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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약사회 정관의 감사 공백, 제도적으로 바로 잡아야"서울시약사회는 약 1만 회원 약사 회비로 운영되는 공적 단체로서 모든 회무와 예산 집행은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그러나 현행 사단법인 대한약사회 정관에 따르면 감사의 임기는 매년 12월 31일로 종료되며 신임 감사의 활동은 다음 회장 임기 시작일인 3월부터 개시됩니다. 이로 인해 매 3년마다 1~2월 두 달간 감사가 부재한 ‘감사 공백기’가 발생되는 구조입니다.이 기간에도 회무와 예산 집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를 감독할 감사가 존재하지 않아 구조적으로 회무 감사가 불가능한 상태가 반복돼 왔습니다.서울시약사회 뿐만 아니라 전국 16개 시·도 지부가 동일한 정관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재발 가능한 제도적 허점입니다.지난 7월 실시된 서울시약사회 상반기 자체감사 중 올해 1~2월 회무는 감사 공백으로 인해 사실상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감사보고서에는 ‘전임 회장 재임 중 명절 선물 구입 인원이 전년 대비 약 140명 증가해 약 1000여만원이 추가 지출됨’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서울시약사대상 수상 인원이 5명에서 7명으로 확대되며 1000여만원의 지출 증가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자료는 감사 보고서에 근거한 사실이며 이번 사례는 특정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닌 정관상 감사 공백이 만든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또한 회비가 4월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지부로 입금되는 구조로 인해 3월에 취임한 회장은 초기 회무 집행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확인됐습니다.대의원 일부만 감사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 대부분의 회원 약사들은 이런 사실 관계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나타났습니다.이번 사례는 특정 개인이나 회장단에 대한 비판이 아닌 대한약사회 정관 체계 자체에 내재한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3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감사 공백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저하시킬 수 있고 회원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제도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둘 경우, 동일한 논란이 주기적으로 재발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따라서 정관 개정을 통한 감사 공백의 해소가 필요합니다. 회장 임기와 감사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 회계연도 종료 직후 감사가 즉시 개시되도록 임기 연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감사 공백기를 없애기 위한 기타 보완 규정 마련 등 감사가 끊기지 않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예산 집행 내역의 투명 공개도 필수입니다. 회원 전원이 온라인에서 예산 집행 현황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됩니다. 특정 인원만 접근 가능한 정보 구조는 개선돼야 합니다.예산 전용 방지 장치 강화도 고려돼야 합니다. 예산 항목 변경 시 사전 승인 절차, 회원 공지, 분기별 점검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비목별 지출 기준 명확화도 필수입니다. 명절선물·시상 등 지출 항목별 한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예산 운용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이번 글은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약사회 전체의 제도적 신뢰 회복과 미래를 위한 공익적 제안입니다.서울시약사회는 1만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공공적 조직이며 회비는 모든 회원의 신뢰로 모인 소중한 공적 자원입니다.이번 사안은 서울시약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16개 시·도 지부가 동일하게 겪을 수 있는 정관 체계의 구조적 문제임이 확인된 사례입니다.스스로 제도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할 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 있는 약사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변화를 만드는 힘입니다. 정관 개정 논의에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윤종일 회장 주요 이력▲조선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국 청년약사회장 ▲서울시의회 의원 ▲동대문구약사회장 ▲동대문 문화원장 ▲서울 24개 분회장 협의회장2025-12-12 12:07:53데일리팜 -
[기고] 약사 역할이 사라질 수 있는 두려운 '재택수령' 의미박정관 DRxS대표.내년 12월부터 비대면진료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우려했던 전면적인 '약배송(약배달)'은 아니더라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재택 수령'이라는 용어로 약배송을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약사회는 이를 기존 시범사업을 법제화한 것이라며, 전면적 약배송은 유예되었고 약배송 자체가 허용된 것은 아니라는 식이다.그러나 그 같은 해석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으로,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약배송 법제화를 위해 오랫동안 강하게 목소리를 내온 산업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 기업과 유통 대기업 역시 이미 충분한 기술력과 자본을 확보하고, 의약품 시장 진입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는 약사사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따라서 약배송을 단순히 '배달'이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 찬반을 나눌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비대면 시대에 약사의 역할을 어디까지 설계할 것인가'라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이다.우리는 '배달'이라는 단어 하나에 갇혀 논쟁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공식 용어 정의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이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과정 전체에서 약사의 전문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책임 체계가 마련되는가이다.약사사회가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방치하면, 용어는 산업계가 만든 대로 굳어지고 제도는 기존 대형 플랫폼(다면 플랫폼) 중심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필자는 약배송이 시대적 흐름상 법적으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어도 의약품 전달에 '배달'이라는 용어 대신 '비대면 투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의사의 진료를 '비대면 진료'라고 정의한다면, 약사의 투약도 마땅히 '비대면 투약'이라 정의되어야 한다.이 용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 '배달' 또는 '재택 수령'은 약을 일반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물류 개념을 의미한다. 반면 '비대면 투약'은 조제–포장–전달을 넘어, 복약지도, 본인확인, 수령관리, 부작용 모니터링까지 포함한 약사의 전문적 책무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그래서 비대면 시대의 약 전달 제도 설계는 반드시 '비대면 투약'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한다. 약이 환자에게 안전하게 도달하고, 환자가 올바르게 복약하도록 관리하는 과정 전체가 약사의 영역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그동안 약사사회는 '약배달'이라는 용어조차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왔듯이 이러한 무조건 반대만으로는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미 여러 법안과 산업계 제안에서 약배송 허용의 근거와 논리가 쌓이고 있다. 약사사회가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제도는 '약사의 참여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그 피해는 전국의 동네약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된 창고형 약국 문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적절한 대응이나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책의 방향은 약국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약사사회가 지금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것은 체계적 대응이다.그 첫걸음은 약사회 내부에 비대면 투약 전담 TF를 구성하는 일이다. 단순히 약배송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법제화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또한 기존 대형 플랫폼 기업·병원·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과 협상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 약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본인 확인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와 같은 규제 기반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없다면, 향후 제도는 약사가 아닌 외부 산업계의 논리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또한 약사 직능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대면 복약지도의 표준화이다. 