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면허대여의 뿌리, '자본 종속 구조' 해부1편에서 우리는 면허대여가 몇몇 약사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그 구조의 심장부에는 냉정한 사실 하나가 자리한다. 자본은 조제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사법이 세운 그 문턱을 넘는 단 하나의 열쇠가 바로 약사의 면허다. 그래서 자본은 약국을 사는 대신, 약국을 열 수 있는 '사람'을 산다. 이번 편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면허대여의 뿌리인 '자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이 넘지 못하는 문턱, 약사의 면허 이 매력적인 사업에는 자본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약국의 문은 오직 약사의 이름으로만 열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매입하면 되고 설비는 리스하면 되지만, '개설할 자격'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면허는 양도할 수도, 상속할 수도, 담보로 잡을 수도 없는 인격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오직 약사 개인에게만, 그것도 평생에 걸쳐 부여한 신뢰의 증표인 까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의 질문에 답이 나온다. 자본이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 것은, 그것이 약국이라는 사업에 진입하는 유일한 열쇠이면서 동시에 시장에서 결코 살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살 수 없으니 빌리려 하고 온전히 빌릴 수 없으니 사람을 붙잡아 두려 한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약사의 손끝 전문성이 아니라, 약사만이 남길 수 있는 그 '자격의 서명'이다. 약사의 이름이 찍힌 개설 자격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소 자원이다. 자본은 약국을 소유하지 않고 '지배'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면허대여를 소유권 다툼으로 여기지만, 자본의 진짜 목표는 등기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서류상 주인은 약사여도 상관없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지배, 곧 약국을 실제로 움직이는 의사결정의 실권이다. 소유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다면, 자본으로서는 법적 위험은 줄이면서 실익만 취하는 가장 영리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지배는 요란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개설 자금과 시설 비용을 대는 투자자로 등장한다. 이어 의약품의 발주처와 매입 조건을 정하고, 인력 채용과 근무표를 조율하며, 진열과 동선까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한다. 계약서 곳곳에는 지분과 의결권, 위약금과 물품공급 조건이라는 장치가 촘촘히 심긴다. 어느 순간 약사에게 남는 것은 조제대 앞의 판단뿐, 그 밖의 결정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있다. 약국의 간판은 그대로인데, 그 안을 흐르는 결정의 물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입구에는 늘 달콤한 제안이 놓여 있다.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 '함께 동업하자',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 처음에는 대등한 파트너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뒤바뀐다. 자본이 주인이 되고, 약사는 그 밑에서 이름을 빌려주는 하청의 처지로 내려앉는다. 월 고정수입이라는 미끼 뒤에는 반드시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 '동업'이라는 이름의 인수, '투자'라는 이름의 예속 이 모든 과정은 결코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다정한 단어를 앞세운다. 문제는 그 관계의 저울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데 있다. 자본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지만, 이름을 건 약사는 발을 뺄 수 없다. 계약이 어그러지면 자본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약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서류와 그 이름이 짊어질 책임만이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대등한 동업처럼 보이는 이 거래의 실질은, 약사의 자격을 빌려 이루어지는 조용한 인수합병에 가깝다. 우호적인 계약서일수록 그 안에 숨은 통제 장치를 더욱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의의 탈을 쓴 조건일수록 값이 비싼 법이다. 세상에 대가 없이 흘러 들어오는 자본은 없다.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는 결국 충돌한다 자본 종속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 바로 거기에 있다. 자본의 언어는 수익 극대화이고, 약사의 의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평온할 때 두 가치는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종속된 약국에서 우선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재고와 마진이 판단의 잣대가 되면,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약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약이 먼저 권해질 확률이 커진다. 약국을 떠받쳐 온 전문성과 양심의 자리를 손익계산서가 슬그머니 대신하는 것이다. 면허대여가 한 개인의 위법을 넘어서 국민 보건 전체의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에 넘어간 약국에서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결국 환자다. 결국 자본이 탐하는 것은 약을 판매하는 능력이 아니라, 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약사의 이름 그 자체다. 이름을 내주는 순간 약국의 주인은 조용히 바뀌고, 그 이름에 실려 있던 국민의 신뢰까지 함께 저당 잡힌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코 끊어 낼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본의 침투를 막아 낼 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이어질 3회에서는 자본이 넘지 못하도록 개설·운영·광고, 세 단계에 걸쳐 걸어 둘 '세 개의 빗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누군가 내 면허의 값을 먼저 계산해 온다면, 그 거래의 손해는 이미 내 몫이 된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2026-07-15 06:00:44데일리팜 -
[특별기고] 데이터가 바꾸는 제약 산업의 미래"얼마나 팔렸는가?" 과거 제약 산업의 성공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치료는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다. 제약 산업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제약 산업의 진화는 곧 데이터의 진화였다 제약 산업의 변화는 데이터의 변화와 궤를 같이해 왔다. 과거 우리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라는 '결과'를 통해 시장을 이해했다. 판매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변화가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잘 알려주지는 못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리더들의 직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평균과 집계 중심의 데이터는 시장의 미세한 변화와 초기 신호를 가려버렸고, 기존의 판단을 강화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변화의 시작은 놓치고 있었고, 성공을 만들어냈던 경험과 판단 체계는 때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제약 산업은 데이터의 '해상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판매 데이터 중심의 분석을 넘어 환자와 치료 여정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실사용 데이터(RWD)와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보다 정교한 인사이트가 가능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숫자 속에 묻혀 있던 환자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고,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능(Intelligence)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제품이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이 빠르게 증가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를 영업력의 차이나 일시적인 변동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자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정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나거나, 특정 질환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패턴이 발견되기도 한다. 