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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동업의사 거짓청구, 개설자 면허정지 가능할까동업 의사(고용 의사)의 거짓청구를 이유로 대표자(개설자)에게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에 대하여 의료인뿐만 아니라 동 처분을 담당하는 처분청 공무원들도, 그리고 동 사안을 접할 법률가들도 바로 대답을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의 성질은 어떠한 것인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업무정지처분과는 성질, 대상, 효과 등에서 차이가 나는지, 그러한 차이가 위 질문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인지, 동 사안에 직접 적용되는 의료법 면허정지 사유가 처음 의료법에 도입될 당시의 취지가 무엇인지, 도입 이후에 규정 형식이나 내용의 변화는 없었는지, 의료법에 규정된 다른 면허자격정지 사유와 규정 형식이나 내용에서 차이는 없는지, 또한 면허취소나 개설허가취소 사유와 비교하여 면허 자격 정지에 규정된 처분 사유의 구체적인 입법취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논증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지 법리 공방을 떠나, 대표자와 동업 의사 혹은 고용 의사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외형상 대표자와 동업 관계 일 뿐 내부적으로 사실상 고용하여 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외형상 고용 관계로 보일 뿐 내부적으로는 그 고용의사가 외형상 대표자를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독립채산의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고, 그 사실관계에 맞는 개별적·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법원은 같은 요양기관 내에서 독립채산 형태('shop in shop)로 근무하고 있는 대표자 아닌 자(이하 을)의 거짓청구 부분을 이유로 대표자(이하 갑)에게 부과한 면허자격정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시를 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9. 1. 9. 선고 2018누 59740 판결), 동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이하, 제1 판결). 이와 달리, 법원은 A 의사가 요양기관을 개설하고 B의사를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A 의사가 1년가량 해외에 거주하였음에도 B를 통해 요양기관을 그대로 운영하였고, 고용의사인 B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라도 A에 대한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서울고등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누 24579 판결 참조) 한 적도 있습니다(이하, 제2 판결) 필자는 두 판결의 결론이 차이가 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고 또한 구체적인 법리 전개의 차이가 있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 판결의 법리 전개 과정이나 판시 사유에 대해서 개별적인 검토를 하기에는 동 지면에 한계가 있어, 간략히 판결을 소개하는 것에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두 판결의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졌다고 판단됩니다. 제1 판결의 경우는 갑과 을이 독립채산의 형태(shop in shop)로 운영하고 있었고, 요양기관 대표자인 갑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으나 갑이 거짓 청구한 부분과 을이 거짓 청구한 부분이 구분될 수 있었으며(을의 요양급여비용 거짓 청구에 갑이 구체적으로 관여하였거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음), 약식명령도 갑과 을이 각 별개의 사실관계를 이유로 각 확정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제2 판결의 경우는 A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요양기관을 대신 운영한 B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되는 계좌를 A 명의로 개설하였고, 줄곧 A가 이를 관리한 사정, A는 B가 대신 운영하는 기간 동안 B가 요양기관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금원을 요구할 때마다 수시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여 B에게 지급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판례가 사실관계에 있어 차이가 나는 부분 이외에 법리 적용에 있어 보다 중요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2 판결의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6호(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제재를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 조치 측면에서 접근하여, 원고에게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결과적으로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원고에게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 5177 판결 참조) 반면 제1 판결의 경우는 제2 판결과 달리,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소정의 의료인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일반적 제재와 같이 단순히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라고 볼 수 없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 5177 판결을 통해 적용되는 법리가 제2 판결에서는 그대로 인용되었으나 제1 판결에는 오히려 적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음), 의료인이 직접 또는 피용인 등 타인을 통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비위 행위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제1 판결은 의료법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및 제98조 등에서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로 규정한 취지로 볼 때 의료법에서 규제하는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제하는 '객관적 부당청구의 결과'로 이해할 수 없다(의료인에게 고의가 있거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 규정이 국민건강보험법 규정과 달리 규정한 것은 ‘의료인이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한 행위’의 불법적 요소를 행위 제재의 근거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옳다는 취지 역시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필자는 의료인에게 고의가 있거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그 결론에 있어서 찬성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제1 판결의 판시사항 중 업무정지처분의 요건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이고,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처분의 요건은‘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는 