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제약·바이오기업이 자초한 불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또 다시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실태에 칼을 들이댔다.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산업 특성에 맞춰 구체적인 공시사례를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위해 중요 경영사항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상장기업은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한 사실과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이 변경됐더라도 해당 사실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이 중지됐거나 종료됐을 때에도 기업들은 상세하게 안내해야 한다. 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 사실과 결과도 중요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시해야 한다.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의약품의 허가취소 등 처분 사실도 공개 대상이다.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기준 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결과 중요 정보와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하다고 공시 개선을 추진했다. 당시 금감원은 경영상 주요계약, 연구개발활동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했고 이후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술이전 과제별 진행현황, 연구개발 인력 현황, 정부보조금 등을 통일된 양식에 따라 공개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연이어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실태를 문제삼는 이유는 투자자 보호다. 기업활동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유리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공시한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매년 수백건의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착수되지만 좀처럼 임상시험 중단이나 실패 사실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신약개발 성공률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약사들이 주가에 불리한 정보를 은폐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는 빅파마를 중심으로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임상 중단이나 허가신청 포기와 같은 불리한 사례를 공개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도 국내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을 중심으로 모호한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핵심 임상시험 결과를 두고 실패라고 발표했다가, 조건을 붙여서 ‘사실상 성공’이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유용성’, ‘무용성’ 등 생소한 단어도 공시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1차 목표는 실패했지만 2차 목표는 달성했다”라는 식의 모호한 설명도 반복됐다. 임상시험 성공이나 시판허가와 무관한 규제당국 담당자와 미팅이 잡혔다는 내용도 대단한 결실인 것처럼 포장됐다. 같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면서 주가는 춤을 추기 일쑤였다. 하한가를 기록하다가도 며칠 뒤 상한가로 돌아서는 등 들쭉날쭉한 행보가 계속됐다. 이쯤에서 기업들의 신약개발 목표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기존에 등장하지 않은 획기적인 의약품을 개발해서 환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더라도 실제로 어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허가 신청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았는데도 임상시험 한 두 개의 지표만으로 성공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번에 공시 기준을 내놓으면서 “신약 개발의 성패는 임상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규제기관의 시판 허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중간단계인 임상시험 결과를 ‘임상시험 성공’으로 공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 사례를 단 한번도 배출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확률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실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신약 개발에 대한 상세한 공시 기준과 모범 사례까지 제시하는 것 자체가 큰 불신이 깔려 있다는 방증이다. 어떤 기업은 정부가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마저 개입하려 한다는 불평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초래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신약개발을 한다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 애초부터 투자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2020-02-17 06:10:44천승현 -
[데스크시선] 등재약 사후평가, 약제 특수성 반영해야[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가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안'의 세부방안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제약업계와의 간담회 외에 공청회에서 발표했던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지만, 정부를 둘러싼 여러 현안과 감염병 사태 등 우선 대처할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행보에서 추진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최근 있었던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사후평가 가이드라인(안)을 보고하고 일부 변화와 시범사업 대상 선정 등에 대해서 추가로 언급했다. 과거 기등재약 재평가를 준용하고 큰 골격은 계획했던대로 진행하되 JADAD(자다드 척도) 질평가와 같은 제약계 반발이 거센 부분은 당초 거론됐었던 것보다 유연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대상은 예상대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로 가닥잡혔다. 그간 제약사들은 약제 사후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쳐왔다. 현재 보험권 안에서 진행되는 사용량-약가연동제도나 사전약가인하제도 등 사후관리제도와 중복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제외국 가격비교 시 실거래가 파악의 어려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그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가 부문 중 효과(efficacy)와 보건복지부가 하려는 평가 중 효과성(effectiveness) 부문의 차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RCT(무작위 임상)가 힘든 약제들을 보편타당하게, 예측가능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나타낸다. 업계는 이미 임상적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정부로부터 확인받은 약제를 또 다시 일관된 기준으로 재평가하겠다는 시작점부터 우려한다. 종착지엔 약가인하가 자리한다고 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목적에 부합하는 기준만 바꿔 다른 재평가 방안을 채택할 것이란 인식이 크다. 이번에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가닥잡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제 특성상 RCT가 어렵기 때문에 일괄 기준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방법론을 채택할 지 관건이다. 식약처 허가를 유지하더라도 급여기준 재설정으로 일부 적응증에 급여가 제한될 수 있는 데다가, 최악에는 급여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 제제가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복합적인 지 방증한다. 업계는 출시된 지 5년 이상 지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의 경우 식약처가 주관하는 품목허가갱신제에 의해 최근까지 유효성 검증을 재입증을 했지만, 이를 복지부와 심평원에 '효과성' 입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한다. 당국의 입장에선 뚜렷한 한 가지 규제이지만, 피평가자 입장에선 하나의 제제에 부처별로 제각각 평가를 하는 것으로 체감하는 게 당연하다. 약제 환자 접근성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진입장벽의 무게추가 사후관리 강화로 옮겨가는 경향은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약 현장 즉, 피평가자 입장에서 우려하는 이 같은 사안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똑 부러지는 명쾌한 제도는 애초에 만들기 어렵다. 더욱이 기업 생존과 업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제도는 그만큼 정교하고 예외를 포용할 수 있는 원칙 설계가 중요하다. 이미 시작점을 찍은 이번 제도의 남은 설계에 업계 이목이 쏠린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2020-02-10 06:15:23김정주 -
