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신약 개발은 고부가가치 미래창조산업2011년 기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900조원이다. 이중 합성신약이 600조, 제네릭이 140조, 바이오 의약품이 160조를 차지한다. 합성신약 중 44%인 264조원이 혁신신약이며,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신약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개발되므로, 일반적으로는 개발기간이 길고, 위험성이 높으나 반대급부로 성공 시에는 블록버스터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새로운 MOA(Mode Of Action : 약물기전)를 규명하여 개발된 혁신신약은 개발 초기과정 중에도 기술이전이 가능해 R&D 비용부문에서 진입장벽이 낮아 국내 제약업체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된다. 특히, Unmet medical need가 큰 분야인 항암제,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분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용한 혁신적인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항암치료제 분야는 지난 40년간 학계에서 oncogene theory(발암유전자 이론)에 기반해 targeted therapy(표적치료)를 진행해 왔으나 약 5년 전부터 실제 임상에서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다. 2009년 발표된 '맞춤의학연대' 자료에 의하면 천식치료제는 전체환자의 40%가, 당뇨병 치료제는 43%, 관절염치료제는 50%가 같은 약에서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치료제는 70%가, 항암제는 무려 75%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알렌로즈 박사는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약은 없다. 90% 이상의 약들이 단지 30~50%의 사람에게만 유효하다"라고 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학계와 제약업계는 약 5년 전부터 metabolism(물질대사)과 epigenetics(후성유전학) 약제개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국내 기업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외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가 각각 Wnt, 미토콘드리아 억제제 영역에서 신약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중외제약의 Wnt표적항암제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1상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 임상1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화가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이어 8번째로 혁신신약 개발 국가가 된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 여건상 모든 기업이 혁신신약 개발에 뛰어들 수는 없으므로, 차선책으로 개량신약 개발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상당히 많다. 개량신약은 다국적사의 제품수명 증가전략과 맞물려있어 세계화가 쉽지 않으나 세계시장에서 비교적 기술력이 낮고 R&D 초기단계에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오리지널 제품이나 개발중인 신약을 분석해서 약점을 보완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약으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에 혁신신약보다 성공확률도 높고 개발비용도 적게 든다. 역사적으로 화학강국인 독일과 일본, 스위스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지만 최근 동아제약, LG생명과학, 한미약품 등이 항생제와 당뇨, 폐암치료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에 아이디어를 입혀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이끌어낸 서울제약도 복제약 일색이던 국내 제약업계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제약은 화이자의 '비아그라'를 필름형태로 만들어 출시, 화이자에 10년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중인 고혈압, 고지혈증 복합제인 '이베스틴'의 국내판권을 사노피 아벤티스 코리아에 넘겼다. 국내 제약사의 복합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다. 신약개발 시 해외특허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방어전략, 글로벌기업과의 제휴도 전략적으로 개발 초기부터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머크사와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개발 및 마케팅 제휴 계약을 체결해, 머크의 글로벌 판매망과 마케팅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2013년 만료될 것으로 알려졌던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인 '엔브렐'의 특허가 15년 연장되는 바람에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워진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2015년 이후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도 고려해야 한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신청이 있을 때 이를 특허권자에게 통지하고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을 제기하면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절차를 중지하는 제도다. 최근 퍼스트 제네릭과 개량신약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이미 미국에서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재미를 본 테바가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업계 전망도 있어 국내 기업들의 보다 세심한 특허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2013-04-04 06:30:00데일리팜 -
경쟁력있는 서비스산업발전방안이란서비스산업의 경쟁력강화 또는 선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전 명칭 재경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문광부는 관광산업 및 문화산업 발전방안, 농림부는 종자종묘산업 육성방안, 교육부는 교육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 여성부는 보육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 복지부는 보건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꾸준히 추진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서비스산업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자료를 보면 약 4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부업종으로는 여행, 보험, 사업서비스, 지재권 등의 서비스산업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한민국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위해 부단히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경쟁력을 위한 투자나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이 제대로 잘 진행되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전 정부와 신정부도 대한민국 서비스산업 R&D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겠다고 하지만 여타 선진국(특히 미국, 영국 등) 서비스산업 R&D 투자 비중에 비하면 심각한 격차를 보인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선진화와 관련해 의료, 교육 등 핵심서비스산업 법률 제·개정을 발의하고 추진하였으나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그 중 의료서비스산업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2010년 4월. 의료법 일부개정안 원격진료허용(단, 응급환자 도서벽지, 산간 거주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투자영리병원 도입가능 등의 내용이 있다. 아울러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 계획 중 서비스산업규제지원 법령을 바꾸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핵심으로 보는 산업을 교육, 의료서비스로 보고 있다. 