때’로서 그 처분 요건의 내용이 다르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속임수라고 규정하였으나, 의료법에서는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그 태양을 넓혔고, 거짓청구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점이 논거가 될지는 몰라도, 실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서 명시하는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과 거짓청구의 문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속임수’에 대응되는 개념이지 그 밖의 부당한 청구에 대응되는 개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비교를 이유로 논거로 삼은 점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규정과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및 제98조 제1항 제1호의 규정 형식상의 차이를 고민할 때,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를 연혁적으로 살펴 그 차이를 고민하지 않은 점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관련 규정은 2001. 6. 20. 이해찬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처음 도입되었고(2002.3.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도입 당시(도입 당시 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6호)에는 사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에 의한 진료비의 허위청구를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인이 진료비를 허위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이를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추가하고, 그와 연장선 상에서 허위청구의 경우 형의 선고와 상관없이 1년의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규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로 되었으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제1 판결과 제2 판결의 개략적인 소개 이외에 개인적인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널리 양해를 구하면서, 마무리하자면, 처분청의 입장에서도 동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향후 면허정지 처분 사유, 대상, 정도 등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을 할 것이 분명하지만, 의료인 입장에서 역시 이러한 판시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확고한 대법원의 판시사항이 있는 경우는 아니므로, 향후 유사한 사실관계 대한 판결의 방향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쪼록, 동 판결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2019-05-03 09:08:27데일리팜 -
[칼럼]故 임세원 교수와 진주방화 사건, 해법은?최근 안타깝게도 소중한 선후배이자 동료인 故 임세원 교수를 잃었고 가족과 이웃 여러 명을 잃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 각계 각층,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고 안타까운 사건들이 일어났고 대책을 마련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 동시에 예방가능한 일이었고 인재였다고 이야기합니다.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의 경우 환자가 입원을 한 적이 있었으나 환자의 지속적인 퇴원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보호자들이 퇴원을 시켰고, 이후 적절한 치료가 단절되었습니다. 당시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고 치료가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더라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원에 꼭 오라는 당부 외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로 사례관리를 위해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의료기관에서 외래치료명령제를 신청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행할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병원에서 직접 퇴원하고 외래에 방문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제공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주방화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 치료감호소, 병원 여러 곳에서 상당 기간 접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존재 자체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일정 책임 기간이 지난 뒤에는 대상자의 치료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던 공공 영역의 책임의 소명도 불이 꺼져버렸습니다. 심지어 사건 직전에 주민들의 반복적인 신고로 여러 위험이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스템 속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경찰은 그 위험성을 직시하지 못하였고 보호의무자의 자격이 없는 친형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시킬 수 없었고 보호자의 존재로 시군구청장이 책임을 지는 행정입원의 당위성은 희석됐습니다. 이 안타까운 일련의 사건들은 준비가 부족한 탈원화의 기조,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 왜곡된 인권에 대한 해석, 투자의 부족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 통보가 필요한 경우 진행을 하는 법안, 국가가 직접 환자들의 입원 및 치료에 대해 결정하고 주체가 되고자 하는 사법입원 제도를 담은 법안, 외래치료명령제의 실효성을 강조한 법안 등이 소위 ‘임세원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개가 상정 및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사례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직접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환자 인권의 인권과 치료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절차보조인 시범사업 등이 준비 및 진행 중입다. 이 모든 법안과 시범사업은 환자 및 사례관리가 필요한 대상자들의 치료 연속성을 담보하는 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특성상 단발성의 개입은 그 의미가 크지 않은 바, 지속적으로 서비스 혹은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를, 끊기지 않고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현 상황의 구멍들을 메워야 하고 끊긴 치료의 끈들을 연결해야 합니다.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그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와 시범사업이 실제로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적입니다. 첫 번째는 아낌없는 투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력, 인프라, 작동기전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 관심의 연속성입니다. 대상자들의 치료 및 공존의 근간이 되는 연속성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연속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잠깐 놀라고 분노하고 처벌만 강조하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연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법에는 문제가 없는지, 개정을 위한 노력은 잘 이뤄지는지, 나는 이 문제에 대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고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2019-05-02 10:49:33데일리팜 -
