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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제일 먼저' 만들까? '가장 좋게' 만들까?

  • 데일리팜
  • 2013-01-21 06:30:04
  • 한용해 회장(재미한인제약인협회)

한국의 제약업계에선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FTA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국의 제약사들을 방문해 보면 신약개발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 어떤 질병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각 질병중에서 어떤 타겟을 겨냥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타겟을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을까 (first in class)? 아니면 남들이 하는 연구에 뛰어들어 더 좋은 신약을 만들어 내는 게 좋을까 (best in class)?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전략은 둘 중 어느 것일까? 2006년, Merck는 경쟁사들보다 가장 먼저 DPP4 저해제 자누비아를 시장에 내놓으며 당뇨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그 결과 지금 연 매출액이 6조원을 넘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Merck보다 2~3년 늦은 시점에 Novartis는 가브스를, BMS사는 온글라이자를 각각 출시하였지만 매출에 부진을 겪고 있다 (자누비아 매출액의 12~15%에 불과). 왜냐하면 자누비아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 입장에선 자누비아에 비해 후속약들이 탁월한 장점이 없어 약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fizer는 1998년 발기부전치료제로 비아그라를 시판하며 이 분야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구축하였다. 5년후 Bayer는 레비트라, Lilly는 시알리스로 각각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시작하였지만 비아그라는 선두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한 채 특허가 만료되기까지 연매출액 2조원 이상을 올렸다. 이외에도 필로섹 (Astrazeneca), 코자 (Merck), 프로작 (Lilly), 카포텐 (BMS), 탁솔 (BMS), 타가메트 (SK&F) 등의 약들도 각 타겟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해당 기업에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약은 마케팅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 개발사는 잘 하면 돈방석에 올라 앉을 수 있다. Genomics와 proteomics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타겟의 발견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어떤 타겟이 특정 질병과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한 후 이 타겟을 활성화 하거나 저해하는 신물질을 찾아낸다면 first in class 신약의 탄생이 가능해 진다. 새로운 타겟을 찾고 그를 겨냥한 물질을 찾는 일이 쉬워지다 보니 바이오텍이나 아카데미아에서도 전임상이나 초기임상까지 연구개발을 주도한 후 빅파마에 라이센싱아웃을 하는 일이 흔하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런 기회는 한국의 제약사에게도 열려 있다. 그렇지만 first in class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누구도 손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타겟이다 보니 그 타겟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을 고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면서 승인을 받아내기까지 온갖 시행착오을 감수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first in class 전략은 후발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후발 기업들은 선발기업이 개발한 약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단점을 개선한 신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선발약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확률이 높다. 즉, 후발신약이 선발신약을 밀어내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기는 것이다. Best in class 전략이 성립하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많은 제약사들이 앞서서 개발된 약을 뛰어넘는, 즉 best in class전략으로 신약개발에 임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길리어드의 타미플루가 좋은 예이다. 이 약은 GSK가 개발하던 리렌자를 모델로 삼아 개발된 약이다. 리렌자는 경구 복용시 흡수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프레이용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길리어드는 이러한 리렌자의 약점에 착안하여 화학구조를 변경한 물질들을 집중적으로 스크리닝하여 경구 흡수가 잘 되는 물질을 찾아냈다. GSK보다 6년 늦게 개발에 나섰지만 빠르게 개발을 진행하여 결국 리렌자와 비슷한 시점에 FDA 승인을 받아냈다. 약효와 내성출현면에서는 리렌자가 우위에 있었으나 타미플루가 복용이 편리하다 보니 손쉽게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런 예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메바코 (Merck)를 필두로 여러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등장하여 큰 주목을 받았지만 10년후 등장한 리피토 (Pfizer)가 차별화된 약효와 경감된 부작용으로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을 평정하게 되었다. 고혈압 치료제 카포텐 (BMS)은 처음 개발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피부 발진이 생기는 부작용에다가 복용시 쇳가루맛이 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며 4년후에 개발된 바소텍 (Merck) 에 의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었다. 시알리스 (Lilly)도 비아그라보다 편리성이 뛰어난 덕분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좋은 예이다. 이른바 best in class 전략이 성공한 예는 이들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솝우화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신약개발의 싸움터에서는 변형된 형태로 펼쳐진다. 앞서가던 토끼가 정신을 바짝 차리면 결승점에 있는 모든 열매를 따먹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뒤쳐진 거북이는 이삭 줍기만을 기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뛰던 주자가 거북이처럼 뒤뚱거리면 토끼처럼 쫓아오는 후발주자가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앞서 뛰던 주자는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 새로운 타겟에 처음 도전하다 보니 개발과정에서, 특히 임상실험단계에서 돌출되는 수많은 이슈들을 가지고 허가당국과 힘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한다.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번번이 새로운 데이터를 도출해가면서 허가당국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후발주자들에게 학습의 기회가 된다. 선발주자가 허가당국에 두들겨맞는(?) 걸 보면서 미리 대비할 방법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DPP4 저해제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던 Norvatis (가브스)가 전속력으로 달려온 Merck (자누비아)에 추월을 허용하고 밥그릇을 빼앗겨 버린 것이 좋은 예이다. 이렇듯, 선발회사가 앞서가며 힘들여 닦아놓은 길이 후발회사들에겐 고속도로가 되어 추격의 빌미가 된다. 최근 들어서는 그 추격시간이 훨씬 앞당겨지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first in class 약이 발매된 후 경쟁약이 등장하기까지는 평균 4년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 만큼 best in class 전략이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뒤늦게 출발했어도 나름의 아이디어를 투입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여지가 있다. 출발이 늦었더라도 남들보다 더 좋은 약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는 회사가 길리어드다. 길리어드는 철저하게 best in class 전략만으로 신약 개발에 임하여 오늘날 거대한 제약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길리어드는 개발을 먼저 시작한 다른 회사의 신약 후보를 철저히 분석하여 유사하면서도 우월한 후보물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개발을 시작한 지 1년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스크리닝부터 전임상 실험들을 빠르게 진행한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를 개발할 때도 무려 6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따라잡은 경험이 있다. 그럼,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많이 쓰고 있을까? 당연히 best in class이다. First in class 전략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기업으로서는 사운을 걸고 매달려야 된다. 개발을 하다보면 초기 임상단계에서의 기대와 달리 종종 변변치 못한 약효나 예상치 못한 독성으로 신약개발에 실패하게 되고 기업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best in class 전략을 많이 택할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가 아니라 '가장 좋게' 전략을 쓰는 것이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근면하다. 이미 검증된 타겟에 뛰어들어, 앞서서 개발되고 있는 약에 대한 개발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하여 용법, 약효, 부작용 등이 개선된 신약을 집중적으로 찾아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Made in Korea 신약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길리어드 같은 회사가 한국에도 여럿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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