데이터는 이제 단순히 '무엇이 팔렸는가'를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치료가 선택되고 있는가'라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의 결과만은 아니다. 질병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치료는 개인화되고 있다. 환자는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규제 환경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다음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결정된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그 인사이트를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과거의 데이터가 이미 발생한 결과를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데이터는 환자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의 선도 기업에서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분석은 자동화되며, 의사결정은 지연 없이 이루어진다. 결국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통찰력(Insight)을 만들어내는 속도에서 나온다. Data strategy is business strategy(데이터 전략이 곧 비즈니스 전략) 제약 산업은 이제 제품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Healthcare is no longer episodic. It is continuous, personalized, and predictive(헬스케어는 더 이상 특정 시점에만 이뤄지는 단발성 서비스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개인 맞춤형이며, 예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이야기이다. [필자약력] - 서울대 약대 - 전 SK 주식회사 포트폴리오실 실장 - 전 SK SUPEX 전략지원실 임원 - 현 한국아이큐비아 대표이사2026-07-13 12:05:26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사면허 빌려주는 순간 자신을 겨누는 흉기된다왜 지금, 면허대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가. 빌려준 면허는, 남의 손에 쥐어 준 내 이름의 도장이다. 그리고 그 도장이 찍히는 곳은 계약서가 아니라, 언젠가 범죄현장의 조서다.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약사님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약국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의약품의 복약을 지도하고, 약물관리와 건강상담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약사 면허'가 있다. 면허는 단순한 자격증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오직 약사에게만 맡긴 권한이자, 약사가 평생 자신을 증명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이 이름을 둘러싼 위험한 거래가 우리 직능의 발 밑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면허대여'다. 면허대여약국, 그 위험한 작동 구조 약사법상 약국은 오직 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다. 자본은 그 문턱을 정면으로 넘을 수 없기에,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 곧 약사의 면허를 빌리는 우회로를 택한다. 간판에는 약사의 이름이 걸려 있지만, 실제 운영과 수익은 면허를 빌린 자본의 몫이 되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가 결코 서류상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형상 개설자이지만 명목상 자본에 종속된 형태의 운영은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와 투약, 의약품 오남용이 벌어질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그리고 이 모든 위해의 종착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바로 약사 면허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한 사람의 면허가 빌려지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그 한 사람의 신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쌓아 온 직능의 공공성이다. 약사가 첫 표적이 되는 이유 냉정하게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 위험한 거래에서 약사는 가장 먼저 유혹의 표적이 되는 당사자라는 사실이다. "자본을 댈 테니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은 개국 자금과 임대료 부담에 짓눌린 약사, 특히 자산이 넉넉지 않은 청년 약사에게 달콤하게 다가온다. 자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깨끗한 면허'다. 담보로 내놓을 재산이 없을수록, 역설적으로 이름값이 표적이 된다. 그러나 그 달콤함의 대가는 가혹하다. 약사법 제6조는 약사가 자신의 면허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는 것을, 또한 누구든지 면허를 대여받거나 그 대여를 알선하는 것을 명백히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보건복지부장관은 자격정지를 거쳐 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약국이 수령한 요양급여비용의 환수까지 뒤따른다. 형사처벌, 행정처분, 환수라는 세 겹의 책임이 한꺼번에 명의자의 이름 앞으로 날아드는 것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만 바라본다면,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면허대여는 몇몇 약사의 일탈이 아니라, 약국을 안정적 '수익 자산'으로 탐하는 자본이 약사를 종속시키는 구조의 산물이다. 개국 대출로 시작해 임대료와 초기 비용을 외부 자본에 기대는 순간, 약국 운영에 대한 권리는 서서히 잠식되고, 어느새 약사에게는 '이름만' 남는다. 통장의 주인은 따로 있는데 조서에 적히는 이름은 약사 자신인 그런 구조다. 그래서 이 연재는 면허대여를 '나쁜 약사를 벌하자'는 이야기로 귀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혹이 어떤 구조에서 태어나는지를 약사 스스로 간파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어질 2회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3회에서는 자본을 막는 세 개의 빗장을 짚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을 비롯해 개설, 운영, 광고 단계에서 살펴 본다. 4회에서는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 ―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를 이야기하며, 동료 약사로서의 당부로 시리즈를 맺고자 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한 빗장을 걸어도, 마지막 한 개의 빗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판단력이다. 면허대여를 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방패에서 자신을 겨누는 흉기로 바뀐다. 그 이름을 지키는 일이 곧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 직능 전체를 지키는 길이다. [약사에게 한마디] 면허는 취업의 열쇠이기 이전에, 평생 나를 증명하는 이름이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2026-07-08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기술보다 합의가 만든 대만의 '환자 중심' 기적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특별시약사회 방문단(김위학 회장, 변수현 부회장, 양취매 국제이사)은 대북시약사공회(타이베이시약사회) 창립 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대만 타이베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는 대만 약사 동료들은 공항 영접부터 숙소 안내까지 따뜻한 환대로 맞아 줬다. 