[칼럼] 치매치료제는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치매는 5060중년 세대 사이에서 암보다 두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질환 자체가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주며, 가족과 주변에 간병 부담을 안긴다는 걱정도 크다. 또한 치매는 평균 유병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 . 아직 완치 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기에, 치매 환자 입장에서는 끝이 보이지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부터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중증 치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 . 현재로서는 '조기부터', '꾸준히'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치매 치료 및 관리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치매 약 복용, 조기부터 꾸준해야 치료혜택 커져 치매 치료가 조기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치매도 다른 질환처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체 치매 환자 100명 중 5~10명은 치매의 원인을 알면 회복할 수 있는 유형이다. 치매는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 지는 상태로 , 그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 중 뇌종양·우울증·갑상선질환·약물부작용·영양문제 등으로 인한 치매는 일찍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비가역적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형 치매'조차도 약물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4. 따라서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둘째,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할 경우, 환자가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치매는 질환이 진행될수록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데 초기부터 고혈압, 당뇨 등 동반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환자의 독립성 유지기간이 길어지면,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매일 환자를 돌보는 데에 6~9시간을 투자하며, 연간 약 2000만원을 간병비로 사용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지속한 치매 환자의 가족들은 향후 8년 간 약 7900시간의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원을 더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발병 8년 후에는 치료군과 방치군의 돌봄 비용이 각각 155만원과 256만원으로, 100만원 상당의 차이를 보였다. 돌봄 시간은 각각4시간, 8.2시간으로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조기 치료를 통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수록 향후 새로운 치료 약제가 나왔을 때 그 치료 혜택을 더 크게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 치매 치료제 개발은 치매의 다양한 발병원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다각적인 연구결과가 축적되고 있어 멀지 않은 미래에 치매를 극복할 방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환자와 가족들은 희망을 잃지 말고 최선의 건강 상태에서 새 치료제를 맞이할 수 있도록 현 상태 유지에 힘써야 한다. 치매환자 관리에 복약정보 중요, 주변의 꾸준한 노력도 필수적 이처럼 현재 치매 치료목표는 '조기부터', '꾸준히' 치료를 함으로써 증상을 조절하고 질병 진행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의약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65~74세 노인은 약 2%만이 의약품을 복용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비해, 85세 이상 노인은 약 20%가 의약품 복용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치매의 경우 기억력 상실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가 약 복용을 깜빡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꾸준한 약물 복용이 어렵다면, 가족이나 주변에서 환자가 약물 복용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먼저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치매 치료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인지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치매 치료를 위해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 치매대응요령, 복약지도, 환자를 돌보는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숙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근에는 치매 환자의 꾸준한 약 복용을 돕는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체크’ 애플리케이션은 투약 알림과 일정 관리 기능을 통해 치매 환자의 약 복용을 돕는다. 이 외에 돌봄 상담,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제약사와 공동 개발한 '안심돌보미'도 치매 환자의 안전하고 정확한 약 투여를 돕기 위해 개발된 앱이다. 환자의 복약 정보 등을 가족그룹 내 공유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 치매안심센터의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치매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도 약물 복용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 60세 이상이며 ▲치매 상병코드 중 하나 이상 포함하여 진단을 받아 의료기관을 통해 치매 치료제를 복용 중이고 ▲전국가구 평균소득의 50% 이하인 환자는 관할 구·군 보건소 산하 치매안심센터에 신청을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10명은 치매 환자이다 . 현재 고령화 속도를 볼 때 치매 환자는 앞으로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치매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치매 조기발견 및 꾸준한 치료가 가능해 지기 위해선 치매치료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명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2019-04-25 11:18:50데일리팜 -