복약지도는 약사의 고유 업무이며, 약 배송이 허용되는 환경에서도 가장 강력한 직능적 기반이 될 수 있다.만약 비대면 투약 시 복약지도가 간편 복약지도서 한장으로 대체된다면, 이는 고객과 약국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를 끊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따라서 영상·전화·문자 등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복약지도 절차를 체계화하고, 배송 전과 배송 후 각각의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복약관리를 수행할지 표준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에 최적화된 복약관리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약사가 단순한 조제·전달을 넘어 치료 전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아울러, 약국 중심의 안전한 비대면 투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의 약사 직능 유지와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약 배송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정확히 약을 수령했는지 인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신원 확인 및 약력 관리가 정확히 이루어지도록 비대면 환경에 맞는 기술적·행정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부작용 보고나 이상반응 모니터링 역시 디지털 기반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타 디지털 도구의 활용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약국이 기술 발전의 중심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국이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은 이미 의약품 시장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보고 있고, 약국을 단순한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으면 배송비 부담은 결국 약국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며, 약국은 플랫폼의 조건에 종속된 채 가격·서비스·업무 구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약사 직능의 축소뿐 아니라 지역 약국의 경영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따라서 약사회는 플랫폼 종속 위험을 최소화하고, 약국이 주도권을 갖는 비대면 투약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비대면 시대가 오면, 약사 역할은 두 가지 중 하나로 갈릴 가능성이 높다.1. 처방전에 의해 조제만 하는 '조제 전문가'의 길2. 환자의 복약과 건강을 총괄 관리하는 '약료 전문가'의 길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약국의 미래, 나아가 지역 보건의료약료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조제·포장·전달은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복약 관리와 안전성 검증은 오직 약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역할이다. 약사사회는 지금 그 역할을 중심으로 미래의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필자는 비대면 투약이 현실화되면, 고객의 복약지도와 관리를 위해 약국과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약국 디지털 플랫폼(단면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다면 플랫폼 구조에서는 환자와 약국의 관계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약사의 역할도 점차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에 필자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약국이 환자와 직접 소통하고 복약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손안의약국’ 앱을 개발해 약국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일부에서는 필자가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비방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환자 개인정보는 이미 심사평가원 자료나 청구프로그램을 통해 존재하며, 내손안의약국 앱 이용 고객의 정보 또한 해당 약국 서버에 보관되는 구조다. 이 앱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를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비대면 시대에도 약국이 주체가 되어 환자 관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약국 중심 플랫폼이다.따라서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나 특정 앱이 아니라, 비대면 시대에 약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지켜내고 강화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약배달'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그 단어 속에 약사 전문성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하고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동네약국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며, 약사 직능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2025-12-04 06:00:30데일리팜 -
[기고] 융복합의료제품 분류·관리 행정을 향한 제언융복합의료제품은 의료분야의 첨단제품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재생의료 등 첨단기술과 융합하며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융복합의료제품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의료제품[의약품(drug), 의료기기(device), 바이오의약품(biologic)]이 서로 융합 또는 복합 등 어떤 식으로든 결합되어 만들어진 제품이다. 예를 들면,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프리필드시린지와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약물방출스텐트 등과 같은 제품이 있다.전통적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에 사용되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국민 보건을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제조와 수입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제품 관리의 시작은 물품의 분류(classification)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떠한 물품이 의약품인지 식품인지 또는 의료기기인지 공산품인지 먼저 가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류의 기준은 약사법 또는 의료기기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정의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분류를 결정하고 있다.그렇다면 융복합의료제품은 누가, 어떻게 분류를 결정할 것인가? 식약처 예규(제209호, 2024.6.24.에 따르면, 융복합제품의 주작용 등을 고려하여 허가․심사 담당부서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과정에서 필요시 운용되는 ‘융복합의료제품조정협의회’의 구성․운영이 의약품안전국장 소관이며, 위원장 또한 의약품안전국장이 맡도록 되어 있다.당연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분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은 없지만 어떻게 분류를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관련된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규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 ‘융복합의료제품 민원 조정․처리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규정’(식약처 예규 제209호, 2024.6.24.)이 있다. 식약처는 2019년 3월 29일부터 융복합의료제품의 전담 상담과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창구를 개설․운영하여 2023년 12월 기준 654건의 제품 분류 민원을 받았다. 654건 중 융복합의료제품으로 분류된 건은 158건으로 약 24%에 해당하였으며, 융복합의료제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은 162건으로 약 25%에 해당하였다. 그밖에 민원인의 자진취하 148건(23%), 자료 미비로 인한 판단불가 186건(28%)이 있었다.그렇다면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와 같이 관련 업계의 지대한 관심 분야에 대하여 법령이 아닌 이와 같은 예규로서의 규정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와 관리에 대하여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제도개선을 해오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1970년대 이후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의료제품의 시장과 임시방편적인 관리 방안의 한계 때문에 미 FDA는 1982년에 ‘센터 미국 FDA에는 여러 개의 센터가 있는데, 그중에서 의료제품을 담당하는 센터는 세 개가 있다: Center for Drug Evaluation & Research(CDER), Center for Biological Evaluation & Research(CBER), Center for Devices & Radiological Health(CDRH) 간 합의’(Intercenter Agreement)를 통해 제품의 분류와 허가․심사를 주도할 ‘주관 센터(lead center)’의 결정 그리고 센터 간 (심사관련) 협조 등에 대한 사항을 정했다. 이 시기에는 FDA 내의 옴부즈맨이 제품의 분류를 결정했는데, 분류뿐만 아니라 최종제품의 관리방안에 대한 문제가 항상 제기되어왔다. 