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치료,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안경진
- 2016-05-25 06: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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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소좀축적질환 전문가 론 앤드류 클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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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환자를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고셔병, 뮤코다당증으로 대표되는 리소좀축적질환의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결핍된 효소를 체내에 직접 주입해 대체해주는 효소대체요법은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다만 이미 축적된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으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조기발견과 치료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리소좀축적질환 전문가로서 25년간 뮤코다당증 환자들을 치료해 온 캐나다 론 앤드류 클락(Lorne Andrew Clarke) 박사(브리티시 콜럼비아 의과대학)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있어 너무 안타깝다"며,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격차를 최소화 해야 한다. 뮤코다당증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 5월 15일을 '세계 뮤코다당증 인식의 날'로 알고 있는데,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 것 같다. 질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뮤코다당증은 10만 명당 1명 꼴로 발생할 만큼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인데, 유전질환이라 전 세계적인 발생빈도는 유사하다고 본다. 문제는 누구나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아이를 낳기 전이나 출생 초기에도 외형만으로는 유전 여부를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뮤코다당증은 여러 리소좀축적질환 가운데 유전자 이상으로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되어 발병한다. GAG는 눈, 뇌, 심장, 간, 비장, 뼈 등 모든 장기에 축적될 수 있으며 축적 속도는 유전자 변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GAG 축적 부위에 따라 간비대, 비장비대, 심장질환, 관절통증 및 구축, 성장지연 등이 나타나고 뇌에 축적될 경우 지능저하나 발달지체도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중증 환자는 10세 전후에 사망하며, 중증이 아니라도 대부분 4~6세에 운동기능 장애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 효소대체요법이 리소좀축적질환 치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인다. 도입 전후를 비교한다면 어떤가?
리소좀축적질환 분야 전문가들은 70~80년대부터 효소 결핍 문제를 발생시키는 유전자와 그 단백질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개발된 것이 결핍된 효소를 몸에 직접 넣어주는 효소대체요법(ERT)이다. 25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니 ERT 도입 전과 후의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적절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환아가 질환으로 고통 받다 10살도 안 돼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가족들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기존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10세 전에 사망했다.
환자 가족들을 지지하는 것 밖에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알두라자임, 엘라프라제 같은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의 상황은 상당히 달라졌다. 실제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 중 3명이 대학에 다니고, 결혼을 하기도 한다. 10년 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일이다. 캐나다에서 후를러증후군 치료제 개발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에서는 15년 째 치료를 받으며 잘 살고 있는 환자도 있다.
- 이제 치료제가 있으니, 빠르게 진단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조기진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그렇다. 효소대체요법이 진행을 늦추거나 막아준다 하더라도, 이미 축적된 GAG로 인해 장기가 손상된 경우는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기 어렵다. 리소좀축적질환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손상 전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단 방법 자체는 저렴하고 쉽다. 문제는 뮤코다당증의 초기 증상이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는 워낙 흔한 증상이라 감별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희귀한 질환이라 의사들도 이런 환자를 평생 한 번 이상 만나기 힘든 실정이다.
전문의를 대상으로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인지 교육하고, 최대한 빨리 뮤코다당증을 진단할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교육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의대에서 뮤코다당증 등 희귀질환을 가르치는 교과서를 보면 8세 정도 되는 환아의 말기 사진을 보여주지 않나. 그렇게 진행한 상태에서 진단하는 것은 너무 늦다. 1세 전 조기진단하여 치료해야만 한다.
1명의 뮤코다당증 환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적극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경우, 환아가 또래 아이에 비해 이비인후과 질환이나 탈장 등이 자주 발생한다면 뮤코다당증을 의심하고 검사해보길 권한다. 신생아가 태어난 직후 스크리닝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또다른 방법이다. 북미,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뮤코다당증 1형에 해당하는 후를러증후군의 스크리닝 검사를 의무화 하는 안이 검토 또는 적용되는 추세이고, 2형 헌터증후군 스크리닝에 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스크리닝 검사가 폭넓게 사용되기 전까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고 검사를 시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효소대체요법에 사용되는 약제 간 차이는 없나? 약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 옵션이 많지는 않다. 특정 치료제가 승인되면 유사 약물 개발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치료제를 선택할 때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보건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약제 중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가 모두 다 확보되어 있는지 고려하는 게 필요하겠다.
엘라프라제와 알두라자임 등 현재 치료제는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매주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지 않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투약 방법이나 약물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연구 단계기 때문에 차세대 치료제가 보건당국으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기 전까지는 승인된 약물로 가급적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치료제를 사용하건, 치료 시작이 늦어지면, 약제에 따른 차이는 미미해질 수 있다. 치료제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 문제다.
- 국내 의료진에게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고의 전환을 통해 뮤코다당증 환아인지 의심해보고 조기진단과 치료를 하려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 세계적인 컨소시엄을 형성해 희귀질환자 데이터 레지스트리(registry)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러 전문의들에게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지스트리를 통해 최다 진단 연령대나 주요 초기 증상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의들의 개인적 경험과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합치면 환아들이 1세부터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현재 레지스트리에 뮤코다당증 1형 환자가 2600명, 2형 환자가 2000명 가량 등록돼 있는데, 그 중 중증 환자는 평균 진단 연령이 1세로 6개월 정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환아들도 있다. 증상 발현부터 진단 시점까지 격차가 6~10개월, 경증인 경우 10년까지도 벌어진다.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치료제가 있는데 치료를 미루거나 진단이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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