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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관의 생각] 비대면진료 법제화, 뭘 준비해야 할까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이미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를 어느 정도 허용했지만 초기에는 이용률이 미미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국가적 차원과 개인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관련 수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시행되면서 비대면 진료는 더욱 크게 확대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 활동 중 비대면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코로나19 정점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3%미만으로 거의 미미하다고 한다.우리나라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화 진료나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한 진료건수가 전체 진료건수의 3%를 넘지 못했다. 이 건수 역시 분석해보면, 만성질환 리필 처방이나 문진이 가능한 일반 감기 등 가벼운 질환, 탈모 비만 사후피임약 등 비급여 의약품 질환에 국한돼 있고, 여기서 전화(팩스) 처방을 통한 리필 처방을 제외하면, 실제 약 0.5% 정도만이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이뤄졌다는 계산이 나온다.6월 27일자 기고문 5편 중, 2020년 2월부터 2022년 말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3661만 건이다. 하지만 이 수치를 자세히 보면, 같은 기간 동안 발행된 약 14억 건의 처방전 추정치의 약 2.6%에 불과하다.3661만건 이라는 수치 또한 코로나19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실시된 재택치료 및 리필처방 2925만건이 포함된 수치라고 한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전화(팩스) 처방을 제외한 736만건(총 처방건수의 0.5%에 해당) 정도가 비대면 진료(배달) 앱을 통한 처방으로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감기와 같은 일반 질병(상비약 구입 목적일 가능성이 높음), 비만, 탈모 등의 비급여 처방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계는 실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되더라도,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보여주고 있다.기본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은 앞으로도 일반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이나 탈모 비만 사후피임약 등 비급여 의약품 질환과 만성질환의 리필 처방에 주로 적용될 것이다.많은 분들이 이런 맥락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비대면 투약' 또한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고 짐작할 것 같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비대면 진료는 활성화되지 않더라도 비대면 투약은 점점 활성화되는 해외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병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고객(환자)들의 생각은 진료와 치료는 병의원을 방문해서 받고, 조제·투약·복약지도는 집에서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국내에서 약 1400만건 비대면 투약을 받은 상당수의 개인들이 민간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비대면 진료 자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 선택의 주된 이유는 약국을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약을 배달 받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을 간파한 닥터나우의 브랜드명과 슬로건은 '배달약국'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약사사회에서 비대면 투약(배달)을 반대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선택했다. 서비스의 편리함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로 이어졌고, 편리함에 대한 익숙함은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달 앱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약사들은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을 잘 분석하여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활성화 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닥터나우처럼 약배달 서비스는 편의성을 제공하여 많은 고객들이 집에서 약을 받기를 원한다면, 향후 약국에서도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파급력은 실제 병의원보다 약국 영역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약사회는 복약지도 부실, 약배달 관련 변질변패 오염 등의 안전문제, 약물 오남용,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비대면 투약에 대한 문제점 만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기술적 솔루션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약국 대면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로 복약지도를 개선하고 환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함으로 복약지도 및 오남용 등 후속 관리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약배달로 인한 변질변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만 보관·취급할 수 있는 창고 시설 등 HW를 충족하는 업체를 선정하여 의약품을 안전하게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춘 후, 의약품 취급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이수한 직원에게만 의약품 전달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SW를 갖춰 약전달(배달)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면 될 것이다.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결국 정보를 독점한 플랫폼과 같은 다면 플랫폼을 지양하고, 개별 약국이 개별 단면 플랫폼을 통해 약을 전달하고 직접 소통함으로써 해당 약국에서 고객에 대한 정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비대면 투약(배달)에 대한 반대 프레임과 무조건적인 플랫폼 반대, 처방전 전송시스템과 표준화에 대한 미흡한 준비 등은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지 못해 다양한 왜곡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1. 다면 플랫폼인 배달 앱 업체 성행 2. 감기 등 경미한 질환에 대해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집에서 편안하게 상비약으로 비축 3. 창고형 의약품 배달전문 약국 등장 4. 종로 대형약국 등을 통한 일반의약품 구매대행(으로 매출 쏠림현상) 5.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가 고객의 조제 및 의료 정보 소유권을 획득하여 상업적 활용 가능성 및 비윤리적인 맞춤 처방에 대한 우려 6.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나 의료기관이 처방전 전달시스템을 주도함으로 인한 약국의 종속화 7. 처방전 전달 비용을 약국이 지불하는 불공정성과 수익의 일부를 의료기관에도 배분하는 부당함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사례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약국이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약국 신뢰도가 올라가고 더불어 약국이 활성화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현재 약사 사회는 비대면 투약(배달)은 반대하지만 성분명 처방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모순되는 논리다.현 상황에서 비대면 투약(배달)은 병원 앞 문전약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동네로 가면 해당 약이 없다!), 상품명 처방이 하등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더 큰 상황에서 고객들은 동일 성분의 대체약으로 바꾸어 조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비대면 투약으로 인해 문전약국이 아닌 동네 단골약국을 이용하게 되면, 이는 당연히 대체조제 활성화를 유발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성분명 처방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약사들이 약의 전문가로써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과거와 달리, 지금은 권력의 주체가 국가나 정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다! 세상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고객)가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따라서 약사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진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발판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나 컨텐츠를 개발해 나나 내 가족의 건강지킴이로서 약국이나 약사들이 고객들에게 선택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2023-07-10 16:04:21데일리팜 -