교육, 의료서비스 이 두 분야는 이해당사자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규제가 과도하여 서비스산업의 투자 및 경쟁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분야는 사실 국민의 기본권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로서 공공부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해당사자 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분야를 유망서비스산업이라고 보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을 헬스케어산업육성으로 본다라는 의견에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정말 원격진료(IT+보건의료), 조제약택배발송, 영리병원허용, 외국의료기관 허용이 경쟁력 강화방안일까? 그보다 앞서 보건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지원책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싶다. 경쟁력이란 게 우선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뭘 경쟁력이란 것도 생각할 여유가 있을 것 아닌가?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다. 서비스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필자가 볼 때는 서비스산업개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욱 서두르는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최근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에 대해서는 개별법령에 의거하여 내외국인 모두 차별 없는 규제이다. 즉 그것이 영국계 마트든 미국계 마트든 국내기업이든 차별이 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와 제한은 엄연히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GATS규정이나 한미FTA를 보면 양적인 규제는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영업시간 규제는 결국 영업시간 총량제한이며 곧 매출총량제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규정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계 마트에서 한미FAT를 들먹이며 제한규정 위반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면 국내기업은 영업시간을 규제받고 미국계 마트는 규제를 안받고 마음대로 영업하게 할 것인가?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헬스케어산업육성과 보건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모두 다 좋다. 산간, 도서, 벽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원력진료를 허용하고 조제약택배발송을 허용하고 나아가 전국민 U-health 환경 구축이라는 원대한 보건의료서비스 경쟁력강화 방안도 훌륭한 구상이다. 하지만 산간, 도서, 벽지에 사시는 분들에게 원격진료와 조제약 택배발송 등이 서비스경쟁력 강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곳에 병원과 의원 등을 개업하시는 분들에게 관련 인센티브를 더 강화하고 더욱 확장하여 연계해 2차, 3차 병원과의 원격공동 자문 진료 등에 더 투자해주고 원활한 약 공급과 조제복약지도 서비스를 위해 지정약국 등에 인센티브 지원책 등을 세우는 것이 더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서비스산업 발전의 기반에는 관련 인프라구축과 그에 따른 지원 대책이 선행돼야 더 실효성 있는 경쟁력 방안이 아닐까 싶다.2013-04-01 06:30:00데일리팜 -
줄기세포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요즘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심지어 피부 나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선전하는 줄기세포 화장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발매되고 있다. 이러한 선전 문구는 과연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조직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세포를 말하는데, 피부줄기세포, 조혈모세포, 신경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등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분류한다. 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치료가 되고, 헌혈을 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도 줄기세포가 조직을 재생시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줄기세포는 생명의 줄기인 셈이다. 줄기세포의 생명력을 연상하면 줄기세포화장품이 피부를 재생시켜 나이를 되돌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더구나 '줄기세포'라는 첨단과학냄새가 물씬 나는 용어는 그 개념을 정확히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을 현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줄기세포화장품은 줄기세포의 생명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줄기세포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들어있지 않다. 줄기세포화장품에는 줄기세포의 배양액, 즉 줄기세포를 배양한 후 줄기세포를 모두 제거한 배양액이 아주 소량 들어가 있다. 만일 줄기세포를 넣었더라도 이 세포들은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사멸하게 되어 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전혀 없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설사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피부에 바른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부 재생에는 아무 효과도 없다. 피부는 외부에서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촘촘한 조직으로 되어있어 줄기세포가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배양액에는 세포를 키우기 위해서 첨가한 세포성장인자들과 세포가 성장하는 중에 분비한 노폐물들이 들어있다. 화장품 광고들은 이런 세포성장인자들이 줄기세포를 성장시키는 물질이므로 피부세포도 재생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자극한다. 하지만 화장품에 들어있는 세포성장인자들은 아주 미량이며 활성도 없고 피부에 발랐을 때 효과도 검증된 바가 없다. 일부 화장품은 피부재생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실험결과를 상당히 왜곡해 해석한 것이다. 이런 실험은 배양한 피부세포를 이용해 수행한 것으로, 실제로 피부에 발랐을 때의 효과를 증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장품에 첨가한 줄기세포 배양액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각종 미생물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세포배양 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지난 9월 특허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37건의 줄기세포 화장품 관련 특허가 출원돼 총 10건이 등록됐다. 이 특허들은 대부분 줄기세포 화장료 조성물 자체에 관한 것, 또는 제조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 특허들은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법, 또는 줄기세포 배양액에 대한 것일 뿐 ‘피부가 젊어지는 효과’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화장품들이 상당히 수십만 원 씩이나 호가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미량 첨가된 줄기세포 배양액의 원가가 그렇게 높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2013-03-28 10:00:00데일리팜 -
