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것들좋은 공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업체랑 계약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업체마다 장점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좋은 계약은 좋은 업체를 만나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약국 인테리어는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 몇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공사 범위입니다. 견적서의 총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는지입니다. 철거는 어디까지인지, 냉난방과 간판은 포함되는지, 전기와 급·배수 설비는 별도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금액의 견적이라도 포함된 공사 범위에 따라 실제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철거 후 예상하지 못했던 배관이나 누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변수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추가 공사가 왜 필요한지,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사용하시려고 하나요?", "운영 방식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이 많을수록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테리어는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A/S 기준입니다. 인테리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완제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드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작은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자가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그래서 A/S 기간과 대응 기준을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계약 전에는 충분히 비교하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계약을 결정했다면 끊임없이 의심하기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듭니다. 계약은 도장을 찍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부터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약속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공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과 좋은 의사소통이 좋은 공간을 만듭니다.2026-09-02 06:00:32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 임시총회 열고 총의 모아야어제 우리는 대한약사회 지부장회의가 열리는 현장으로 갔습니다. 서울 24개 분회장과 경기지역 분회장들이 함께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호소문을 전달하고 낭독했습니다. 왜 분회장들이 중앙회까지 찾아가야 했을까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흔들리는 약사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국 약사사회가 빗장풀린 약배송으로 약사회는 초 비상사태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약을 배송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와 약사의 만남이 사라지고, 복약지도가 약화되며, 약사의 전문성이 플랫폼의 편리함 뒤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약은 일반 상품이 아닙니다. 약국은 물류센터가 아닙니다. 약사는 배송을 위한 포장 인력이 아닙니다. 약사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복용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의 중복과 상호작용을 살피며,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편리함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 건강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회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약사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전국의 민초약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거센 정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회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쌓여 결국 서울과 경기의 분회장들이 움직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했습니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이 위기를 함께 논의하고 약사사회의 총의를 모으자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중대한 상황이라면 평상시의 회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논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시대의원총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것, 회원들은 묻습니다. 현 상황에서 권영희 회장이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취지의 입장이 지부장 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회원들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집니까?"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도 정부의 정책 추진을 막지 못했고, 현장의 불안과 불신이 이처럼 커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도체계 아래에서 다시 비상대책을 맡는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을 했습니다. 대한약사회장님의 답은 비상대책을 꾸린뒤에 설명 하겠다고 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만으로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이 믿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엇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회원은 이제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대한약사회 회장님께서 정말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본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이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의원 총 1/3이상의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임시 대의원 총회를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16개 시·도지부장님들께 호소합니다. 지부장님들 회의결과는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대의원총회 소집이 무산 되었습니다. 권영희 회장님도 분회장 회의에 오셔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언제가 때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닙니다. 전시 상황입니다.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부장님들께서는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 주십시오. 민초약사들은 아우성인데 왜 대한약사회와 지부장님들만 때가 아니라고 하십니까? 그럼 언제가 때인지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회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당당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소통이고, 관망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개국약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전국 모든 약사의 문제입니다. 