[칼럼]'약사' 브랜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얼마 전 대한의사협회는 방문약료 시범사업에 대한 불만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약의 전문가는 의사'라는 문구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약사들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필자는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의약분업 직후 원희목 대약 집행부가 홍보하던 '약의 전문가는 약사'라는 캐치프레이즈다. 약의 전문가는 약사가 아니라 의사라는 의협의 주장은 마치 이에 대한 응답처럼 읽힌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던 당시 널리 홍보되던 표어인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를 다들 알 것이다. 필자가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의사는 진료를 한다. 그런데 약사는 대체 약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일까? 의사의 행위는 명료하게 이해되는 반면, 약사가 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태로 의약분업 시행 후 20년이 지났다. 물론 우리는 모범답안을 알고 있다. 또 하나의 유명한 표어를 빌려보자.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 말자'는 표어다. 약사는 약물의 잘못된 사용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사람이다. 일반약을 구입하는 경우 사용목적에 맞는 약인지 확인하거나 적절한 약을 선택해준다.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병원에 보내야 할 위중한 상태는 아닌지 판단하고 구토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환자평가(patient assessment)라 한다. 처방 조제도 마찬가지다. 처방을 검토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의사에게 연락해 처방을 변경하도록 중재(intervention)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사 본연의 역할은 국민에게 거의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 대한약사회의 인식과 노력이 그 동안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약사가 일반약을 줄 때 환자평가를 거쳐 환자의 안전을 기한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됐다면, 편의점에 약이 풀리는 사태는 아마도 국민들이 먼저 반대했을 것이다. 약사 무용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수십 년째 꾸준히 노력 중인 단체가 있다. 바로 대한의사협회다. 일반약은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지명해서 구매하는 것이 합당하며, 조제행위는 기계가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약사는 필요 없다는 주장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면서 "약은 약국에 가서 사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조제 투약을 단순 판매행위로 폄훼하는 어법이다. 그 효과가 있는 것인지, 국내 미디어에서는 4차산업혁명으로 없어질 직업으로 약사가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다(약사 역할이 우리에 비해 제대로 정립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약사 직능을 (나쁜 쪽으로) 포지셔닝함에 있어 어찌 보면 대약보다 의협이 성공적인지도 모른다. 대약 집행부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조제라는 수입원을 현행 제도가 보장해주는 데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설마 했지만 결국 편의점에 약이 풀린 것을 생각해보라. 약사의 역할이 제대로 인지되지 못한다면 이는 직간접적으로 약사 직능에 대한 여러 형태의 위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의협이 원하는 것도 이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의협의 견제와 정부의 몰인식으로 쉽지 않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약사의 역할과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지금 약사사회가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되새길 때다.2019-04-24 17:00:12데일리팜 -
[칼럼] 스무살 데일리팜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데일리팜 관계자를 사석에서 만났다. 그는 "칼럼엔 '비판'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모 약사의 글은 너무 우회적이다. 현상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제안도 가끔은 써 달라"고 말했다. 비판이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이슈(issue)와 사람(person)을 잘 구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슈에 대해 비판을 하면, '이슈'에 대한 대응이 아닌 '사람'에 대한 대응이 나온다. (아니, 네가 뭔데 나를? 뭐 이런 패턴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직위가 높거나, 버르장머리가 있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데일리팜 관계자의 요청대로 비판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 주제는 언론의 아젠다 세팅과 저널리즘이다. 데일리팜은 아젠다 세팅을 통한 저널리즘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 이란 보통 미디어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행 이슈에 대한 공중의 생각과 토론을 설정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용어이다. 수많은 이슈 중에,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라고 판단하면 언론은 의제를 설정하고, 공중에게 생각해 볼 문제를 전달해 준다. 의제를 옳은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은 목적한 저널리즘 실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데일리팜은 약업계의 대표 미디어이다. 현재 약업계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슈는 데일리팜이라는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데일리팜의 의제 설정 능력에 따라,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생각과 토론의 주제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약사회 집행부는 국제 일반명 제도(INN, 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s)를 정책화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 일반명 제도란 1950년 세계보건기구 (WHO)가 제안한 제도로 의약품은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약속에 의한 이름을 사용하자는 것을 큰 골자로 하고 있다. 가장 심플한 형태는 회사+성분명, 예를 들면 한미-파라세타몰, 휴텍스-아토르바스타틴 이런 식이다.