'현오석표' 선진화 반대 왜 중요한가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를 통해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지분투자 및 채권발행 제한, 합병 불가 등 의료법인이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제약이 있다. 경쟁력 제고와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제약을 풀어주"자고 주장하면서 자본의 의료시장 진출을 골자로 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현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서비스 산업 전략적 육성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였었다. 그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였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박근혜 당시 후보는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무리하면서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사실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었다.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정리됐다고 했지만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 얘기를 했다는데 이는 박대통령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니 총선을 앞두고 사퇴 협박을 했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리고 박대통령은 재벌 변호에 앞장 선 '김앤장 출신'을 공정위원장에 내정했다. 대기업들의 조세소송을 주로 맡아 진행한 '김앤장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잘할 수 있을까?' 박대통령이 공정위원장에 한만수 이대 교수를 내정한 것이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정부가 결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3월 15일 보건의료진보포럼 '박근혜정부의 모순과 진보진영의 과제'에서 성공회대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87년 체제를 교육받은 중산층의 민주화 운동이라 정의하면서 2013년 체제의 주요 과제로 대의제 민주주의 문제, 지구적 에너지 환경문제와 함께 자본주의 문제로 부의 과도한 집중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신권위주의에 기반 한 것이고 '잘 살아보세'라는 70년대식 이미지에 당선이 가능했는데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박대통령의 이미지는 깨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풀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벌규제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이 부의 분배가 안되고 소수에 더욱 집중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 상황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깊어져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다. 정부는 빚을 얻어 생긴 여유자금으로 국내 지출보다는 국외투자를 더 많이 늘렸고,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이는 대신 국채 투자 등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용했다. 경제주체들의 이런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돈맥경화'에 빠져들면서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 '이사열전(李斯列傳)'을 보면 오늘날의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이 어떻게 정책을 펴야하는지 반추해 볼 상징적인 이야기가 있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이다. 진의 승상 이사는 청년 시절에 작은 군(郡)의 하급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의 변소를 드나들다가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큰 창고 안에다 수만 섬 쌀을 쌓아 둔 곳에 살고 있는 쥐들은 사람을 멀거니 보고서도 도무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는데, 측간에 살며 더러운 것을 먹고 사는 쥐들은 개나 사람의 기척만 나도 혼비백산하지 않는가. 그것은 왜 그런가. 역시 인간의 현, 불현도 몸을 두는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쥐새끼의 처신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초라한 하급 관리직을 때려치운 뒤 순경한테로 갔다. 그는 거기서 제왕의 정치학을 열심히 배웠다. 공부를 마친 뒤 이사는 진나라로 유세하려 스승에게 떠나고자 하는 뜻을 내비췄다. '강한 나라로 가서 큰 공을 세우고자 합니다.' '뜻이 원대하이. 가 보게.' '몸이 높이 되더라도 곁에 두고 지켜야 하는 좌우명을 스승님께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내려 주십시오.' '지나치게 성대한 것을 경계하라. 만물이 극도에 달하면 반드시 쇠하는 법….' 이사는 초특급 승진으로 진시황 아래에서 승상이 되었고, 조고와 함께 차남 호해를 이제로 세워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아들 이유가 휴가차 함양으로 돌아왔을 때 이사는 아들을 위하여 집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백관(百官)의 장(長)들이 모두 몰려와서 이사의 무병장수를 축복하였으며 그의 넓은 문전에 늘어선 거기(車騎)는 수천 대를 헤아렸다. 문득 스승 순자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성대한 것을 경계하라. 만물은 극도에 달하면 쇠하는 법이니." 나는 상채에서 태어난 일개 평민이다. 촌구석에서 자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주상께서는 내가 둔하고 천한 것을 모르시고 이렇게까지 발탁해 주셨다. 지금 사람의 신하로서는 나보다 위에 있는 이가 없다. 부귀도 극도에 달했거늘 그런데 나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사는 자신도 모르는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순자의 경고는 곧 잊어 버렸다. 그리고 말년에 결국 조고의 날조된 모반 조작에 이사는 오형(五刑: 먹물들이고 코 베고 다리 자르고 귀 베고 혀 자르는 형벌)을 갖추어 받고 함양의 시장 바닥에서 허리를 잘려 죽였다. 삼족이 모두 주살된 것은 말할 필요 없었다. 200년 전 정약용도 독소(獨笑)라는 시조에서 '극성하면 대개 쇠락의 길을 밟는다'며 같은 교훈을 남겼다. 모든 것이 극도에 달하면 쇠하는 법이다. 체제든 한 나라든 지속가능하려면 경주 최부자처럼 나누어야 한다. 나라로 말하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즉 자본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화법이 그럴싸한 포장 -요리사의 비유- 으로 의사 약사만이 의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조항을 없애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직역이기주의 아니다. 보건의료의 특수성이나 공공적 성격 말고도 자본의 집중도를 낮추고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약사회 입장에서도 법인약국의 해법에 여러 우선순위가 있지만 그 첫 번째는 대자본의 진입을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해방 후 고만고만했던 한국 대만 필리핀의 형편이 뒤바뀌어 버린 가장 큰 이유는 농지개혁의 성공여부였다. 더 잘나가던 필리핀은 대부분 땅을 10대 가문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혁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은 우리나 대만에게 한참 밀려 있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기로에 서 있다. 재벌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재벌 대기업 위주인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을 주로 하는 대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재벌개혁을 통한 부의 집중을 막는 것은 농지개혁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등한시 하다가는 20세기 초 잘 나가던 아르헨티나가 부가 극소수에 집중되면서 그저 그런 나라로 추락했듯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게다가 필리핀이 토지개혁의 시기를 놓친 것처럼 실기한다면 경제가 거꾸로 갈 수도 있다. 정부는 오히려 공공의 영역이 전무한 어려운 여건 속에 고군분투하는 의원이나 약국들에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통해 1차 보건의료기능을 살려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을 막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근시안적 정책은 소탐대실을 불러 올 것이다. 약사들이나 보건의료인들은 사명감을 갖고 자본의 의료시장 진출을 골자로 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의료의 영리화는 단지 재벌들의 돈벌이 수단을 늘린다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펀더멘탈이요 바로메터이기도 하다. 제2의 토지개혁으로서 자본의 집중을 막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힘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직역에서의 과제인 일반인(대자본) 약국개설, 1법인 다약국 도입, 영리법인 추진 등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2013-03-25 06:30:00데일리팜 -