이에, 미 의회는 새로운 형태의 허가제도를 마련하기보다는 FDCA(Food, Drug, and Cosmetic Act)를 개정함으로써 FDA에게 복합제품의 주관 센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여러 차례 법과 규정을 개정했는데, 이는 FDA가 1982년 센터 간 합의를 통해 그동안 적용해 온 일반적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우선, 1990년 미 의회는 ‘의료기기안전법(Safe Medical Device Act, SMDA)’을 제정하여 FDA가 융복합제품의 주된작용방식(primary mode of action)에 따라 주관 센터를 정하도록 했으며, FDA는 1991년에 21 CFR을 개정하여 법은 아니지만 연방 규정으로는 처음으로 규정하였다. 이어서 1997년도에는 민원인이 FDA에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를 정식으로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Food and Drug Administration Modernization Act of 1997), 2002년에는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와 주관 센터 배정, 센터 간 심사의 관리 등을 전담할 수 있도록 어느 센터에도 속하지 않는 FDA 청장 직속의 부서(복합제품과; Office of Combination Product)를 신설했다. (Medical Devices User Fee and Modernization Act of 2002)2005년에 FDA는 ’주된작용방식‘(primary mode of action)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21 CFR을 개정했는데, 당시의 연방관보(70 FR 49848)를 보면 FDA가 융복합의료제품을 분류해서 주관 부서(센터)를 배정하는 때에 결정 과정의 투명성, 예측가능성 및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5년에 ’복합제품관리적정화법‘(The Combination Product Regulatory Fairness Act)을 제정하여 FDA가 융복합의료제품이 화학적 작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융복합제품의 소관을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며, 2016년에는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제정을 통해 ‘세포치료, 조직공학치료, 인체세포와 조직 제품, 치료법과 제품이 동시에 사용된 복합제품’을 규정하면서 이와 같은 ‘첨단재생의료 치료제(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의 경우 FDA와의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승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미국의 융복합제품 관련 규정 이력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은 제조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직접 또는 의회를 통해 관련 법과 규정을 정비했는데, 대부분 융복합의료제품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제품을 어떻게 분류하며, 누가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주요 내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가 그만큼 중요하고 신중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1997년의 “브라코 진단(Bracco Diagnostics, Inc) 대 샬랄라(Shalala)” 의 소송 사건을 보면 동일한 초음파 조영제임에도 FDA가 한 회사의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하여 승인 절차를 진행하려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허가받는 것은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것보다 허가 비용이 $3.5백만 불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고 했다. Brougher JT, Dykeman DJ, “Navigating the FDA Process: Patent Strategy for Combinatioin Products”, 2009 우리나라에도 융복합의료제품에 대한 관련 규정이 있다. 앞서 소개한 식약처 예규(융복합의료제품 민원 조정․처리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규정) 외에도, 2015년에는 융복합의료제품의 경우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중 하나의 허가(인증․신고)만 받으면 되도록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이 각각 개정되었다. 최근에는 첨단재생의료와 디지털제품에 대하여도 융복합 제품을 정의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허가 절차 등의 규정이 만들어졌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2019), ‘디지털의료제품법’(2024).이와 같은 규정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융복합의료제품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규정 간의 관계성과 내용을 볼 때 다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가령, 식약처 예규는 규범적 측면에서 효력의 범위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첨단재생바이오법과 디지털의료제품법에서는 융복합제품중 주된 기능이 의약품인 제품에 대해서는 각각 ‘첨단바이오의약품(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 및 ‘디지털융합의약품’으로 규정하여 관련 법에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주된 기능이 의료기기인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부분 등이 그러하다. 더욱이, 이 모든 규정에 있어 공통으로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와 소관 부서 지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FDA가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업계의 최대 관심 사항인 융복합의료제품의 분류, 주관 부서 결정 및 부서 간 심사 협력 방안 등 관련 행정의 ‘투명성’, ‘예측가능성’, ‘일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안명수 전문위원 *학력-미국 USC School of Pharmacy (M.S., 2017)-경성대학교 약학과(1996)*경력-법무법인(유한) 태평양(2025-현재)-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수석부장(2020-2025)-약국 약사(2019-2020)-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의료기기정책과 약무사무관(2012-2019)-국립부곡병원 약제과 약사(2011-2012)-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 등 주무관(2003-2011)-한국산업기술시험원 품질지원팀 연구원(1999-2003)-현대약품 개발부, 인허가(1995-1996)*주요 수행 실적-의료기기법 및 하위법령 제정-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도입2025-11-11 19:32:26안명수 전문위원 -
[기고] '신약 병용요법', 환자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요로상피암 확진을 받은 60대 아버지가 병용요법 비급여 항암제를 3주마다 1000만원 가까이 부담하며 치료 중입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지급이 지연된다는 소식에 막막합니다."최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접수된 민원의 내용이다. 이 사례는 신약 치료 접근이 환자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지난 4월 정부는 항암제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기준을 일부 개선했다. 그동안 기존에 급여되던 약제가 비급여 신약과 함께 쓰이면 급여가 중단되던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은 것이다. 환자단체와 관련 학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으로, 치료 접근성을 개선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여전히 '신약과 신약의 병용요법'은 급여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대표적인 예가 요로상피암 치료제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이다. 해당 요법은 2024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됐다. 임상시험에서 기존 화학항암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3% 줄이고 전체 생존기간을 두배 이상 연장했다는 결과가 국제학회(ASCO GU 2024)에서 발표됐다.특히 파드셉 병용요법은 국내 약가 참조 대상인 해외 주요국(A8) 중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6개국에서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병용요법 평가 프레임워크(Combination Therapy Framework)'를 운영하며, 서로 다른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라도 임상적 근거가 충분할 경우 신속히 급여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됐으나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하였고, 이번 10월 암질심에 다시 상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즉, 급여 논의조차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사이 환자들은 고액의 비급여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하며 버티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한 달 치료비는 약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에 달한다.요로상피암은 재발과 전이 위험이 높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병용요법이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서로 다른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병용요법이 평가와 협상 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해 급여 논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고시 개정으로 '기존 급여 약제와 신약 병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면, 이제는 '신약과 신약의 병용요법'이 합리적으로 평가되고 논의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를 검토하고, 제약사 간 협력 모델을 제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신약과 신약의 병용요법의 논의가 지연될수록 환자들의 치료 기회는 줄어들고, 치료 선택은 점점 더 제한된다. 환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새로운 치료의 등장보다, 지금 가능한 치료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다. 효과가 입증된 병용요법이 제도 안에서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평가되기를 바란다. 환자의 치료 지속 여부가 투병의지나 치료효과보다 제도적 절차와 구조적 한계로 좌우되는 현실은 신속히 개선돼야 한다.2025-10-15 06:15:01이은영 이사 -
