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투자와 저리 대출…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투자 전략[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투자심리 위축과 자금조달 부담으로 움츠러든 바이오 업계에 모처럼 굵직한 훈풍이 날아들었습니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5000억원 규모 대형 투자를 유치하면서입니다. 숫자만 봐도 큰 거래지만 이번 투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정부 정책자금과 최대주주 자금이 함께 들어온 직접 투자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이번 투자는 무엇이 다르고 왜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대출 아닌 직접 투자…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 미래가치에 베팅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입니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주식연계채권입니다. 채권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죠. CPS와 CB 모두 지금 당장 시장에 풀리는 보통주는 아닙니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CPS와 CB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어 회사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거론됩니다. 투자자가 당장 주식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리가켐바이오 성장성이 현실화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가치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투자 형태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하는 곳은 크게 세 축입니다. 먼저 정부 주도 정책금융 국민성장펀드가 2500억원을 투입합니다. 한국산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기금 관리·운용기관 자격으로 전CPS와 CB를 나눠 인수합니다. 여기에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팬오리온과 제3의 금융투자자가 각각 1250억원씩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성장펀드는 뭘까요.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정책금융 프로그램입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것이 골자입니다. 민간 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장기 투자 분야에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바이오는 이 펀드의 대표적인 지원 대상 중 하나입니다. 신약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비용이 급격히 커집니다. 특히 임상 2상과 3상, 허가,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수천억원 단위 자금이 필요합니다.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 부담 때문에 조기에 기술이전하거나 임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전체 150조원 가운데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바이오 업계에 지갑을 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4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에 850억원을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백신 개발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에 3000억원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하며 바이오 분야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비티젠은 해당 자금을 인천 송도 바이오시밀러 CDMO 설비 증설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임상 3상 연구개발(R&D)과 안동 백신 생산공장 증설에 각각 사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리가켐바이오 사례는 이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책자금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 구조였습니다. 반면 리가켐바이오는 CPS와 CB를 투자자가 인수하는 직접 지분성 투자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 건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에 가깝습니다. 이와 달리 리가켐바이오 건은 향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있는 증권을 투자자가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바이오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고 일정 부분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잠재적 주주'로 참여했다는 뜻입니다. 이번 리가켐바이오 투자에 시장이 주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투자자가 리가켐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직접 투자인 데다, 정책자금이 생산설비나 백신 개발을 넘어 신약개발사의 플랫폼 기술과 후기 임상 가능성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할증 발행·무이자 CB·전환 제한…주주 부담 낮춘 5000억 조달 투자 조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의 증자나 CB 발행은 주가 희석과 대규모 물량 부담(오버행) 우려로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달은 이런 리스크를 줄여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비교적 촘촘히 설계됐습니다. 먼저 이번 CPS 발행은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이뤄지는 할증 발행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발행하는 CPS의 발행가액은 주당 14만93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공시 산식상 기준주가 14만4309원보다 3.5%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와 기관이 할인 없이, 오히려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자청한 셈입니다. CB 조건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번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뜻입니다. 채권자, 즉 CB 투자자는 금리 수익보다는 리가켐바이오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CB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기준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사실상 '제로'(0)인 데다, 이자 지급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 없이 대규모 임상 자금과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크게 낮춘 조달입니다. 주가에 미칠 단기 부담을 줄인 구조도 눈에 띕니다. 이번에 발행하는 CPS에는 1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습니다. CB 역시 발행 후 1년간 전환과 권면분할이 제한됩니다. 5000억원 규모 지분성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당장 시장에 유통되는 보통주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규모 자금조달 이후 투자 물량이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아 단기 오버행 우려를 완화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오리온그룹이 동반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 전략에 힘을 실었습니다. 팬오리온은 이번 투자에서 CPS 825억원과 CB 425억원 등 총 1250억원을 부담합니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5485억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룹은 이번에도 정책자금 유치에 발맞춰 대규모 매칭 투자에 나서면서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신뢰의 시그널'을 보낸 것인데요. 특히 이번 정책자금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도 유지되는 만큼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측면의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4400억 장착하고도 또 펀딩? 후기 임상·차세대 ADC 위한 선제 실탄 이제 시장의 관심은 리가켐바이오가 확보한 5000억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향합니다. 사실 리가켐바이오는 당장 돈이 급한 회사는 아닙니다. 올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35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3802억원입니다. 당장 쓸 수 있는 실탄만 4437억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대규모 자금을 추가 조달한 이유는 R&D 투자 속도가 그만큼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2171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전년보다 91.6%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9.3% 급증한 674억원을 R&D에 투입했습니다. 