[칼럼]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약사와 큐레이터[데일리팜=정석원 이사 기자] 애거서 크리스티는 제 1차 세계대전 기간 프랑스 대학병원에서 약사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1916년 그녀의 첫 추리소설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에서 스트리크닌이란 독약을 등장시킨 것은 약사로의 경험이 컸을 것입니다.성경과 셰익스피어만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보다 많이 팔렸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그녀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그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푸아로 등은 어릴적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추리소설의 작가와 주인공들입니다. 추리소설의 최대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그 대상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지난 칼럼에서 많은 약사들이 약국 공간에 대한 활용 미흡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FGI 참여 약사들은 약국의 공간활용을 통해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점에 모두 공감했습니다.특히 약국의 개방형 공간구조에서는 고객과 개인적인 상담이 어렵고, 이는 소비자들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주요인이 됩니다. 오늘날 약국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무엇(something)’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에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는데 있어서 약국은 F&B스토어, 대형쇼핑몰, 편의점 등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2018년 아이큐비아(IQVIA IMS Health Korea)의 에서 일반의약품 구매고객 600명과 약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분기별 1회 이상 일반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방문하는데 평균 체류시간은 5분 미만입니다. 약국에 방문하는 고객 중 58%를 차지하는 처방 조제 고객 중 대부분은 처방약만 구매하고 나갑니다.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주로 1 품목을 구매하고, 평균 지불 비용은 1만원 미만입니다.2번 3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1번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즉, 고객이 약국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좀 더 멋있게 표현하자면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을 늘려야 합니다.시간점유율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이 시장에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동종 업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의 시간 자체를 가지고 경쟁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과거 기업에서 중요시했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은 시장의 구도가 비교적 단순하던 시절의 성취 지표였다면, 시장의 경쟁자가 시시각각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는 경쟁사 대비 점유율 보다는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고객의 수면시간이다!”라고 말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시간점유율의 중요성을 간파한 사람입니다.이런 측면에서 지역약국과 일반의약품의 경쟁상대에 대한 정의는 좀 더 폭 넓게 규정할 수 있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약국의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약국 만이 경쟁상대인 시대는 지났습니다.큐레이터는 ‘보살피다.’, ‘관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큐라(cura, 영어의 care)’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전시물의 관리 및 기획을 총괄하는 사람을 일컬었는데, 요즘은 미술관 큐레이터, 패션 큐레이터, 푸드 큐레이터, 디지털 큐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큐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데일리팜의 기획기사인 “주목! 이 약국”에는 ‘헬스 큐레이터’들이 있었습니다. ‘헬스 큐레이터’들은 고객들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는 사람들입니다.헬스 큐레이터의 시각으로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첫번째, 키오스크를 활용해 고객의 방문 목적에 대해 사전 파악하는 것입니다.즉, Cure(치료)와 Care(예방)을 기준으로 고객을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약국을 방문한 고객의 목적은 크게 ‘즉시 효과(Cure)’를 기대하는 경우와 ‘장기 효과(Care)’를 원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고객의 양분화된 방문 목적을 약사가 키오스크를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면 약사의 행동은 차이를 보이게 될 것 입니다.두번째, 고객 개인정보 카드를 통한 상담시간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고객 개인 소지형 카드로 약국방문 이력, 처방내용, 구입품목, 상담내용 등의 고객정보를 약국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약국 POS 시스템과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세번째, 약국의 홍보활동을 통해 소비자의 방문 기회를 더욱 확보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광고와 더불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활용한 온라인 광고를 병행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흥미를 유도해볼 수 있습니다.헬라어에는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이고 또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과거, 현재, 미래로 연속해서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반면 카이로스는 특정한 의미가 부여된 인간의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시간입니다.누구에게나 똑같은 1시간의 크로노스이지만 누군가에게 1시간의 카이로스는 1년 같기도 하고 1초 같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은 5분을 5초처럼 느낄까? 아니면 50분처럼 느낄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추리소설의 ‘재미’를 약국에서 느껴보기를 희망합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세일즈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07-09 19:52:41정석원 이사 -