[데스크시선] 바이러스, 공포와 공존의 두 얼굴[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가 아닌 환경과 필요에 의한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인류의 역사는 300만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현생 인류는 4만년 전 불(火)과 도구와 문자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불의 사용인데, 날것을 익혀 먹으면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1차원적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대와 근대에 이르러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명 '우한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내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판데믹(대유행)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는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이 학계를 통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쥐 유래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89.1%)이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의 상동성은 39~43%로 낮았으며, 메르스와는 50%, 사스와는 77.5%의 상동성이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인간 활동 영역이 광범위해지면서 동물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오기도 한다. 예컨대 사스(박쥐와 사향고양이)와 메르스(박쥐와 낙타)가 이에 해당한다. 통상적 계절독감 사망률은 0.1% 정도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25만~50만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3000명 정도가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밝혔는데,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이 감염자 1명에게서 다른 사람 1명 이상으로 전파된다는 뜻이다. 사스의 경우 R0이 4였고, 메르스는 0.4~0.9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정부의 치밀한 방역 시스템과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포비아(공포심) 유발의 저변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신종'이라는 '처음 접하는 미지'로 귀결된다. 바이러스는 보통 두가지 변이를 일으키는데 항원표류와 항원변천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항원변천인데, 감염자의 면역기능을 크게 무력화시키고, 전이가 빨라 대유행인 판데믹을 유발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플루에 의한 치사율은 계절독감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차분 대처의 역사적 역설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판데믹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례가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3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도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불렸고, 국내에서는 740만명이 감염됐고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방역시스템과 대증요법의 발전을 적극 감안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난항인 이유는 뭘까. 바이러스는 크기도 작고 복제 주기가 짧아 빠른 속도로 변한다. 또 다른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만 그것을 이용해 번식할 수 있고, 일반적 배지에서 바이러스만 단독으로 배양할 수 없어 연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단순해 조작이 쉽고 효과가 높아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중요한 도구로 쓰임이 많다. 암 용해 바이러스도 개발 중이며, 몇 개는 임상시험 중이다. 세균은 무생물, 공기, 육체 등에 존재하면서 번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 간 이루어지는 병원체로 타액, 접촉에 의해서 번식한다. 즉, 동물을 포함한 인간도 바이러스의 숙주인 셈이다. 바이러스는 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17세기 중반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여과성 병원체다. 크기는 0.01~0.2μm 정도며, 세균과는 달리 너무 작아서 19세기 말에 와서야 작아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고,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에야 드디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 DNA 중 정크 DNA에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섞여 있는 점이다. 파리와 인간의 DNA만 해도 60% 정도가 동일하다. 또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HERV-FRD란 내생 레트로바이러스는 산모와 태아 간에 단백질 막을 형성해 산모의 면역반응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후천적으로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의 핵에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물론 개체 전체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지적인 부분에 한정된다. 증식을 위해 끼워 넣은 DNA가 어떤 이유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숙주의 몸에서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서열로 남아 이리저리 섞이다가 돌연변이원으로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생식세포를 감염시키고 그것이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탯줄이 이런 경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2~14일·추정)가 길고, 무증상 감염 유발·치사율에 대한 통계가 없다. 백신·치료약이 없다는 점도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킨다. 감염 증상은 기침·발열·폐렴 등 감기의 재증상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500만명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입원, 8200명이 숨졌다. 신종플루의 경우 74만835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263명이 사망했다. 독감 바이러스도 완벽한 백신·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독감에 걸렸다고 유난을 떨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들갑과 무서움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슬기롭게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길 뿐이다.2020-02-03 06:15:00노병철 -