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생명공학의약품의 이름 규칙은 조금 다르지만 큰 골자는 위에 적힌대로이다.(Gopakumar, K. M., & Syam, N. (2008). 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s and Trademarks: A Public Health Perspective. Journal of World Intellectual Property, 11(2), 63-104.) 약사회가 이러한 목소리를 낼 때 데일리팜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저 이 제도를 그저 약사회의 공약정도로 보거나 정책 연구소가 해야 할 일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야 한다. 이 시선을 넘어서지 못하면 앞으로의 기사도 집행부를 인터뷰하고 집행부의 말을 옮겨 적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국제 일반명 제도' 관련 세 가지 의제를 데일리팜에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왜 이런 취재를 하지 않고 있냐는 비판이기도 하다. 첫째, 이 국제 일반명 제도가 공공 건강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양한 공중의 의견을 취재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본인이 먹는 약의 성분을 기억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분을 기억하는 것은 poly-pharmacy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성분명으로 통일성을 갖는 것이 의약품 사용 오류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공공 건강의 다양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파비드정과 팜비드정(오플록사신과 팜시클로버)은 이름이 비슷한데 하나는 항생제, 하나는 항바이러스제이다. 레노보정, 노레보정은 항생제와 사후 피임약인데 이름이 비슷해 사용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참고: 이후경·손기호, 의약품 사용의 안전관리- 조제 및 투약을 중심으로, 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지 2009;2:14-25) 둘째, 약국 현장에서 엇비슷한 제네릭 이름들로 인해 고객과 약사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고, 이것이 의약품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사례연구(case study)를 해주길 바란다. 취재를 통해 다양한 사례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의 품격과 관련돼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셋째, 국제 일반명 제도가 다양한 나라에서 실제 어떻게 제도화 되었는지,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언론의 객관적인 눈으로 취재하길 바란다. 약사, 의사, 제약업계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Public Health Promotion'이다. 데일리팜이라는 언론이 존재하는 목적 역시, 업계와 함께 공중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와 이슈를 생산하고, 토론의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가 객관적인 취재를 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제도와 정책의 기본적인 토대로 이어진다. 언론(言論: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의 정의에 맞게 국제 일반명 제도 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료비 절감과 국민의 알권리 상승, 공공 건강 관점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취재를 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창간 20주년을 맞는 데일리팜이 실현해야 하는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2019-04-16 16:39:28데일리팜 -
[칼럼] 의약품 전성분표시제 시행 유감환자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전성분표시제의 약국 적용 유예기간이 전반기로 종료되고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약국으로서는 직접 취급하며 환자에게 판매용으로 쓰는 모든 의약품·의약외품·건강기능식품 전품목에 대해 전성분표시제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미적용 제품을 걸러내고. 반품을 해야 하는 수고가 예정된 셈이다. 그런데 환자 알권리를 보장하는 과정이 꼭 전성분표시제 같이 약국에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하고, 경우에 따라 실수가 있을 때 행정처분을 받아야 할 위험을 감내하는 정책이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환자의 알 권리는 언제든 필요할 때 쉽게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만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예를들어, 언제 어디서든 제품명을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는 것으로 전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웹 사이트나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환자 알권리 보장이란 목표는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나 앱의 광고만 잘 하더라도 환자의 권리보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조차 없을 수 있다. 식약처가 제도를 지나치게 빠른 시간 내 완벽히 시행하겠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게 아니라면, 현재 생산중인 품목들만 제대로 전성분표시제가 적용되게끔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기존 미적용 제품들은 소진되거나 유효기간이 지나서 폐기되면서 전성분표시제 제품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성분표시제로 남겨진 혼란과 불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약국이 떠안게 된 과중한 업무와 행정처분에 대한 위협은 왜 필요한 것일까. 식약처는 속 시원히 약국 약사에 답해야 한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불만없이 식약처의 의중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대한약사회도 답할 의무가 있다. 전성분표시제로 부과되는 추가 업무와 행정 부담이 약국 약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자 기타 어떠한 대체법도 없는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지금의 태도가 약사를 대변해야 할 약사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인지를 말이다.2019-04-15 20:02:06데일리팜 -