우리는 대북시약사회의 헌신적인 지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 신라 천마총 금관(1/3크기)과 이사진들을 위한 선물을 전달하며 우정을 다졌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수확은 환대 그 이상이었다. 바로 조제대 앞 약사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 놓은 대만의 국가 단일 클라우드 시스템(NHI MediCloud)의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 요양기관에서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대만은 1995년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이래 단일 공보험 체제 아래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 통합 데이터 뱅크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NHI MediCloud 시스템이다. 대만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의 축이 병의원이 아닌 '환자'에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최근 6개월간의 진료, 투약, 검사, 수술 기록 등이 하나의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통합된다. 현장 약국(予志藥局, 王明媛 상무이사 약국)에서 마주한 조제실 풍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자가 약국에 들어와 보험카드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가 '열람 동의'로 간주되며, 약사는 약사 카드와 환자 카드를 동시에 인증해 조제대 화면에서 환자의 의료 전반을 즉시 확인한다. 처방전을 받는 순간 환자의 6개월치 양·한방 투약 이력은 물론 알레르기와 검사 결과(혈액검사, X-ray, MRI, CT 등)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조제하는 약사에서, 환자의 약물 전체를 관리하는 '임상 약사'로 MediCloud 덕분에 대만의 약사들은 추정이 아닌 '실제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다제약물 상담을 수행하고 있었다. AI 시스템이 약물 상호작용이나 중복투약을 능동적으로 알려줘 환자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보호한다.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데이터'로 극복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만 역시 진료나 검사가 늘수록 보상이 커지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본질적으로 과잉·중복 진료의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무차별적인 중복 진료를 차단하고 스마트한 거버넌스를 정작시켰다. 의사와 약사가 사전 조회를 통해 중복을 걸러내되 환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동의 하에 필요한 중복 검사는 허용하는 유연함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총 약품비의 2~5%를 절감하는 잠재력을 입증했고, 처방 건당 약품 수와 중복 투약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클라우드에도 비급여 품목이나 일반의약품 데이터가 빠진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대만은 이를 보건당국이 구축한 가정약사 시스템으로 보완하며 지역사회 약사가 가정 단위로 촘촘하게 빈틈을 메우도록 제도화했다. 더불어 환자가 직접 모바일 앱 'My Health Bank'를 통해 자신의 의료 기록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데이터의 진정한 주인이 환자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교훈-기술이 아니라 합의다 대만 MediCloud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시스템의 화려함이 아닌 이를 구축해 온 10년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 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의약단체, 소비자단체, 국회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통일해 왔다. 초기 의약사들의 반대와 직역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인내를 갖고 설득했고, 무엇보다 약사회가 '환자 안전'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쥐고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대만과 동일한 단일 공보험(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토대를 이미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의 DUR, 건강정보 고속도로 등 시스템은 여전히 기능별로 분산돼 있고 약사의 임상 정보 접근 역시 제한적이다. 대만의 사례는 분산된 기능을 '환자 중심의 단일 뷰(View)'로 모으는 것이 우리의 핵심 과제임을 똑똑히 보여준다. 창립 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더 큰 자산을 얻어온 것 같아 내심 뿌듯함이 든다. 환대해 준 타이페이시약사회 윤대지 회장, 왕언팅 위원장, 왕명원 이사님께 감사를 전하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동행에 나섰던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님과 양취매 국제이사님의 노고에도 고마움을 표한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 약대 현 서울 중구약사회장 현 서울시약사회 부회장2026-07-01 11:59:25데일리팜 -
[특별기고] 'PDRN' 의심하던 약사가 두 눈으로 본 것요즘 약국에서 PDRN을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연어에서 온 성분이 피부 재생에 좋다더라, 시술 후에 바르면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면서다. 처방전을 들고 온 손님도, 피부에 바를 것을 고르러 온 손님도 "PDRN 들어간 거 있어요?"라고 먼저 묻는다. 약국 안에서 이 네 글자가 차지하는 자리는 눈에 띄게 넓어졌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이제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PDRN은 K-뷰티의 한복판에서 주목받는 핵심 성분이 됐고, 그 변화는 숫자보다 약국 현장에서 먼저 느껴진다. 동료 약사들을 만나면, 번역기를 켜 든 외국인 손님이 PDRN 성분의 약국화장품을 콕 집어 찾는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K-약국 투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약국이 K-뷰티 쇼핑의 한 코스가 된 것이다. 과거 우리가 파리의 몽쥬약국을 순례하던 풍경이, 이제는 거꾸로 한국의 약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약사가 곁에서 고성분·고기능 제품을 직접 골라 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그 인기의 한 축일 것이다. 사실 PDRN은 내게도 낯선 성분이 아니다. 나는 진작부터 약국을 방문한 손님에게 PDRN 재생 크림을 권해 왔다. 레이저나 시술 뒤 예민해진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싶을 때, 화상이나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흉터 없이 아물길 바랄 때, 또 항생제 연고를 쓸 만큼 감염이 걱정되진 않지만 깨끗한 재생을 바라는 상처에 나는 PDRN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약사인 나는 이런 성분일수록 효능 설명보다 먼저 따지는 게 있다.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그 뒤에 어떤 원료와 공정이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PDRN 함유'라는 한 줄만으로는 제품을 권하지 않는다. 시장에는 함량을 부풀리거나 시험성적서를 흐릿하게 내세우는 제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분표에는 그저 '연어 DNA'나 '소듐 DNA'만 적어두고 PDRN인 양 파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누군가 좋은 성분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그 출처를 의심하는 버릇이 있다.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 그런 내게 제대로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파마리서치가 강릉에서 연 'RE:BORN RTM(라운드테이블 미팅)'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개 행사가 아니었다. 약사 여덟 명을 포함해 임직원 등 관계자까지 모두 열여섯 명 남짓이 모인 소규모 좌담 자리였다. 