약 처방은 환자를 위한 것입니다의약분업이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고, 특히 정권교체가 되는 시점에서는 더욱 활발해지는 것 같습니다. 처방과 조제의 주체인 의사와 약사들은 여러 부분에서 대립되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환자와 일반 국민의 느낌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애초의 의약분업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간단한 목적으로 의사와 약사 간의 직능 구분을 철저히 함으로서,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의약품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과정의 개선을 목표로 방대한 부분을 포함한 제도로 발전하였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기대도 컸고, 여러 가지 기대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효용에 의문을 품게 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화 되어 있는 과정을 분리하고 세분화하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의약분업으로 불필요한 처방을 줄여서 절감되는 비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데에는 일정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 이용에 있어서도 환자들은 불편을 감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약국이나 의원, 병원 어디든 한군데만 방문하면 되던 것이, 의원이나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항상 약국을 따로 찾아야하는 상황은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비용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이것을 감수하기로 합의한 가장 큰 이유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자유롭게 구입해서 복용하거나, 약사가 진단과 처방을 동시에 하고, 불필요한 약을 너무 많이 처방함으로 인해 생기는 위험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불거지는 병원 내 약국 설치 문제나 성분명 처방, 의약분업 자체의 무용론까지 저마다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말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면 약의 처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서로 자기가 처방을 해야 한다고만 주장하는 모습은 처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의약분업 이전에 불필요한 약들과 항생제를 한 주먹씩 처방했었고, 제약사와의 각종 유착을 통해 리베이트로 문제를 일으켜오고 있는 의사들이 의약분업 이전이 더 낫다고 하는 말도 믿을 수 없고, 마찬가지로 조제료와 복약 지도료 만큼 의무를 다하지도 않고, 제약사와의 유착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약사들의 말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습니다.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이던 우리의 보건의료 환경이 의약분업 만으로 완벽하게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약분업의 효용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의약분업을 바탕으로 약가 제도와 의약품의 생산, 유통 구조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약의 처방이 의사나 약사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가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에 따라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귀속되는지 결정되는 환경에서는 처방의 순수한 의미인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증상에 따라 약을 짓는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처방은 의사와 약사를 위한 것이 아닌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있고, 또 잊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윤이 적지만 좋은 약과 이윤은 크지만 덜 좋은 약 가운데에서 의사와 약사가 고민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의사와 약사를 위한 처방이 아닌 환자를 위한 처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2013-03-18 06:30:00데일리팜 -
현대 의료소비자로 살기이 글은 마르크제의 후기산업사회 현상 분석으로 약과 의료에 대한 지난 글의 연장이다. 행위의료에 있어서는 약과 같은 대량생산이 없으므로 산업적 조작주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종양제거를 위해 대형병원에서 눈코뜰새 없는 수술 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의료의 산업적 콘베이어 벨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행위의료에서는 숫자대신 시각적 지표가 그것을 대신한다. 푸꼬는 그의 명저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근대의학이 보이는 것을 객관적 공간-신비론적 관념적 질병관에 대비하여-으로 정리하면서 실증주의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고 하였다. 그것은 이후에 피부 밑의 해부적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 근대 실증주의 의학은 시각적으로 형성되었고 이것은 마르쿠제적 관점에서는 일종의 대표지표이고 조작주의의 단초가 된다. 종양은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사례이다. 병의 본질로서 종양과 치료로서 그것의 제거는 대표적인 시각적 실증주의 지표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질병과 치료의 개념을 대체한다. 환자는 '종양환자'와 '종양이 아닌 환자'로 나뉘고 다시 세부집단으로 분류되어 긴 줄을 서서 수술장을 향한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게 된다. 다양했던 개인적 주관적 고통은 종양과 치료를 위한 표준화 된 내용으로 이의 없이 정리된다. 의료의 외연공간까지 거대한 전일체로 재구성된다. 종양제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대형병원과 거기에 보낼 환자를 예비 심사하는 지역병원, 그리고 종양제거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공포를 통하여, 또는 예찬을 통하여 시청자들을 동원하는 매스미디어, 비용을 보상한다고 선전하는 보험회사, 그리고 규범적 관리를 하는 법률 시스템이 모두 관련된다. 종양과 질병자체가 동일시되는 조건에서 그것의 제거가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는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동으로 '정당한' 것이며 종양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와의 비교연구는 제거하지 않는 대조군을 형성할 수 없어 연구자체가 불가능하다. 자궁 적출역시 유사한 사례이다. 자궁 적출이 필요한 지표가 '개발'되고 그 전후관계에 대한 스토리가 완성되어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급되면 자궁적출의 필요성은 완성된다. 미국에서 자궁적출의 기준과 산부인과 의사 수를 대입하면 65세 미국 여성의 반은 자궁을 적출하게 될 거라는 자조적 예측도 있다. 조작주의로 발전한 이상 의료는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사회는 기성의료의 외연공간으로, 문화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이 거대한 흐름에 압도된다. 그 세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존재하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성의 해결방안은 잠재적 대안보다 우수하며 비판과 다른 대안의 모색은 불필요하거나 가치 없는 불평으로 간주된다. 두 번째, 현실에 존재하는 대안들은 일차원성 안에서 서열이 매겨지고 내용적 상이성은 사라진다. 세상에서, 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약, 의료가 존재하고 그것은 언제나 제2, 제3의 대안에 비해 우월한 것이다. 누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재력과 권력을 반영한다. 누군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되었으나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면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자기 부모를 제2, 제3의 대안에 의뢰하려고 하였다면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효의 죄책감에 갇힌다. 세 번째로, 세상은 유능한 공급자와 무능한 소비자로 양극화 된다. 유능한 공급자는 다양한 주체들이 전일화된 시스템 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반면 소비자에게는 무능이 강요된다. 소비는 규범이 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포기가 종용된다. 자신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견형성과 제시는 의사의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며 문제의 인지를 즉각적인 수동적, 순응적 환자의 역할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일탈로 비난받는다. 