[칼럼] '신뢰의 철학'과 국내기업 중국시장 진출중국은 글로벌 제약시장 중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 10년 새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제약산업에서 보는 현재의 중국시장은 과거 우리 기업들이 바라보던 투자나 생산기지 또는 인프라 개척시장이 아닌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인프라 개척에 투자하던 사업을 대부분 철수하거나 축소하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와 달리 중국 정부의 과거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혜택들이 상당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국 내 기업과 동일한 법인세를 부과함은 물론 토지사용권에 대한 외국인 우대정책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25% 단일 소득세로 이익이 300만 위안 이하인 소형기업에 대해서만 차등 적용한다. 특이하게 이익이 0원이어도 5%의 법인세는 부과된다. 게다가 과거 15년 전 대비 현재 중국 인건비는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오른 상황이다. 베트남의 경제특구 정책을 보면 외국인 투자유치 우대정책 중 수익발생 후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9년간 5%의 단일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50년간 토지사용권을 부여한다. 일부 경제특구는 70년 토지사용권 혜택도 주어진다. 가장 중요한 인건비의 경우 베트남 공장노동자의 통상 월 임금은 180달러~200달러 정도(일부지역은 최저임금이 140달러)로 저렴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이제 중국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투자나 인프라 개척의 시장이라기보다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필자는 지난 1월 산동성 위해시, 연태시, 칭따오시를 비롯해 강서성 난창시, 주장시, 강소성, 난징시, 절강성 샤오싱시, 항저우시 4개성 12개 도시의 의약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릴레이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느낀 점은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며 신뢰를 매우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효율적으로 중국 시장에 연착륙 하는 방법은 뭘까. 14억 인구는 글로벌 최대 소비시장이지만 결코 만만히 접근할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와 접근성을 들 수 있다. 가격접근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은 대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있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난관은 기업 대 기업 또는 사인 간의 신뢰도 형성과 확보 그리고 유지다. 필자가 중국법인 위해금비무역유한공사 직원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들과 상담을 통해 얻은 배경지식이 있다면 중국인들은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것이다. 한번 정식으로 관계를 쌓으면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게의치 않고 거래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경향이 짙다. 예를 들어 라오쯔하오(老字號)라 불리우는 100년 이상 된 업체 중 한곳인 동인당(통런탕)은 의약품 전자상거래 온라인플랫폼에 뛰어들어 젊은 세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중약을 믿을만한 전통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며 신뢰를 쌓아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인당은 중국 CCTV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벌꿀 사용의혹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일례가 좋은 본보기다. 일본 제약기업들도 중국 보건당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지금도 꾸준히 중국 내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일본 제약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안전한 의약품 개발·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직간접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본토를 직접 공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몇몇 국내 제약기업들은 수년간 옥동자로 키워왔던 기존 중국 법인을 철수하며, 동남아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만큼 '만리장성의 벽'은 높다. 하지만 중국의 내밀한 속성을 알고 기본부터 다시한번 접근해 보는 노력도 생각해 볼 때다.2019-04-09 06:15:00데일리팜 -
[칼럼] 의료 발전과 천의 얼굴 '급성 맹장염'웹 서핑을 하다보면 '흔한 맹장수술(충수염 수술), 복강경으로 간편하게' 같은 제목을 붙인 의학 컬럼을 종종 맞닥뜨린다. 심지어 '복통으로 맹장염 수술한 썰' 등 배가 아파 충수염 수술을 받은 상황을 가볍고 코믹하게 풀어 낸 동영상이나 SNS콘텐츠가 꽤 높은 조회수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맹장염 수술 받던 환자 사망'이란 뉴스가 사회면에 오르거나 저녁 프라임 뉴스타임에 방영된 사례도 있다. 급성 충수염은 수 십년 전 만해도 사망률이 25%에 달하는 무서운 질환이었다. 2015년 한 해 전세계 급성 충수염 진단 환자 통계를 보면 전체 진단 건수는 1160만명이었고 이중 사망 환자가 5만100명 정도다. 여전히 급성 충수염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비록 오래전 데이터지만 2012년 한 해 우리나라 급성 충수염 사망률은 백만명당 1명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과 같다. 이젠 의료의 발전으로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 단층 촬영 도움을 받아 충수염을 비교적 정확하게 수술 전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응급 수술과 적절한 항생제 치료 덕에 사망율이 1%이하로 떨어졌다. 이와 유사한 모성 사망의 예를 보자. 모성 사망은 산모가 임신 또는 임신 관리로 인해 임신 중이나 분만 중 숨지는 것을 말한다. 한 국가의 보건의료체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모성사망률(모성사망자 수/ 15세~49세 가임기 여성수*100,000)의 추이를 보면 2009년에 0.45 에서 2017년에는 0.20으로, 모성사망비는(모성사망자 수/출생아수*100,000)는 2009년에 13.5에서 2017년에는 7.8로 감소했다. 더 부연하면 분만으로 산모가 사망하는 예가 많이 감소해서 2017년에는 출생아 10만명당 7.8명의 산모가 사망 했다는 뜻이다. 이는 2000년 15.8명에 비하면 절반으로 준 수치다. 이 덕택에 주변에서 분만 중 엄마를 잃은 사례를 찾기 힘들어 졌다. 하지만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는 모성사망비가 수백에서 수천을 넘나드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조회하면 2017년 병·의원에서 급성충수염으로 보험공단에 급여청구한 건수가 약 10만건에 이른다. 2017년 약 10만명의 급성충수염 환자가 발생 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수술 받은 환자가 특별한 부작용 없이 퇴원을 해서 정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출생아 수는 약 35만명으로, 약 35만건의 분만이 이루어 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사망위험이 높은 수술이 여전히 많은데도 사망률이 차츰 낮아진 이유는 뭘까? 의료접근성과 의료·진료 환경 개선을 통해서 과거보다 더 안전히 진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수술 건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굉장히 낮아졌다면 이제는 쉬운 진단 또는 쉬운 수술, 한발 더 나아가 안전한 수술일까?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 상담 내용 중에 충수염의 진단 지연과 관련한 사례가 있다. 내용을 보면 "여자 아이가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X-ray 검사에서 특이소견 없음으로 진단받고 수액 투여 후 귀가 조치 됐다. 