첫날은 강릉에 모여 팜뷰티 시장과 약국 채널 전략, PDRN 제품 차별화를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둘째 날 오전에 공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사실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았다. 내가 사는 광주에서 강릉까지는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도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나는 365일 문을 여는 약국을 지키는 약사이고,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이틀을 통째로 비운다는 건 솔직히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갔다. 추천을 하려면 내가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이, 그 모든 번거로움을 이겼기 때문이다. 가는 날,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두 번째 열차의 차창에 빗줄기가 길게 그어지는 걸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한다. 나는 그 말이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 이 비를 뚫고 가서라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좌담회 자리부터 인상적이었다. 회사가 설명하고 약사가 듣는 구도가 아니라, 약사가 의문을 던지면 회사가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좌담회 화제는 자연스레 약국 현장의 고민으로 모였다. 손님이 재생 크림이나 PDRN을 찾을 때, 약사는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 제품'을 가려내야 하는가. 원료의 출처와 순도, 의약품과 화장품의 구분, 믿을 만한 시험 근거와 같은 잣대를 약사가 쥐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권유가 가능하다는 데 생각이 모였다. 나아가 그 상담 역량이야말로 K-뷰티 흐름 속에서 약국이라는 채널을 한 단계 넓힐 기회라는, 솔직하고 기대 섞인 이야기도 오갔다. 그리고 다음 날, 회사는 공장을 통째로 열어 보였다. 공장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짚어둘 게 하나 있다. 같은 'PDRN'을 표방해도 원료 출처와 분자량, 제조공정이 다르면 다른 물건이 된다. 약리학의 표준 리뷰(Squadrito, 2017)가 짚는 사실이자, 약사인 나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원료는 왜 하필 연어 계열 어류일까. 어류 같은 척추동물의 DNA는 사람의 유전 서열과 상동성이 높아 면역 반응 가능성이 낮고, 식물성 원료와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다듬었나'다. 같은 연어에서 출발해도 분자량이 어긋나거나 불순물이 남으면 A2A 결합 같은 핵심 작용과 안전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PDRN을 분자량과 순도 기준으로 정제·규격화하는 자사 기술을 'DOT(DNA Optimizing Technology)'라 부른다. 다만 여기까지는 발표 자료에 적힌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DOT가 자료 속 이름인지, 라인 위에서 실제로 도는 시스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마음이 나를 빗속을 뚫고 공장까지 이끌었다. 둘째 날, 공장에 들어서려면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우리가 오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수복을 갖춰 입고, 절차를 거친 뒤에야 문이 열렸다. 안내하는 분이 말했다. 이렇게 공장을 외부에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보안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내부를 통째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떳떳하지 않으면 굳이 약사를 불러 다 열어 보일 이유가 없다. 가운을 입고 문턱을 넘는 그 순간, 보여준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공장 안에 발을 들이자 처음 든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다'였다. 막연히 떠올렸던 분주함이나 어수선함은 없었다. 작업하는 분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또렷이 나뉘어 동선이 겹치지 않았고,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큰 소리 하나 없이 공정이 막힘없이 흘렀다. 잘 굴러가는 시스템은 시끄럽지 않다는 걸, 그 차분한 공기가 말해주는 듯했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검수 공정이었다. 완성된 원료에 이물질이 섞이지 않았는지, 첨단 검사 장비가 먼저 원료를 훑었다. 사람이라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불순물까지 잡아내도록 설계된 단계였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계가 한 번 걸러낸 것을, 작업자가 다시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자동화가 당연해진 시대에, 굳이 사람 손을 한 번 더 거친다. 비효율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한 단계가 나에게는 오히려 신뢰의 증거로 보였다. 생각해보라. 이건 DNA 수준의 의약품 원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한 톨의 불순물이 분자량 규격과 최종 품질을 흔들 수 있는 영역이다. 순도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태도가 그 이중·삼중의 확인 공정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료가 약국 전용 브랜드 리쥬비의 제품으로 이어진다. 리쥬비넥스크림과 리쥬비-에스 앰플, 공장에서 본 그 공정의 끝에 있는 이름이다. 흥미로웠던 건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사람 눈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도 집중력에는 끝이 있고, 미세한 차이를 사람이 끝까지 다 잡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검사 장비를 최대한 늘리고, 더 정밀하게 고도화하려 계속 애쓰고 있다고 했다. '사람 손맛'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못 보는 영역을 기계로 메우겠다는 쪽이었다.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빈틈을 덮고, 그 위에서 다시 기계의 비중을 높여간다. 이 태도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마리서치는 지금 강릉에 제5공장을 짓고 있다고 했다. 더 큰 생산 능력과 더 정밀한 설비를 갖춘 GMP 공장이라고 한다. 완성형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더 나아질 여지를 인정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셈이다. 오늘 본 깐깐함이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뜻으로 들렸고, 나는 그 솔직함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견학 중 한 약사님이 던진 질문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PDRN 원료를 어떻게 마련하고, 왜 그렇게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느냐는 것이었다. 돌아온 답은 단순하지 않았다. 원료를 확보하고 다듬는 일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연어는 정해진 시기에만 돌아오고, 그렇게 얻은 것도 곧장 제품이 되는 게 아니라 분자량과 순도 기준에 맞을 때까지 여러 번 정제하고 골라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원료를 다루는 방식도, 앞서 라인에서 본 검수 공정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 까다로움이 품질로 이어지는 셈이다. 연어 원료에 대해 약사라면 한 번쯤 던질 법한 질문이 또 있다. 회귀 연어를 쓴다는 게 실무적으로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파마리서치의 연어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와 맺은 협력 관계를 통해 확보된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연어를 인공 부화시켜 동해안 하천에 방류하고,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어미연어를 국가 기관이 포획해 채란하는 자원조성 체계를 갖추고 있다.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야생 자원을 무분별하게 잡아 쓰는 구조가 아니라, 방류와 회귀로 순환·보충되는 국내 관리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연어가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추적할 수 있다는 점, 약사 입장에서 보면 이 '추적 가능성'이야말로 원료를 신뢰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이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오며 받은 인상은 '우리는 이걸 약사들 앞에 다 열어 보일 수 있을 만큼 떳떳하다.' 