이는 한미약품(651억원)과 대웅제약(552억원), 유한양행(547억원) 등 주요 전통 제약사 R&D 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코스닥 바이오텍 중 압도적 1위입니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연간 3000억원을 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향후 3년 내 10개 이상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매년 3~5개 신규 ADC 후보물질을 확보해 임상 단계로 진입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현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격적인 R&D 계획을 흔들림 없이 밀고 가기 위해 장기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R&D와 임상개발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핵심은 파이프라인을 임상 2상과 3상 등 후기 임상 단계까지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ADC 신약개발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보다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필요한 자금 규모가 급격히 커집니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려면 일정 단계까지 직접 데이터를 쌓아야 하지만 막대한 임상 비용 때문에 조기 기술이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이런 제약을 줄이는 발판이 될 전망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하되 가치가 큰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후기 임상까지 직접 수행하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기술이전을 기다리는 회사가 아니라 자체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더 큰 가치로 파트너십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죠. 동시에 회사는 차세대 ADC 플랫폼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자금을 투입해 중장기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투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자금 지속성입니다. 정책금융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약개발사 미래 가치에 직접 투자했다는 점은 국내 바이오 투자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가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ADC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과 플랫폼 고도화에서 성과를 낸다면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직접투자는 K바이오 후기 임상 자금난을 완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바이오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차원의 전략성, 글로벌 경쟁력, 대규모 자금 필요성, 민간 매칭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술력과 파이프라인 경쟁력이 검증된 일부 기업에 선별적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리가켐바이오의 투자 유치가 한 기업의 재무 이벤트를 넘어 국내 바이오 후기 임상 생태계를 넓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2026-06-29 06:00:52차지현 기자 -
공모주도 반품이 된다?…IPO 풋백옵션의 투자자 안전장치[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물건을 샀는데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하듯, 내가 받은 공모주도 환불할 수 있을까요?" 주식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주식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유심히 살펴본 투자자라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라는 문구를 한 번쯤 접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IPO에 나선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부여한 사례가 늘고 있어서입니다. 인벤테라는 6개월, 리센스메디컬과 코스모로보틱스는 3개월의 풋백옵션을 일반청약자에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풋백옵션은 무엇이고 공모주 투자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풋백옵션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일반 투자자가 향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 '내 주식을 다시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팔 수 있습니다. 공모가 1만원짜리 주식을 청약받았는데 상장 후 주가가 7000원으로 내려앉았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시장에서 손절하는 대신 증권사에 9000원 수준으로 되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권리는 통상 상장 후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해당 권리는 인수회사로부터 일반청약자가 배정받은 공모주식에 한해서만 적용됩니다. 풋백옵션은 투자자 보호와 주관사 책임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성장성은 있지만 당장 수익성이 부족한 기업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 문턱을 낮췄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보 비대칭이 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당국은 이러한 리스크를 일부 완충하고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풋백옵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당국은 IPO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제도 개편을 추진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비중을 확대하고 부실 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표된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에는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풋백옵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한 특례상장의 경우 일반투자자가 부여된 권리를 "몰라서 지나치지 않도록" 단계별·투자자별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권리 행사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보다 명확히 전달해 풋백옵션이 형식적 장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수단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물론 모든 IPO에 풋백옵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모예정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서 공모가격을 단일가격으로 정한 경우 ▲비전문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한 경우 ▲공모가 산정 근거 공시가 미흡한 경우 ▲사업모델 특례상장인 경우 ▲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인 경우 등 5가지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주관사는 일반청약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해야 합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특례상장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많아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는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풋백옵션은 주가가 떨어져도 손실을 일정 수준에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지더라도 일정 기간 내 되팔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만큼 부담을 덜 수 있죠. 풋백옵션은 주관사의 자신감 신호로 읽히기도 합니다.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다행히 풋백옵션을 부여한 최근 상장 업체는 견조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리센스메디컬 주가는 2만3600원으로 공모가 1만1000원 대비 115% 높습니다. 인벤테라 역시 공모가가 1만6600원이었는데 같은 날 종가는 2만6800원으로 공모가보다 61% 비싼 가격에 거래 중입니다. 이들 기업 모두 당분간은 풋백옵션 행사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상장 초기 단계인 만큼 풋백옵션 행사 기간이 아직 충분히 남아 있어 향후 주가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죠. 일부 대형 바이오주의 급격한 주가 변동이 업계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관측됩니다. 이로 인해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경우 주관사로서는 풋백옵션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장 전반의 하락 요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주관사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주관사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완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풋백옵션 행사가격은 공모가의 90%로 고정된 값이 아니라, 코스닥지수가 상장일 직전 대비 10%를 초과해 하락할 경우 시장 하락분을 반영해 낮아집니다. 예컨대 공모가가 2만5000원이라면 기본 행사가격은 2만2500원이지만, 지수가 800에서 640으로 20% 하락하면 2만250원 수준으로 조정됩니다. 풋백옵션은 분명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손실을 일부 완충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증권신고서에서 환매청구권 부여 여부와 행사 기간, 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불이 가능하니 무조건 투자하자'라는 생각보다는 풋백옵션을 증권사가 실제로 책임을 질 만큼 자신 있게 추천하는 기업인지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국 투자의 최종 책임과 그에 따른 결과는 모두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2026-04-08 06:00:55차지현 기자 -