오늘 서울에서 시작된 변화가 내일 전국의 약국으로 닥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 플랫폼이 움직이고 있는데 약사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다만 단결이 침묵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이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약사회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약사회를 살리는 일입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나는 약사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쓴소리를 합니다. 약사회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요구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닙니다. 약사의 전문성입니다. 지역약국의 가치입니다. 국민의 건강입니다. 그리고 약사라는 이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회장도, 집행부도, 지부장도, 분회장도 아닙니다. 회원입니다. 회원이 주인이라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총의를 모으자고 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면 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제 현장에 섰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닙니다.약사회를 살리기 위해 갔습니다. 이제 대한약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주십시오. 회원과 대의원이 함께 논의하게 해주십시오. 비상대책을 추진한다면 회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침묵하지 맙시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맙시다. 분열하지 맙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합시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그리고 지금, 회원의 목소리에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의원(전)2026-08-28 06:00:38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사가 아는 약국 만드는 동선 설계예쁜 공간보다 오래 일하기 편한 공간이 좋은 약국입니다. "예쁜 약국 하나 만들어 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요청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 항상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약사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출근해서 문을 열고, 조명을 켜고, 처방전을 접수하고,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를 하고, 퇴근하며 문을 잠그는 순간까지. 저는 약국에서의 하루를 먼저 상상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과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어떤 위치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할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설계는 예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하루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약국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동선과 직원 동선입니다. 고객은 접수부터 대기, 복약지도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해야 하고, 직원은 불필요하게 돌아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하루 수백 번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몇 년이 지나면 피로도의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생각자국은 가구의 모양보다 먼저 높이를 고민합니다. 조제대는 약사님의 어깨와 허리가 편해야 하고, 투약대는 고객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특히 투약대는 단순한 카운터가 아닙니다. 병원 인포데스크처럼 앉아서 응대하는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복약지도를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반복해서 일어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와 어깨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근무자의 피로도는 크게 증가합니다. 조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을 밝히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피로도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같은 마감재라도 조명의 색온도와 위치에 따라 전문적인 공간이 될 수도, 따뜻한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국은 하루 이틀 사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5년, 10년 동안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좋은 설계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몸을 먼저 이해하는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어깨가 조금 덜 아프고 허리가 조금 덜 피곤하다면 그것이 좋은 설계입니다. 공간은 보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가 설계하는 것은 가구의 위치가 아닙니다. 약사님의 하루입니다. 하루가 편해야 10년이 편하고, 10년이 편해야 오래 사랑받는 약국이 됩니다.2026-08-26 06:00:36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는 풍전등화 위기 앞에 민심 직시하라작년에 새로 들어선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를 바탕으로 약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그 와중에 작년 6월 메가팩토리가 창고형약국으로 문을 열었고, 불과 1년 만에 전국에 100여 군데, 경기도에만 40여개 창고형약국이 난립하며 동네약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대한약사회에 기대를 걸었던 약사회원들은 '창고형 약국'에 속수무책인 대한약사회에 엄청난 실망을 하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는 말뿐이었던 것인가! 여기에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시도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확대와 맞물린 전국적인 약 배달 정책마저 눈앞의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약사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 자체가 위협받는 사면초가의 국면이다. "민초약사는 비상 상황인데 대한약사회는 비상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야 할 대한약사회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함을 금할 수 없다. 민초약사들은 하루하루 불안과 분노 속에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대한약사회에는 그 어떠한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안이 이토록 엄중함에도 ‘비상대책위원회’조차 발족하지 않은 채 안일하게 한약사 문제 1인 시위만 답답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망각한 채 정책적 결단과 강력한 정공법의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하며 모조리 놓치고 있는 무능함에 현장의 탄식과 절망은 극에 달했다. 지도부의 한가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대한약사회장의 행보를 전국의 약사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권영희 회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FIP(세계약사연맹) 총회 참석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 불참했다.