[박정관의 생각] 처방전달시스템 표준화 왜 필요한가?이번 글에서는 정부 주도의 '처방전 전달시스템 표준화 도입'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고, 일본을 비롯한 기타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정부 개입의 이점과 의료 효율성 및 환자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처방전 전달시스템'과 '처방전 표준화'는 얼핏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현재 약사회는 '처방전 전달시스템 표준화'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안타깝다.'처방전 전달시스템'은 처방전 전달의 주체인 고객(환자)이 처방전을 보낼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는 문제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하더라도 환자가 처방전을 받을 약국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약국 선택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올바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처방전 표준화'는 병의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이 표준화된 코드 또는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약국에 전달돼 환자들은 전국 어느 약국에서도 내 처방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실시로 환자의 약 처방은 의사가, 약 조제는 약사가 하게 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의사로 하여금 처방이 적절한지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약사 또한 처방전에 의한 약의 적정성 등을 상호 점검해 약의 오남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다.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발행하는 처방전은 의사가 환자에게 투여해야 할 약 내역의 기록으로 의약분업 정책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처방전 안에는 환자가 복용해야 할 약 내역 뿐 아니라 개인 주민번호, 질병정보, 다녀간 병원정보 등등 민감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있어 매우 중요한 문서로써 이 문서(처방전)의 전달 프로세스 또한 매우 중요하다.우리나라에서 처방전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종이 처방전' 뿐만 아니라 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 또한 인정하고 있다(의료법 제17조의2). 전자처방전은 종이 처방전이 손글씨 처방의 가독성이 떨어져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분실 도난의 위험, 대기시간 등 환자 편의성이 떨어지는 점 등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디지털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처방 절차를 간소화해 의료기관-약국 간 효율성 증가, 오류 감소, 환자 안전 및 편의성 향상과 같은 이점이 있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줄곧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이처방전 방식에서 전자처방전 전환을 시도해 왔다.2019년도 과기부에서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목표를 세워 페이퍼리스(paperless)를 촉진하기 위해 종이 처방전 전자화 서비스 확산사업을 시도했고, 2022년도에는 건보공단이 원주에서 공단 주도 하에 '요양비 전자처방전 연계시스템'오픈으로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과 유사한 시범사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전국화 하는 데는, 이해 당사자 간의 이견 차이로 결국은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는 사이 전자처방전 사업을 하는 민간업체는 중·대형 병원, 동네의원 할 것 없이 속속들이 그들만의 전자처방 전달시스템을 도입했고,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주변 약국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끌려가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키오스크, 2D 바코드 등으로 전송되는 제각각의 전자처방전을 받으려면 약국은 해당 민간업체 마다의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물론 약국 경비로), 건당 200~300원씩 부과되는 수수료로 인해 매달 나가는 고정경비도 만만치 않다. 월100건의 전자처방전을 받는 약국이 건당 200원씩을 낸다면 매월 42만원(100*21(영업일수)*200=420,000), 1년이면 504만원을 내야 한다.뿐만 아니라 병원과 특정 약국 간 담합문제, 병원에서 키오스크로 약국은 지정해 놓고 오지 않는 일명 '노 쇼(No Show)'까지도 고스란히 약국 부담이 되었다.전국 2만4000여개 약국에서 내는 장비 비용과 수수료를 합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아마 수백억원은 될 듯 싶다. 처방전을 받는다는 대가로, 약국에서 민간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런 불공정한 구조가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사실은 아는가? 엄밀히 따지면 해당 업체를 채택한 병의원에서 이 수수료 비용은 부담하는 게 맞지 않을까.우리의 이런 불공정한 문제는 모두 표준화된 처방 전달시스템 없이 민간업체에 의해 제각각의 시스템으로 처방전이 전달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코로나19 및 비대면 진료와 함께 전자처방전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고,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처방전 전달시스템의 표준화는 우리에게 이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키도록 탄탄한 논리로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우선 병의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은 지금처럼 업체마다 제각각 방식이 아니라 단일화된 방식, 즉 표준화된 코드로 약국에 전달돼 환자들은 전국 어느 약국에서도 내 처방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처방 데이터들은 지금처럼 민간업체에서 보관·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처방 데이터가 모이는 서버가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될 경우 지금처럼 약국은 업체에 종속돼(병원 포함)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의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고, 환자의 처방 정보가 활용되는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일본의 경우, 종이 처방전에 표준화된 QR 코드를 찍어서 내보냄으로써 전국 어느 약국에서든지 리더기를 통해 처방전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올해 1월 26일부터는 종이 처방전 자율화라는 명목 아래 전국적인 공적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확대를 선언하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또한 2024년 말까지 거의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으로 전자처방 시스템을 확대하겠다며, 병원과 약국에 시스템 및 장비 도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등 정부 주도 하에 매우 적극적으로 공적 처방전 전달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의사는 국가가 주도하는 전자처방전 관리서비스에 처방전 정보를 등록하고, 환자가 약국에서 마이넘버카드(전자 주민등록증)나 의료보험증을 제시하면, 약사는 저장된 처방전 정보를 동일 서버를 통해 확인하여 조제한 후 조제정보를 동일한 서버에 등록하고 환자에게 약을 투약(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일본은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 또한 정부 주도로 전자처방 전달시스템이 운영되는 국가들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경우 처방전의 99% 이상이 전자처방을 통해 이뤄지고, 모든 국민이 국가보건포털을 통해 자신의 의료기록과 처방내역, 검사결과를 열람할 수 있으며, 또 지자체의 95%가 서로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김대진 동국대 약대 교수는 '북유럽, 영국 등에서는 전자처방전 중앙 서버 관리를 정부가 주도해 하고 있다. 기본적인 단계에서는 민간이 개입되지 않는 방식'이라며 '이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의 국민건강헬스 포털이 마련돼 있고, 환자는 해당 포털에서 자신의 의료 정보를 모두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모범적인 선례를 따라,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처방전 전달시스템 표준화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의약품 전달의 효율성을 향상하고 관리의 복잡성을 줄이며 병의원과 약국 간의 원활한 상호 운용을 가능하게 하여 병의원, 약국, 환자 모두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도록 해야 한다.