유능한 공급자의 일원도 스스로 소비자가 되었을 때는 순간적으로 무능화된다. 결과적으로 의료는 사회의 통제와 지배의 강화에 기여한다. '힐링'의 고전적 모델로서 의료는 환자의 일탈을 치료하고 '정상'에 복귀시키는, 그럼으로써 일탈과 부정을 체제 속에 통합하는 '수선'의 메카니즘이다. 이 모델은 최근에는 다른 부분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힐링 뮤직, 힐링 푸드, 힐링 캠프, 힐링 체조 등이다. 그것은 사회의 전체주의적 통합, 비판의 무력화 기전이다. 개인은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지만 문제의 한 축인 사회는 보존된다. 얼마 전 정부는 동네병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질환의 2, 3차 병원 이용에 대하여 본인부담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 조치로서 상급 병원의 이용이 얼마간 억제되는 듯 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지금 상급병원의 환자 수는 원상회복한 느낌이다. 경질환을 동네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는 현대산업으로서 의료소비자의 규칙위반을 전제로 한다. 환자 스스로 경질환을 판단할 것, 자신의 몸을 제1 대안이 아닌 제2, 제3 대안에 의뢰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의료산업화의 초기단계에는 의사치료를 받는 것, 의사 처방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제 1대안의 의미를 충족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의 고도화로 의료서비스간의 차별과 경쟁의 원리, 배제의 원리가 강화되면서 제1대안의 범위는 축소되고 일반 의료는 제2, 제3대안으로 밀려난다. 이 때 조작주의의 일원으로 상급 병원은 산업 전략으로서 복합 상병이나 중증질환의 지표를 부각시켜 상급환자를 ‘창조’하는 것은 사실상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대체조제의 활성화 실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의사의 처방약은 대체조제약에 대하여 제1대안으로 '간주'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제 1대안 약을 처방받았는데 제2 대안약으로 후퇴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소비자에게 강요된 생활방식이 아니다. 벗어나면 불안해지는 규범의 자발적인 일탈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2013-03-07 06:30:00데일리팜 -
신약 개발, 2012년엔 누가 승자였을까?생명과학 연구의 모든 성과물은 결국 신약 개발을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크게 보면 생명과학 분야의 각 연구자들은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단서를 찾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곳곳의 연구소와 기업들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이 신약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캐내는 데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약 연구는 이제 대학 연구실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흔한 모습이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은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데 그렇다면 신약은 대대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까? 세계 의약품 시장은 미국이 가장 크다. 그러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은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그러려면 미국 FDA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FDA 심사를 통과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신약 승인을 받았더라도 FDA에서 승인을 못 받아내는 경우가 제법 생기고 있다. 실례로, 최근의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 승인받은 32 개의 신약중 24 개만이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FDA가 다른 나라의 기관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지만, 일단 FDA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다른 나라의 허가당국은 쉽게 통과하는 편이다. 물론 예외가 왕왕 있기는 하다. 따라서 FDA 승인 여부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느냐 여부를 결정지우는 고비가 된다. 이런 이유로 의약품시장에 새로 나오는 신약을 파악할 때 FDA에서 승인한 신약을 집계하게 된다. 작년 한 해에 승인된 신약은 몇 개쯤 될까? 모두 37 개이다. FDA의 발표를 들여다보면 숫자상으로는 모두 39 개지만 여기에는 진단용 조영제 2 개가 포함되어 있어 치료제로서의 신약은 37 개로 봐야 한다. 물론 이 37 개의 신약엔 개량신약은 포함되지 않고 말 그대로 순수신약 (혁신신약)만 따진 것이다. 지난 20년간 FDA는 한해 평균 30 개 정도의 신약을 승인을 해 왔기에 작년에는 평균치를 웃돌게 신약이 승인된 셈이다. 이렇게 신약 승인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FDA는 심사과정에서 도중에 퇴짜를 맞지 않고 (즉, 재수나 삼수를 하지 않고) 한번에 승인을 받아낸 비율이 80%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처럼 첫번째 심사에서 승인받은 비율이 높아진 것은, 예년에 비해 제약사들이 개발과정에서 FDA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함으로써 임상실험과 관련하여 FDA의 견해를 잘 수용하여 대비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각 질병에 대해 새로운 타겟을 겨냥하여 처음으로 개발된 약 (first in class)이 많았던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FDA로서는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신약의 탄생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또, 질 좋은 데이터로 부작용 정도에 비해 약효가 탁월함을 입증한 약이 많았던 것도 이유였다고 FDA측은 덧붙인다. 37 개의 신약을 일일이 들여다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우선 37 개중 31 개는 합성신약이고 나머지 6 개는 바이오신약 (항체, 펩타이드 등)이다. 최근 들어, 바이오신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합성신약이 더 많이 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효군으로 분류해 보면 항암제가 13 개에 달해 제약사들이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암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여전히 절실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머지의 신약들은 소화기계 질환, 순환기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 감염질환, 안과질환 등의 질병에 적용되는 약이었다. 이번에도 희귀질환에 적용하는 신약이 많았는데 모두 13 개에 이르렀다. 빅파마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지 않는 현실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 총 37 개의 신약중 무려 18 개가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first in class 약이었다. 이들 약은 온갖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타겟에 도전하여 보상을 받은 셈이다. 그럼, 어떤 회사들이 신약 승인을 받아 냈을까? 37 개중 21 개의 신약은 거대 제약사들 (매출액 순위 상위 20 개) 에서 개발한 것이었고 나머지 16 개는 신약 개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는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보면 이들 회사중 Pfizer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무려 5 개 (BMS와 공동 개발한 것 1개 포함)의 신약을 탄생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지만 투자에 비해 건지는 것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Pfizer가 오랜만에 덩치값을 한 셈이다. 그 뒤를 이어 6 개의 회사가 2 개씩의 신약을 승인받았는데 Sanofi, Genentech, Forest Laboratories, Teva그리고 일본 제약사인 Astellas와 Eisai가 그 주인공들이다. 제네릭만 만들던 Teva가 신약에서도 성과를 낸 것이 눈길을 끌고 일본의 제약사들이 활약하는 것도 부럽다. 