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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7천개 약가인하의 찜찜한 민낯[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오는 9월 5일부터 국내 제약업계에 대규모 약가인하가 시행된다. 제네릭 의약품 7387개 품목의 보험상한가가 최대 28.6% 인하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지난 3년 간 추진한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검토 결과 시행되는 약가인하다.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말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제네릭 약가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총 182개 업체의 제품이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국내제약사 대부분 약가인하를 감수한다는 얘기다. 100개 이상 약가가 인하되는 업체도 5곳에 달했다.약가인하 의약품은 인하율을 보면 14~15%가 6374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고가 요건 1개를 충족하지 못해 약가가 내려가는 사례다. 약가인하 의약품 중 인하율이 20%를 상회하는 제품은 153개에 달했다. 이중 127개 품목은 약가인하율이 27%가 넘었다. 기준요건 2개 모두 충족하지 못해 인하율이 높아진 제품이 100개가 넘었다는 얘기다.이미 유통업체와 약국가는 약가인하 제품의 반품을 두고 초비상이 걸렸다. 유례 없이 많은 의약품의 약가인하로 당분간 유통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번 무더기 약가인하로 인한 혼란의 책임은 정부가 가장 크다. 약가인하 방식이 너무 무모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을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허가 용도의 임상시험이다. 단순히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가를 깎는 방식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정책이다.정부가 생동성시험을 약가 유지 요건에 포함하면서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제약사들은 약가 유지를 위해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비용 지출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제약업계는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하지만 제약사들도 수천개 약가인하로 인한 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보건당국은 오는 9월 약가인하로 연간 2978억원의 건강보험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품목당 연간 4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는다는 의미다. 제약업계 입장에선 연간 2978억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약가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그런데 평균 약가인하율을 15%로 가정한다면 이번에 약가가 떨어지는 의약품의 연간 처방액은 약 2조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품목별 평균 처방액이 3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번에 약가가 내려가는 제품 대부분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이번 약가인하 의약품 중 허가 받은 이후 판매 실적이 전혀 없는 제네릭은 1000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요건 2개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약가인하율이 27%가 넘은 제품 중 상당수는 판매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약사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팔 계획도 없는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장착하는 ‘묻지마 허가’를 진행했다. 지난 5월 미생산 미청구 의약품 300여개 품목이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는데 2019년과 2020년 허가받은 제품이 70%에 육박했다. 허가받은 지 4년에도 못 미치는 신제품이 판매 실적 없이 사라졌다는 얘기다.2019년과 2020년은 유례 없이 많은 제네릭 허가가 쏟아진 시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허가건수는 2018년 1562개에서 2019년에는 419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에는 2616개로 2년 전보다 67.5% 늘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600개, 1118개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2019년과 2020년 전문의약품 허가 폭증은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무더기 판매중지 이후 정부가 제네릭 규제 마련에 착수했고 이때 제약사들은 위탁 방식으로 제네릭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후 팔지도 못한 제네릭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당수 제품은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는데도 약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팔지도 않을 의약품의 허가에 소요된 인력과 비용, 팔지도 않을 의약품의 허가 심사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 판매된 적이 없는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위해 투입된 에너지 등 모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다. 결국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이 근시안적인 제약사의 욕망을 만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는 이상한 현상이 연출됐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너무나 이상하다. 국내 제약업계의 찜찜한 민낯이다.2023-08-30 06:15:54천승현 -