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 타 보건의료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해 장관을 대면할 때 대한약사회만 부회장이 대신 참석하는 파행을 빚었다. 정작 회장은 장관 대면식이 끝난 후에야 귀국했으니 회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분통이 터지게도 이처럼 엄중한 시국에 올해 역시 캐나다에서 열리는 FIP 총회 참석을 이유로 대거 출국한다는 소문이 파다 하다. 현장의 약사들이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이때, 지도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또다시 해외 출장길을 논하고 있단 말인가? 국정감사가 곧 다가온다. 정부를 견제하고 보건의료 현안의 위헌·위법성을 매섭게 추궁할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전략도, 준비도 없이 소중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던 작년 국정감사의 뼈아픈 실책을 올해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한가한 해외 일정 구상을 즉각 철회하고 다가오는 국정감사 준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약사회는 민심이 두렵지 않은가. 약사회의 주인은 특정 집행부나 임원이 아니라, 매일 현장을 지키며 회비를 내고 약국을 일구는 민초약사들이다. 현장의 절규를 외면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망각한 채 안일함으로 일관한다면, 회원들의 참아온 분노는 결국 지도부를 향한 준엄한 심판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비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허울뿐인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즉시 발족하라. 창고형 약국 난립,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정책 저지를 위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실질적인 투쟁에 나서라. 회원의 뜻을 외면한 채 거듭된 위기를 방치한다면, 전국의 민초약사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25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생노병사를 넘어 '생노병돌봄사'의 시대약국 문을 나서려던 한 환자가 다시 돌아서서 물었다. “약사님, 약은 잘 챙겨 먹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분의 손에는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투가 들려 있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관절통 약이 한데 들어 있었다. 약의 복용시간과 주의사항은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 그러나 환자가 진정으로 묻고 있었던 것은 약의 이름이나 복용법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다시 내 힘으로 걷고, 먹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약 봉투 안에는 약의 복용법은 적혀 있지만, 환자가 오늘 저녁 무엇을 먹고 내일 아침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병원에서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지만, 환자는 다시 자신의 집과 식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바로 그곳에 오늘날 의료가 아직 충분히 채우지 못한 공간이 있다. 병과 죽음 사이에 길어진 ‘돌봄의 시간’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의 삶을 ‘생로병사’라는 네 글자로 설명해 왔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인간이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현대인의 삶은 더 이상 이 네 단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병이 생긴 뒤 곧바로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퇴행성관절염, 파킨슨병, 치매와 같은 질환을 안고 오랫동안 살아간다. 약을 복용하고 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생존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자 식사를 준비하기 어렵고, 약을 챙기기 힘들며, 걷고 씻고 외출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병과 죽음 사이에 이전에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하나의 단계가 길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바로 ‘돌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의 삶을 ‘생노병사’가 아니라 ‘생노병돌봄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말은 단순한 언어적 수사가 아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생존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고 관계를 맺으며 삶을 선택할 수 있느냐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시대적 문제의식이다. 사람들이 노년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흰머리나 주름 때문만은 아니다. 내 발로 걷지 못하게 되는 것, 내가 먹을 음식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 대소변과 목욕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환자들이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단순히 생물학적 수명을 연장해 달라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장수이며, 의료가 앞으로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삶의 모습이다. 현대의학의 성취와 그 이후에 남은 과제 현대의학은 인류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했다. 감염병을 치료하고, 응급수술로 생명을 구했으며,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통해 수많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급성기 사망을 줄이고, 과거에는 회복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현대의학의 성취와 약물치료의 가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온 영역은 주로 질병을 진단하고, 위험한 상태를 안정시키며, 증상과 검사 수치를 조절하는 분야다. 반면 만성질환은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 않는다.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근감소증과 인지기능 저하는 오랫동안 반복된 식생활, 운동 부족, 복부비만, 근육 감소, 수면장애, 스트레스, 장내환경의 변화와 만성염증이 서로 얽히면서 진행된다. 혈당이 높으면 혈당을 낮춰야 하고, 혈압이 높으면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암이 발견되면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진료시간 안에서 환자가 매일 무엇을 먹는지, 최근 체중과 근육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잠을 제대로 자는지,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지, 여러 건강기능식품과 즙을 함께 섭취하는지까지 충분히 살피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현대의학의 실패가 아니다. 진단과 응급치료, 수술과 약물치료, 영양과 생활관리, 정서적 지지와 돌봄을 하나의 의료체계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다. 병원에서 치료가 끝났다고 환자의 삶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세끼 식사와 수면, 움직임, 복약, 불안과 가족관계가 시작된다. 치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지지만, 회복의 대부분은 환자의 일상에서 이어진다. 오늘날 의료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이 치료와 일상 사이에 남아 있는 공간이다. 의학 3.0,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에서 건강수명을 지키는 의학으로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의학 3.0’이 이야기되고 있다. 