[데스크시선] 분업 20년, 의약 담합의 전성시대[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간단한 명제로 축약되는 의약분업이 오는 7월 1일이면 시행된 지 정확히 20년이 된다. 의약분업 시행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보험약가 30.7% 인하, 수가인상, 대체조제 허용 기준 설정, 복약지도 의무화, 조제기록부 작성 의무, 전문-일반의약품 분류 재정비, 담합금지와 사례 명시, 시민포상금 지급 기준 설정,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 등의 일련의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분업 20년을 맞이했지만 의약분업과 관련된 미해결과 과제도 산적해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처방전 2매 발행,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미제출에 의약담합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담합은 심각하다. 약국이 같은 건물에 의원이 들어올 때 건네는 개설의사 지원금은 하나의 옵션이 됐다. 약국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은 약사에게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개원하는 의사는 바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지원금이 오간다. 첫번째 유형은 병의원 개업 시 인테리어비로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의 요구 금액이 높은 편이고 그중에서도 내과가 가장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과는 서울 기준 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8000만원에서 1억까지도 돈이 오가고 있었다. 반면 1인 정형외과의 경우 약 2000만원의 금액이 암묵적으로 책정돼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번째 유형은 병의원 임대료를 매달 약국이 대납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처방 건당 Fee를 의원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는 의원이 있어야 약국도 생존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배짱과 안정적인 약국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라는 약사들의 생각이 합쳐진 상부상조 식의 결탁이다. 이러니 분업 정신인 의약 견제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부산지역의 한 환자는 자신이 다니는 약국이 사실상 의료기관에 종속된 약국이라며 소송을 냈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원과 약국의 검은 거래를 보건복지부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약정협의체에서 의약담합 근절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약사회도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가진 환자의 약제비 전부 또는 일부를 할인 ▲처방전을 대가로 의료기관에 금품이나 경제적 지원을 주거나 요구 약속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특정 약국에서 조제 받도록 유도하는 경우 등을 주요 담합사례로 보고,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복지부와 약사회는 분업 20년을 맞아 의사협회가 참여하는 담합근절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 캠페인도 좋고, 자발적인 신고도 좋지만 의약담합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규제완하 등이 이뤄지면 환자가 의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을 가야 조제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없어지고, 서비스가 가장 좋은 약국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분업의 가장 큰 맹점은 서울 강남 의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서초동 약국에서는 조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만 이뤄져도 처방환자의 지역 이동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2020-01-19 23:23:44강신국 -
[데스크시선] 데이터 3법과 A.I 신약개발 가속화[데일리팜=노병철 기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환자 데이터 확보는 필수불가결 요건이다. 세계 수준의 딥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증상에 대한 처방 내용과 결과값을 시스템에 대입해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닥터-왓슨을 도입해 항암진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며, 머지않은 미래 A.I 닥터의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장벽이 많았다. 바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라는 법/제도를 포함한 사회 통념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상을 반영치 못해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A.I 신약개발 선진국의 눈부신 발전과 도약을 그림의 떡으로만 지켜봐야했다. 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물론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의 설득과 이해 작업으로 철옹성 같았던 데이터 3법이 지난 9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발의 14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번 법 개정은 신상을 확인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개인정보를 과학적 연구, 공익적 통계 작성 등의 목적으로 활용토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강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할 만한 혁신적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등을 필두로 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앞장서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열쇠로 꼽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는 점이다.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는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강국의 초석이 될 이번 법 개정으로 공공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역량이 향상되는 동시에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확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지난해 9/10월, 국내 최초로 딥러닝과 신약 개발을 접목한 실무교육(각 40시간)을 제약사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구글 코랩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개인노트북으로 물질탐색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29종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로드 받아서 유전자, 약물, 질환별 유사도 메트릭스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10월에서 11월까지 약 2달간의 기간이 소요됐고, 어떤 질환에 대해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약물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일일이 페이퍼를 대조하며 1~2년 정도를 탐색해야 발견할 수 있는 결과로 한국형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데이터 3법 개정안은 A.I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의 원활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딥러닝기술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대전제로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데이터병원이란 A.I가 병원 처방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분석해 최적의 신약·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말한다. 이 같은 인공지능 솔루션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상당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중순부터 몇몇 군병원, 시립·국립병원과 함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느린 진척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명 '데이터병원 인공지능 솔루션' 도입 당위성은 약물 처방에 대한 환자 질병 결과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약물 개발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향후 시행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개인정보 보안 대책도 병행해 마련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A.I가 인간의 지적수준 초월 시점인 특이점을 2050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좋든 싫든 이제 인공지능 시대는 거부할 없는 생존의 파고다. 경쟁국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20-01-16 12:15:24노병철 -