같은 유증 다른 평가...바이오, 자금조달에 숨은 호재·악재[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최근 바이오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설에 휩싸였습니다. 자금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해석이 시장에 빠르게 퍼지면서 주가 역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작년 12월 말 2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1만3000원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되자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설과 관련 주주 서한을 공개하며 "시장에 유포된 유상증자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무상증자를 이미 마무리했고 약 900억원 규모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부터 기술수출 기술료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연구개발(R&D)과 운영 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유상증자를 검토하거나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입장입니다.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유상증자 이슈는 늘 민감한 화두입니다. R&D 중심의 사업 구조상 장기간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다 보니 유상증자 가능성만 언급돼도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유상증자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또 왜 기업은 반복적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하고 왜 주주는 유상증자 소식 앞에서 불안해지는 걸까요.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이를 돈을 받고 팔아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부채와 달리,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없고 원금 상환 의무도 없는 대표적인 자본 조달 수단입니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이오 기업은 업종 특성상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반면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 부담과 재무 리스크를 키우지 않으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상증자입니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흔히 '악재'로 통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식 가치의 희석 때문입니다. 회사의 전체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늘어나게 되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한 주당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통상 유상증자 시 신주를 현재 주가보다 10~30%가량 낮은 가격(할인율)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주가는 단기적으로 발행가 부근까지 하락하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금 조달이 단기적인 주주 가치 희석으로 연결되다 보니 유상증자 소식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유상증자가 항상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 조달의 목적과 방식에 따라 오히려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유상증자 공시를 접했을 때 단순히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공포에 매몰되기보다 유상증자의 핵심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증자의 방식입니다. 유상증자는 크게 주주배정, 일반공모, 제3자 배정으로 나뉩니다. 이 중 제3자 배정은 특정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하는데 만약 글로벌 빅파마나 유력한 투자 기관이 참여한다면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술력에 대한 인정'으로 해석돼 주가에 호재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 신주를 직접 인수하며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해당 주식에는 1년간 보호예수가 설정됐습니다. 기존 기술이전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지분 투자까지 이어갔다는 점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존 주주에게 신주 인수 대금을 직접 청구하는 주주배정 방식은 기업이 처한 재무적 위기를 주주에게 전가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은 투자자가 해당 유상증자의 성격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됩니다. 만약 대주주가 자금 부족이나 지분 희석 방어 의지 부족을 이유로 청약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불참할 경우 시장은 이를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내부자의 확신 결여로 해석합니다. 증자의 규모 역시 유상증자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달 금액의 절대 규모보다 기존 발행 주식 수 대비 얼마나 많은 신주가 발행되는지입니다. 증자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신주 발행 비율이 높다면 지분 희석 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증자 규모가 기존 주식 수 대비 제한적이라면 자금 조달에 따른 성장 기대가 희석 우려를 상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상증자에서는 조달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핵심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유상증자 공시에는 시설자금, 연구개발비, 운영자금,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등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이 구체적으로 명시됩니다. 바이오 기업이 신규 공장을 짓거나(시설자금),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인수(영업양수)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면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자금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채무상환자금' 용도라면 재무 상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령 비보존제약은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조달 자금 350억원 가운데 23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배정해 전체 조달 자금의 약 3분의 2가 빚을 갚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현재 비보존제약은 전환사채 상환과 어나프라주 기술이전 계약에 마일스톤·지연배상금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결국 유상증자는 기업에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선택이지만 주주에게는 불확실성을 동반한 판단의 문제입니다. 같은 유상증자라도 증자의 방식과 규모, 자금의 용도, 그리고 참여 주체에 따라 의미는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히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악재로 단정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전략과 실행력을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2026-01-26 06:00:55차지현 기자 -
감자·유증·맞교환…카카오–차바이오의 정교한 동맹[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카카오헬스케어가 차바이오그룹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는다. 모회사 카카오가 카카오헬스케어 지분을 차바이오그룹 계열사에 넘기고 카카오헬스케어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대 신규 자본을 조달하는 구조다. 여기에 카카오는 차바이오그룹 지주사격인 차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상장사 지분을 확보한다. 차바이오그룹이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갖고 카카오가 차바이오텍 지분을 획득하는 상호 지분 보유 형태인 셈이다. 복잡한 지배구조 재편은 각 사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카카오는 일부 지분을 정리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핵심 지분은 남겨 영향력은 유지했다. 차바이오그룹은 플랫폼·인공지능(AI) 역량을 품었고 카카오헬스케어는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거래를 통해 카카오와 차바이오그룹은 '혈맹(血盟)' 수준의 전략적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자·구주매각·지분교환 숨 가쁜 '4단계 빅딜'…1000억 '디지털 헬스케어 혈맹'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헬스케어는 전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감자와 유상증자,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 계약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일련의 안건을 일괄 결의했다. 카카오가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이양하고 양 그룹이 지분을 맞바꾸는 게 골자다. 이번 계약은 크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무상감자 ▲경영권 이전을 위한 구주 매각 ▲신규 자금 수혈을 위한 유상증자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지분 교환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절차는 내달 카카오헬스케어 감자와 구주 매각·1차 유상증자·지분 교환 등 1차 거래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2차 유상증자 납입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카카오헬스케어는 1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90% 무상감자를 단행한다. 무상감자는 회사가 주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줄여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조치다. 감자를 통해 줄어든 자본금만큼 결손금이 상계되기 때문에 장부상 누적된 손실을 자본에서 삭제해 자본잠식 위험을 낮추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낸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말 기준 759억원의 자본금을 보유 중이었으나 838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이 이를 갉아먹으며 자본총계가 669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였다. 