의학 3.0은 기존의학을 부정하거나 대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응급치료, 수술, 약물치료라는 현대의학의 강력한 토대 위에 예방과 조기관리, 개인화된 건강관리, 영양, 운동, 수면과 생활환경을 더하자는 새로운 방향이다. 질병이 충분히 진행된 뒤 치료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질병을 만들어가는 위험을 더 일찍 발견하고 관리하자는 것이다.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왜 이 환자의 혈당이 계속 높아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혈압약을 처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환자의 체중과 근육, 수면과 스트레스, 염분 섭취와 활동량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암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 이후 환자가 다시 먹고, 걷고, 잠을 자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의학 3.0의 핵심 질문은 “이 환자에게 어떤 질병이 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사람은 왜 이 질병을 가지게 되었는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질병의 악화와 돌봄 의존을 늦출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단순한 생존기간이 아니라 건강하게 기능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빈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인 가운데 한 사람이 약사라고 생각한다. 약사는 약물의 작용기전과 부작용, 상호작용을 이해한다. 간과 신장 기능에 따라 약물의 효과와 위험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저혈당과 출혈,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같은 환자를 반복해서 만난다. 이러한 약사의 전문성은 음식과 생활을 상담할 때 더욱 중요해진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갑자기 식사량을 크게 줄이면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뇨제를 복용하는 심부전 환자에게 물과 전해질을 무조건 많이 섭취하도록 권해서는 안 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채소즙과 과일즙을 과도하게 마시면 칼륨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섭취한다면 출혈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치료 단계, 면역 상태, 구강점막 손상, 설사나 변비, 체중 감소와 소화력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위생관리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한다. 음식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질병과 약물의 위험을 함께 고려한 음식상담에는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약사가 음식과 생활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사의 영역을 약에서 음식으로 옮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약을 중심으로 축적해 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약과 음식, 질병과 생활, 치료와 회복을 더 안전하게 연결하자는 것이다. 푸드닥터가 지향하는 음식치유는 약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거부하게 하는 접근이 아니다.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감염, 진행성 암, 간부전과 신부전처럼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의학적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하나를 모든 질병의 해답처럼 주장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음식치유의 올바른 방향은 필요한 치료와 약물복용을 충실히 이어가면서, 환자가 자신의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식사와 운동, 수면, 체중과 근육,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음식은 하루 세 번, 일 년이면 1,000번 이상 몸 안으로 들어온다. 그 반복되는 음식은 혈당과 인슐린 반응에 영향을 주고,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며, 근육과 혈관, 면역반응과 에너지대사에 관여한다. 같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환자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며, 얼마나 잘 자는지에 따라 치료 이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은 약의 경쟁자가 아니다. 음식은 약물치료가 환자의 삶 속에서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어지도록 돕는 치료의 동반자다. 푸드닥터는 환자에게 삶의 주도권을 돌려주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는 푸드닥터는 의사를 대신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다. 푸드닥터는 환자의 질환과 검사 결과, 복용약, 소화력, 체중과 근육량, 식습관과 생활환경을 함께 살펴보고, 의학적 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과 생활의 방향을 교육하는 상담 역량을 의미한다. “이 음식이 몸에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무조건 좋다거나 나쁘다고 답하지 않는다. 누가 먹는지,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지금 치료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간과 신장 기능은 어떠한지,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할 힘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푸드닥터 상담은 완벽한 식단을 지시하는 일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삶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질병이 깊어질수록 환자는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감을 잃는다. 검사 결과는 의료진이 설명하고, 약은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며, 식사는 가족이 준비한다. 환자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이때 약사가 환자에게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행동을 제안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저녁 식후 10분만 걸어보십시오.”“식사를 무조건 줄이지 말고 단백질과 에너지를 조금씩 나누어 드십시오.” “야간 저혈당 가능성이 있으니 증상과 혈당을 기록해 진료 때 보여주십시오.” “지금은 새로운 건강식품을 더하기보다 현재 드시는 제품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생활지도가 아니다. 환자에게 “내가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기효능감과 희망을 돌려주는 치유의 언어다. 가격이 아니라 지식과 신뢰로 선택받는 약국. 지금 약국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처방전 중심의 반복 업무, 약국의 대형화, 가격 경쟁, 온라인 유통과 건강정보의 확산은 약국의 역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환자는 왜 우리 약국을 선택해야 하는가. 약사는 환자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미래 약국의 경쟁력을 더 많은 제품과 더 낮은 가격에서만 찾는다면 약사의 전문성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 약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약국의 크기도, 진열된 제품의 숫자도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이해하는 지식, 질병과 약물을 해석하는 능력, 위험한 선택을 막아주는 판단력, 그리고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마음이다. 약사가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상담의 깊이는 달라진다. “최근 식사량과 체중이 줄지는 않았습니까?” “식후에 심하게 졸리거나 어지럽지는 않습니까?”