[데스크 시선] 10년 전 약속한 '글로벌 신약 10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의약품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연거푸 따냈을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약바이오 분야 선진국에 근접한 것처럼 모두들 환호했다.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동안 한미약품 이외에 굵직한 기술수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과제 중 일부 권리가 반환되면서 업계는 다시 침통해졌다. 이때 실체보다 과도한 기대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거품론’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제서야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를 제외하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수준이 예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이후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SK케미칼, SK바이오팜,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알테오젠, 인트론바이오 등 전통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도 기술수출 대열에 가담했다. 계약 상대방도 애브비,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시 업계에선 우리나라도 의약품 시장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이 FDA 허가 신약을 2개 배출했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제 5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라고 평가받을만한 신약은 아직까지 없다. 2018년 완제의약품의 수출 규모는 3조3963억원으로 국내 생산실적 18조5438억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4조8880억원으로 수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완제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75.6%로 예년보다 감소했다.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한 신약의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포기됐다. 앞으로도 수많은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될 가능성이 성공 확률보다 크다. 글로벌 개발 동향을 보면 이미 국내 개발 신약보다 더 진보된 신약이 개발 단계가 앞선 경우도 흔하다. 기술이전 파트너가 유사 약물을 여러개 장착하면서 국내 기업의 신약에 대한 개발 의지가 빈약해보이는 사례도 엿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선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실과 희망이 혼재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며 주식 시장은 혼란이 가중됐다.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내리는 사례가 반복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물론 별안간 특정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과일 뿐이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위상이 덩달아 올라가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은 성분이 바뀌었다며 허가가 취소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같은 시행착오는 반복돼서는 안된다. 올해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금은 더 성숙해지는 한해가 되길 응원한다. 아마 올해도 국내 기업은 수많은 희망과 실패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전체 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해야할 때다.2020-01-13 06:10:46천승현 -
[데스크시선] 변화 한복판에 선 제약바이오산업[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올해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지원 예산을 분야별로 두자릿수 늘렸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지원 부문은 지난해 25억원에서 3억원(11.1%) 늘어난 28억원을, 제약산업 육성지원은 27억원(22%) 늘어난 153억원 규모로 배정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헬스 기술혁신을 위해 유전체·의료임상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부처 합산 15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국내에도 불어닥치면서 이제 제약바이오는 국가를 먹여살릴 신성장 먹거리임을 범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과 혁신성을 수치로 보여줬다.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의약품 분야 창업기업 평균 매출액은 15억9000만원으로 연관 업종인 화장품과 의료기기 등 중에서도 가장 높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뤄지는 분야로서, 창업이 활성화 된 화장품 분야가 15억5000만원, 의료기기 9억5000만원이라는 점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기다 기업 당 평균 종사자 수를 보더라도 전체 평균 7.4명에서 의약품은 10.6명으로 확연히 많다. 연구개발업이 8.1명, 의료기기가 7.4명, 화장품이 7.2명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굳이 창업 부문이 아니더라도 의약품 산업 전반의 가능성은 이미 수치로 입증된지 오래다. 의약품 제조업은 22개 업종 등 향후 10년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 예측한 고용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한다. 고용증가율은 제조업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마냥 볕만 내리쬐는 건 아니다. 올해부터 현장에 불어닥칠 각종 정책과 제도 변화 때문이다. 획기적 보장성강화와 맞물린 고가신약 급여화 탄력적용과 동시에 제작년 발사르탄 사태 여파로 맞닥뜨린 공동생동 규제와 보험약가 연계 등 제네릭 약가개편, 기등재약 재평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연구와 시범사업 등 지난해 예고한 각종 규제 이슈가 한꺼번에 코앞에 닥쳤다. 부처간 준비 중인 수많은 규제 이슈는 보장 확대의 속도에 규제의 질량을 맞추려는, 마치 단칼에 큰 성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해 '클만한 떡잎'을 선별해 기업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시키겠단 포부를 갖고 있지만, 되려 자라날 기미가 보이는 떡잎마저 미리 쳐내는 게 아니냐는 제약산업계의 위기감도 팽배한 게 사실이다. 복지부가 제약 지원 예산을 순증시킨 것과 관련해 '숨겨진 보석'에 빗대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주기적 신약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도록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정부의 산업지원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지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 R&D와 인력양성 지원만큼이나 규제 개선을 우선 사항으로 꼽는다. 규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산업 분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혹독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돈 되는' 제품만 만드는 쏠림현상 등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보장성강화와 산업육성,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되는 게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속도와 방향성, 이 아슬아슬한 균형추를 잘 맞춰야 할 숙제를 필연적으로 안게 됐다.2020-01-06 06:14:08김정주 -