또한 처방전 전달시스템의 표준화는 상당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정부 주도 하의 중앙집중식 접근 방식은 장비와 관련된 비용, 건당 부과되는 수수료,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줄여 약국과 의료기관 간의 시스템 전체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물론 약국은 더 이상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결국은 표준화된 전자처방전을 통해 환자의 안전이 크게 향상된다는 큰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상호 운용성은 의료기관, 약국 및 기타 이해 관계자 간에 환자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여 치료 및 환자 결과의 개선된 연속성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또 표준화를 통해 처방 정보의 일관되고 정확한 전송 및 해석을 보장하게 될 것인데, 이는 시스템 또는 데이터 형식의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위험을 최소화 할 것이다. 처방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개선해 표준화는 환자의 안전을 더욱 보장하고 약물 부작용의 가능성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환자는 처방약 조제를 위해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경쟁이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의료 및 약료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다.정부 주도의 처방전 전달시스템 표준화 도입! 이젠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상황이 됐다. 현재의 불공정을 바로잡고 모범적인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역시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환자 중심적인 표준화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2023-07-03 09:00:54데일리팜 -
[기고] 무분별한 약 접근성 강화가 초래할 비극적 미래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시민단체가 무책임하고 부실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시민단체란 가면 속에 숨은 대자본 유통 기업들은 또다시 그 이름에서부터 모순인 ‘안전상비의약품’이란 이름의 편의점 약의 품목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이들은 미국은 몇 만개, 일본은 몇 천개 타령을 하며, 본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시도하나, 실제 미국 슈퍼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경우에는 특정성분에 한정된 경우일 뿐이다. 이들 성분과 유사한 효과의 의약품은 이미 한국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게다가 한국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 중에 다른 나라에서는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이 있다는 진실은 감추고 있다. 특히, 동일한 성분의 약을 수백 종류 판매하는 것을 모두 각각의 품목으로 별도 취급한 것에서 이들 단체의 의약품에 대한 무지함과 그에 기반한 그들 주장의 위험성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이들 시민 단체가 항상 예시로 드는 미국은 의료 민영화로 인한 의료접근성의 부실함을 약물의 접근성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평범한 일반인은 의사를 만나기는 너무나 어려운 반면에 약을 구입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비용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진통제에 대한 접근성을 과도하게 권장했다.결국 인간의 자연치유와 시간에 치료를 맡기는 형태의 의약품 사용 형태가 어쩔 수 없이 도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미국 창구형 대형마트에 가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루펜 성분의 진통제가 수백정이 들어간 통이 산처럼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과도한 약물의 남용을 조장하는 환경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 옳을지에 대하여 고민해본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의 현재 상황을 통해 추측할 수 밖에 없다.해외뉴스에 좀비처럼 변해버린 사람들이 배회하는 미국거리가 나오는 것이 최근 들어 심각하게 이슈화된 일이 있다. ‘펜타닐’이란 마약으로 인해 그렇게 됐다는 설명은 다들 하지만, ‘펜타닐’이 헤로인이나 필로폰과 같은 단순 마약이 아닌 진통제로 널리 사용되는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상세하게 보도하는 경우는 드물다.펜타닐은 의외로 우리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무통분만에 사용되는 주사제 및 각종 수술에서의 진통 용도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치료접근성 대비 의약품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의 특성상 남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 뿐, 패치형으로 처방받은 펜타닐을 가루로 만들어 청소년이 흡입한다는 문제가 보도되었던 것처럼 생각보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그렇기 때문에 치료의 접근성은 낮으나 의약품 접근성이 높은 미국의 경우, 진료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할 경우, 애초에 일반적인 진통제는 충분히 섭취했다는 전제하에 생각보다 한국보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에 대한 허들이 낮은 편이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이들 중에 출산 후에 심지어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옥시콘틴이라는 경구형 펜타닐을 처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며, 유명 유투버의 방송에서 실제 그 처방전까지 공개한 경우도 있었다.결국 일상 생활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는 약물 자체에 중독성은 없으나, 꼭 사탕과 같이 슈퍼에서 수백알씩 판매되는 진통제의 반복적인 투여를 통해 그 약효에 적응이 돼 버린, 개개인이 더 강한 효과를 가진 약물에 대한 필수적인 욕망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들에게 최종적인 대안은 마약성 진통제가 위치할 뿐이다.그러나 미국의 과도한 의약품 접근성을 찬양하며, 단순 의약품의 접근성을 무분별하게 증가시키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어둠은 외면한다. 의약품에 대한 공산품과 같은 가벼운 취급으로 인하여 주변의 이웃과 자녀들을 최종적으로 마약의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사실 또한 외면하고 있다.그들이 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 또다른 예인 일본에서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이 든 감기약을 학생들이 마약처럼 복용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으며, 국경의 장벽을 넘어 본인들 말처럼 쉽게 약국이 아닌 온라인 직구로 구매해, 약을 획득한 수원의 중학생이 다량복용해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다가 발견된 사건은 어느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20여년 전, 미국에서 방영된 미드에서는 ‘비코딘’이라는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왔다. 한 공포영화에서는 의사를 유혹해 ‘옥시콘틴’을 처방받은 여학생의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한국에서도 의약품의 접근성 타령을 하며, 편의점에서 약을 판지 10년이 지난 이 시점, 얼마전 크게 유행한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의 한 장면에서 헤롱거리는 고등학생 친구에게 작중 등장인물이 질문을 던진다. ‘본드야 판콜이야?’ 코로나 시기 전국민에게 마스크의 분배를 원할 하게 수행할 정도로 약국이 전국 구석구석에 있는 상황에서 약국이란 최소한의 방패막조차 무너뜨리고 이 이상의 의약품 접근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죽어가던 5살 아동을 살릴 수도 없으며, 응급실을 찾지 못해 죽어가는 다른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전혀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집중해야 되는 부분은 어디일까? 지금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급한 것은 편의점약 확대도, 약배달도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박현진 약사 약력 - 충북대학교 약학박사- 충북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전 약준모 대외협력국장- 현 약준모 회장- 현 한미약품 연구센터 PL2023-06-27 18:03:16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약국 선택권, 환자에게 맡겨야 한다1편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조제된 약이 약배달 앱 업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배달되고 있는 현실을, 2·3편을 통해서는 소비자 입장과 산업적 측면에서 약사들이 비대면 투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대한 개인적 의견을 말했다. 4편은 플랫폼의 개념 설명과 함께, 약국도 고객과 대면 뿐만 아니라 비대면을 통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해 약사 역할 확대와 확장, 또 나아가 국민건강에 기여해야 함을 얘기했다.