[기고] 괴담식 과장 논리, 약사사회 변화를 막는 벽"약 배송은 위험하다." 최근 약사 전문지에 실린 한 기고문의 결론이다.환자 안전, 품질 관리, 불법 유통 등 우려가 쏟아졌다. 모두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글 전체는 과장과 단정이 뒤섞여, 결국 독자에게는 그야말로 "약 배송은 위험하다"는 불안과 공포만 남겼다.사실을 따져보면 약 배송은 무조건 금지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근거 없는 공포 대신 약국의 존속과 역할 확장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이번 글을 준비하며 ChatGPT, 제미나이 등 AI 검색 도구를 활용해 국내외 자료를 확인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과장된 우려를 걷어내고, 사실에 입각해 약사 사회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이를 위해 우선 해당 기고문이 제기한 주요 논점을 정리해 보겠다. 그 글은 크게 여섯 가지 문제를 들고 있었다. ①의약품 변질 위험과 비용 부담 ②해외 사례에서의 안전성 문제 ③본인 확인 절차 부재 ④지역 약국 존립 위기 ⑤가짜 약국·가짜 약사 난립 위험 ⑥플랫폼 기업의 영리 추구와 일탈 가능성.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과장된 대목이 적지 않았다. 하나씩 살펴보겠다.1. 의약품 변질 위험과 비용 문제 우리나라의 소분·분쇄 조제 관행은 분명 배송 과정에서 취약하다. 정제를 분쇄한 가루약이나 소분 포장한 약은 습기와 온도 변화에 민감하며 여름철 장거리 배송 시 변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그러나 이것이 곧 의약품 배송 제도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거는 아니다.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약국에서 환자에게 의약품을 배송하는 제도는 이미 널리 운영되고 있다.미국은 오래전부터 우편 약국(Mail-order Pharmacy) 제도를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DSCSA(의약품 공급망 보안법), USP 지침 등을 통해 포장·온도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유럽 역시 GDP(의약품 유통관리 지침)에 따라 유통망 품질을 관리하면서 각국에서 약국의 환자 배송을 점차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투약과 약 배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즉, 이미 여러 나라에서 환자 대상 배송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안전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도서·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약 배송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남 어업인과 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와 전자처방전, 우체국 택배를 활용한 약 배송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대상 섬 지역이 더 확대되고 정부 예산이 직접 투입되는 등 사업 규모가 커질 예정이란다. 정말 약 배송이 위험하다면, 왜 이러한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없는가?나는 약국에서 최종 소비자(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을 ‘약 배달’이 아니라, ‘비대면 투약’이라 부른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환자에게 안전하게 약을 전달하는 것은 약사의 책임이며, 복약 관리와 부작용 확인 등 복용 과정 전반을 살피는 것 또한 약사의 본질적 역할이다. 따라서 약 배송 또한 비대면 투약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당연히 약사의 전문성과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제도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금지가 아니라,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여 안전성을 높이는 일이다.2. 해외 사례와 환자 안전 논란 기고문은 미국에서 약 배송 중 약효 손상, 위조 의약품 유통, 심지어 환자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미국에서도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위조 약 유통이나 온도 관리 미흡과 같은 문제가 보고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불법 온라인 약국이나 비공식 유통망에서 발생한 사례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Mail-order Pharmacy나 전문 약국(Specialty Pharmacy) 체계에서는, 약 배송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은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오히려 미국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해 왔다. ◆DSCSA(Drug Supply Chain Security Act, 의약품 공급망 보안법) : 미국에서 2013년 제정된 법으로, 제조사부터 도매상·약국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추적·관리해 위조 의약품을 차단하고 리콜을 신속히 수행하도록 한 제도. (FDA 시행) ◆USP , 지침 : 의약품의 보관·수송 온도 기준과 콜드체인 관리 지침. ◆URAC(Utilization Review Accreditation Commission) : 미국 비영리 인증기관으로, 의약품 배송·관리·환자 상담의 안전성을 심사해 우편·특수 약국에 인증을 부여한다. ◆NABP(National Association of Boards of Pharmacy) : 미국 주 약사위원회 협회로, 온라인·우편 약국을 인증(VIPPS, Digital Pharmacy Accreditation)하여 합법성과 안전성을 보장한다.이처럼 미국은 제도화와 인증을 통해 오히려 배송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따라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미국에서 약 배송이 위험했다”는 공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불법 유통을 막고 합법 유통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답이다.3. 본인 확인 절차 부재 주장 기고문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배송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약 배송 역시 본인 확인 없이 이루어진다고 단정한다. 나아가 이를 마약 직구 및 배달 탈취 사례에 빗대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듯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비약이다.국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에는 이미 본인 혹은 대리인 확인 절차가 규정돼 있고, 약사는 조제 내용과 수령 방식을 조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철저히 실행하느냐에 있다.4. 지역 약국 존립 위기 기고문은 배송이 지역 약국을 무너뜨리고 취약지 주민의 접근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금지한다고 지역 약국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화의 흐름은 이미 전 산업을 덮쳤다.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 지역 약국이 새로운 역할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예컨대 도서·산간 지역 배송 가산제, 공공배송 서비스, 지역 약국 참여형 모델을 통해 지역 약국은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다.실제로 미국 노스다코타 Telepharmacy는 원격 화상 시스템으로 중앙 약사가 조제 검증과 상담을 지원해 문 닫은 농촌 약국을 다시 열었다. 뉴저지 Henry J. Austin Health Center는 비대면 약국 서비스 도입 후 임상 약사 상담 건수가 증가했고, 환자 만족도는 대면과 같거나 더 높았다.일부 해외 사례에서도 비대면 투약이 지역 약국의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결국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디지털·비대면 서비스는 소멸이 아니라 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5. 가짜 약국·가짜 약사 난립 기고문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법 약국·약사 난립을 우려한다. 이는 실제로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그러나 해법은 간단하다. 방치가 아니라 공적 관리와 인증이다.미국 NABP는 Digital Pharmacy Accreditation 제도를 통해 합법 온라인 약국을 인증하고,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제도적 인증 체계를 강화해 불법을 막고, 합법적 온라인 약국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6. 플랫폼 기업의 영리 추구와 일탈 기고문은 시범사업에서 이미 플랫폼 기업이 부작용 은폐와 법적 허점 악용을 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오히려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법적 근거 없이 플랫폼에만 맡기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공적 관리·감독 체계와 법제화를 통해서만 기업의 일탈을 막을 수 있다. 해법은 “제도화 반대”가 아니라 “투명한 제도화”다.