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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뭐 먹지?"…'원쥴랭가이드' 탄생 스토리

  • 이혜경
  • 2018-09-13 06:15:49
  • 복원준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 대리

지난 달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내 익명게시판에 '원쥴랭가이드'가 올라왔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라는 제목을 단 게시글의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줄줄이 댓글도 달렸다. 이 글에는 '원쥴랭가이드 1.0(점심편)'이라는 엑셀 파일이 첨부됐다. 건보공단 본부가 있는 강원도 원주 맛집 리스트다.

언뜻 보면 메뉴별로 다양한 맛집을 골라 넣은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건보공단 직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녹아있다. 낮 12시부터 1시까지라는 한정된 점심시간을 활용, 건보공단과 가까운 장소를 위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별 맛집 리스트였다.

본부 직원들의 점심 고민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던 익명의 작성자는 글 게시 한 달 만에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정체가 공개됐다. 복원준(36)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 대리가 익명게시판 '인기 글'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빅데이터운영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원쥴랭가이드의 신뢰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소확행(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의 줄임말)' 같은 시간이잖아요."

복 대리가 원쥴랭가이드를 만든 이유는 단 하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직장인들에게 점심 1시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 세끼 중에 직장동료끼리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겐 힐링과 같은 시간이죠."

복 대리는 2016년 1월 1일 건보공단 원주 본부 시대부터 함께 했다. '원주민(원주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원주에 사는 사람들을 일컬음)'이 된 지 3년 차다. 그렇게 쌓인 원주 맛집 정보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른다. 그중 원쥴랭가이드 점심편에 포함된 식당은 100여개 정도다.

원쥴랭가이드는 찌개, 전골, 탕, 순댓국, 해장국, 육개장, 중식, 초밥, 양식, 돈가스, 국수, 막국수, 닭국수, 면, 냉면, 쌀국수, 카레, 낙지, 분식, 떡볶이, 닭갈비, 찜닭, 브런치, 죽, 회, 옹심이, 뷔페, 태국음식, 그 외 밥집 등의 메뉴로 식당 이름, 주메뉴, 이동 방법, 전화번호, 예약 가능 여부, 특이사항(휴무일)이 적혀있다.

수정·재배포가 불가능하도록 PDF 파일로 공유할 수도 있었지만, 복 대리는 쉽게 검색하고 각자 수정하며 리스트를 추가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을 고집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 포털사이트에 제공된 전화번호가 맞는지 확인했고, 예약 가능 여부까지 파악했다. 순수 작업 시간만 해도 7~8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익명게시판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을 통해 '별점'이나 '저녁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별점도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별점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생각해요. 같은 곳도 가는 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질 수도 있고, 별점이 높은 식당만 가고 싶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판단은 직원들의 몫에 맡겼어요. 하지만 리스트에 있는 모든 집이 '한 번쯤' 꼭 가보면 좋을 집들로 엄선했어요."

복 대리는 현재 원쥴랭가이드 '점심편 1.1' 버전과 '저녁편 1.0' 버전을 제작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카페편'도 만들 예정이다. 완성된 원쥴랭가이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내 익명게시판에 공유할 계획이다. 버전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건보공단 직원도 여럿이다.

"사실 맛집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꽤 할 일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업무시간 이외 온전히 저만의 시간에 저의 '소확행'을 위해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말 작은 일이지만, '원쥴랭가이드'를 통해 건보공단 직원들이 매일 똑같았던 1시간의 점심시간을 '소확행'의 시간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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