이외에 BMS, Norvatis, Merck, Bayer, Johnson & Johnson, Gilead, Takeda등도 각각 1 개씩의 신약을 탄생시켜 체면을 유지하였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강자였던 Abbott, Amgen, AstraZeneca, Lilly 등은 아무런 소득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승인된 신약들중 6 개의 신약은 큰 회사의 도움없이 작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을 진행시켜 승인까지 얻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신약 개발이 큰 회사들만의 잔치라는 인식을 깨뜨린 것으로 한국의 제약사들도 본받을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들 신약은 의약품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어렵사리 신약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이들 모두가 큰 성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 개의 신약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만한 약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BMS와 Pfizer가 공동으로 개발한 항혈전제 apixaban (상품명 Eliquis)이다. Factor Xa 저해제인 이 약은 뇌졸중 예방 약물로서 기존에 사용되는 항혈전제들보다 약효와 부작용 (출혈)면에서 우위에 있어, 60년째 사용되고 있는 warfarin을 대체할 약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Pfizer의 tofacitinib (상품명 Xeljanz)도 주목할 만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관절염 치료제로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의 일종인 JAK3를 저해하여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완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Astellas가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 enzalutamide (상품명 Xtandi)도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근자 들어 개발된 여타 전립선암 치료제들보다 약효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Genentech의 HER2 모노클로날항체인 pertuzumab (상품명 Perjeta)도 거대 품목 반열에 오를 것 같다. 기존 유방암 치료제인 herceptin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효과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메이저 제약사들은 거대 품목들의 특허 만료로 인한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다. 2011년 리피토 (Pfizer), 자이프렉사 (Lilly), 2012년에는 플라빅스 (BMS & Sanofi), 디오반 (Norvatis), 세로퀼 (AstraZeneca), 렉사프로 (Forest Laboratories), 액토스 (Takeda), 싱귤레어 (Merck) 등의 특허권이 소멸되어 매출이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출액이 큰 품목들의 특허가 일시에 만료되어 의약품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 (특허절벽)은 지금껏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올해에는 심발타 (Lilly), 아시펙스 (Eisai), 리리카 (Pfizer), 니아스판 (Abbott) 등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또 다른 거대품목인 넥시움 (AstraZeneca), 쎄레브렉스 (Pfizer), 에비스타 (Lilly), 바이토린 (Merck) 등의 제네릭이 줄줄이 등장할 예정이다. 특허 만료로 인해2015년까지 제약사들이 입게 될 손실액은 300 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예상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더욱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다. 그런 노력들이 작년에 더 많은 신약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특허절벽 현상은 한국의 제약사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한 제네릭의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또, 작년에 한국의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조치로 인해 혹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에 실망하지 않고 밖에서 불어닥친 시련을 연구 개발을 통해 헤쳐나가려는 노력을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토대로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의 제약사에서 개발을 주도한 약들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2013-02-25 06:34:53데일리팜 -
유전정보 분석해 건강관리 하는 시대건강한 체질을 타고 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다. 말술을 들이켜도 끄떡없는 사람도 있고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도 있다. 의사·약사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가 좋은 약이 어떤 이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를 때때로 경험한다. 약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약물이 그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사람들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으로 구분해 약을 써 왔다. 서양의학은 이제까지 체중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할 뿐, 체질에 따라 약을 다르게 쓰는 개념은 없었다. 체질을 구분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체질을 생명과학 용어로 말하면 유전정보다. 사람의 유전정보는 46개 염색체 DNA에 들어있다. 정확히 말하면 60억 개 DNA 염기의 배열순서에 암호화되어있다. ‘유전’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유전정보는 온전히 부모로부터 받는다. 한 사람의 유전정보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한 생명이 수태되는 순간에 결정되어 평생토록 변치 않는다. 수태될 때 난자로부터 온 DNA와 정자로부터 온 DNA가 섞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조합이 일어나기 때문에 형제들의 유전정보도 조금 다르다. 사람들의 염색체 DNA의 염기배열은 99.5%정도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고 약 0.5%는 개인마다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체질을 결정하고 성별, 피부색, 머리카락, 눈동자 등의 외양, 그리고 유전병 여부, 취약한 질병, 약물에 대한 반응 등, 모든 ‘개인적 특성’을 결정한다. 만일 유전정보의 0.5% 차이를 분석해 취약한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약물에는 효과가 있고 어떤 약물에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 질병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난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형질(특정 유전자의 DNA 배열)이 어떤 표현형질(당뇨병 취약 등)과 관련이 있는가를 알아내려면 통계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유전형질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유전체를 분석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대안으로 스닙(SNP) 즉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스닙은 60억 개의 유전체 염기배열에서 사람들 사이에 염기 한 개가 차이가 나는 부위들을 말하는 데 지난 십여 년간 수백만 개 이상의 스닙이 발견되었다. 흔히 1백만 개의 스닙을 한 개의 DNA 칩으로 분석한다. 스닙 분석은 매우 간편하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전체 유전체(60억 개 염기)의 불과 0.017%(1백만 개)만을 분석하는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유전형질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수년간 스닙을 이용해 유전형질과 표현형질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스닙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장암, 유방암 등의 질병의 발병 가능성에 대해 수십만 명의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하는 것이다. 약물 반응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심혈관질환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등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약물, 혹은 항암제 등 세포독성이 큰 약물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스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수백만 달러에 달하던 유전체 분석 비용이 지금은 수천 달러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이내에 전체 유전체 분석을 하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유전형질 데이터가 축적되면 머지않아 표현형질과의 관계도 훨씬 자세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체질을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2013-02-21 06:30:06데일리팜 -