이번 기고는 의료기관, 약국 등 의약업계의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급히 시행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발급된 처방전이 약국으로 전달되고, 조제된 약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개선점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일부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들의 발표자료를 보면 비대면 진료 이용자가 엄청 많은 것처럼 왜곡돼 비대면 진료가 확산된 것처럼 보이고 있는데, 실제 보건복지부의 공식 발표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2020년 2월부터 2022년 말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3,661만 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를 자세히 보면, 같은 기간 동안 발행된 약 14억 건의 처방전 추정치의 약 2.6%에 불과하다. 언급한 비대면 진료 총건수 3,661만건 이라는 수치 또한 코로나19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실시된 재택치료 및 리필처방 2,925만건이 포함된 수치라고 한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전화처방을 받은 환자가 여기에 속한다.이에 따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전화(팩스) 처방을 제외한 736만건(총 처방건수의 0.5%에 해당) 정도가 비대면 진료(배달) 앱을 통한 처방으로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감기와 같은 일반질병(상비약 구입 목적일 가능성이 높음), 비만, 탈모 등의 비급여 처방으로 예상된다. 이것 또한 81.5%(600만 건)는 재진이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비대면 진료(배달) 앱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발급된 처방전이 앱 업체가 지정한 약국으로 자동 전송돼 소비자 선택권이 완전 배제되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은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와 퀵서비스사가 손잡고 '약배달' 서비스를 하고, 급기야 퀵서비스사 물류창고 내에 약배달 전문약국을 만들어 비대면 전용 조제를 해주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즉, 약국들이 비대면 진료(배달) 앱 기업에 종속되어 환자 관리 기능을 상실하고 단순 조제공장이나 약배달 전문약국으로까지 전락하게 된 것이다.지금도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는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초진 포함, 약배달 포함 등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택시업계의 카카오택시 등장 사례에서 보았듯이, 앱 업체는 종국에는 사용자와 이용자들에게 추가 요금과 비용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들 업체를 통한 비대면 진료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문제 및 금전적 손실, 국가재정 또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약사법 상 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 광고, 불법 의료 광고 및 환자 유인 행위, 전문의약품 선택 유도, 비급여 등 약물 오남용, 개인정보 노출 문제 등 이미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의사회에서도 대한약사회가 추진하는 공적 처방전전달시스템을 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처방전을 의료기관에서 주변약국으로 전송하겠다고 한다. 이는 약국을 의원에 끌려가는 종속관계로 만들 뿐 아니라, 담합의 문제를 유발하여 처방과 조제 역할을 분리하는 의약분업 취지에도 맞지 않다.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처방전의 전달과정은 매우 중요하여 이해 당사자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은 의료기관에서 진료 및 처방을 받은 환자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본인이 선택하는 단골약국에서 약 조제와 복약지도를 받도록 한다.올해 1월 26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잠시 보면, 의료기관에서 진료 및 처방을 받은 환자는 본인이 선택하는 약국에 가서 종이 처방전 대신 본인 확인이 가능한 마이넘버카드나 의료보험증을 제시하면, 그에 따라 약사는 의사가 서버에 올려놓은 처방전을 내려받아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일본에도 Clinics와 같은 비대면 진료(일본에서는 온라인 진료라고 함) 전용 앱이 있는데, 이 앱을 통해 환자들은 진료 및 결제, 약처방 및 배송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이때 또한 처방전을 어느 약국으로 보낼지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한다.미국에서는 의료기관이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전자팩스 등의 방법이나 약국의 URL을 등록해 처방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환자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약국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의약분업이 법제화 되지 않은 중국의 경우는 알리바바헬스, 징둥닷컴, 핑안굿닥터 같은 비대면 진료(배달) 앱 업체들이 의약품 조제부터 배달까지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 동네약국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결론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되더라도 환자가 처방전을 받을 약국을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약국 선택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가, 자신과 가족의 약력을 관리해주고 건강을 상담하는 단골약국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약사회는 사활을 걸고 이를 지켜내야 한다!2023-06-26 13:30:02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플랫폼이 약사의 적? "약국도 플랫폼"배달원이나 라이더(rider)를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르는 등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는 일상 속에서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플랫폼이 무엇인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플랫폼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로 기차를 타고 역에서 내리는 곳이라고 나와있고, 두번째로는 컴퓨터 정보시스템 등을 만든 뒤 사람들에게 정보를 교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손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 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정도로 이해된다. 플랫폼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거래를 용이하게 하며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여 참여자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혜택과 기회, 가치를 제공하는 만능 비즈니스 모델이다.실제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0개 중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8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플랫폼의 상당한 영향과 성공을 의미한다.공간과 환경에 따라 플랫폼은 '오프라인 플랫폼'과 '온라인 플랫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오프라인 플랫폼은 고객이 직접 방문해 체험하고 구매하며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소매점과 백화점이 대표적이다.반면 온라인 플랫폼은 가상영역에서 작동하여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시장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나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운송, 숙박 플랫폼 등이 온라인 플랫폼의 예가 되겠다.