올해 유상증자로 자본금이 909억원까지 불어났으나 결손금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 감자 이후 카카오헬스케어 자본금은 90억90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무상감자는 향후 유입될 대규모 투자금이 과거 손실을 메우는 데 소모되지 않고 오롯이 미래 신사업의 동력으로 쓰이게 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것이다. 이어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81.7%(1485만2534주)를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전 제이준코스메틱)에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약 700억원이다. 9월 말 기준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100%를 보유했다. 차케어스는 병원과 의료시설 특화 시설관리 사업을 영위하는 차바이오그룹 계열사로 차바이오텍이 지분 46.5%를 갖고 있다. 차AI헬스케어는 화장품 전문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피 상장사로 지난달 차케어스가 차AI헬스케어 최대주주였던 사포펀드 메타엑스1호조합 지분을 89.0%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다음 단계는 카카오헬스케어의 1차 유상증자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보통주 신주 212만1790주를 발행해 차AI헬스케어로부터 100억원을 수혈받는다. 이후 차바이오텍과 카카오 간 지분 맞교환이 이뤄진다. 차바이오텍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카카오는 여기서 취득한 차바이오텍 신주를 통해 차바이오그룹 지배구조에 전략적 주주로 진입한다. 차바이오텍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300억원을 다시 차케어스에 투입해 카카오헬스케어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약 구조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를 차바이오그룹에 넘기는 동시에 차바이오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상장사 주주로 올라선다. 차바이오그룹 입장에서는 카카오헬스케어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매도자인 카카오로부터 직접 조달받음으로써 인수 부담을 덜고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마지막 수순은 내년 상반기 예정된 900억원 규모 2차 유상증자다. 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는 400억원을 들여 카카오헬스케어 보통주 848만7163주를 인수, 지분 30.0%를 확보다. 이와 함께 재무적·전략적 투자자(FI·SI)가 500억원을 납입해 카카오헬스케어 우선주 1060만8953주(지분 26.9%)를 배정받아 신규 주주로 합류한다. 이 절차는 앞선 지배구조 개편이 모두 마무리되고 카카오헬스케어가 기업집단 카카오 계열에서 제외되는 조건이 충족돼야 실행된다. 또 해당 유상증자는 목표 금액인 900억원의 투자자가 모두 갖춰져야만 납입이 진행되는 조건부 계약으로 내년 상반기 외부 자금 조달 성과가 거래 완결의 최종 관문이 될 전망이다. 거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카카오헬스케어 주주구성은 차바이오그룹 43.1%(차케어스 24.2%·차에이아이헬스케어 18.9%), 카카오 30.0%, 외부 투자자가 26.9%로 재편된다. 이번 거래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앞선 100억원을 포함해 총 1000억원 규모 신규 자본을 확보하게 된다. 차바이오, 글로벌 플랫폼 완성 '성큼'…카카오는 자산 유동성 확보 카카오와 차바이오그룹이 다층적인 거래 구조를 설계한 배경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르는 현금 유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양사의 전략적 결속력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셈법이 깔려 있다. 카카오가 수취한 구주 매각 대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재투자하고 차바이오텍은 이를 다시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양사는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덜어냈다. 각 사의 전략적 필요를 한꺼번에 충족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이점도 뚜렷하다. 카카오는 이번 거래를 통해 재무적 실리와 사업적 명분을 모두 챙겼다. 카카오는 수년 전부터 비핵심·적자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왔는데 아직 적자 상태인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오랜 기간 매각을 타진해온 정리 대상 자회사로 거론돼 왔다. 카카오는 이번 계약으로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대부분을 넘기며 엑시트에 성공면서도 전략적 지분은 유지해 향후 기업가치 상승의 업사이드는 놓치지 않았다. 카카오가 차바이오텍 지분을 새로 얻었다는 점도 이득이다. 카카오는 비상장·적자 자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대신 차바이오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상장사 지분을 확보했다. 환금성이 낮은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자산의 유동성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차바이오그룹의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실리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바이오그룹은 이번 거래로 사실상 메디컬·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완성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가게 됐다. 차바이오그룹은 이번 인수로 전 세계 7개국 90여 개 의료기관을 보유한 방대한 의료 인프라에 카카오헬스케어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게 됐다.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를 디지털 기반으로 고도화할 핵심 엔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차바이오그룹 입장에서는 그룹의 숙원인 차헬스케어 기업공개(IPO)에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이 갖는 의미가 크다. 차헬스케어는 차병원그룹의 해외 병원·클리닉 운영과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계열사로 작년 말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2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2027년까지 상장하기로 합의를 맺은 바 있다. 차바이오텍은 차헬스케어와 차케어스를 합병해 사업구조를 강화한 뒤 상장 작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거래로 카카오헬스케어를 차헬스케어·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와 한 축으로 묶어 덩치를 키우면서 향후 상장 과정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뚜렷해졌다. 거래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헬스케어는 가장 직접적인 변화를 맞는다. 가장 큰 변화는 재무적 체력 보강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규제 리스크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핵심 경쟁력이다. 그동안 카카오헬스케어는 '비(非)의료 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민감한 의료 데이터 활용이나 병원 직접 협업, 보험 수가 연계 사업 등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이미 글로벌 병원 운영 인프라와 의료 라이선스를 보유한 차바이오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진입 장벽을 단숨에 허물게 됐다는 평가다.2025-11-21 06:07:50차지현 -
'상장 불발' 자회사 구하기...오스코텍, 복잡한 퍼즐[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오스코텍이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정지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제노스코 상장 불발로 지배구조 재편 필요성이 커진 데다 최근 주주들이 요구한 투명성·책임성 강화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핵심은 무엇일까요. 복잡하게 얽힌 주주·재무적투자자(FI)·경영진의 이해관계 속에서 오스코텍이 어떤 방식으로 제노스코를 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스코텍은 13일 공시를 통해 내달 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등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임시 주총은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비 차원에서 마련됐습니다. 임시 주총에서 다룰 첫 번째 안건은 정관 변경입니다. 회사는 발행예정주식총수를 기존 4000만주에서 5000만주로 늘리는 조항 변경을 상정했습니다. 회사는 이번 수권주식수 확대 목적을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 명시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스코텍이 이번 수권주식수 확대의 용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뒀다는 점입니다. 회사는 "수권 증가분은 향후 1~2년 내 계획된 지분 인수 목적에 한정해 사용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희석을 초래하는 일반적 자금조달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적시했습니다. 보통 신약개발사가 새로 발행할 수 있는 주식 한도를 늘릴 때 시장에서는 '회사가 곧바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뒤따르는데요. 오스코텍은 이런 우려를 미리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이번 원칙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회사는 이외에도 내달 열릴 임시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안 등도 부의했습니다. 오스코텍은 신동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 후보로, 김규식 에스엠엔터테이먼트 사외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추천했습니다. 