오늘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대략 8곳이 플랫폼 기업이라는 사실은 플랫폼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디지털 전환의 네 가지 핵심 축은 네트워크, 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플랫폼인데, 그중에서도 실제 운영의 중심은 플랫폼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은 지금 시대를 움직이는 운영 시스템이며, 단순한 유통 수단을 넘어 사회와 경제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로 자리 잡았다.‘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사실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쉽게 말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치, 즉 ‘시장’이다. 과거에는 약국이 동네 주민과 직접 만나던 자체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이 새로운 연결의 창구가 되었고, 소비자는 더이상 오프라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그런데 약사 사회에서 ‘플랫폼’이라는 말은 다소 불편하게 들린다. 첫째, 많은 플랫폼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취하는 구조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둘째, 약사의 전문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가격 경쟁만 남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셋째, 약사 사회는 오랫동안 독립성과 전문직 문화를 지켜왔기 때문에 외부 플랫폼 개입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이다. 플랫폼은 단순히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만나는 창구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네이버가 검색의 창구가 되고, 쿠팡이 쇼핑의 창구가 된 것처럼, 약사 사회가 플랫폼을 외면한다면 환자와의 접점은 결국 약사가 아닌 다른 주체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약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플랫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약사 중심의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환자와의 연결을 지켜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약사의 전문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플랫폼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며, 그것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다.나는 예전에 일본 약국을 견학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약 배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오자, 우리 약사회 간부들의 질문은 한결같이 “약 배달사고는 없었는가?”에만 집중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나는 정말 답답했다. 왜 우리는 기회를 묻지 않고, 위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가. 약사 사회가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디지털 세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환경이다. 오늘날 디지털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기본 언어다. 우리는 은행 업무, 택시 호출, 장보기, 심지어 가정 내 전자기기 제어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 예약, 검사 결과 확인, 약국 검색 등을 이미 디지털 환경에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약국만 종이 처방전과 전화, 직접 방문에 머물러 있다.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약 배송 포함)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약 배송은 환자 관리 효율성과 편의성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등 약국 상품 매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마츠모토키요시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해외 여러 사례는 디지털 전환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임을 보여준다.결국 논의의 본질은 찬성과 반대의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우리는 환자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변화하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후배 약사들에게 어떤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국민은 이미 디지털에 익숙하다. 약사 사회가 변화를 외면한다면 국민에게서 멀어지고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공포가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준비다. 안전을 보장할 제도를 세우고, 미래를 대비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그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이끌어갈 것인가. 결국 디지털 사회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약사 사회가 이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약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지금 약국에서 행하던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 기술로 처리하는 사회가 오고 있다. 이것이 디지털 사회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에서 약국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되도록 만들고, 약사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존재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저자 이력 영남대 약대 졸업 전 약국체인 위드팜 대표이사 현 DRxSolution 대표이사2025-10-01 12:08:49박정관 DRxS 대표 -
[기고] 'Pharmacy Forward' 코펜하겐에서 본 약사의 미래이현정 약사2025년 8월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약학연맹(FIP) 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매년 열리는 이 학회는 전 세계 약사, 제약 산업 관계자, 보건 정책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약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인데, 올해 주제는 “Pharmacy Forward: Performance, Collaboration, and Health Transformation”이었다. ‘성과와 협업, 그리고 보건의 변화’라는 큰 틀 아래 지속가능성, 보건 시스템, 개인 맞춤형 돌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개막식에서는 북유럽의 공공 보건 철학이 학회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듯했다. 건강은 단순히 치료를 넘어 예방과 관리,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강조됐다. 특히 사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Digital Pharmacy Summit에서는 AI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실질적 적용 사례가 다뤄졌는데, 환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상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디지털 툴,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약국 서비스 등 이미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기술들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약사들에게도 곧 다가올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 보안과 윤리적 책임,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약사 직능이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환자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도 중요한 화두였다. 내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항생제뿐 아니라 항진균제 내성까지 다뤄진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약사의 역할은 더 이상 단순한 조제와 복약 지도가 아니라 감염병 예방과 관리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이 부각되었다. 예방 접종 확대, 지역사회 중심의 항생제 사용 관리, 보건 당국과의 협력이 강조되었으며,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이었다.또한 여러 세션에서는 자기 관리(self-care)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근골격계 통증, 소화 불편, 호흡기 질환 등 일상적인 증상에 대해 약사가 어떻게 환자의 자기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지가 활발히 논의됐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생활습관 개선과 교육, 약물의 올바른 사용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약사의 중요한 역할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의미가 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경증 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의 서비스 제공은 앞으로 약국이 지역사회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했던 세션 중 하나가 ‘3rd Global Allergy Connect (GAC) Meeting’이었다. 알레르기 비염 관리에서 ‘0% brain interference’, 즉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 항히스타민제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로 fexofenadine이 소개되었다. 