[기자의 눈]공공 플랫폼보단 재진 비대면 축소가 정답[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의료기관·약국과 환자 사이 비대면진료·조제를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 마련이 새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복수 심사위원들이 민간 플랫폼이 촉진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부작용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는 비판을 강하게 제기하면서다.민간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사실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 애당초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정부의 비대면진료 법제화 움직임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도 민간 플랫폼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 탓이었다. 2000년도 의약분업 이후 20년 넘게 자리잡은 의료전달체계와 의약품 처방 환경이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플랫폼 법제화로 단숨에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과잉 진료·처방·조제를 부추기거나 특정 질환 쏠림현상이 지금보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의·약사 반발 논리였다. 의약계는 지금도 플랫폼의 정의와 역할을 의료법으로 규정하는 데 회의적이다.결국 민간 플랫폼 규제 대책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3년 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기간에 이어 시범사업 시행 세 달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똑부러지는 해법 없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복지위원들이 이번 법안소위에서 정부를 향해 '공공 플랫폼' 마련 등 대응책을 직접 요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상황이 이렇자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 무게는 정부가 직접 관리·규제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이 실무를 도맡는 공공 플랫폼 시스템 마련과 법제화로 쏠리게 됐다. 이미 민주당 소속 복지위원들은 사실상 민간 플랫폼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공공화하고 그 자리를 공공 플랫폼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비대면진료 입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직접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미 3년넘게 비대면진료를 시행해 오면서 닥터나우 등 민간 플랫폼이 팬데믹 상황에 맞춘 중개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와서 산업으로서 외연과 내실을 갖춘 민간 플랫폼에게 무작정 중개업을 접으라는 요구를 하는 것도 무리다.비대면진료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골몰한 게 민간 플랫폼 규제와 공공 플랫폼 제도화 논의에 재차 불이 붙은 배경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비대면진료 오남용 대책에 시선을 옮기는 게 보다 정확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효과적이다. 플랫폼을 휘어잡아 비대면진료 부작용을 해소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넓은 재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꼭 필요한 질환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현재 복지부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오·남용 의약품 처방이 요구되는 몇몇 질환을 제외한 모든 질환에 대해 의료기관을 한 차례 방문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우 재진 비대면진료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시범사업안을 그대로 법제화하자는 주장을 견지중이다. 민간 플랫폼은 복지부 주장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민간 플랫폼의 비대면진료 악용과 의료 영리화, 국내 보건의료·약국 생태계 붕괴를 우려해 플랫폼 규제와 공공 플랫폼 구축을 요구하는 게 일견 이해되는 이유다.그렇더라도 야당 의원들의 공공 플랫폼 제도화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민간 도움 없이 정부가 오롯이 공공 플랫폼 운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녹록치 않고, 이미 민간 플랫폼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역시 머릿속에 민간 플랫폼 규제 방안은 물론 공공 플랫폼 제도화 방안이 뚜렷이 자리잡지 않은 모양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대한약사회가 일부 민간 플랫폼과 연동중인 처방전달시스템(PPDS)에 대해 "약사회가 민간 플랫폼과 협력하는 규율은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 요건을 갖춘 민간 플랫폼이 정확하게 법을 지켜가면서 비대면진료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게 국민 보건을 지키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는 견해까지만 드러냈다. 민간 플랫폼이 촉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조항을 만들거나, 공공 플랫폼 제도화 청사진을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움직임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물론 야당 의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민간 플랫폼 비대면진료 부작용은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상당수 비대면진료가 탈모약 등 비급여약 처방에 쏠리는 문제가 드러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복지부는 특정 질환·처방약 쏠림 현상에 대한 성적표를 들키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시범사업 통계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자문단 회의 내내 비급여약 비대면 쏠림 문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고 있다.이런 혼란속에서 제대로 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려면 재진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원래 법안 발의 취지인 '의료취약자의 의료접근성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진 비대면진료를 현행 시범사업 대비 보수적으로 수정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공 플랫폼이 활성화하거나 구축되지 않더라도 최대 고민거리인 비대면진료 부작용이 대폭 해결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법제처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올해 제21대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점법안으로 지정했다. 입법이 지연되는 이유를 분석해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제처 타임라인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성공하려면 복지부는 국회가 수용 가능한 비대면진료 부작용 대책을 세워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국회와 복지부가 민간 플랫폼, 공공 플랫폼에 매몰되기 보다는 막연히 넓게 허용중인 재진 비대면진료 질환을 스마트하게 손질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삭제하는 혜안을 보일 때다.2023-08-29 16:56:54이정환 -