였다. 원료의 출발점부터 정제, 검수, 생산까지 통째로 보여주는 자신감은 발표 자료의 문구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메시지였다. 신뢰가 갔다고 해서 모든 걸 뭉뚱그려 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약사가 할 일은 분류와 허가 범위를 정확히 구분해 안내하는 것이다. 파마리서치는 같은 PDRN 계열 기술을 의약품과 화장품으로 모두 상업화했기에, 제품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걸 더더욱 짚어줘야 한다. 공장을 다녀온 뒤 가장 오래 곱씹은 건 제품이 아니라 약사의 자리였다. 특히 기계가 한 번 거른 원료를 작업자가 다시 눈으로 확인하던 검수 장면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마지막엔 사람이 한 번 더 본다 - 팜뷰티 시장에서 그 마지막 한 번을 약사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기술과 근거를 투명하게 열어 보이는 만큼, 약사는 그것을 끝까지 따져 소비자에게 건네야 한다. 약사는 단순한 판매 창구가 아니라, 성분과 소비자 사이에 선 마지막 눈이어야 한다. 정리하면, 내가 파마리서치 PDRN에 신뢰를 갖게 된 근거는 화려한 광고가 아니었다. 첫째, PDRN을 분자량과 순도 기준으로 정제·규격화하는 DOT 기술. 둘째, 사람과 기계가 서로를 보완하며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정제·검수 시스템. 셋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와 연결된, 추적 가능한 국내 원료 수급. 넷째, 의약품과 화장품의 분류를 명확히 구분해 책임지는 구조. 좌담에서 묻고, 공장에서 보고, 직접 확인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공장이 잘 관리된다고 효능이 곧장 입증되는 건 아니다. 그 둘은 다른 이야기다. 의약품인 리쥬비넥스크림은 허가된 적응증 범위에서 쓰고, 호전되지 않는 상처라면 진료를 권해야 한다. 화장품 라인은 어디까지나 피부 컨디션 관리 목적임을 분명히 안내하는 것이 좋다. 어떤 성분도 만능은 아니니까. 이런 전제를 또렷이 세워두는 것이야말로, 비판적으로 훈련된 약사 동료들에게는 약점이 아니라 신뢰의 근거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올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성분의 출처를 두 눈으로 보고 나니 권하는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 광주에서 강릉까지 빗속에 여섯 시간을 달려 들어갔던 그 이틀이 나에게 남긴 건, 바로 그 차이였다. 필자 약력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임상약학대학원 졸업 - 출간2026-06-22 09:43:43최다은 기자 -
[특별기고] 서울시약사회 역사 정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1977년 미국의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 ‘뿌리(Roots)’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한 청년 쿤타 킨테(Kunta Kinte)와 그 후손들이 노예로 살아온 수백 년의 역사를 담담하고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방영 당시 미국 전체 시청률 44.9%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단순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을 넘어 '인간은 왜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전 인류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이 흐려지는 시대일수록, 뿌리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실해진다. 개인도, 가문도, 국가도, 그리고 직능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뿌리란 무엇인가—나무는 뿌리로 서 있다 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살아있는 기반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높이 자란 나무라 할지라도, 뿌리가 흔들리면 그 모든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에서 뿌리란 곧 정체성(Identity)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근본은 어디에까지 닿아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한 인간의 뿌리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인간 발달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를 잃은 인간은 방향을 잃고, 방향을 잃은 인간은 결국 무너진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그러하고, 한 민족의 문화가 그러하며, 한 단체의 창립 정신이 그러하다. 자신의 역사적 뿌리를 명확히 알고 있는 단체는 외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뿌리가 불분명한 단체는 작은 갈등에도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기 쉽다. 뿌리를 찾는 시대—약업계의 각성 반가운 일이 있다. 대한민국 약업계가 저마다의 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5년 이미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였고 2026년,올해 대한약학회는 창립 80년사 발간과 학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대한약사회는 2028년 창립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數)가 아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서도,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도 약사 직능을 지켜온 선배들의 땀과 헌신이 응축된 시간이다. 이 100년의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 100년을 향한 진정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찾고 기념하는일은 약업계의 존재 이유와 방향을 재확인하는 공동의 의식(儀式)이며,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신적 토대이다. 그런데 이 뜻깊은 뿌리 찾기의 물결 한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총회, 즉 그 역사적 기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어떤 이는 특정 시점을 창립의 기원으로 주장하고, 다른 이는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그 사이에서 '역사적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날짜 논쟁이 아니다. 서울특별시약사회라는 단체의 정체성과 정통성 그 자체에 관한 문제이다. 뿌리를 모르면 길을 잃는다—역사 정립의 당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들이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름 없는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1946년 그날의 창립 선언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그 뿌리를 외면하는 것은 선배들의 고귀한 결단을 부정하는 일일것이다.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 역사도 명확히 정립될 때, 비로소 그 구성원들은 진정한 자긍심 위에 서게 된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서울 시민들 곁에서 묵묵히 건강을 지켜온 서울 약사들의 역사에 정당한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한약학회의 80년, 대한약사회의 100년이 증명하듯, 위대한 역사는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것을 발굴하고,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역사는 살아 숨 쉰다. 서울특별시약사회도 이제 엄정한 사료(史料) 조사와 공정한 학술 고증을 통해 창립의 뿌리를 명확히 밝히고, 그 실체적 진실을 회원과 사회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선배들의 땀에 보답하는 길이며, 미래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역사 없는 단체는 미래도 없다. 이제, 뿌리를 바로 세울 때다. -필자 이력 중앙대학교 약학박사 이화여대 MBA 경영학석사 전)대한약사회 부회장 전)약학정보원장 전)마포구약사회 회장 현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이사장 현 마포구약사회 의장 현 한국보건약학협회장 현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장 현 케어솔약국장2026-06-08 06:00:44데일리팜 -