또 플랫폼은 참여자의 참여방식에 따라 '다면 플랫폼'과 '단면 플랫폼'으로도 구분하는데, 다면 플랫폼은 플랫폼에서 여러 사용자 그룹을 모아 이들 간의 상호작용과 거래를 촉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취하며, 획득한 정보는 각 사용자가 소유하게 된다. 가령 부동산중개소, 에어비앤비, 11번가나 G마켓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단면 플랫폼은 단일 사용자 또는 참가자 그룹을 제공하고 연결하는데 중점을 두어 사용자에게 특정 제품, 서비스 또는 콘텐츠를 제공해 가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직거래 형태를 취하므로 고객 정보는 플랫폼이 소유하게 된다. 이마트, 쿠팡, 마켓컬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단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쿠팡이나 마켓컬리는 장터 기능만 제공하는 다면 플랫폼인 11번가, G마켓과 달리 물류창고를 두고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스트리밍 컨텐츠를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넷플릭스도 온라인 단면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로 막대한 양의 고객 정보를 가지고 구독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그렇다면 약국은 플랫폼일까? 그렇다. 구분하자면 '오프라인 단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플랫폼인가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핵심요소로 판단해 볼 수 있다. - 사용자 기반: 플랫폼에는 중요하고 참여도가 높은 사용자 기반이 필요 - 가치 제안: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가치 제안을 제공해야 함 - 상호작용 및 거래: 플랫폼은 서로 다른 사용자(참가자) 간의 상호 작용 및 거래를 촉진해야 함약국은 사용자(환자)가 약, 건강과 관련한 제품 및 상담을 받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사용자가 처방약을 받거나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 사용자는 질병치료나 건강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약을 제공하는 약국을 신뢰하고 전문성에 의존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약국 또한 오프라인 단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다.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틈을 타 약배달 플랫폼이 재빠르게 시장에 들어와 덩치를 키웠다. 전형적인 '온라인 다면 플랫폼'인 약배달 앱은 그간 비대면 진료중개나 약배달을 통해 얻은 고객 정보들을 갖게 된 것이다.카카오택시(플랫폼)는 처음에는 택시회사, 택시노동자들과 상생한다는 의미로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하여 택시업계의 뜨거운 호응과 가입을 통해 지금까지 이렇게 발전해 왔다. 소비자 또한 이젠 카카오T 앱 없이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택시업계 생태계를 순식간에 바꿔 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카카오택시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고, 택시업계에 많은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택시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카카오택시란 플랫폼에 종속되어 카카오T 앱 없이는 택시도 못 잡을 판이다.디지털 시대에서 정보의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궁극적으로 약국이 단면 플랫폼으로서 '정보의 주권'을 필히 가지고 있어야 택시업계처럼 다면 플랫폼에 종속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약국도 이젠 ‘온라인 단면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 정보의 주권을 약국이 가지고, 그 고객 정보를 통해 건강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약사의 적이 아니다. 플랫폼과 약사의 관계는 다양한 요인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약배달 플랫폼과 같은 다면 플랫폼은 약국 산업에 혼란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지만, 균형 잡힌 관점을 갖고 플랫폼이 우리 약국에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꼭 인식해야 한다.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약사, 약국도 변화에 적응하고 기술 발전을 수용하며 스스로가 온라인 단면 플랫폼의 역할을 해 양질의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강력하게 약사라는 존재감(전문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플랫폼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플랫폼을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플랫폼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약국업계 최전선에서 40년이 넘는 다양한 경험과 나름의 공부,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통해 약국 또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필자는 깨닫게 되었고, 이는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 일 뿐만 아니라, 미래 후배 약사들을 위한 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에서 몇 년 전 약국 IT 회사를 꾸려, 단골약국을 내 손안에 담는다는 의미의 '내손안의약국'을 만들게 되었다.내손안의약국은 약국과 고객을 대면 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 연결하여 상호 작용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단면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약사의 역할 확대와 확장에 기여하고 또 나아가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 내손안의약국을 약국 고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앱이 되길 약사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다.2023-06-19 19:13:39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약배달, 두려움인가 vs 기득권 반대인가앞서 1편과 2편에서는 약사 역할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배달)의 필요성과 소비자 관점에서 비대면 투약의 요구를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비즈니스와 산업적인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의약계와 산업계 등 수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6월 1일 시작됐다.우선 비대면 진료중개 앱에 의한 약국 자동배정이 금지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점이 많아 연일 의약계와 환자는 혼선을 빚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 수령에서 대면수령 원칙 고수 또한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3개월 간의 시범사업이 종국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전제로 한 과도기로, 시범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나 사용자들의 애로사항, 환자들의 불편사항 등을 취합 분석해 개선 보완하고자 하는 기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을 단편적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시범사업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의한 비대면 투약'에 대해 추가되는 약사업무를 반영해 행위료 수가를 30% 가산해 주고 있다.그 추가되는 약사업무는 비대면 복약지도 뿐만 아니라 '배달을 위한 포장, 발송'에 따른 행위라고 볼 때, 향후 대면 진료 시에도 동일하게 추가되는 약사 업무로써 행위료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꼭 대면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방문약료 등의 행위료 수가 신설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결론적으로 최종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약품 배달이라는 행위는 약사들의 역할 확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도 가능하며, 배송(전달)의 마지막 단계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대한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 즉 더 안전하고 빠르게 원하는 장소에서 전달받고 싶어한다는 상황에도 부합되는 것이다.나아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큰 시장이 형성 되리라 생각한다.