인사 구성에 외부 법률·거버넌스 전문가와 자본시장 경험을 갖춘 인사가 포함, 제노스코 편입 과정에서 요구되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업공개(IPO) 실패로 커진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들이 요구해 온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제노스코는 2000년 오스코텍 창업주 김정근 대표가 미국 보스턴에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바이오텍입니다. 제노스코는 국산 31호 신약이자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로 유명하죠. 제노스코는 2010년 초 모회사 오스코텍과 함께 후보물질을 개발해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습니다. 6월 말 기준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지분 59.1%를 보유했습니다. 제노스코는 기술특례 방식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에서 미승인을 받았고 이어 최종 관문인 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 불승인이 내려졌습니다. 신약개발사로는 유일하게 기술성평가에서 최고 등급(AA·AA)을 받았음에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입니다. 제노스코 IPO가 사실상 막힌 가장 큰 이유는 중복상장입니다. 이는 거래소가 상장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지점입니다. 모회사 오스코텍과 자회사 제노스코가 동일 핵심 파이프라인(레이저티닙)을 공유하고 있어 상장 시 시장에서 '같은 자산을 두 번 평가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결과적으로 중복상장 리스크가 제노스코 상장 심사의 발목을 잡았고 오스코텍은 플랜B로 '직접 인수'를 택한 셈입니다. 오스코텍 IR 담당자에 따르면 회사가 검토하는 여러 방안 중 현재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은 현금 매입입니다. 이 담당자는 "새로운 SI·FI 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그 돈으로 제노스코 잔여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식 스왑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됐지만 회사는 주주 설득력·지배구조 안정성·딜의 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현금 매입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봤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오스코텍이 이번에 수권주식수를 늘린 것은 제노스코 지분 인수를 위한 '현금 매입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오스코텍이 제노스코를 얼마에 사오느냐'입니다. 제노스코의 나머지 지분 40.9%는 메리츠증권(약 20%), 김성연 씨(약 13%), 유한양행(약 5%) 등이 들고 있습니다. 오스코텍이 이 잔여 지분을 전부 현금으로 인수하려면 제노스코 기업가치의 41%에 해당하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제노스코 몸값을 상장 시 거론됐던 시가총액 하단 수준인 약 6000억 원으로 가정하면 오스코텍이 매입해야 하는 잔여 지분의 금액은 약 2400억원에 달합니다. 제노스코 인수 밸류에이션를 놓고 보면 오스코텍 주주와 제노스코 측 이해관계자 간 이해 충돌이 가장 뚜렷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제노스코 인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수록 오스코텍이 외부 투자자로부터 조달해야 할 자금도 커지고 이는 곧 제3자배정 유상증자 규모 확대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지면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까지 동반되는 만큼 오스코텍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인수 가치가 낮게 산정될수록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오스코텍 주주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사오는 것을 선호하겠죠. 반면 FI인 메리츠증권의 셈법은 전혀 다릅니다. 메리츠증권은 당초 제노스코 IPO를 통한 엑시트를 전제로 투자했지만 상장 무산으로 현재 선택지는 사실상 오스코텍에 지분을 현금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좁혀졌습니다. 인수 방식이 주식 스왑이 아닌 현금 매입으로 굳어지면서 최종 회수금액은 제노스코 밸류에이션이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구조가 됐습니다. 기업가치가 낮게 설정되면 펀드 수익률과 운용사 평판 모두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메리츠증권으로서는 당연히 높은 밸류에이션 방어가 절대적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근 메리츠증권이 오스코텍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ETF 편입과 CFD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증가"라며 경영권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수 협상 국면에서 메리츠증권이 발언권을 일부라도 키우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질 의결권은 미미하더라도 제노스코의 최대 FI가 모회사 지분까지 확보한 상황은 향후 밸류에이션 협상에서 미묘한 심리적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오스코텍의 결정은 단순한 자회사 편입을 넘어 그동안 국내 바이오 시장을 괴롭혀온 중복상장 리스크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동일한 핵심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모회사& 8211;자회사 구조가 상장 심사에서 어떤 충돌을 낳는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기 드문 선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노스코 밸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이, 오스코텍의 자금 조달 능력, 주주 희석 우려, 제노스코의 연구개발(R&D) 지속성 등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해법으로 안착할지는 향후 밸류 협상과 실행 과정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2025-11-17 06:18:19차지현 -
돈은 안 나가지만 상각…합병 사례로 본 공정가치 배분[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셀트리온이 최근 미국 현지 의약품 생산시설을 전격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회사는 미국 뉴저지주 소재 일라이릴리 자회사 공장을 4600억원에 인수하고 초기 운영비와 생산시설 증설 등에 최대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미국 내 관세 리스크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게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셀트리온 측은 이번 인수로 관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데 따라 목표한 연간 실적을 예정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지 생산 제품의 매출원가율이 국내보다 다소 높더라도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관세 절감 효과와 일라이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까지 확보해 수익성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또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효과가 마무리돼 정상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점도 피력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미국 생산시설 인수 관련 온라인 설명회에서 "회사가 지난해 합병을 마친 뒤 상각해야 할 부분이 9월 말로 모두 종료된다"면서 "영업이익률이 1분기 18%에서 2분기 25%, 3분기 30%, 4분기에는 40% 중반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서 회장이 강조한 상각 종료는 어떤 의미일까요. 기업이 다른 기업을 합병하면 상각 비용이 따라붙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왜 상각이 끝나야 회사의 수익성이 원래대로 회복된다고 하는 걸까요. 기업결합(합병)이 일어나면 회계적으로는 인수법을 적용합니다. 인수법의 핵심은 공정가치 배분(Purchase Price Allocation·PPA)입니다. PPA는 인수 금액을 자산·부채, 무형자산, 영업권 등으로 나누어 장부에 배분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우선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을 사들이기 위해 실제로 지불한 금액, 즉 취득대가를 계산합니다. 여기에는 현금, 주식, 인수한 부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 다음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순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합니다. 단순히 기존 장부가치를 그대로 이어받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자산의 실제 가치를 반영해 새롭게 장부를 꾸리는 과정입니다. 이후 인수기업은 취득대가와 공정가치 간 차액을 영업권으로 인식합니다. 영업권은 브랜드, 조직 역량, 시너지 등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초과 가치인 거죠.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이 가진 특허, 기술, 고객관계, 주문잔고, 브랜드·상표권 등 무형가치도 따로 떼어내 장부에 기록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라도 별도로 구분해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PPA 과정을 거쳐 장부에 새로 올라간 항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특허, 기술, 고객관계, 주문잔고 같은 식별가능 무형자산은 유한한 사용 기간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비용(상각)으로 털어내게 됩니다. 건물·설비 같은 유형자산은 감가상각을 통해 매년 일정 부분이 비용으로 반영됩니다. 반면 브랜드 가치나 시너지처럼 따로 나눌 수 없는 영업권은 따로 상각하지 않고 매년 가치가 줄지 않았는지를 점검(손상검사)해 필요할 때 한꺼번에 비용으로 인식합니다. 쉽게 말해 PPA로 새로 잡힌 자산들은 시간이 지나며 일부는 조금씩 비용 처리하고 일부는 매년 상태를 확인하다 가치가 떨어질 때만 비용으로 반영한다는 얘기입니다. 