[특별기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 디지털 전환이 그릴 미래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고 미래 방향을 설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의 기술, 산업, 의료 현장이 어떻게 융합돼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의 본질, 기술을 넘어 생명을 향하다 의료기기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적 가치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함께 지닌다. 의료기기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원격의료와 웨어러블 기술은 의료 서비스를 병원 밖 일상으로 확장하며 ‘생활 속 의료’를 현실화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료기기산업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과 결합된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 결국 의료기기산업은 건강, 기술,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는 전략산업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현재, 성장과 도전의 교차점 지난 10여 년간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영상진단의료기기, 체외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왔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빠른 혁신과 시장 대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글로벌 인허가 대응 역량 부족, 임상 근거 확보의 어려움, 보험 등재 및 시장 진입 과정의 예측 가능성 부족은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의료와 AI 기술의 확산은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융합, ‘기기’에서 ‘플랫폼’으로 의료기기의 미래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의 결합은 의료기기를 진단과 치료를 넘어 예측과 예방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AI 기반 영상 판독 시스템은 의료진의 정확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하며, 원격 모니터링 기기는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병원 중심 의료에서 환자 중심 의료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와 데이터 처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다만 이 잠재력이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표준화, 보안, 활용에 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선도와 혁신 생태계, 산업 도약의 두 축 의료기기산업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산업이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글로벌 기준 내재화’와 ‘현지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유럽 CE 인증 등 주요 시장의 규제 체계를 개발 초기부터 반영하고, 임상 근거 기반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지 파트너십 구축과 서비스 결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는 의료 인프라 수요와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의 지속 성장은 기업 단독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협회, 의료 현장이 함께 만드는 생태계가 핵심이다. 정부는 규제 혁신, 연구개발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신속한 평가와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산·학·연·병 협력은 기술 개발에서 임상 적용,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의료기관은 실제 문제를 제시하고, 기업은 이를 해결하며, 연구기관은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 담은 실행 전략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과 인허가 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스타트업은 실증 기회 확대와 데이터 접근성 보장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반면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일관성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다. 의료 현장 전문가들은 임상적 유효성과 환자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한다. 이런 다양한 요구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책 설계와 산업 전략은 이런 다양한 관점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실행 전략으로는 ▲데이터 중심 의료 전환 가속화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의 내재화 ▲융합형 인재 양성 체계 구축 ▲개방형 혁신과 협력 생태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이 전략들은 개별 과제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지금, 성장의 단계를 넘어 질적 도약의 문턱에 서 있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실행력’이다. “미래 의료를 설계한다”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과 실천의 문제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을 계기로 산업계, 의료계, 정책 당국이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2026-05-20 06:00:36황병우 기자 -
[특별기고] K-의료기기 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의료기기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이제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산업의 성패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과 연구, 임상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산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된다. 오늘날 의료기기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며, 의료기기산업을 도시 성장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고 있다. 융합기술과 시장 확대, 새로운 패러다임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바이오기술이 결합하는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다.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은 의료진의 판단 정확도를 높이고, 웨어러블(Wearable) 기기는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의료기기의 활용 범위 역시 병원 중심에서 일상생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 발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반시설 조성, 연구개발 투자, 임상 연계 체계, 전문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의료기기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로봇·디지털·바이오 기술이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 산업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15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8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4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기간 3억 7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6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의료기기산업이 기술 혁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주권과 인재, 산업 경쟁력의 두 축 아울러 