[기자의 눈] 제약업계 M&A 바람이 분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40대 중반 오너 2세와의 술자리였다. 하반기 회사 목표를 물었다. 술자리 초반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의 질문이었다.'R&D나 시설에 투자해 성장동력을 쌓고', '신제품을 단기간 블록버스터로 만들고',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조직 통합과 인원 재배치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등의 통상적 답변을 예상했다."'M&A를 추진하려고 한다."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M&A'라는 한 단어였지만 제약업계가 새삼 '달라졌다'를 느꼈다. 창업주에서 경영권이 2~3세로 넘어오면서 M&A에 대한 인식도 뚜렷하게 변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계획도 구체적이었다. 눈 여겨 보는 회사들의 사업 구조 특징, 최대주주 지분율, 시가총액 등을 낱낱이 꿰고 있었다.그는 "오래된 제약사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많다. 우리 회사와 시너지가 극대화 된다면 M&A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 여러 곳을 물망에 둔 상태다. 회사 현금이 많아 최대주주 지분율이 10~15% 정도인 곳은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옛날처럼 제네릭 영업하고 회사 키우는 시대는 갔다. CSO 영업으로 수수료를 내는 대신 M&A가 비용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또 다른 50대 중반 오너 2세에게도 M&A 추진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당연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과거 M&A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실행할 때라고 언급했다.그는 과거 녹십자-일동제약 사례를 들며 더 이상 인연에 얽매여서는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오너의 자질은 직원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 우선이다.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M&A를 포기한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녹십자와 일동제약 빅딜이 일어났다면 제약산업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됐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적대적 M&A로 비판 아닌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M&A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경영의 한 축이 됐다."한 두 명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기에 오너 2~3세와의 만남에서 꾸준히 M&A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대부분 M&A를 대하는 방향성과 자세가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는 특정 제약사와 이에 수반되는 자금 조달 등 구체적인 계획도 귀띔했다.시대가 변하며 과거에 불가능하게 보였던 것들이 당연시되는 요즘. 제약업계도 2~3세의 의견을 반영했을 때 M&A 바람이 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M&A를 추종하는 건 아니지만 M&A를 경영의 한 축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제약업계도 또 다른 붐이 조성될 수 있다.2023-08-29 06:00:00이석준 -
[칼럼] 질염과 프로바이오틱스질염은 질 점막에 세균성 감염이나 염증 등을 통해 발생하며 질 가려움증, 질 건조, 냉 냄새, 냉대하증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이게 된다. 질염은 ‘여성들만 걸리는 감기’ 혹은 ‘질에 걸리는 감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당사자의 일상에는 말 못할 불편을 초래한다. 감기도 충분한 휴식 없이 무리하고 피곤할 경우 잘 걸리는 것처럼 질염 역시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질염은 자주 걸리게 되는 여성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다.여성의 질 건강을 지키는 프로바이오틱스 우리는 흔히 우리 체내의 유산균은 대장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기 쉬운데, 여성의 질 내부에도 다양한 유산균이 존재하며, 특히 정상적인 질의 내부에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피로, 질 세정제, 피임제 등의 빈번한 사용을 통해 질 내 유산균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외부 미생물의 감염에 취약해지기 쉽다.예를 들어, 피임제를 복용하면 질 내부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이용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 감소하고 이는 질 안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수의 감소와 pH의 상승을 가져온다. 이는 질 안에 염증을 유발하는 기회성 세균과 칸디다균 등의 감염을 억제하지 못하게 돼 질염을 일으킨다. 항생제를 이용하면 빠르게 감염 세균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캔디다균과 같은 진균의 퇴치는 쉽지 않고, 세균의 경우도 감염 세균은 퇴치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항생제에 의해 질 내 유산균은 전멸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질염으로부터 회복도 쉽지 않게 된다.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히 퇴치하기는 쉽지 않다.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통한 질 건강 관리 습관모든 건강 유지의 기본은 항상성 유지다. 질염은 세균 또는 캔디다균의 감염에 의해 과도하게염증반응이 진행된 질환이다. 질염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질 내의 염증반응을 줄이면서도 질 내 서식하는 유익한 세균들이 잘 자라 질염을 일으키는 균주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질의 면역반응을 조절해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유익한 유산균들의 복귀와 강화가 이뤄져야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여성의 질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예를 들면, Lactobacillus plantarum NK3, Bifidobacterium longum NK49는 대식 세포의 분화와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을 조절해 가르드넬라균이 일으키는 질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질과 장 내 서식 세균의 건강한 회복을 도와준다.