상각은 실제 현금 유출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회계 처리 과정에서 영업이익을 줄이는 효과를 내 수익성이 악화된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상각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장부상 비용으로 빠져나갈 항목이 없어집니다. 영업이익률이 인위적으로 깎이는 요소 없이 본래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게 되고, 숫자상 실적이 정상화되는 셈입니다. 셀트리온의 사례를 볼까요. 셀트리온은 2023년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단행했습니다.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생산을 담당하던 셀트리온과 해외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함으로써 '개발-생산-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일원화한 것입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합병 과정에서 PPA을 거쳤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없던 ▲영업권 11조4578억원 ▲고객관계 2577억원 ▲판권 1137억 원 등이 새롭게 인식됐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비, 시설이용권 같은 무형자산도 조정돼 장부에 반영됐습니다. 영업권을 제외한 무형자산은 사용기간에 따라 수년에 걸쳐 상각 처리해야 합니다. 셀트리온은 판권 상각 비용을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00억원씩 반영하고 고객관계 상각 비용은 연간 150억원씩 9년에 걸쳐 인식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작년 1분기부터 합병에 따른 무형자산 상각비가 대규모로 반영되면서 셀트리온은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했습니다. 셀트리온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7370억원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습니다. 합병 직후 실제 영업활동과 무관하게 회계상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서 회장이 언급한 상각 종료는 판권 등 단기 무형자산 상각이 대부분 반영돼 이제는 부담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올 6월 말 연결기준 셀트리온 무형자산 내역을 보면 판권 장부가는 61억원 수준으로 거의 소멸됐습니다. 고객관계 자산은 여전히 2348억원대 잔액이 남아 있어 향후 8년 동안은 상각 비용으로 꾸준히 반영될 전망입니다. 다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더 이상 실적을 크게 흔드는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2025-09-29 06:19:11차지현 -
바이오텍 CB 전환가 조정 속출...리픽싱 장치의 명과 암[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코스닥 바이오텍이 보유 중인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를 낮추는 리픽싱(refixing) 공시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티앤알바이오팹, 툴젠, 루닛, 텔콘RF제약, 넥스턴바이오 등 다수 기업이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올렸습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올린 관련 공시만 26건을 넘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리픽싱은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고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는 이중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공시 해석에 어려움을 겪거나, 전환 청구 타이밍에 늦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십상입니다. 리픽싱은 무엇이고, 관련 공시는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CB·BW는 발행 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입니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는 점에서 메자닌(Mezzanine)으로 분류됩니다. 참고로 메자닌은 이탈리아 건축용어로은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테라스나 발코니 같은 공간을 뜻합니다. 메자닌 채권은 투자자 입장에서 일정한 이자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주가 상승 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바이오텍에 있어 메자닌 채권이 주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통상 메자닌 채권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이 붙습니다. 리픽싱은 주가 하락 시 전환가를 낮춰주는 하향 리픽싱과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전환가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상향 리픽싱으로 구분됩니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투자자와 발행 기업 간 이해를 조율하기 위한 장치인 셈입니다. 개인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하향 리픽싱 공시입니다. 하향 리픽싱이 이뤄지면 전환가가 낮아져 CB·BW 투자자가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보유 주식 한 주당 가치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픽싱 후 전환청구가 본격화하면 신규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큽니다. 전환권 행사 후 CB·BW 투자자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빠르게 매도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죠. 유통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리픽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관련 공시가 나올 경우 조정 전후 전환가액, 전환 가능 시점, 전환 가능 주식 수, 보호예수 유무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리픽싱이 실제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가늠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피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 리픽싱 공시를 올린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루닛의 사례를 볼까요. 루닛은 지난 1일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게재했습니다. 앞서 루닛이 지난해 5월 발행한 2회차 CB의 전환가액을 5만5693원에서 4만7819원으로 14.1% 하향 조정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전환가 조정 기준일 직전 주가가 기존 전환가(5만5693원)보다 낮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전환가가 조정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CB를 모두 주식으로 바꿀 때 전환 가능한 주식 총수는 조정 전 8만9777주에서 조정 후 10만4560주로 16.4% 늘어났습니다. 루닛이 발행한 CB의 채권자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기관 투자자입니다. 이들은 결국 적당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시점이 오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대량의 물량을 시장에 쏟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루닛은 아직 갚지 않은 1회차 CB도 보유 중입니다. 1회차 CB 전환가액 역시 5만4892원에서 5만2846원으로 지난달 한 차례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CB를 모두 주식으로 바꿀 때 전환 가능한 주식 총수도 3.87% 증가했습니다. 보유 중인 두 개의 CB 모두 시가하락에 따라 전환가격을 낮췄기 때문에 추후 채권자 요구 시 회사가 발행해야 하는 신주 물량이 기존보다 늘어난 상태입니다. 향후 루닛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전환가액이 추가로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루닛이 발행한 1회차 CB와 2회차 CB의 최저 조정가액은 각각 3만8424원과 3만8424원입니다. 루닛은 CB 발행 당시 최초 전환가의 70% 이상이라는 조건을 근거로, 전환가 하향 조정 하한선을 이 수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전환가 조정 공시가 떴다고 무조건 매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정된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현저히 낮거나 전환 가능한 주식 수가 유통 주식 수에 비해 많다면 단기간 내 매물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과거 리픽싱이 반복됐던 전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 주의가 요구되겠죠. 바이오텍에 있어 CB는 생존을 위한 필수 자금줄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로선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의 전조가 될 수 있는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전환가 조정 공시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재무 상태와 향후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죠. 투자자라면 전환가액 조정 공시의 내용과 맥락을 꼼꼼히 살펴봐야 겠습니다.2025-08-06 06:01:46차지현 -