환자의 증상을 조절하면서도 일상생활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약물의 가치가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환자들이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졸음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접해왔던 만큼, 이번 논의는 약사가 상담 과정에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 느껴졌다.코펜하겐 학회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약사라는 직능이 점점 더 다차원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약국 문을 열고 환자를 맞이하는 순간부터, 지역사회 보건 향상, 국가적 감염병 관리, 글로벌 지속가능성까지 약사가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를 실제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자의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서의 상담을 강화하고, 예방 접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건강 리터러시를 높이는 활동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이번 학회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약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었다. 북유럽의 약국이 지역 보건소와 긴밀히 협력해 예방 중심 서비스를 확대하는 사례, 캐나다와 호주에서 약사가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를 주도하는 모습, 그리고 유럽 각국에서 디지털 도구를 통해 환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경험담은 한국 약사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이제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보건 시스템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코펜하겐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Pharmacy Forward”라는 슬로건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학회에서 들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사례들이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특히 알레르기 관리 세션에서 얻은 통찰은 환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약사의 역할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한국의 약사 사회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지는 바로 우리 모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필자 약력 전 전북대학교 병원 약제팀 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약제팀 ADR 담당 전 부천 보람약국 대표약사 전 파주 열매약국 대표약사 전 서울 다나스약국 대표약사 현 약사 학술강의 및 자문, 제약회사 협업 다수2025-09-22 13:16:48이현정 약사 -
[기고] 약사 1인 복수약국 운영 불기소 판단, 왜?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하여 약사가 아닌 자의 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제21조 제1항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한 명의 약사가 복수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1인1개소의 원칙). 나아가 제21조 제2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개설한 약국을 직접 관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개설자의 직접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약사법의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약사가 자신이 직접 관리·조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약국을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자격 없는 자가 자본을 투자하고 약사의 면허만 빌려 사실상 약국을 지배하는 행위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른바 ‘면허대여’를 차단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질서의 건전성과 환자 안전을 지키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비슷한 원칙은 의료법에도 존재하지만, 그 규제 강도는 훨씬 더 강하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단순히 ‘개설’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에의 관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이 점은 약사법과 명확히 구별된다. 약사법 제21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설’에 국한될 뿐 ‘운영’ 관여를 직접 금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약사법은 형식적으로 개설자를 구분해 복수 약국의 소유를 차단하면서도, 다른 약국의 경영이나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행위까지는 명문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과거 의료법 역시 복수 ‘개설’만을 금지하는 데 그쳤고, 판례와 행정해석에 따라 개설자가 다르면 복수 기관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의료기관 간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허위·부당 청구와 같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결국 입법자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 원칙에 ‘운영’까지 포함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한 것이다.최근 수사기관이 내린 무혐의 판단은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 1998년 판결(대법원 1998.10.27. 선고 98도2119 판결)을 근거로, 자기 명의 약국을 이미 개설한 약사가 다른 약사의 명의로 개설된 약국의 경영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해당 약국에서 직접 의약품을 조제·판매하거나 무자격자에게 이를 시켰다는 증거가 없는 한, 약사법 제21조 제1항이 금지하는 ‘복수 개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제와 판매라는 본질적 업무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이 같은 해석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는 타당하긴 하다. 법에 없는 죄를 확장해석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 사회의 시각에서 보자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형식상 개설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 명의 약사가 여러 약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가 합법으로 인정된다면, 이는 면허대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약사가 한 곳의 약국을 책임진다”는 신뢰인데,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일부 약사가 다수의 약국을 체인화하여 지휘하는 현실은 이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의료법은 이미 2012년 개정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였다. 의료인에게 ‘운영’ 금지까지 명문화되자, 네트워크 병원들은 MSO(경영지원회사)를 통한 합법적 운영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약사법의 빈틈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거나, 타 약국에 대한 지분 투자 및 경영 관여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약국은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기관이며, 그 운영의 중심에는 반드시 전문성을 지닌 약사가 자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복수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존재한다면, 성실하게 자신의 약국을 지키는 다수의 약사들에게는 심각한 박탈감이,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이번 무혐의 결정은 현행 약사법 문언의 한계가 빚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일은 결국 입법자의 몫이다. 의료법이 그랬듯, 약사법도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운영 관여까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동 경영대학원 졸업 (전)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전)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전)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회 위원 보건복지부 소송대리 및 자문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송대리 및 자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사고배상공제회 소송대리 및 자문 병원협회, 간호사협회, 한의사협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 각종 협회 및 공공기관 법률 자문2025-09-10 09:40:58오승준 변호사 -