박근혜 정부가 살길은 보편적 복지다잠실아주머니들이 벌써 박근혜 잘못 뽑았단다. 뭔 얘기냐고? 이 잘사는 동네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무상보육 한다고 아버지도 의사, 엄마도 의사, 할아버지도 의사인 집 아이에게 돈 준다고. 무상급식, 의료, 보육, 복지, 복지하면서. 그런데 그 돈 주려고 자기네 세금 더 내야 한다고. 이자소득세 상한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렸다고. 선거 막판에 도로까지 줄지어 늘어서 투표했던, 50대 강남 아줌마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역사적으로는 낯설지는 않다. 자 2000년을 거슬러 로마로 가보자. 이태리반도의 작은 동네에 불과했던 로마가 지중해를 내해로 하는 대제국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핵심은 로마 시민권의 개방일 것이다. 배타적이 아니라 내 것을 타자에게도 나눠주어 다 같이 살자는 것이었다. 로마인은 자국의 시민권을 타국인에게 주는 데 대단히 너그러운 민족이었다. 전쟁에서 진 패배자에게 조차도 시민권을 주었다. 그것은 로마 군단이 로마 시민권 소유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택에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병력은 만 명 단위에 머물렀지만, 로마는 10만 단위의 병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반면에 전성기의 아테네에서도 부모가 모두 아테네인이 아니면 아테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이 점은 스파르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얼마 동안 로마에 거주하기만 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가 훨씬 이후까지 실시되었다. 반대로 아테네에서는 오랫동안 아테네에서 살고 학교까지 열어 아테네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평생 동안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시민권에 대한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노예에 대한 처우에도 나타나 있다.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노예인 채 평생을 마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로마의 노예한테는 다른 길이 열려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와 가축을 비교하며 "유용함에서는 노예와 가축이 별 차이가 없다. 노예든 가축이든 그들의 육체는 우리 인간에게 봉사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보다 200년 전, 로마의 제6대 왕 세르비우스 툴리우스는 그 자신이 노예 출신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뒤에 만난 운명의 차이에 불과하다." 로마에서는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한 노예에게 주인이 보답하는 의미로 자유를 주거나, 노예 자신이 저축한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자유를 회복한 노예를 해방노예라고 부르고, 그들의 자식 대에는 로마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시민권만 수중에 넣으면 그 후 사회에서의 출세는 그 사람 자신의 재능과 팔자에 달려있다. 반대로 아테네에서는 저 유명한 페리클레스조차도 아테네인이 아닌 여자와 재혼했기 때문에 그 결혼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테네 시민권을 얻지 못하다가, 특례를 인정받아 겨우 아테네 시민의 자격을 얻었을 정도다. 시민권에 대한 로마인의 개방적인 사고방식은 이중 시민권, 이중 국적까지 인정한 점에도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로마 연합'의 동맹국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로마 시민권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자기가 속해 있는 지방의 시민권을 포기할 필요도 없었다. 나폴리 시민이면서 동시에 로마 시민도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중 시민권제도 역시 동시대의 타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로마의 독특한 제도였다. 시민권을 갖는다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중산층 정도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시대에 중심세력으로 지중해에 퍼져 살던 그리스인의 도시국가가 서서히 힘을 잃고 작은 동네였던 로마가 힘을 모아갈 수 밖에 없었으리라. 로마는 타 민족(요즘으로 우리 사회로 말하면 타 계층)이라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어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장해 주었다. 게다가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법'을 통해 국가 요직에 귀족층뿐만 아니라 평민층도 균등하게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하여 오랫동안 로마를 괴롭혀 온 귀족과 평민간의 반목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했다. 2000여년 뒤, 지금 우리 사회도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중산층의 몰락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재벌들이 할인점 SSM 커피점 음식점 떡볶이 서점 인테리어사업 등 동네 상권들까지 장악하면서 중산층의 핵심인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이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호시탐탐 이른바 드럭스토어를 통한 약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로마에 위기가 왔다. 오늘날 우리의 위기와 비슷하다. 소수에게의 부의 집중, 중산층 몰락, 실업자 양산이 그 문제였다. 속국으로부터 대거 들어오는 밀이나 올리브, 포도 값의 폭락으로 경쟁력을 잃어 땅을 빼앗긴 중산층 농민들이 부가 집중되는 수도 로마로 흘러들었다. 연구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런 이농인구가 로마 인구의 7퍼센트에 이르렀다니까,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문제는 복지를 확충한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이들 실업자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생활 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온종일 통 속에 누워 있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철학자 디오게네스같은 인물은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했다. 많은 보통 사람들은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해 간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존심은 복지만으로는 절대로 회복할 수 없었다.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개혁이 일어났고 빈곤층을 해결하려는 일환으로 마리우스는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즉 직업군인제도를 로마에 도입했다. 또 그라쿠스는 농지소유의 상한제, 빈곤층에게 일정한 땅을 나눠주는 등의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특권층의 반발도 심해 그라쿠스 두 형제는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이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그리고 중산층의 군사력을 토대로 한 로마제국의 멸망의 단초가 되었다. 서울로 돌아와서. 이번 선거에서 여든 야든 교육, 보육, 의료에서 복지를 내건 이유는 일본의 자민당이 50년을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노인수당과 전국민에게 제공된 안정적인 의료보험제도 덕택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선거에서 이긴 이유도 모든 노인들에게 노인수당 20만원 지급(요즘 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돈다)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지금 와서 비급여는 빠진단다)' 공약이 한 몫 했다. 이는 여든 야든 시대의 흐름이리라. 한니발에게 호되게 당한 후, 카르타고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의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한 때 지중해의 맹주였던 불타는 카르타고를 보며 ‘로마제국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수의 특정계층에게로의 부의 독점이 아니라 나라의 허리인 중산층을 강화시키고 골고루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고, 이는 역시 오늘 우리 사회도 해결해야 할 같은 과제이리라. "희망이 있는 삶!"2013-02-18 06:30:03데일리팜 -