이익 없어도 상장...바이오텍의 공모가 산정 방정식[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해 들어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기업공개(IPO)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입니다. 한동안 위축됐던 바이오 IPO 시장에 기술력과 성장성을 앞세운 기업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코스닥 문을 두드리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희망 공모가 밴드'나 '기관 수요예측'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기업의 공모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될까요. 또 투자자 입장에서 이 과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IPO는 'Initial Public Offering'의 약자로,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해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기업공개라고 부릅니다. 즉, 기존에는 비상장 상태였던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해 주식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만드는 절차입니다. IPO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공모가입니다. 공모가는 기업이 IPO를 할 때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기 위해 정하는 가격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우리가 주식을 한 주당 얼마에 팔 거야"라고 처음 제시하는 공식 가격입니다. 공모가는 기업이 단순히 임의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기업 기업은 상장 절차에 앞서 주관 증권사와 함께 희망 공모가 밴드(가격 범위)를 설정합니다. 이 밴드는 증권신고서에 명시되고 이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수요예측의 기준이 됩니다.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되는 수순입니다. 그렇다면 희망 공모가 밴드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크게 절대가치 평가법과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나뉩니다. 절대가치 평가법은 기업 자체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 할인법(DCF) 등이 대표적입니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이미 상장한 유사 기업의 주가 지표를 비교 기준으로 삼습니다. 보통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지표가 활용됩니다. IPO를 추진하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대부분 상대가치 평가법을 사용합니다. 이들 기업은 상장 당시 적자 상태인 경우가 많아 미래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예상 수익을 미리 계산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DCF 방식은 적용 자체가 까다롭고,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내 경쟁사 주가 수준과 비교해 자사 적정 주가를 역산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상대가치 평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는 PER입니다. 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연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이익 1원을 얻기 위해 주가 기준으로 몇 배를 지불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PER이 20배라면, 투자자는 기업의 1년 순이익의 20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모가 산정을 위해 예비 상장 기업은 먼저 비교기업을 선정합니다. 업종, 사업 구조, 시장 위치, 기술력, 재무 상태 등이 유사한 상장사를 중심으로 비교할 대상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선별한 복수 기업으로부터 PER을 산출한 뒤, 이를 평균내어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 PER 배수를 도출합니다. 그 다음에는 예비 상장 기업의 추정 당기순이익을 산출합니다. 이는 상장 후 일정 시점의 예상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과 주관사가 매출 전망과 비용 구조 등을 종합해 산정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일 뿐 예상대로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추정 순이익의 현재가치에, 앞서 도출한 평균 PER 배수를 곱하면 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이 나옵니다. 이 시가총액을 상장 후 전체 발행 예정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평가액이 나오겠죠. 여기에 시장 상황, 투자자 수요 등을 고려해 할인율을 반영, 최종적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가 설정됩니다. 최근 IPO 증권신고서를 올린 3D프린팅 기반 투명교정 솔루션 기업 그래피의 사례를 볼까요. 2017년 설립된 그래피는 3D 프린터용 신소재(광경화성 레진)의 핵심 구성 요소인 올리고머를 직접 설계해 소재 물성을 고객 맞춤형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입니다. 앞서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개 전문평가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습니다. 그래피 역시 공모가 산정을 위해 PER 계산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먼저 그래피는 2027년 203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3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내년 흑자전환을 달성, 이듬해 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연 할인율 22%를 적용해 추정 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비교 기업 3곳의 PER 28.96배를 곱해 희망 공모 범위를 결정했습니다. 참고로 그래피가 꼽은 비교 기업은 얼라인 테크놀로지, 슈트라우만홀딩스, 모던 덴탈 그룹으로 모두 해외 업체입니다. 물론 희망 공모가 밴드는 확정된 가격이 아닙니다. 예비 상장 기업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바탕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를 확정합니다. 경쟁률이 높을 경우 희망 밴드 상단 또는 초과 수준에서, 반대로 수요가 낮을 경우 하단이나 밴드 이하에서 공모가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단계를 거쳐 희망 공모가 밴드가 설정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숫자만 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제시하는 추정 당기순이익은 어디까지나 미래 전망에 기반한 가정일 뿐, 실현 여부는 불확실성에 열려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처럼 현재 실적이 없는 경우 이익 추정 자체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비교기업 선정의 적정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업종은 같더라도 매출 규모나 사업 단계, 시장 위치가 크게 다른 기업을 기준 삼을 경우, PER 배수 자체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죠. 이에 더해 시장 할인율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니다. 할인율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방어하지 못하고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제시한 수치의 타당성과 비교기업 선정 기준, 밸류에이션 적용 방식 등을 다각도로 따져 공모주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2025-06-30 06:19:48차지현 -
'속빈강정' 바이오 IPO 회복세…경쟁률·공모가 위축[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냉기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눈에 띄게 식었고, 최종 공모가 역시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사례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 수요예측을 진행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는 총 8곳입니다. 동방메디컬, 동국생명과학, 오름테라퓨틱,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로킷헬스케어, 이뮨온시아, 바이오비쥬, 인투셀 등이 해당합니다. 업체 수로 보면 IPO에 도전장을 내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작년의 경우 상반기까지 코스닥에 입성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는 4곳에 불과했습니다. 오상헬스케어, 엔젤로보틱스, 아이엠비디엑스, 디앤디파마텍 등입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IPO 후발주자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씨지놈, 프로티나, 지에프씨생명과학 등은 이미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었고요. 예심 청구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받고 있는 노벨티노빌리티, 지투지바이오, 뉴로핏, 젠바디, 큐리오시스, 명인제약, 리브스메드 등도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로 분류됩니다. 특히 올해에는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상장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미 코스닥에 진입한 오름테라퓨틱을 포함해 이뮨온시아, 인투셀 등이 순수 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꼽힙니다. 작년 한 해 상장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통틀어 신약개발사가 디앤디파마텍과 온코닉테라퓨틱스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신약개발 기업의 상장 도전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IPO 도전 기업 수는 작년보다 늘었지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 IPO 시장은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입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가 수요예측 경쟁률과 공모가 산정 결과입니다. 올해와 작년의 IPO 시장 심리는 어떻게 다를까요. IPO 단계는 크게 ▲상장 심사 단계 ▲공모 절차 단계로 나뉩니다. 상장 심사는 거래소가 해당 회사를 상장시켜도 될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예비 상장사는 주관사와 함께 작성한 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고요.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공모 절차에 있어서는 해당 회사를 얼마에,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예비 상장사는 회사 개요, 주요 사업, 공모 조건, 자금 사용 계획 등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합니다. 금감원이 심사를 승인하면 증권신고서 효력이 본격적으로 발생합니다. 