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지는 않습니까?” “건강기능식품과 즙, 분말을 함께 드시고 있습니까?” “최근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지는 않습니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친절이나 생활지도가 아니다. 약효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이유, 부작용이 심해지는 배경, 복약순응도가 낮아지는 원인, 영양불량과 근감소, 노쇠와 돌봄 의존의 위험을 발견하기 위한 임상적 질문이다.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 앞으로의 10년은 대한민국 약사 직능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하나의 질환만 가진 환자보다 여러 만성질환과 다약제를 함께 가진 환자가 증가한다. 병원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음식과 운동, 수면, 복약과 자기관리를 지속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가족과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돌봄의 무게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약사가 처방된 약을 정확히 조제하고 전달하는 역할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약사의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약사가 약물치료의 안전성을 지키면서 환자의 식사와 영양, 근육, 수면과 생활을 연결한다면 약국의 역할은 달라진다. 약국은 약을 받아 가는 장소를 넘어 만성질환의 악화를 예방하고, 치료 이후의 삶을 관리하며, 노쇠와 돌봄 의존을 늦추는 지역사회의 건강거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은 약사의 전문성을 버리고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까지 축적해 온 약학적 전문성을 환자의 삶 전체로 확장하는 시간이다. 처방전에서 환자로, 약봉투에서 식탁으로, 질병의 수치에서 환자의 생활로, 치료에서 예방과 회복으로, 그리고 단순한 수명 연장에서 건강수명의 연장으로 나아가는 10년이다. 어느 날, 또 한 명의 환자가 약봉투를 들고 약국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을 것이다. “약사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 질문은 약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삶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없고, 환자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그러나 환자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할 때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첫걸음을 함께 찾아줄 수는 있다. 한 사람의 약사가 바뀌면 한 약국의 상담이 달라진다. 한 약국이 달라지면 한 가족의 식탁과 돌봄이 달라진다. 그리고 많은 약국이 함께 달라진다면 대한민국 만성질환 관리와 돌봄의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국민은 약사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 단지 처방전에 적힌 약을 조제해 주는 사람일까. 아니면 병들고 늙어가는 긴 시간 동안, 내 약과 음식과 삶을 믿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 답은 우리가 오늘 환자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고, 어떤 공부를 시작하며, 어떤 상담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환자가 약국을 나설 때 약봉투만 들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내 삶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구나.” 그 작은 희망까지 가슴에 품고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생노병돌봄사’ 시대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약사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함께 열어가야 할 의학 3.0 시대, 대한민국 약사 직능의 새로운 10년이다. ◆ 필자 소개 한형선 박사는 오랜 기간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 온 음식치유 전문가로, 현재 한국푸드닥터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인체의 회복력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음식치유와 식생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예방, 뇌 건강을 위한 식생활 관리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사 및 음식치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한형선의 푸드닥터』가 있다.2026-08-21 11:55:31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비용, 얼마가 적정할까?약사님들과 처음 상담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평당 얼마인가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40평 약국이라도 공사비는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약국은 대부분 1층에 입점하다 보니 현장마다 조건이 매우 다릅니다. 천장 높이만 해도 2.4m인 곳이 있는가 하면 4m가 넘는 곳도 있고, 샤시의 크기나 벽면의 면적, 외부 익스테리어의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같은 40평이라도 사용하는 자재의 양과 작업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공사비 역시 달라집니다. 여기에 간판, 냉난방, 전기 증설, 급·배수 설비, 소방, 철거 비용까지 포함하면 단순히 '평당 얼마'라는 숫자만으로는 전체 예산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철거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거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계약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냉장고나 의자, 테이블 같은 집기류만 철거되어 있고 천장이나 벽체, 바닥 등 시설물은 그대로 남아 있어 철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해도 되는 부분까지 모두 철거해 버려 전기나 급·배수 설비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추가 공사비는 대부분 임차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저렴한 견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평당단가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디까지 포함된 금액인지에 따라 실제 공사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견적서를 받을 때는 먼저 "이 견적에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나요?"라고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견적은 가장 싼 견적이 아니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예산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견적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공사가 끝난 뒤에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견적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필자 약력] -생각자국 디자인 대표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보유2026-08-19 12:05:31데일리팜 -