이와 같은 효능을 가진 프로바이오틱스들의 섭취는 질과 소화관의 면역반응을 조절해 전신으로 진행된 염증 반응을 낮춤으로서 질염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어, 질염의 걱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프로바이오틱스는 유전적 특성으로 분류하면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는 락토바실러스 계열과 비피도박테리움 계열이 있다. 건강한 여성의 질 안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락토바실러스도 특성에 따라 같은 이름을 가진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이라 할지라도 유사한 능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효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각 종의 효능을 차별화하기 위해 학명 뒤에 고유 번호들을 추가하기도 한다. 위에서 예로 든 Lactobacillus plantarum NK3, Bifidobacterium longum NK49같은 형식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질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면 프로바이오틱스의 학명과 함께 고유 번호까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약력 현 엔비피헬스케어 상임고문 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고황 명예교수 도야마의과약과대학교 대학원 약학 박사 제17회 송음 의약학상 수상2023-08-28 17:37: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공적 전자처방전에 웃을수 없는 약사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사회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공적 전자처방전’이 이슈로 떠오르고 급기야 법안으로 발의됐다. 누구보다 환영해야 할 약사회인데, 뒷맛이 뭔가 씁쓸하다.지난 21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의 개념을 법제화 하고 정부의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현행 의료법에도 처방권자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전자로 처방전을 발송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그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일부 병원에 한해서만 민간 사업자가 개입된 형태의 전자처방전이 전송되고 있는 실정이다.서 의원은 민간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자처방전이 발급되면서 합법적 서비스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가, 활용률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표준화 된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비대면 진료로 더 강화됐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현재의 민간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처방전은 관리기전 부재로 환자 개인정보나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서 의원은 이번 법안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처방전, 처방전 작성과 교부 조항에 따른 전자처방전 발송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처방전 전자전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더불어 복지부장관이 처방전전자전달시스템의 구축·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전자처방전달 시스템의 주최인, 진정한 의미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인 것이다.약사회는 그간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의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약사회의 요구로 정부와 보건의약단체, 전문가 등이 모인 협의체가 출범돼 회의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 6월 이후 협의체의 논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협의체가 중단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약사회에서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대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협의체 재개 필요성을 물어도 움직임이 없는 정부의 행보를 탓할 뿐이었다.그러던 중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추진됐고, 약사회는 급기야 회원 약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민간 플랫폼과 연동하는 형태의 처방전달시스템(PPDS)를 마련했다. 민간 플랫폼 난립으로 인한 지역 약국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약사회가 만든 시스템으로 민간 플랫폼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최 회장은 이번 시스템 개시 당시 추후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이번 시스템을 제도권 위에 올려놓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공적 시스템으로 인정받아 제도화된 비대면 진료 하에서 이번 시스템을 통해 지역 약국이 처방전을 전송받게 하겠다는 의지다.그간 정부 주도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요구해 왔던 약사회의 행보와 플랫폼과 연동하는 형태의 PPDS를 제도권에 올려 전자처방전 전송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는 어딘가 엇박자가 나 보인다.약사회가 PPDS에 집중하는 동안 의사협회는 민간 플랫폼을 배제한 형태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으며, 더불어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개발 중인 플랫폼과 관련해 ‘철저히 민간 플랫폼을 배제했다’데 방점을 찍었다.국회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을 법제화 하자고 나선 상황에서 그간 PPDS에 온 전력을 집중해 왔던 약사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2023-08-27 16:49:09김지은 -