다음 날까지 통증이 지속돼 또다시 응급실 내원 후 복부 CT 검사 결과 급성충수돌기염으로 진단, 복강경적 충수돌기절제술을 받았다. 처음 응급실 내원 당시 충수돌기염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환자 통증을 지속시킨 병원에 신체적·정신적 보상 책임을 묻고 싶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료 병원의 과실을 인정한 판례로 소개됐다. 이 판례에 상당수 외과 의사나 소아과 의사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증상이 모호하며 혈액검사 등의 수치가 어른과 차이가 나고 영상 검사에서도 명확하지 않게 나온다면 도리어 수술 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나 오진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급성복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급성충수염 외에도 엄청나게 많다. 진료 중 그런 질환들을 구별해 내서 다양하게 검사하고 판단하는 것을 감별진단이라고 부른다. 응급 상황에서는 이런 감별진단을 신속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감별진단은 환자의 나이, 성별, 증상과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확인해 나간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이런 감별진단을 수십에서 수백번씩 반복적으로 매일한다. 어떤 질환은 응급 수술이 필요하지만 어떤 질환은 수액과 항생제만으로도 치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 판단해서 수액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술했다면 환자의 몸과 마음에 큰 반흔을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급성 충수염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은 외과의사들 사이 자주 회자된다. 증상 형태가 너무 다양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폭 넓은 술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과의가 처음 수술을 배울 때는 아주 전형적이고 수술 범위가 간단한 급성충수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외과의들은 처음에는 충수염 수술을 쉽게 여기지만, 점차 사례를 경험할수록 혼자 해결 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경우까지 겪게 된다. 그래서 급성충수염은 외과의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환이면서도 '질환 다양성'과 '쉬운 질환'이란 대중 인식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담스러운 질환이다. 급성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전체 환자의 50%정도에서 발현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증상과 검사결과들 심지어 영상검사조차도 진료의사에게 100%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임상 상황에서는 100%란 존재할 수 없고, 하물며 환자도 100%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진단명은 있어도 같은 환자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가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망에 이른다. 질환은 사망 시점을 다르게 만든다. 의사는 이 사망 시점을 어떻게든 늦춰 보려는 노력을 할 뿐이다.2019-04-08 15:45:09데일리팜 -
[칼럼] 제네릭 약가개편의 제한점과 의견2018년 발사르탄 사태로 발생한 제네릭의약품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제네릭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그간 약가제도는 소비자 내지는 구매자 입장보다는 공급자인 제약사 입장에서 결정되고 적용되어 왔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도 환자인 국민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의약품 사용 보다는 제약사의 경쟁력과 경제성을 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약가제도가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므로 의약품의 최종 소비자인 가입자 입장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검토해 본다. 의약품 급여에 대한 원칙인 positive list 개념이 약가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positive list는 조건이 충족된 의약품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다. 질이 확보된 의약품을 전제로 급여대상 여부의 조건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일정 가격 이상의 의약품을 급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의 의약품을 급여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동일 질의 약품에 대한 가격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행 약가는 동일 의약품(제네릭)에 다양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negative list 적용 시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의약품의 질과 무관하게 가격 편차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약가제도의 기본원칙으로 positive list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은 제네릭 개발의 노력보다 결과인 의약품의 질이 우선이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의 원칙으로 제네릭 개발 노력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동일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 것을 보상하여야 할 논리가 가능할까? 기존 위탁생동이나 미등록원료를 활용하던 업체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의약품 질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비용이고, 그간에 누려온 비용절감의 혜택을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차등화라는 논리는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제네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생동성과 원료등록이라는 기준 요건 수준에 따른 약가 차등화는 논리가 없는 제약사 편익을 위한 것으로 개선 대상이다. 발표된 개선안에 의하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한 의약품은 85점짜리(85%)이고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72점짜리(85%의 85%) 의약품이라는 논리이다. 이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의약품의 질에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두 가지 조건의 영향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리가 수용 가능하며, 이를 기준으로 한 가격 차등화는 타당한 것일까? 20개 이후의 제네릭은 61점짜리(85%×85%×85%) 의약품으로 가격 차등화의 대상일까? 질이 동일한 의약품임에도 시간적으로 나중에 출시되었다고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활용 중인 positive list 개념에 비추어 볼 경우 가격 차등화의 당위성은 무리이다. 