[기고] 편의점 상비약 확대, 대한약사회는 왜 방관하는가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까지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고시 개정과 약사법 개정을 올해 1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 시한까지 못 박았다.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부처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는 단순한 '검토'나 '논의'가 아니라 정부가 정치적 완결성을 갖추고 일정표까지 확정한 기정사실화된 정책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합의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문 한 장을 낸 것 외에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응할 이유 없는 '약정협의체'에 매달리는 집행부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와의 '약정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대통령 보고를 마치고 고시 개정과 법 개정이라는 행정·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협의체는 법적 구속력도, 정책을 되돌릴 권한도 없는 임의의 대화 채널일 뿐이다. 정부 입장에서 이미 결정된 정책 방향을 협의체 테이블 위에서 양보할 유인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협의체는 정부에게는 '약사회와 대화했다'는 명분을 쌓아주는 절차적 알리바이로 기능할 뿐이며 약사회에게는 아무런 지렛대도 주지 못한다. 무기력한 집행부, 회원의 신뢰를 잃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된 편의점약 확대를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막아왔다. 이런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려 하는 지금이 대한약사회 역사상 가장 엄중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총궐기대회 하나 구체적 저지 로드맵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고 해외 학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호, 통재라… 이런 엄중한 시기에 사태 파악이 안 되는가?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과연 8만 약사회원은 지금의 대한약사회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묻는다. 정말 직을 걸고 편의점약 확대를 막아낼 각오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창고형약국,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한약사 문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집행부가 매듭지은 현안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지금 이 순간, 8만 회원 앞에 엄중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 대한약사회가 지금처럼 무기력한 태도를 계속한다면 편의점약의 대폭 확대로 국민건강을 지켜온 약사 직능 전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물러설 곳 없는 싸움이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04 12:04:30민필기 경기 분회장협의회장 -
[특별기고] 신뢰 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지난 3편에서 우리는 개설·운영·광고에 걸쳐 세워지고 있는 세 개의 빗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법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일 뿐, 그 울타리를 끝까지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자리다. 네 번의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편은, 바로 그 기둥에 관한 이야기다. 면허는 자본이 탐내는 이름값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끝까지 내 것으로 지켜 내는 힘은 법조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온다. 대체될 수 없는 전문성,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 그리고 홀로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공동체.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자본이 넘볼 수 없는 마지막 빗장이 완성된다. 전문성 —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단 하나 자본은 약국의 거의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다. 값비싼 인테리어도, 눈에 띄는 간판도, 진열대의 각도와 동선까지도 돈이면 똑같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것은 조제대 앞에서 환자의 얼굴빛을 살피고, 처방전 너머의 병력을 읽어 내며, 이 약과 저 약이 몸 안에서 부딪치지 않을지 헤아리는 그 전문적 판단의 순간이다. 복약지도는 안내문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 아니다. 여러 병원을 오가며 받아 온 약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가려내고, 어르신 환자분이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제형을 알아채며, 말로 다 하지 못한 불안을 눈빛에서 먼저 읽는 일이다. 이것이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본이 결코 사들일 수 없는 자산이다. 역설적이게도 면허대여의 유혹을 이기는 첫 번째 힘은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나를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력에서 나온다. 자본이 약사의 손을 필요로 하는 한, 약사는 결코 간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성 — 매일 아침 다시 서명하는 약속 면허는 한 번 취득하면 액자에 걸어 두는 자격증이 아니다. 매일 아침 조제실 문을 열 때마다 다시 서명하는 약속에 가깝다. 어제의 신뢰가 오늘의 태만을 덮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처방전을 내밀며 아무 의심 없이 치료약을 받아 가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단하는 약사가 서 있기 때문이다. 면허란 결국 국가가 약사 개인에게 맡겨 둔,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는 증표다. 유혹은 늘 험악한 얼굴로 오지 않는다.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 대가로 매달 받은 돈은 통장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이름에 남은 형사처벌과 면허취소의 기록은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 도덕성이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 이름을 지키겠다는 냉정한 계산이기도 하다. 공동체 —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면허대여의 유혹은 대개 고립에서 싹튼다. 홀로 짊어진 개국 대출과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의 무게 앞에서,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는 제안은 유일한 동아줄처럼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내려온 밧줄이 실은 올가미일 수 있다는 사실은, 혼자일 때 가장 보이지 않는 법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고립의 순간이다. 그래서 마지막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이웃한 약국의 불빛이 켜져 있을 때, 내 약국의 빗장도 더 단단해진다. 경영난을 먼저 겪은 선배의 한마디, 수상한 제안을 함께 뜯어보아 줄 동료, 그리고 개별 약사가 감당하기 벅찬 문제를 직능 차원에서 받아 안는 약사회의 존재가 그 불빛이다. 서울시약사회를 통한 자정 노력과 회원 보호 체계를 통해, 어느 회원도 홀로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자 한다. 부당한 제안을 받았을 때 혼자 삼키지 말고 동료와 약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 그것이 개인의 판단력을 넘어선 공동체의 방어선이다. 네 개의 빗장, 그리고 우리의 이름 돌아보면 이 연재는 하나의 문장을 향해 걸어왔다. 1회에서 우리는 빌려준 면허가 자신을 겨누는 흉기가 됨을 확인했고, 2회에서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 종속의 구조를 확인했으며, 3회에서 개설·운영·광고에 걸친 세 개의 제도적 빗장을 짚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 개의 빗장을 안에서 지켜 내는 네 번째 빗장, 곧 약사 자신에 이르렀다. 전문성·도덕성·공동체라는 이 마지막 빗장이 없다면, 바깥의 어떤 법도 끝내 문을 지켜 내지 못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마지막 한 걸음은 언제나 환자 앞에 선 약사 자신이다. 