[기고] 원료약 산업 육성,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미국은 지난해 국가안보국 주도로 일본·한국·인도·유럽 등 5곳과 함께 자국의 안정적 의약품 수급 방안을 논의하는 테이블을 발족시켰다.중국이 전 세계 원료의약품의 30~40%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적·정치적 긴장은 국민 보건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논의다.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보건·산업 관련 주무부처가 아닌, 국가안보국이 직접 나섰다는 사실은 원료의약품의 수급 안정이 국가 안보 차원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가장 기본적인 의약품인 아세트아미노펜과 항바이러스제 수급난으로 온 국민이 곤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유럽조차 인도의 아세트아미노펜 수출 금지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와 권역 내 생산 구조 확충 노력을 강화했다.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새 강자로 떠오른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미국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40%를 점유할 만큼 완제약 분야에서 급성장했지만, 자국 의약품 산업 구조의 취약성도 문제로 인식했다. 특히 원료의약품 분야에 대한 문제 인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최근 원료의약품의 단계적 국산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공격적인 생산 연계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조업체에 직접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생산설비 투자에 엄청난 지원을 쏟아 붓고 있다.범세계적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적 이권 쟁탈, 국지전 가능성이 증가하는 최근 국제정세 속에서 필수 원료의약품의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산업 기반 확충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이슈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 원료의약품 산업은 작은 내수시장, 부족한 자원과 전문인력, 국민건강보험제도 하의 약가 억제, 그리고 국제적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정책 방향성 등 여러 한계로 인해 자생적 생존과 발전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1988년 국산약 약가 인센티브제도 도입과 함께 대형 완제의약품 업체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산업은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러나 2012년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직접적인 성장동력을 잃었다. 이후 2015년을 전후로 일본 수출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지만, 제네릭 육성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일본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동시에 인도·중국의 저가 시장 확대에 밀려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든 게 한국 원료의약품 산업의 현주소다.이러한 와중에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작년 말 발족한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첫 회의가 올해 1월 열렸다. 투자 경색과 산업 위기를 겪는 제약바이오업계와 원료의약품 산업계는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 5월엔 이주호 권한대행 주관으로 2차 회의까지 개최됐지만, 조기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며 어떤 연속성이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하게 된 탓에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은 추상적이고 지극히 간략히 언급되는 데 그쳤다.서두에 언급했듯, 미국 스스로가 다급하게 원료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호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5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첫 회의 참석 후 후속 움직임에 대한 참여는 오리무중이다. 다급한 그들은 한국의 참여와 무관하제 논의를 진행할 것이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굴러들어온 기회는 남의 떡이 될 것이 뻔하다.안보의 측면에서, 그리고 미래 국가 성장동력의 확보를 위해 의약바이오와 원료의약품 산업 회생과 육성 발전에 범국가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략이나 묘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제안과 로드맵을 꾸준히 실행하면 된다. 기존에 발족된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산업 육성·규제 해소를 위해 정부기관과 산·학·연·병·민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중장기 전략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꾸준한 투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이와 더불어 미국이 주도하는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의 안정적 글로벌 공급망 구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역할과 포지션을 확보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 원료의약품 개발·생산 산업의 부흥을 꾀해야 한다. 동시에 그간의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이점과 K-브랜드 열풍의 후광 효과까지 살려 인도와 같은 가공 수출 분야의 시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한국 원료의약품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그러나 이 위기 상황에서 당면 과제를 하나씩 헤쳐 나가면, 궁극적으론 제약주권 확보를 통한 국민 보건 안보 실현은 물론, 글로벌 의약품 수급 체계 속에서 중요한 교량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원료의약품 산업이 한국의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칠흑 같은 어둠 뒤 새벽은 올 것이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또 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의지를 다져본다.2025-09-10 06:15:06오창영 대표이사 -
[기고] 멈춰선 약사회,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약사사회의 현실은 정말 어렵다. 한약사 문제는 여전히 직능의 뿌리를 흔들고 있고, 창고형 약국은 약국 본연의 역할을 왜곡하며 우리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다이소와 백화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무분별하게 팔리고, 비대면 진료의 거센 물결은 약사의 전문성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려 하고 있다.이처럼 사방에서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도, 대한약사회는 멈춰 서 있는 모습이다. 회원들은 대한약사회를 이대로 믿고 가도 되는가. 약사회가 정말 우리와 함께 싸우고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장의 불안과 분노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약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절규다.지금은 회원들도 침묵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약사 직능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주체다. 오늘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내일은 더 큰 후퇴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위기는 우리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단결과 혁신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약사회가 중심을 잡고 회원과 함께 위기를 넘어 선다면, 오히려 국민 앞에 약사의 전문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다.첫 번째로 한약사 문제에서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약사 문제는 직능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근본 과제다. 정부는 한약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수십년을 방치했다. 그 결과 약사사회 내부의 갈등과 국민 혼란만 가중 됐다. 한약사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궁극적 해법은 제도의 근본적 개편에 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도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약사회는 회원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또 창고형 약국은 약사직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약국을 단순한 유통 창구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시도다. 약국은 의약품 안전 관리와 복약지도를 담당하는 보건의료기관임을 법과 제도로 분명히 해야 한다. 편법적 영업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의약품은 가격경쟁이 아닌 안전관리와 복약지도가 이뤄져야 하는 특수한 재화다. 보건당국에 약국의 진열 및 구조 기준 마련을 적극 건의하고, 상담 복약지도 공간 확보를 의무화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약국 운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제도개편과 직역 차별화를 시켜야 한다. 약사회가 중심이 돼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통해 약사의 전문성과 국민 건강권을 지켜 나가야 한다.건강기능식품 유통 문제는 단순한 상업 논리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다. 약사의 지도 없는 무분별한 판매를 방치한다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약사회는 약국 중심의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안전한 유통 구조를 마련하는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건강기능식품을 단순 유통 상품이 아닌 건강관리 영역으로 규정하고 고위험군 특정품목은 약국 중심 유통 체계로 전환하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불법광고를 단속 강화하고, 약국 차별화 전략과 제도개선 추진을 통해 국민안전과 약사전문성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 지난번에 발생한 다이소 문제는 개인의 일이 아닌 약사 전체의 문제다. 