산·학·연·병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 현장의 수요가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축적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특허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주권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공학, 의학, 소프트웨어, 규제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해외 인허가와 시장 진출을 주도할 전문인력 확보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의 전략적 다변화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며,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생태계 기반을 갖춘 지역 거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산업과 지역의 동반 도약 남양주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의 우수한 교통과 정주 환경, 풍부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의료기기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강점에 더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병행되면서 연구개발 인력과 산업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여건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앵커기업, AI, IT·팹리스(fabless), 첨단제조 등 4개 혁신 클러스터로 구성돼 미래 산업이 집적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과 시너지를 유도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반 위에 협회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행정 역량, 산업 인프라가 결합하면 의료기기 산업생태계는 실질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산업 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반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앞으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양주시는 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2026-05-11 06:00:35데일리팜 -
[특별기고] 신약 개발 시간 단축할 OMO 패스트트랙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15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성공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한계이자 도전이다. 특히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 분야에서는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제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곧 생명과 직결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 각국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마이크로도징(Microdosing) 기반 Phase 0 임상 연구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organoid) 기반 약물 스크리닝 기술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오믹스(omics)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서 신약 개발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전략이 바로 “OMO(Organoid–Microdosing–Omics) 패스트트랙”이다. OMO 패스트트랙은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 플랫폼 개념이다. 먼저 환자 세포를 이용해 만든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수많은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선별한다. 이후 유망한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를 통해 인체 내 약물의 분포와 작용을 초기에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오믹스 기반 분석 기술을 통해 약물의 작용 기전과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 비교해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신약 후보물질의 실패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의 조직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기존의 동물 모델보다 약물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둘째, 마이크로도징 임상을 통해 인체 내 약물의 작용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극소량의 약물을 인체에 투여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약물의 체내 분포와 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초기 단계에서 임상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정밀의료 기반의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오믹스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환자별 유전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OMO 패스트트랙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보다 빠르게 혁신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적 연구개발 모델이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나 초기 임상 단계의 혁신적 연구는 규제 체계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활성화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연구 지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적 패스트트랙 제도다. 정부는 OMO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하고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OMO 기반 신약개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이다. 전임상, Phase 0, 초기 임상을 연계하는 규제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연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연구 인프라 확충이다. 방사성의약품 연구시설을 구축하여 마이크로도징 임상 연구와 테라노스틱스 기반 치료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오가노이드 기반 바이오 플랫폼 구축이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연계하는 국가 수준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과 오가노이드적격성평가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정밀의료 연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는 단순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국가를 넘어 신약 개발 혁신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 화순은 이러한 OMO 패스트트랙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임상 연구 역량과 바이오 특화단지, KTR 동물대체시험센터 등 연구·공공 지원기관의 유기적인 결합은 연구와 임상, 산업이 선순환하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화순이 OMO 패스트트랙 연구의 국가 거점으로 발전한다면, 대한민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암 치료 연구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이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미래의 바이오 경쟁력은 단순한 연구 투자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연구, 임상, 규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혁신 시스템이 필요하다. OMO 패스트트랙은 바로 이러한 미래 바이오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환자에게 더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를 전달하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바이오 혁신 국가로 도약시키기 위한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OMO 패스트트랙이 될 수 있다.2026-03-28 06:00:44데일리팜 -