[데스크시선] 역사에 남을 제약CEO를 희망한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80)·칼레해전(1588)·한산대첩(1592)·트라팔가해전(1805)'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적 배경과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용(勇)과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최고지휘관이 치밀한 전략을 구상하고, 휘하 보좌진들의 조언을 적극 작전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대첩에서 수적 열세에도 지상전의 전유물로 여겼던 학익진으로 일본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세웠다. 트라팔가해전에서 영국 넬슨 제독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궤멸시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계기를 이끌어 냈다. 반면 일본이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일으킨 '진주만공습(1941)·미드웨이해전(1942)'은 이와 반대되는 최고지휘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진주만공습은 성공한 작전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격 자체가 전함과 전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토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국의 저력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 만약 진주만 1차 폭격 후 그 즉시 유류저장소와 도크를 겨냥한 2차 공격을 감행했다면 태평양전쟁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군사역사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흔히 군대의 사령관과 기업의 CEO는 동일선상에 놓여 비교되곤 한다.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모든 책임을 지고 문책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제약기업 CEO를 대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의 명운은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이념과 사상에 따라 그 진폭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철학·이념·사상'은 한마디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언어구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실례로 A제약사 회장은 아침 6시 30분 출근 후 매일 30분 간 독서 명문장 사경을 한다. 벌써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심으로 마음공부에 임하고 있다. A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해 보면 그동안 그가 작성한 사경 연습장 수십권이 책장에 꽂혀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부하 직원을 대하는 그의 언행 또한 귀감이 됨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매출액 향상이 최우선 목표였겠지만 전국 각 지점 영업사원과 함께 100대 거래처 병의원을 5개월 동안 동행 방문한 일은 지금도 이 회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실제 당해 연도 매출은 30% 성장했다. B바이오기업 회장은 매주 아침 5시, 1시간 가량 회사 인근 산을 오른다. 해발 300m가 채 안되는 야산이지만 그가 매일 같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회사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키 위한 꿈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아울러 B회장의 경영신념은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로 살뜰히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연말이면 전직원에게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이벤트나 트렌디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한다. 종업원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 제약사 보다 높다. 이 기업은 임직원이 하나 돼, 최근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C제약사 대표이사는 말 바꾸기 선수다. 항상 연초 또는 일상다반사로 직원들에게 성과금 지급을 약속한다. 실적 우수 영업사원에게 연간 초과이익 분배금(PS), 특별기여금,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등등을 외치며 매출 성장을 독려한다. 처음 1~2년은 약속 금액의 50%만 지급했지만 이제는 말만 근사할 뿐 실천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인에 대한 회사차원의 보상은 '때에 맞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다. 이 제약사 임직원들은 C 회장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일쑤가 됐다. 열심히 땀흘린 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탐욕에 쩔어 혼자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직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D바이오기업 대표의 배임횡령은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만성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D대표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펜트하우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회사 재무상태는 백척간두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해외 출장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석만 고집한다. 물질 하나만 있으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진입이 쉬운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귀태(鬼胎)임이 분명하다. 사실 글로벌 임상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회사의 신약 후보 물질 자체도 크게 부풀려져 확대 해석했거나 사기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강신호(93)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과 윤영환(86)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제약업계 큰별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외형 1조원대 기업 오너라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이익 분배의 공평성과 신의'를 다함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학사업과 환우 돕기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도 눈앞의 이윤이 아닌 능력을 믿고 기다려 준 미덕과 넓은 도량의 소유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직장 생활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전장에서 장수에게 은혜를 입은 졸(卒·병사)은 그를 위해 초계와 같이 목숨을 던진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19-12-30 06:15:10노병철 -