[기자의 눈] 약국 주인공은 약이 아닌 환자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일본에서 열린 드럭스토어 쇼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쇼를 참관하기 위해 모인 인파는 북새통을 이뤘다.사실 드럭스토어 쇼 참관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일본이 물리적으로는 가깝게 위치해 있다고 하지만, 완전 분업이 실시돼 있지 않고 약국 역시 법인약국 형태로 우리와 차이가 크다 보니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그래서 뭐'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일본 약국과 드럭스토어를 관람하면서, '와! 우리나라 약국들이 정말 많이 진화하고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손 조제가 100%를 차지하던 우리 약사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ATC와 제품, 진열을 구경하고 배워보겠다며 일본으로 향했다. 약국에 보편화된 가루약 분배기나 시럽 분주기, 반자동 조제기기도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에 보급된 경우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 우리 약국이 시스템화되고 선진화된 것만은 팩트였다.물론 조제약 자동 검수기나 주사기처럼 일회용 포장단위로 멸균돼 공급되는 투약병은 우리 약사들이 "부럽다"고 한 부분이었지만, DUR이나 POS 시스템, 자동발주 시스템, 처방전 리딩 시스템은 일본과 비교할 때 오히려 선진화된 모습이었다.허나 이번 출장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 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약국 한 면이 기저귀와 개호식품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약국체인에서 이동형 트럭을 통해 의약품과 식료품을 판매하고, 대형화면을 통해 약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놀라웠다.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도 전체 인구 가운데 20.6%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2035년에는 30.1%, 2050년에는 40.1%를 고령인구가 차지하게 된다.우리 약국은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을까. 일본 약국의 이념이 '물건에서 사람으로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간 약국이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로서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약사의 역할과 미션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약사가 가구를 방문하는 재택약료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한다.노인의 경우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가 더 많고, 같은 약을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약물의 흡수에 대한 개인 차가 크다 보니 약사가 이러한 부분을 잘 관찰해 주치의에게 알려주고, 보다 건강한 삶을 오래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팀 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약국의 주인공은 약이 아닌 환자 개개인이 돼야 한다. 약(상품)을 가운데 둔 상담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고 걸러주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있어 약사의 역할이 되리라 생각한다. 챗 GPT도 미처 닿을 수 없는 영역에서 약사의 활동이 더욱 강조되고 중요한 이유다.2023-08-24 14:31:14강혜경 -
[기자의 눈] 통합 6년제에 맞는 약사정책 고민할 때[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전국 약학대학이 수능 입시로 선발하는 통합6년제 학제 개편이 이뤄지며, 약대들은 학생 이탈에 따른 결원 문제를 숙제로 떠안았다.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약대 입학 후 휴학 혹은 자퇴를 하면서 생긴 문제다. 각 약대는 일반편입을 통한 충원 모집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수능 고득점 학생들을 선발하는 상위 학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또는 이탈한 학생을 다시 모집하면 되는 문제일 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다만 이 같은 접근은 어디까지나 숫자세기에 불과하며, 전체 약사 배출을 단순 숫자로만 판단하는 시선과 다를 바 없다.그보다 수능 입시로 약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가진 약사에 대한 가치관이 그동안 약대를 진학해 졸업했던 학생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다. 출발 선에서부터 학과 이탈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이 같은 미묘한 차이는 교내 구성원들도 체감하고 있다. 재학생 중 고학년들은 교내 행사에서 보여주는 1~2학년들의 태도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그것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에 앞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모 약대 교수도 학생들이 점점 더 금전적인 것에만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투자,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는 약대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약사 배출에 따라 약국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약사회 회원이 정비례하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약사회는 약사들의 개인적 성향을 원인으로 꼽으며, 앞으로 약사사회 결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아마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6년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매년 2000명씩 배출돼 10년 뒤 2만명이 현장에서 활동한다면, 이들 중 얼마나 약사회와 약사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물론 통6년제에 맞는 교육 과정의 중요성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요하지만, 약사회도 학제 개편에 따른 변화가 약사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약사사회는 직면한 과제들이 산적하다. 비대면진료부터 안전상비약, 한약사 문제까지 풀어야 할 것이 당장 눈 앞에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약학교육에 따라 달라질 미래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이제 막 약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것이 약사회의 10년 뒤 모습을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2023-08-23 18:33:57정흥준 -