[기고] 화순 바이오특화단지, 원스톱 패스트 트랙 도입해야신약개발의 아킬레스건: ‘시간’과 ‘실패율’의 벽’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신약개발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다. 후보물질 하나가 신약으로 승인되기까지 15년의 세월과 수조 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 확률은 고작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이제는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초기 단계에서 인체 효능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검증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 ‘초기 검증 플랫폼 경쟁’ 돌입 최근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흐름은 분명하다. 신약 후보물질을 많이 발굴하는 것보다 실제 인체에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얼마나 빠르게 선별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평가 기술과 인체 마이크로도징 연구다. 오가노이드는 환자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를 활용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니 장기’ 모델로, 기존 동물실험보다 인체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마이크로도징 연구를 결합하면 신약 후보물질이 인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작용하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FDA 현대화법2.0'이 시행되면서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화순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남 화순에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Hwasun One-stop Fast Track)’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 HOFT는 전임상 연구부터 초기 임상 단계까지 이어지는 신약 검증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차세대 신약개발 모델이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은 전임상 연구, 약물 분석,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가 서로 다른 기관에서 분절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연구 데이터의 연속성도 떨어지게 된다. HOFT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가노이드기술과 방사성동위원소 기술을 적용하여 연구·검증·임상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진행하는 통합형 신약개발 모델이다. 즉,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선별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마이크로도징 연구를 통해 실제 인체에서의 약물 작용을 조기에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전통적인 신약개발 방식에 비해 전임상에서 임상 1상까지의 기간을 약 절반 이상을 단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왜 화순에 ‘HOFT’가 도입되어야 하는가 HOFT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화순은 이미 바이오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역이다. 따라서 연구 인프라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과 투자 지원, 기업 유치 정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기반도 갖추고 있다. 특히, 화순은 이미 화순전남대병원의 임상 환경과 탄탄한 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신규 플랫폼이 결합했을 때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입지가 갖춰져 있다. 따라서 현재 화순에 구축된 자산에 ‘오가노이드 적격성평가센터’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라는 핵심 플랫폼이 도입된다면, 전임상부터 초기 임상까지의 검증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다. 특히 오가노이드 연구와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연구가 한 지역에서 동시에 가능한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HOFT 모델이 구축된다면 화순은 단순한 연구 지원 지역을 넘어 신약 후보물질 검증과 초기 인체 데이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개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찾는 ‘데이터 중심 연구 거점’ 산업적 측면에서 HOFT가 갖는 의미도 매우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 거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단순한 연구 시설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 생산 능력이다. 오가노이드 기반 효능 데이터와 인체 마이크로도징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 결과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러한 데이터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이 구축된다면 글로벌 제약사와 CRO, 바이오 벤처 기업의 연구 수요가 자연스럽게 화순으로 모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역 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 바이오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할 HOFT HOFT 모델이 구축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 바이오 산업은 지금 ‘속도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더 빠르게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임상 단계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화순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모델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신약개발의 시간을 단축하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HOFT 모델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HOFT 모델 완성을 위한 전문가 그룹 구성이 시급하다 화순은 이미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대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과제는 HOFT 모델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전문가 그룹을 조속히 구성하는 것이다. 기술적 표준을 정립하고 규제 대응 및 대외 협력 전략을 수립할 집단지성이 결집되어야 한다. HOFT 모델 도입은 단순히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지을 국가적 전략 과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체제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HOFT 추진단’ 발족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2026-03-17 06:00:40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비대면진료 힘 실은 이 대통령…'플랫폼 규제법' 처리도 탄력
- 2한약사 약국, 생명사랑 현판 철거…약사회 건기식 회수
- 3대체약 없는 릭시아나 품절, 처방 변경·환자 뺑뺑이로
- 4"기등재 약가인하 의견 분분한데"…8월 공고 카운트다운
- 5"정부가 안전성 스스로 뒤집어"...편의점약 확대 철회 촉구
- 6"안전하게 많이 뺀다"…유한 자회사의 고용량 비만 임상 승부수
- 74621억 수익, 1400억 투자…녹십자의 차세대 먹거리 퍼즐
- 8건보공단 신임 이사장에 강청희...임상·행정 감각 갖춘 전문가
- 9계약금에 기술료까지…유한·한미·녹십자 돈 되는 R&D 입증
- 10경기도약, 편의점약 비상대책기구 가동…전국궐기대회 촉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