약의 조작주의의 불편한 진실마르쿠제의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인 조작주의는 약과 의료의 영역에 모두 별다른 가감 없이 적용 가능하다. 조작주의는 실증주의(postivism)로부터 비롯한다. 실증주의는 근거주의라고도 알려진, 입증 결과에만 근거하는 근대 학문의 주된 방법론으로서, 통계적 과정을 통하여 현실 속에서 강력한 정당성을 구축하였고 그 결과들을 사회적 규범으로 올려 세웠으며 동시에 여타의 대안들을 제도화된 영역에서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사법적 통제의 진전과 보험 등 금융이 전통생활을 대체하면서 사회의 전일적 통제의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실증주의가 조작주의와 짝을 이루는 이유는 실증의 어려움 때문이다. 대량의 표본으로 통계적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내용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하는 내용을 대표하는 조작적 대표지표가 필요하고 채택된 지표가 전체를 대표하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 실증주의의 권력화와 산업적 필요와 결합되면서 연구적 조작은 ‘조작주의’로 발전한다. 약과 의료의 조작주의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 번째, 질병의 특징과 관련된 한 두 개의 측정 가능한 지표를 강조하여 질병을 대표하게 하고 가급적 그 질병 명으로 통용되도록 한다.(예, 혈관관련 질환의 혈압, 고지혈증의 콜레스테롤 농도 등) 두 번째, 약의 기능을 관찰, 혹은 측량 가능한 수치로서 비교되도록 하고 그 비교대상인 무처치 군이나 대조약 군에 대비한 현저한 차이가 그 약의 ‘수월성’의 의미로 활용된다. 세 번째, 연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채택한 대표지표는 점차 편의주의에 흐르면서 일정한 편중이 나타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실험의 경우에 조작이 가능한 부분은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여타의 조건을 통제해야하는 조작적 실험의 형편상 기간이 짧아야 하고 결과가 명백해야 한다. 약을 복용한 후 몇 시간 내에 혹은 길어도 10여일 정도에 측정을 완결할 수 있는 혈압약 복용과 혈압변화라는 인과의 짝은 혈관질환을 대표하기에 가장 편리하다. 혈압의 측정은 혈관의 건강성이나 혈액의 조성, 여타 병리적 증거들보다 측정이 훨씬 용이하고 명백하다. 그렇게 발탁되어 질병을 대변하는 지표는 당대사 관련 질환의 혈당수치, 관절염의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물질 분비, 위장관련질환의 위산분비량,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등의 각종검사지표 등으로 무한히 확장된다. 하지만 이들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병리기전의 말단 현상만을 대변하고 있다. 네 번째로, 이러한 대표지표가 점차 질병을 대변하게 되면서 질병의 유무와 치료의 필요성은 지표로서 대변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된다. 조작지표로 증명되지 않은 환자의 불편은 꾀병으로 폄하되고 유사한 불편은 증명된 지표상의 사실을 근거로 조작된 질병의 환자로 편입되어 ‘취급’된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진 경우라도 그는 단지 고혈압환자일 뿐이고 혈압 약을 복용할 필요가 있는 대상자일 뿐 여타의 요인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섯 번째로 이런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치료수단을 왜곡하게 된다. 대표지표의 편중성은 치료수단의 편중성으로 확장된다.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치료수단으로 우울증약이 매치 되듯이 조작에 활용된 지표는 치료방법과 그것을 제어하는 물질을 확정하고 약과 의료를 재편한다. 혈관 질환의 경우는 혈압약이 되고 그 중에서도 이뇨제와 혈관 확장제, 심장 박동 억제제 등으로 편중이 완성되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최종적이고 응급적이긴 하지만 근원적이고 환자의 생활방식이나 몸의 상태를 적절히 대변 하는 것으로 부터는 멀다는 점이다. 혈관의 확장은 우리생활의 상태나 리듬에 따라서 확장과 수축으로 반응하게 되지만 그 반응의 생물학적 이유는 무시되고 항상적인 확장상태로 유지되는 조작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마지막으로 조작주의는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하고 의제로부터 배제한다는 점이다. 산업주의 시대의 혈압약은 인간의 개별성, 즉 환자의 유형과 체질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는 약이어야 좋은 약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개발된 약이 대상 환자를 넓히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환자의 특성에 대한 임상적 관심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실상은 혈압약의 전통 처방과 비교하는 것으로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데 혈압약과 가장 유사한 처방인 삼황사심탕을 들 수 있다. 사하제와 청열제(에너지대사 항진 억제제)로 구성된 이 처방은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편중성 즉, 노폐물의 적체와 에너지대사의 과잉항진을 교정하여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혼란변수로 취급하는 것은 약의 보편성을 추구하지만, 그 보편성은 개별성을 땅에 묻어버리는 횡포로서, 개별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인간에게는 부자연성의 원리로서 군림한다. 실증주의나 조작주의가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랜 허위와 신비주의, 엉터리 약과 엉터리 의료로부터 좋은 약과 좋은 치료를 찾기 위한 투쟁적 역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지표가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를 새로운 지표로 보완하기도 하는데 혈압이나 당뇨가 고지혈증으로 보완되고 외과질환이 골밀도 검사로 보완되는 것이 그 한 실례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여전히 과도할 뿐 만 아니라 억압과 왜곡, 통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조작주의가 후기 산업사회의 특성으로 간주되는 것은 그것이 산업적 필요에 부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매뉴팩처 시대에 봉건영주 체제가, 보다 생산규모가 확대된 공장제 기계 공업시대에 민족국가가 대응하는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후기 산업사회의 확장된 산업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인간의 욕구는 본연의 그것으로 해석되지 않고 조작된 상품의 소비자로서의 적합성만으로 ‘번역’된다. 그리고 그것의 부적합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불평불만으로 폄하된다. 끊임없이 혈관확장을 강요(?)당하는 환자는 언제까지 이걸 먹어야 하냐고 항변하지만 이미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는다. 마르쿠제의 후기 산업사회의 진단은 비판적 사고, 부정적 언설, 변증법적 사고의 배제를 운영원리로 확정시킨 과정을 설명한다. 산업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만족하고 박수치고 소비하는 객체로 내몰린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사유, 선택 주체의 지위를 상실한 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질병의 소재, 약의 소비에 관련해서도 그 현상은 예외가 아니고 더욱 두드러진다.2013-02-12 06:30:00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53.55%가 얼마지?…기등재약 약가인하 '기준 시점' 초관심
- 2"약국은 처방전만 받는 곳이 아닙니다"…'약국 덕후'의 실험
- 3멀어진 K-신약 명예회복…커지는 인보사 임상 발표 의문점
- 4신풍 파세타주 등 28개 주사제 동등성 확보…재평가 통과
- 5현대약품, 맞교환 주식 평가손실 75억 추산…자사주의 역설
- 6홍승권 심평원장 "신속등재 차질 없이...약가제도 안정 운영"
- 7TG-C가 남긴 과제…바이오솔루션 카티라이프 미국 3상 시험대
- 8제약 MR 교육도 AI 시대…20년 교육 노하우 담은 해법
- 9'임의 조제·복약지도 오류' 환자 상해 입힌 약사 벌금형
- 10"아일리아, 투여 유연성 Up…황반변성 장기 치료 근거 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