[기자의 눈] 때아닌 혈우병약 신경전과 들통난 초조함[데일리팜=김진구 기자]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을 저격했다. JW중외제약이 국내 도입, 판매 중인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타깃이 됐다.GC녹십자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헴리브라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 8인자 제제보다 2.8배 높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다.보도자료는 미국출혈장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미 식품의약국(FDA) 이상사례 보고시스템을 바탕으로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와 GC녹십자의 8인자제제를 비교한 결과, 헴리브라의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은 4.07%로 8인자제제 1.44%보다 2.83배 높았다는 내용이었다.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회사의 공식 메일주소로 경쟁약물을 직접 언급하며 비교하는 보도자료를 보낸 사례는 악연으로 엮인 몇몇 제약바이오기업을 제외하곤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경쟁 약물의 제품명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성분명으로 에둘러 표현하곤 했다.내용도 충실하진 않았다. 자사 제품의 장점을 드러내 경쟁 약물과 비교한 게 아니라, 경쟁약물의 부작용을 부각하며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읽혔다. 더구나 같은 데이터에서 전체 이상사례 보고건수와 중대한 이상사례 보고건수로는 오히려 GC녹십자의 8인자 제제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보도자료에서 쏙 빠졌다.물론 제약업계에서도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GC녹십자 보도자료처럼 단순 보고율만으로는 두 약물의 우열을 평가하기에 외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JW중외제약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경쟁사 약을 공식적으로 폄하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혈전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함'이라고 응수했다.두 회사의 때 아닌 신경전을 두고 GC녹십자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GC녹십자는 한국혈우재단을 통해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어설픈 비교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굳이 배포할 필요가 없다. 임상데이터와 영업력으로 당당하게 경쟁에 임하면 된다.오히려 이번 보도자료가 역효과를 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신경전을 통해 결과적으로 헴리브라의 인지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헴리브라가 추격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GC녹십자는 스스로 초조함을 인정한 꼴이 됐다.2023-08-23 06:17:58김진구 -
[기자의 눈] 초고가신약 별도기금 신설 연구,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1회 투여 비용이 수 십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혁신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강화 필요성은 매해 지적되는 의제이자 정부도 건강보험급여 확대 정책에 골몰 중인 이슈다.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의 의약품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혁신신약 건보급여를 제한 없이 해주고 싶겠지만 항상 그렇듯 문제는 돈이다.한정된 건보재정 안에서 보건복지부는 약제비 비중을 약 23~24% 수준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건보재정 약 80조원 중 약 20조원을 약제비로 쓰는 가계부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아이러니한 건 복지부가 이와 동시에 초고가 신약 건보급여율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단 점이다. 더 나아가 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도 제고하겠다는 간판까지 내걸었다.제한된 건보재정 약제비 조건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초고가약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겠다는 복지부 계획을 한 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실현불가능'이란 좌절적 단어만 떠오른다.복지부의 이런 건보재정 운영 기조가 이어지자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 모두 조바심을 내는 실정이다.아직까지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캐시카우로 신약개발 R&D 비용을 마련하고 경영을 이어 가고 있는 국내사들은 초고가약 급여를 확대하면서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자칫 제네릭이 희생양이 될까 초조해 하고 있다.속칭 '건드리기 간단한' 제네릭 약가를 대폭 깎아 고가약 급여와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글로벌 제약사들은 저 나름대로 이대로는 혁신신약 건보급여 확대에 좀처럼 탄력이 붙기 어렵고, 시판허가 후 급여때까지 기간이 지연되는 불합리가 반복될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결국 한정된 곳간을 더 크게 키우고 채워야 초고가약 신속급여와 신약 개발 R&D 활성화, 건보 지속가능성 확대란 중첩된 숙제들을 탈 없이 해낼 수 있다.이를 위해 국회는 고가의약품 급여를 타깃으로 별도 기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을 몇 해째 하고 있다. 국가가 건보재정 외부에서 희귀난치성 치료제 기금을 별도로 운영하면 재원 볼륨 자체가 커지고 다양해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실제 21대 국회에서도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암 등 중증질환 신약 보험급여 확대를 위해 별도 기금을 신설하거나 건보재정이 아닌 국가 예산으로 급여를 지원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하지만 정부는 국회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모두 초고가약 별도 기금 신설에 사실상 반대했다.새로운 특별회계를 설치했을 때 볼 수 있는 효과가 불확실하고, 특정 질환 타깃 기금은 다른 질병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복지부는 암 등 별도 질환 기금 신설은 재정당국 협의·승인이 필수인 데다가, 별도 기금 신설이 효율적인지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기재부와 복지부 말 대로라면 별도 기금이 실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고 한정된 건보재정이 늘어날리 만무하며, 중증질환 신속급여가 실현될 수 있을 리 없다.정부는 국회 지적에 따라 별도 기금 마련을 통한 초고가약 급여확대가 실제로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전문가 논의와 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별도 기금을 운영하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촘촘히 분석하고 이를 본따 적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모델을 발굴해 도입 시 효과분석에 나서야 한다.