현재 대한민국 병원은 연간 약 5억 건의 원외 처방전을 약국으로 발행하고 있다. 2019~2021년 건강보험+의료급여 연간 종별건수.(단위 천건,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 참고). 만약 우리나라도 안전한 약배달(전달) 시스템이 제도화 되어 일반의약품까지 배달이 가능해진다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음식배달 등 퀵배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용건수가 연간 10억 건 정도라고 하니,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은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생각된다.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현재 우리 약사회가 '대면 투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거 같아 너무 안타깝다.약배달은 미국을 비롯한 7개국(G7),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각자의 규제, 제한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핑안굿닥터 '1분 진료소(一分鐘診所)' 제공.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낙후된 의료환경의 돌파구로 원격의료시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코로나 위급상황까지 더해져 디지털 헬스, 비대면 진료, 약배달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다.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거물인 알리바바(알리건강)와 징둥닷컴(징둥건강), 핑안그룹(핑안굿닥터)의 의약분야 진출은 (초)고속 약배달 서비스까지 이르러, 기존 지역 로컬약국들은 자생력을 잃고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매약 정도만 하는 정도로 전락했다. 미국은 어떤가? 2018년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하고 온라인약국 사업에 뛰어들자, 거대 약국체인 CVS, Rite-aid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오프라인 약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거라고 다들 예측했지만, 결과는 아마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VS, 월그린, Rite aid 매출 추이(2018~2021).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 접근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오프라인 약국 기반이 없는 아마존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선택했고 환자에게 72시간 내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조제약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지역약국으로 처방전을 받으면 2시간 내로 배송이 되고, 직접 약을 픽업해 배송료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편의성을 선택한 것이라 판단된다.일본은 편의점으로 약이 나가면서 드럭스토어 매출이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동안 드럭스토어 매출이 6~7% 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제의약품 배달이 허용되면서 다른 필요 물품이나 일반약도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지금 우리 약국가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고 본다. 약배달 불가(不可)에만 함몰돼 반대만 하다가는 우리도 중국처럼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는 동안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은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분명 준비하고 끌고 갈 것이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대면 진료에 따른 비대면 투약은 어떻게 대처 하냐에 따라 중국처럼 동네약국이 위축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역약국이 훨씬 더 살아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OECD 39개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약배달을 하지 않는 국가다. 언제까지 국민건강을 내세워 안된다고만 할 것인가?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지금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 아닌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이젠 그렇게 될 수 없다.내가 지역약사들이나 약업계 원로와 접할 기회가 있어,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면 의외로 많은 약사님들이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니 약국도 바뀔 것이고, 결국은 비대면 약국서비스에 대해 동의한다.그러니 작금의 상황이 어쩌면 현재 터를 잡은 선배 약사들의 조직적인 반대는 아닐까, 상황이 바뀜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의 방해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착각이길 바란다.2023-06-12 09:03:11데일리팜 -
[칼럼] 오프라인과 온라인, 약사와 인플루언서요리 학교의 명예 교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첫 남편 바지뉴, 약사인 둘째 남편 테오도루의 이상하면서도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는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의 소설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의 줄거리 입니다."사랑이 무엇인지는 사랑을 해 봐야 아는 거고, 삶이 무엇인지는 살아봐야 아는 거잖아요?"소설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도나 플로르의 생각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습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랑을 했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쥐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제품의 확대, 상비의약품의 배달 서비스 허용, 화상투약기 / 자판기 형태의 의약품 구매,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시범운영, 약 배달 서비스 등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제약업계의 소식들입니다.소비자의 편리함 추구를 앞세우며 이러한 제도들이 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매와 복용의 편리함만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이란 나에게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편리성 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의약품(일반의약품) 구매 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전문가인 약사와의 상담을 통한 정보 습득이라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약품 구매 흐름과 유사한 구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정보의 2단계 흐름(Two-step Flow)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라자스펠드(Lazarsfeld)의 책 ‘Personal Influence’에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들은 자신의 신념에 의지하여 주요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원(source)으로부터 의견 주도자들(opinion leaders)을 거쳐 개인에게 전달되는 2단계 흐름을 거친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사회적 관계를 통한 정보 전달을 핵심으로 보는 2단계 흐름 이론은 수용자를 의견지도력(opinion leadership)을 갖는 정보원(opinion leaders)과 추종자(followers)로 분류하였습니다. 여기서 의견지도력이란 권위 등과 같은 힘이 아닌 무의식적이고 격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력을 말합니다. 