[데스크 시선] '깜깜이 정부 정책' 신뢰도 없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올해 국내 의약품 산업은 1년 내내 불순물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작년 여름 발사르탄에서 시작된 불순물 파동은 라니티딘, 니자티딘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됐다.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쓰고 엄청난 양의 의약품이 회수됐고, 제약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불순물 의약품 후속조치는 제약사들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제약업계에서는 발사르탄부터 니자티딘까지 모두 국내 조치가 강경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발사르탄은 유럽에서 회수 소식이 나오자 해당 업체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즉각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은 모두 판매를 중지시켰다. 문제없는 제품도 회수되면서 손실이 커졌고 혼선도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의약품은 국내와 미국에서 모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국내에서 라니티딘은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수거 검사를 거쳐 전 제품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해외에서 라니티딘 전체를 퇴출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회수를 진행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지난달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의 유해성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를 먹었을 때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니자티딘제제는 13개 제품의 판매중지가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회수 명령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주로 생산된지 오래된 제품이 회수 대상으로 분류됐는데, 문제없는 제품도 판매를 중지하면서 제약사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불만이 또 다시 빗발쳤다. 현재 식약처는 당뇨치료제 메트포르민의 불순물 함유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싱가포르 보건부(HSA)는 지난 4일 최근 현지에서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제제 4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3개 제품을 회수했다. 일일허용치 이상의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과는 달리 메트포르민 조사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의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아직 수거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식약처는 올해 안에 메트포르민의 NDMA 시험법을 마련한 이후 수거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지난 13일 제약사들에 ‘메트포르민염산염’ 성분 함유 의약품의 생산내역과 사용 원료의약품 계통조사 자료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제약업체들은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국내에 들여온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의 완제의약품은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약품의 국내 유입 여부에 대해 식약처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사르탄 사례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불순물로 회수된 제품과 동일한 제조소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은 국내에서도 판매가 중지돼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제제와 동일한 원료의약품이 국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 판매중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해외에서 회수된 원료의약품과 동일 제조소 제품이 국내에 유입됐더라도 수거 검사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합리적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문제가 된 제조번호만 선별적으로 회수하는게 타당하다. 이미 발사르탄 파동에서 겪은 교훈이다.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내린 과감한 정책은 오히려 불안감을 부추겼다.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했다. 만약 식약처가 국민 불안감 확산이나 과거 정책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두려워 투명한 정보 공개를 꺼린다면 더욱 실망스러울 것 같다. 과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진화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그땐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성할 줄 아는 ‘쿨’한 정부를 보고싶다.2019-12-23 06:10:41천승현 -
[데스크 시선] 문재인 정부의 원격의료 딜레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지 등에서는 정부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를 구체화하기 위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어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한 경제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주요 경제입법 과제로 꼽고,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약사법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약사법을 개정해 온라인을 통한 약 처방과 배송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경우 원격진료와 더불어 의료기기 판매사업, 의약품 제조·배송, 건강관리서비스,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분석이다. 경제계의 원격의료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하지만 우회적인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규제특구를 지정해, 제한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강원도가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지만 참여를 결정한 의료기관이 아직 1곳에 불과해 현장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만약 원격의료가 본궤도에 오르면 조제약 택배배송을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거동불편자가 병원에 가기 힘들어 원격진료를 했는데 약 조제는 직접 처방전을 출력해 약국으로 가라고 하면 동의할 환자가 몇명이냐 있겠냐는 것이다. 의약계의 갈등 과제인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조제약 택배이슈 등도 모두 의료가 산업의 대상이냐 아니면 공공재의 성격으로 봐야 하나의 충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보건의료의 영역에 산업정책 수혈이 필요하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공공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지는 찬반이 너무 팽팽한 의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도 쉽사리 원격의료 카드를 꺼내들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의료는 딜레마다. 보건의료정책에서 의료는 산업화 대상이 아닌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다는 기조가 분명한데, 경제단체나 경제관료의 눈에는 의료야 말로 돈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19일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언급될지 아니면 기존대로 규제특례 시범사업 형태로 그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12-15 22:41:24강신국
오늘의 TOP 10
- 1한미 창업주 장남, 주식 전량 처분…2년새 2856억 팔았다
- 2의약품 포장재 변경, 현장 GMP 심사 없이 서류검토로 대체
- 3지오영, 현금성자산 1년 새 7배↑…실적 개선으로 곳간 회복
- 4국전약품, 항암제 일본 공급 MOU…3300억 시장 정조준
- 5정부 "투약병·주사기 등 사재기·매점매석 행정지도"
- 6301→51→148명…일동, R&D 성과에 연구조직 새판짜기
- 7주사기 등 의료용 소모품 수급 차질에 의료계도 비상
- 8한국팜비오, 매출 20% 성장한 1480억…R&D·자산 확대
- 9노보노디스크, 작년 국내 실적 신기록…'위고비' 고공 행진
- 10㉕돋보기 대신 노안 치료 복합점안제 '유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