹을 용량을 포장하는 방식인데, 미국에서 사용하는 JVM은 약통에 처방된 총량을 담아주는 방식이어서 흥미로웠다.

두 방식은 목적은 같지만, 환자에게 약을 제공하는 방식이 달라서 비교가 되었다. JVM 외에도 unit dose, 블리스터 포장 등 다양하고 개별화된 의료 기술들이 있었지만, 모두 한 종류의 약을 개별 포장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한국 병원 시스템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것 같았다.

물약을 1회용량으로 포장해주는 Fluidose 기기.
그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것이 Fluidose였다. 이는 물약을 1회용량으로 포장해주는 기계로, 한국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병원에서 입원 환자에게 제공하는 물약은 1회 복용량으로 조제해 병동으로 불출하고 있기 때문에, Fluidose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조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물약의 정확한 용량을 보장하면서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에 흥미로웠다.

딜리전트 로보틱스에서 출시한 의료기관용 이송 로봇 역시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로봇은 약품 배송, 실험실 검체 이송 등 여러 업무를 수행하며, 의료진이 일상적인 물품 이송 업무 대신 환자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함께 학회에 참석한 울산대병원에서는 항암제 이송 로봇 '케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해줬다. 케로는 약제팀에서 대기하며 약제 이송 요청 시 자유롭게 승강기를 타고 층간을 오르내리며 병원 내를 이동한다고 한다. 이 로봇의 도입 덕분에 의료진의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됐고, 환자에게 약제를 투여하는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학회에서 접한 이러한 장비들이 다른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우리 병원에도 도입된다면, 업무 효율을 더욱 높이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 구경을 마친 후, 함께 오신 다른 병원 약사님들의 포스터 발표 시간에 맞춰 다 함께 포스터를 보며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4 ASHP 학회에서는 총 3개의 병원에서 4명의 약사님들이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각각의 발표가 진행될 때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포스터 발표를 했으면 다른 약사님들과 의견을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 병원은 준비가 늦어져 아쉽게도 포스터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참가할 선생님은 미리 준비해 아쉬움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 포스터 발표는 단순히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다른 전문가들과의 소중한 의견 교환과 네트워킹의 기회가 돼 더욱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포스터 구경을 마친 후에는 각각 관심 있는 강의를 듣기 위해 자유롭게 이동했다. 강의 주제가 매우 다양해서 어떤 강의를 들을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난 11월 23일에 진행된 한국병원약사회 주관의 추계학술대회에도 참석했었는데, 한국병원약사회에서 진행하는 춘계와 추계 학술대회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부스와 포스터를 구경하고 강의를 듣는 동안, 한국병원약사회 김정태 회장님은 미국병원약사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셨다. 이번 협약식은 대만병원약사회와의 협약식(10/31)과 일본병원약사회와의 협약식(11/2)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로 체결된 국제 업무 협약이라고 한다.

이번 학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이런 노력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회장님을 비롯한 한국병원약사회의 헌신과 꾸준한 노력 덕분에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학회 일정을 마치며 참석 약사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기도 했다.
학회 일정이 마무리될 즈음, 미국에 와서 열심히 공부한 10명의 약사들을 위해 특별한 재충전의 시간을 마련해주시기도 했다. 김정태 회장님은 학회가 끝난 후 오이스터바와 재즈바로 우리를 이끌어 주셨다. 뉴올리언스에서 유명한 굴 전문점에서 신선한 생굴, 구이, 튀김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마음껏 즐기며 그동안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재즈바로 이동하여, 크리스마스 캐롤을 비롯한 다양한 노래를 직접 신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 함께 공부하며 각자의 병원 업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모든 약사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우리 병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미국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병원약사로서 나의 전문성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경험을 실천에 옮기며, 나와 함께하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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