제약산업의 난립 방지와 경쟁력 확보 등 산업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이 필요하다면 산업정책에 반영할 일이지 건강보험정책에 포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 문제의 심각성과 개선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경과규정이 느슨하여 제약사 편의 우선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제네릭의 경우 생동성과 원료의약품 등록이라는 두 가지 요건 적용 준비에 3년이라는 일률적인 기간 부여는 제고되어야 한다. 제약사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생동성 준비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등록의 경우 확보하여 활용 중인 원료의약품을 등록하는 경우 3년이 소요될 것인지 의문이다. 의약품은 안전성과 효과성을 전제로 경제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도 국민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경제적으로 공급하다는 것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제도에서 의약품은 가입자인 국민의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활용되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좋은 질의 의약품이 개발되고 공급될 수 있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약가제도의 마련과 적용을 기대한다.2019-04-01 11:03:48데일리팜 -
[칼럼] 일몰, 예비타당성조사, 그리고 정부 R&D몇 주 전 연구자 현장간담회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규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해 연구자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신규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 신규과제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는 설명을 드렸다. 참석한 연구자 전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일몰 후에는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일몰 후에는 당연히 해가 다시 떠야 하지 않나요?” 보건복지부 출연금 연구개발사업 전부 일몰대상이라고 덧붙여 말씀드리자 연구자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소규모 풀뿌리과제도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왜 지금까지 제대로 안내를 해주지 않았던 겁니까?” 연구자들은 내년부터 연구과제 지원이 어려울 거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속사업으로 인해 사실상 신규투자가 어려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으로 R&D 분야 750개 중 594개가 사업 종료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채 추진되는 계속형사업에 해당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계속사업 중 순수기초연구, 인력양성, 기관지원 등의 성격을 가진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다 일몰형 사업으로 분류하여 2020년까지 종료기한을 설정하는 ‘일몰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몰형 사업에 대해서 기간연장을 요구할 경우는 기간연장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일부 내역사업에 대해서만 기간연장이 되었을 뿐 대부분 기간연장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일몰사업 후속으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보건의료 R&D 분야 사업은 단 1개에 불과하다. 기존사업과 차별화되어야 하며 경제성도 인정받아야 하는데 주요 분야는 기존분야와 차별화하기도 어렵고 보건의료 R&D 대부분이 단기간 내 경제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품 분야와 같이 경제성이 높으면 높은대로 정부투자 영역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받기도 한다. 일몰사업 대부분 신약, 의료기기, 화장품, 한의약, 중개연구, 임상연구, 재생의료와 같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시방편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 이하로 브릿지사업을 기획하여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년 일몰되는 규모를 대체하려면 일몰사업 1개당 다수의 브릿지사업이 필요하며 10개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업별로 중복도 인정되지 않으니 애초부터 브릿지사업으로 기존 일몰규모를 모두 메우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 정부 R&D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있을까? 비슷한 제도가 있다하더라도 연간 수천억 규모의 대규모사업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고 더욱이 R&D에 대해 경제성평가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정부 R&D 투자가 경제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고위험분야나 공공영역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충분히 있는 분야라면 민간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설사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기획 1년, 평가 8개월, 예산심의 1년의 세월을 지나고 나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투자시점이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여러 차례 개선해왔으나 기본 틀은 기존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정부 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시도가 필요하다. 올해부터는 일몰사업에 대해서도 부처요청이 있으면 심의를 통해 예산을 반영해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한 정책도 결국 임시방편 일뿐 미래를 대비한 근본적인 정책은 아니다. 정부 R&D 투자가 지연되는 사이 대학, 병원, 연구소 연구환경은 고사되어 가고 있고,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박사졸업자들은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2년간(2014-2016년) 바이오와 의료분야의 최고기술국인 미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년에 불과하다. 동기간동안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0.5년이다. 기술경쟁은 마라톤경주와 같아서 1년만 R&D투자가 지연된다면 기술격차가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 R&D투자는 불확실하고 위험성이 높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확실하고 위험성이 낮은 과거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연구자들이 다시 뜨는 해를 기대하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2019-03-25 13:59:3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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