화려한 간판은 자본이 하루아침에 세울 수 있지만, 국민이 오래도록 신뢰하는 이름은 오직 약사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으로 지켜 낼 수 있다. 네 번에 걸쳐 이어 온 이야기를 이 한 문장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약국은 자본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약사에게 한마디] 화려한 간판보다 오래가는 것은 끝까지 내 것이었던 이름과 신뢰이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2026-07-29 06:00:44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 시장, 외부 자본을 막는 3개의 빗장지난 2편에서 우리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리고 소유가 아닌 지배를 겨냥한 자본 종속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계약서 곳곳에 심긴 통제 장치와 달콤한 제안 뒤에 숨은 낚싯바늘을 확인한 이상,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구조적 유혹을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 다행히 약국을 진입로 삼아 우회하려는 자본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는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에 걸쳐 하나씩 세워지고 있다. 약국의 문턱에서 걸러 내고,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실권을 쥔 손을 추적하며, 소비자를 향한 광고까지 규율하는 구조다. 이번 편에서는 약국을 자본의 지배로부터 지켜 낼 세 개의 빗장을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한다. 개설·운영의 빗장…약사의 이름 뒤 숨은 자본까지 추적한다 자본이 노리는 첫 관문은 언제나 약국의 개설 단계다. 이 문턱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빗장은 약사법이 못 박아 둔 하나의 원칙이다. 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1인 1약국’ 원칙이다. 약국은 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그것도 단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규정이야말로 면허 없는 자본이 여러 약국을 체인처럼 거느리며 지배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약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오직 약사 개인의 손에만 쥐여 줌으로써 자본이 약국의 주인 자리에 앉는 길을 처음부터 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 원칙은 주로 서류상 ‘개설 명의’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개설등록증에 약사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그 이름 뒤에서 자금과 인력, 매입과 수익의 귀속을 좌우하는 손이 따로 있다면 약국의 실질적인 주인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은 바로 이 빈틈을 겨냥했다. 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명문화함으로써, 하나의 자본이나 이해관계인이 여러 약국을 사실상 거느리는 편법의 고리를 끊어 낸 것이다. 오래된 ‘1인 1약국’ 원칙 위에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물쇠를 하나 더 채운 셈이다. 하지만 개설의 문턱만 잠근다고 방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설등록을 마친 뒤 임대차계약이나 투자, 물품공급, 인력관리 등의 명목으로 자본이 슬그머니 실권을 행사한다면 간판만 약국일 뿐 운영의 주체는 이미 달라진다. 따라서 두 번째 빗장은 약국 안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내리는 손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 걸려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실권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약국 개설등록을 심사할 때 면허대여 등 불법 개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개설등록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약국 시설의 임대인이나 개설·운영 자금을 제공한 이해관계인이 임대 또는 자금 제공을 매개로 약국 경영에 개입하거나 약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개설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은 자금 흐름과 지배 관계를 확인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임대차나 투자라는 외형을 갖춘 우회적 개입을 개설 단계에서 걸러 내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서 뒤에 숨은 실질적인 지배의 손을 등록 단계에서부터 드러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지난 6월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행위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없어 자금의 출처와 수익의 귀속,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속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약국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전진숙 의원의 법안이 약국 문 앞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서미화 의원의 법안은 이미 문을 통과한 사람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장치에 가깝다. 개설 단계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운영 과정에서는 자금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두 빗장이 함께 작동해야 약사의 이름 뒤에 숨은 자본까지 비로소 가려낼 수 있다. 광고의 빗장…약국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빗장은 소비자를 향한 창구, 곧 약국의 표시와 광고에 걸려 있다. 자본이 약국에 침투하는 이유는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광고다. 그동안 현행법은 약국 개설자의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유형만 사후적으로 규제해 왔다. 병원·의원과 치과·한방 의료기관의 광고는 유형별 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고, 의약품 광고 역시 약사법에 따른 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상담받는 약국의 광고에는 사전에 걸러 낼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나 다른 약국과의 가격 비교 광고 등이 고소·고발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일선 약국에 혼란을 안겨 왔다. 지난해 11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핵심은 의료기관 광고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약사법에 약국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정 약국이나 약사에 관한 광고가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법하거나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광고를 미리 걸러 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우월성 표시, 다른 약국과의 가격·경력 비교 등을 금지 대상으로 구체화했다.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광고나 ‘창고’, ‘공장’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고 대량 소비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는 광고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겼다. ‘창고’나 ‘팩토리’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약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쌓여 있다는 이미지는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과 같은 소비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약사의 상담과 복약지도, 환자별 안전관리라는 약국의 본질적 역할은 가격과 물량 경쟁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광고는 단순히 손님을 불러들이는 문구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약국이 어떤 공간인지 규정하고, 의약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좌우한다. 