그런데도 대한약사회는 공정위에서 검찰의 공소장과도 같은 “심의절차 개시 의견서”를 보내와 답변하라는데 이 내용을 아는 약사가 거의 없었다.적어도 시도지부장, 감사단, 회장단 등과 상의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권영희 회장 혼자 알아서 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6개 시도지부장 회의에서조차 ‘내가 알아서 하겠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라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비대면 진료 제도에서는 약사의 역할 보장이 핵심이다. 처방전 검토와 복약지도가 배제된다면 환자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약사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정부는 의료 접근성 향상과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약 배송 플랫폼, 특정 대형약국 쏠림, 복약지도 부실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비대면 진료가 관리 되지 않으면 환자 안전은 물론 지역약국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이 최우선이다. 대한약사회는 복약지도 원칙수호, 약 배송 불가 원칙, 약국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마련 등을 통해 회원 약국이 소외 되지 않고 국민이 안전하게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처방 받은 약은 원칙적으로 그 지역 약국에서 수령 하도록 제도화돼야 한다.파도처럼 밀려오는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단결과 내부 혁신이 필요하다. 제발 대한약사회가 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분석해 시도지부장과 분회가 함께 참여할 때 약사회는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서울시약사회 분회장협의회는 난국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회원과 함께 위기의 파도를 넘어설 것이다. 국민은 여전히 약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신뢰한다. 그 신뢰에 응답하는 길은, 침묵을 열고 잠에서 깨어나 지금 당장 변화와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윤종일 회장 주요 이력 *조선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국 청년약사회장 *서울시의회 의원 *동대문구약사회장 *동대문 문화원장 *서울 24개 분회장 협의회장2025-09-08 20:05:06윤종일 회장 -
[칼럼] 예방의학시대, 약국 한방 자양강장제의 재발견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이미 걸린 질병에 대한 치료보다 면역력 증진과 만성피로 관리 등으로 평소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약국은 단순히 의약품 조제공간을 넘어, 예방과 보강을 위한 생활밀착형 건강관리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그 중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방 자양강장제는 몸의 기(氣), 혈(血), 정(精)을 보충하여 신체 기능을 정상화하고, 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며 약국 건강관리의 핵심적인 역할로 자리 잡아왔다. 실제로 약국에서는 홍삼, 자하거 제품은 물론, 쌍화탕, 공진단, 경옥고 등의 다양한 한방 자양강장제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기력보충’ 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자양강장제라는 공통점이 있다.경옥고 역시 동의보감에 기록된 대표적인 자양강장제로, 인삼, 생지황, 백복령, 꿀로 구성되어, 기와 진액을 보충하고 체력을 증진하며 마른 기침을 완화하는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경북대 약학대학 배종섭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경옥고가 미세먼지로 높아진 혈관 투과성을 낮추고 활성산소를 감소시켜서 미세먼지로 인한 폐 손상 예방하고 폐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경옥고는 기력 회복과 전신 보강의 효과로 오랜 기간 자양강장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제품의 효과에 더해, 현대인의 니즈를 보강한 새로운 한방제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 나온 제품 중 눈에 띄는 제품은 경옥고에 호흡기 강화 효능을 더욱 보강한 자양강장제로, 천문동, 맥문동, 지골피와 같은 호흡기에 작용하는 약재가 추가된 천금고이다.천문동(天門冬)은 자음윤폐(滋陰潤肺), 청열강화(淸熱降火)의 역할을 하며 천문동의 주요 성분인 아스파라거스 사포닌, 올리고사카라이드 등이 면역력을 증진하고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한 진액(음)을 보충하여 폐를 촉촉하게 해서 기침을 가라앉히고 간세포,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인해 몸의 진액이 소모되면서 발생하는 ‘음허화동(陰虛火動)'(진액 부족으로 인한 열이 위로 뜨는 증상)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마른기침, 인후 건조, 입 마름 등의 증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마황승마탕, 청폐탕이라는 처방으로 폐결핵, 천식, 만성 호흡기 질환에 활용된다.맥문동(麥門冬)은 윤폐청심(潤肺淸心), 익위생진(益胃生津)의 역할을 하는 약재이다.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성 사포닌과 IgM 항체 생성 억제 작용이 있는 오피오포고닌이 주요 약리 성분으로, 폐 점막 분비물을 늘려 건조해진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고, 면역 기능을 조절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을 방지한다. 죽엽석고탕 , 맥문동탕, 생맥산 등의 처방의 주요 약재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폐와 위장의 진액을 보충하는 역할로 마른 기침과 끈적끈적한 가래를 치료하고 소화불량, 입 마름, 변비 등 진액 부족으로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을 동시에 개선하며, 심장을 맑게 하여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한 증상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된다.지골피(地骨皮)는 청열양혈(淸熱凉血), 청퇴허열(淸退虛熱)의 역할을 한다. 지골피는 구기자 나무 껍질로 베타인, 베타시토스테롤, 쿠코아민 등을 함유하고 있는 약재다. 베타인은 호모시스테인을 혈중 농도를 조절해 심혈관 질환, 뇌졸증을 예방하고 염증, 항산화 작용이 있고 쿠코아민은 혈압강하 작용, 혈당 강화 작용이 있다. 지골피는 탁월한 해열작용, 항진균 작용이 있어서 사백산, 지골피탕이라는 처방으로 결핵에 의한 열, 기침, 토혈 등을 가라앉히고 고혈압에도 활용되고 있다. 몸에 허열(虛熱)이 있고 뼈나 혈액에 열이 쌓여 발생하는 증상에 주로 활용되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처방, 갱년기 증상(상열감, 식은땀 등) 완화를 위한 처방, 만성 염증성 질환에 동반되는 미열을 다스리는 처방 등에 배합된다.이 세 가지 약재가 더해졌을 때, 단순한 기력 보충을 넘어 호흡기 특화 효능과 허열 완화라는 입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우선 천문동, 맥문동이 추가되면 미세먼지, 건조한 환경, 만성 염증 등으로 손상된 폐와 기관지를 회복하는 효과가 유의하게 커지기 때문에 진액이 말라붙어 발생하는 마른 기침과 잔기침에 효과가 두드러진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의 진액이 고갈되어 나타나는 피로, 상열감, 식은땀 등의 ‘음허화동’ 증상은 지골피와 천문동이 함께 작용하면 효과적으로 해소되어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갱년기 증상이나 만성적인 허열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따라서 마른기침과 만성적인 인후 건조로 불편한 환자, 평소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고, 특히 오후에 열이 오르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열감이 있는 환자, 안면홍조, 식은땀 등 갱년기 증상을 겪는 여성, 큰 병 이후 기력이 쇠하고 몸에 열이 뜨고 갈증이 심해진 회복기의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 (최고의 명의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고 보통의 의사는 이미 생긴 질병을 치료한다) 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예방의학적 접근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병이 생기기 전에 적절한 영양제와 자양강장제를 복용하면서 기혈 불균형을 보충하고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쓰는 양생(養生)을 잘하는 것이 바로 치미병(治未病) 하는 것이다.약국에서 전통 한방 자양강장제를 기반으로 하여 천문동, 맥문동, 지골피와 같은 약재를 더한 제품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예방의학적 관점을 한방제제로 더 다양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환자에게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약국에는 보다 풍부한 상담 근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1. Lee W, Bae J S. Inhibitory effects of Kyung Ok Ko, traditional herbal prescription, on particulate matter induced vascular barrier disruptive responses. Int J Environ Health Res. 2019;29(3):301-311 2. 『황제내경·영추·역순편(黃帝內經·靈樞·逆順篇)』, 제55편. 필자 약력 서울대학교 제약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차의과대학교 통합의학 석사수료 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전) 가천대 약학대학 임상연구원 현) 얼핏한의원 대표원장2025-09-08 09:07:57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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