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화의 관점]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6)
- 데일리팜
- 2022-11-02 16: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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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돌림판에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표시하고, 이 돌림판을 10 또는 65에서만 멈추게 조작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에게 회전판을 돌리게 하고, 나타난 숫자를 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연구자들은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수의 백분율" 같은 양(quantity)에 관련한 추정치를 실험 참가자에게 기록하게 하였다.
오리건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돌림판과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숫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25%, 65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45%로 유엔 가입률을 추측했다. 즉, 학생들이 직전에 본 돌림판 숫자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숫자의 암시 효과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로 불린다.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가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기준점 역할을 해주는' 이 현상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10만 원인데 50% 할인을 적용해서 5만 원이라는 메시지를 읽을 때, 우리는 (자동으로) 10만 원을 기준점으로 세우고 5만 원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얼마였는데 얼마로 할인해드릴게요’라는 메시지에 매번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소매업(retail) 진열 마케팅 전략에서도 기준점 효과를 설득 메시지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9천 원짜리 제품이 홀로 진열되어 있을 때 보다, 1만5천 원짜리 옆에 진열되어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만약 같은 카테고리에 2만 8천 원짜리 제품이 있다면, 1만5천 원짜리 제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효과가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볼 수 있다. 즉, 소매점에서는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싶은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의 가격을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점 효과의 메커니즘은 수리적 점화(numerical priming)라고 불리는데, 노출된 숫자가 뇌에 점화(반짝반짝 불을 켜고) 다음 판단에 활용되는 걸 의미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홍콩중문대학교의 웡과 퀀(Wong & Kwon)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적 점화 실험을 시행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공항 활주로의 거리가 7.3km보다 긴지 혹은 짧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른 그룹에는 7,300m를 기준 숫자로 주었다. 두 숫자는 의미상으로는 같지만, 표현은 다르다. (이것이 이 실험의 묘미다) 그리고서 버스 비용을 추정하는 질문을 하였다.
연구 결과 7.3km 기준점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7,300m에 노출된 참가자들보다 버스 비용을 유의하게 낮게 추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돌림판의 사례처럼 전혀 관계가 없는 추론에도 직전에 본 숫자는 (그 진짜 의미와 관계없이, 물리적인 크기만으로) 판단 기준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약국에서의 기준점 효과를 생각해 보자.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수많은 숫자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약국 안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는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만약 조제 후 본인부담금으로 1,500원을 계산했다면 10,000원은 비싸게 느껴진다. 본인부담금이 30,000원이었다면 10,000은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약국 본인부담금이 얼마인가? 이 숫자 기준점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
내 기준점을 다르게 가져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수증 숫자 항목을 잘 적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비 총액이 얼마라고 크게 적혀 있으면 기준점은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꼭 좋은 것일까? 맥락에 따라 다르므로, 이것 역시 각자의 판단이 필요하다.
혹은 다양한 숫자가 보이게 진열해두면 어떨까? 고객은 카테고리별로 숫자를 볼 수 있게 된다. 방금 계산한 본인부담금이 기준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었던 영역의 카테고리의 숫자들이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의약품은 신용재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난 뒤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신용재라 부른다. 의, 약료 서비스가 대표적] 이기 때문에 약사가 그 카테고리에 있는 제품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설명하는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오픈 매대로 진열했더라도 꼭 함께 걸어 나가 [의약품 설명과 숫자]를 함께 보며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첫째, 내 약국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숫자들도 메시지처럼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기준점이 되는 숫자들을 잘 활용하는 건 의미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그러므로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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