따라서 광고를 사전에 규율하는 일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약국이 의약품을 값싸게 쌓아 놓고 판매하는 유통 매장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이 작동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개설에서 걸러 내고, 운영에서 추적하며, 광고에서 가려낸다. 세 개의 빗장은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하나다. 약국이라는 보건의료의 기반을 자본의 손익계산서로부터 지켜 내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가 촘촘해진다고 해서 약국이 저절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법안은 아직 발의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시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 모두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약사 직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보건의료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법과 제도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라면, 그 울타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선택이다. 이어질 4회에서는 그 마지막 기둥, 곧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빗장은 밖에서 잠그지만, 그 빗장을 지키는 것은 결국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 [필자 약력]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2026-07-22 06:00:38데일리팜 -
[특별기고] 연결의 시대, 우리는 왜 다시 만나야 하는가요즘은 AI에게 말을 거는 일이 낯설지 않다. 보고서를 부탁하고, 축사를 다듬고, 환자에게 건넬 말을 함께 고민한다. 어떤 날은 하루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구하기도 한다. 단체대화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린다. 공지가 올라오고, 자료가 공유되고, 필요한 의견이 오간다. SNS에는 서로의 근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화상회의는 거리의 제약마저 없애 주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잘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주 외롭다고 말한다. 왜일까. 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지만 정작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다. 환자의 고민은 누구보다 많이 듣지만 자신의 고민은 쉽게 꺼내지 못한다. 동네약국의 하루는 대부분 혼자다. 함께 출근하는 동료도, 점심을 같이 먹는 직장동료도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 연제구약사회 통합반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비슷했다.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나이가 많아 대화에 잘 섞이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선배님들만 계시면 제가 괜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신기하게도 세대는 달랐지만 걱정은 같았다. 혹시 나만 겉도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약국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약국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환자 이야기로, 가족 이야기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반회를 마친 뒤 한 회원이 남긴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동료가 없는데,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나눈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 친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요즘, 직장동료의 빈자리가 이런 만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들을 여러 번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은 행사가 아니라 동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프로필 사진은 익숙했지만 표정은 잊고 있었고, 이름은 알았지만 목소리는 낯설어지고 있었다. 공지에는 답장을 달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정작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SNS는 정보를 전하는 데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AI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어 주고, 더 빠른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끝에 함께 웃고, 잠시 침묵을 나누고,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은 아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공감은 기술이 만들어 주는 기능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이 주고받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약사는 생각보다 긴 직업이다. 정년이 뚜렷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평생 약국을 지킨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경쟁자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과,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일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처방을 보고, 같은 환자를 만나고, 같은 고민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또 다른 깊이를 가진다. 그 공감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번 통합반회를 마치며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만나지는 못했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비대면 소통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기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 공동체는 비로소 살아난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일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 자주 만나야 한다. [필자약력] -부산 한빛메디칼약국 대표약사 -연제구약사회장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전) 대한약사회 소통이사 -부산시약사회 학술정보나눔방 방장 -부산시약사회 마약류·약물중독예방센터 예방교육 강사2026-07-20 06:00:40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제네릭 등재 시기에 상이한 약가인하 일정…"캐시카우 희비"
- 2비만약 최저가·약 배송 부메랑…비대면 플랫폼 떠나는 약사들
- 3"리베이트 제약, 법인 무혐의라도 혁신형 인증 취소 대상"
- 4복지부, 일반약 과다복용 규제 예고…"약국 관리체계 마련"
- 5휴비스트, 복합제 개발 잇단 성과…휴사트릴·피타에젯 생동 확보
- 6"약국,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
- 7공짜 자본·주가 부진의 청구서…뷰노, 영구채 갚으려 314억 유증
- 8240일 단축 심사…신약 사전대면회의 의약품 2건 접수
- 9보험급여 해결한 '핀테플라', 종합병원 처방권 진입
- 10방광암 1차치료 주도권 경쟁…RWD로 번진 표준요법 승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