전·현 정부 간 비교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권덕철 전 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을 맡았던 김민식 전 보좌관은 초고가약 기금화 방안에 대해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약값이 터무니 없이 비싼 신약 건보급여에 필요한 돈을 국가와 민간, 제약사가 함께 기금으로 마련하는 방편을 고민할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보건·복지 정책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중증질환 치료제 건보급여 확대도 해당 정책 코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고가 중증질환약 별도 기금 신설로 건보재정에 치중된 무게중심을 분산시켰을 때 필수·지역의료 강화와 필수약 환자 접근성 향상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연구해 정책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 건보당국이 늦추지 않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이다.2023-08-21 17:21:12이정환 -
[데스크시선] 국토대장정, 가자! 희망의 나라로[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 강신호(97)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평생의 경영철학이다. 강신호 회장의 이러한 이념과 사상은 '박카스 국토대장정(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 탄생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토대장정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을 이기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고 남에 대한 배려와 동료애를 몸소 체험하도록 하자'는 강 회장의 의지로 시작됐다.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주의로 황폐해진 대한민국 청년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CSR 프로그램으로 지난 22회 동안 참가 대상인 대학생은 물론 전 국민적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다.그동안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상아탑의 젊은 청년들에게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길이 있듯이 이 땅을 사는 우리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참가 대원들 역시 언젠가는 이루어야 하는 모두의 소원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 땅의 길을 희망의 발걸음으로 채웠고, 이 땅의 산하를 우정의 땀방울로 적셨다. 하나가 될 그날까지, 하나된 힘으로 하나된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지난 22년 간 전진해 왔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극기의 겸양을 배양하고 증명하는 산실로 작용했다.참여방식과 인원은 소정의 서류심사 후 추첨·건강검진을 통해 총 144명(남72·여72)을 선발하고, 600여km의 구간을 도보로 행진한다. 그동안 참여 인원만도 3000여명이 넘고, 총 완주한 거리를 환산하면 적도지름(1만2000km) 기준 지구 2바퀴를 돌고도 남았다. 대원들은 6월~7월 중 20박 21일 동안 뜨거운 동료애로 그야말로 천리행군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운다. 값진 체험을 위해 자원한 참가자들은 폭염·폭우와 싸워 가며, 얼굴과 손발은 까맣게 타고, 때론 발엔 물집이 차올라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순간과 마주하지만 한계상황에서 진정한 인내를 경험한다.제1회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해남 땅끝마을 출정식을 시발점으로 매년 개최, 전국 방방곡곡 거치지 않았던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코스로 진행됐다. 2015년에는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민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출정식과 완주식을 가지며 남다른 애국이념을 펼치기도 했다. 2019년 개최된 제22회 국토대장정은 '젊음의 패기와 도전'을 넘어 '남북화합과 통일염원'이라는 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진행돼 그 어느 해 보다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행진구간은 포항에서 출정해 영덕-울진-삼척-강릉-속초-고성-(금강산)을 돌아 고성에서 완주식을 갖는 일정으로 573km를 주파했다.제22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2018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통일의 관문인 파주·개성을 거쳐 평양까지 도보 입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횡보상태로 전환되며 아쉽게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종착지를 선회했다. 당시 행사 주최 측은 2018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및 상봉대회에서 남북대학생 교류증진을 위해 국토대장정 행사를 위한 상당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냈지만 갑작스런 남북관계 이상기류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만약 당시 행사가 성사됐다면 민간교류의 장과 통일의 또 다른 마중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되며, 그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아쉽게도 현재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행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감염병 예방관리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제약기업으로서 선제적 대응과 모범을 보이기 위한 방편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토대장정 부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리두기·백신접종·개인위생 등 국민적 희생과 참여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한 의지는 '패기와 열정으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다'는 국토대장정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상생의 가치로 이제 새 희망의 대장정을 다시 펼칠 때다.2023-08-21 06:00:25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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