소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으로, 정보원(opinion leader)을 통한 상담 필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유형으로는 일반인, 유명인, 전문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는 대다수 일반인과 유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특히 일반인 정보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 외에는 별도의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들과 유사성 및 일체감을 느끼게 되어 친근감을 형성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인 정보원이 자신과 같은 연령층일 경우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이러한 일반인이 정보원으로써 효과적인 분야는 일상용품 등으로 ‘지각된 위험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의약품은 이러한 제품군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반면 전문가 정보원은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개인 또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역량에 관하여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퍼로프(Perloff)는 전문가 정보원의 특징을 ‘권위, 공신력, 사회적 매력’이라고 분류 하였습니다. 안토니 R. 프랫카니스(Anthony R. Patkanis)와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은 불신의 시대에도 전문가처럼 보이면 소비자들은 믿게 된다고 말하며 ‘공신력 효과’에 대해 강조 하였습니다. 스티브 마틴(Steve J. Matrin)은 ‘호감, 위협적임, 불쌍함’ 등을 정보원의 역량이라고 말하였습니다.이러한 다양한 정보원의 특성은 크게 신뢰도(credibility), 호감도(attractiveness), 지배력(power)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추가적으로 브루스 A. 버거(Bruce A. Berger)는 ‘약국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을 통해 정보원인 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소통 공간,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 시간 배분, 시선교환이나 응시, 접촉, 신체의 움직임, 옷차림이나 상징물과 같은 물건의 선택과 이용,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였습니다.이러한 의료인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의 만족도와 치료결과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밝힌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정보원의 전문 지식과 신뢰, 호감, 지배력, 거기에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열성적인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소설 속 도나 플로르의 두번째 남편이자 약사인 테오도루의 약국 벽에는 그의 평소 성격과 신념을 잘 드러내는 표어가 적혀있습니다.“모든 것을 위한 자리,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 모든 것은 마땅한 자기의 자리가 있어야 하고, ‘제자리’에 그것들이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하는 테오도루의 생각이 담긴 것 같습니다."나와 내 가족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약사가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는 약국만이 약이 있어야 할 제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졸업-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서비스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06-07 10:00:48정석원 이사 -
[박정관의 생각]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약품은?1편에서 약사 역할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배달) 필요성을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소비자와 산업적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대한민국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거리(혹은 순간)'를 뜻한다) 배송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대면 진료'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단순히 '배송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배달과정'을 칭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차별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 투약이 중시돼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 투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약사 스스로가 주도하는 약배달(전달)에 약사회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체 전달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대면 투약 만을 고집하면, 고객의 기대와 제공된 서비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데 대면 투약을 지켜낼 방안이 없다는 결론이다.비대면 진료 앱이나 약 배달 앱이 오늘날 약국시장에서 어떻게 갑작스레 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약사사회에서 대면 투약만을 주장하며 배달은 안된다고 외쳤고, 그 틈새를 비대면 진료·약 배달 앱이 차지해 성장해 왔다.일본약제사회 잡지에 실린 비대면 진료·약 배달 관련 안내문(출처: 한국의약통신) 일본약제사회는 신형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택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환자들에게 공고히 안내하고 있다.최근 나는 약사 및 다양한 약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와 약국의 미래' 강의를 할 때, 말미에 꼭 묻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어떤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공통적으로 약 70% 이상이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을 가겠다고 한다.실제 미국과 일본에서 의약품 배달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동네약국 매출이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훨씬 성장성이 크다는 뜻이다.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사의 투약과정에서 설명을 하거나 상호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부정확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와의 만남도 드문 일이 아니다. 투약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투약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이때 약국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을 최적화하고 약사는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상해 보라! 약국은 또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병원을 능가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모든 투약과정'이 약사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신뢰성이 보장되고 포괄적인 약국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의 진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고 약사 역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아닐까?약사가 주도하는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약국이 고객에게 직접 약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적응에 저항하고 전통시스템만 집착한다면 펼쳐질 미래에서 반드시 뒤쳐짐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하고,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약국은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다.일부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회 주도의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비치니 필자에게 '매약노'라는 딱지를 붙여줬다.시대와 상황은 바뀌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고 현 체계를 고수하자며 선동하는 이야말로 미래 약사 사회의 매약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6-05 14:36:57데일리팜 -
[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약대 *서울대 보건학 박사 *전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2023-06-04 20:14:18신광식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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