이후 주관사는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수요예측은 말 그대로 '수요를 미리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주관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주문 접수를 받아 경쟁률, 가격 분포, 의무보유확약 비율 등을 수집합니다. 이를 통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공모가를 시장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수요예측은 주관사와 발행사와 산정한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수준인지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죠. 최종 공모가는 이 같은 수요예측 결과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통상 희망 밴드 내에서 결정되지만 상단 또는 하단에서 결정되는 사례도 나옵니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기업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증시에 입성하게 됩니다. 작년과 올해 상장에 나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체의 수요예측 결과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시장 심리 온도차가 뚜렷하게 감지됩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상장한 업체 4곳 모두 경쟁률 800~1000대 1 이상을 기록하며 모든 기업이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지었습니다. 오상헬스케어와 엔젤로보틱스는 희망 밴드 상단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에 최종 공모가가 결정됐습니다. 아이엠비디엑스도 희망 밴드 상단을 31% 웃도는 수준에서 최종 공모가를 책정했고요. 디앤디파마텍의 최종 공모가도 3만3000원으로 희망 밴드 상단 대비 27% 높았습니다. 반면 올해에는 일부 기업이 1000대 1 이상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투자자 수요가 뚜렷하게 위축된 모습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은 16.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동국생명과학도 경쟁률이 117.83대 1에 그쳤습니다. 로킷헬스케어의 경우 수요예측 경쟁률이 368.45대 1 수준이었습니다. 올해는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 기업조차 공모가를 조심스럽게 상단에만 맞추는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작년만 해도 공모가가 희망가 상단을 넘어서며 흥행을 자랑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지만, 올해는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한 업체가 전무합니다. 상단 초과는커녕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기업도 적지 않고요. 구체적으로 동방메디컬,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이뮨온시아, 바이오비쥬, 인투셀 등이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에서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습니다. 로킷헬스케어는 공모가 하단에서 최종 공모가를 결정했고 동국생명과학과 오름테라퓨틱은 희망 공모 밴드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가 정해졌습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 저하,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 등이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처방의약품 가격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수익성 압박 우려가 부각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최종 공모가가 희망 범위 아래서 결정됐다고 해서 IPO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가치는 상장 이후 시장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수요예측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기업이 상장 이후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책정된 기업이 상장 후 우수한 기술력이나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긍정적 재평가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IPO는 단기적인 '공모 흥행'만으로 성패를 가를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신약개발 중심의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이후 임상 진척, 기술이전, 라이선스 아웃(L/O) 성과 등 사업의 실질적 진전이 향후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큽니다. 상장 이후 얼마나 시장과의 신뢰를 이어가며 성과를 입증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셈이죠. 단기 수급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상장 이후 실제 성과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2025-05-14 06:17:29차지현 -
자사주 신탁매입 매력과 유한양행의 10건 계약 해지[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이 최근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해지'라는 제목의 공시 10건을 무더기로 올렸습니다. 제목만 보면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는데요. 이 공시는 어떤 내용일까요. 기존 투자자에게 호재성 공시일까요? 자사주는 회사가 자사 주식을 직접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는 주식이지만 일반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습니다. 금고에 넣어둔 주식이라는 점에서 금고주(Treasury Stock)라고도 부릅니다. 자사주 취득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통상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때 주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합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회사가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과 ②회사가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금융사가 대신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금융당국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 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경영권 방어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매입 기간이나 하루 매입량 등을 규제합니다. 첫 번째 방식은 회사가 직접 장내 매수하는 만큼, 빠르게 거래를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공시한 수량을 반드시 매입해야 하고 매입 기간도 보통 3개월 이내로 제한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돼요. 회사가 시장에서 한꺼번에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 충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두 번째 방식은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신탁계약 방식은 공시할 때 자금만 설정하면 되고 정확한 매입 수량을 확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식 매입 주체가 증권사인 만큼, 공시한 대로 반드시 매입할 필요도 없고요. 매입 기간 역시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으로 상대적으로 길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위약금이나 비용이 발생할 순 있지만 신탁계약은 중도에 해지도 가능합니다. 해지 시 이미 매입한 주식은 회사가 직접 보유하거나 다시 시장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에 맡긴 돈이 있지만 주식을 아직 사지 않았다면 해지 후 남은 돈을 회사가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신탁업자에게 자사주 처분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신탁계약 방식 자사주 취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 측면에서는 신탁계약 방식이 훨씬 자유롭습니다.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에 있어 신탁계약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한양행도 그동안 신탁계약 방식의 자사주 취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2002년 신한은행과 처음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은 후 지속해서 계약 건수를 늘렸습니다. KDB산업은행 등과 신탁계약을 체결했고 꾸준히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신탁계약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금융회사가 신탁계약으로 매입한 주식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입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신탁계약으로 확보한 자사주를 공매도 세력에 대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투자자로선 '기업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고 돈을 맡겼는데, 오히려 공매도에 이용돼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거죠.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금융회사가 신탁계약으로 매입한 주식은 매분기 정기보고서를 통해 공시되고 있으며 신탁계약은 공매도로 대여할 수 없다"면서 "또 신탁계약 금융회사는 회사의 지시 없이 운용할 수 없기에 신탁계약은 공매도에 이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 일부 주주는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이 신탁계약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한양행 측에 자사주 직접 취득을 요구했습니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시장을 뚫은 폐암신약 '렉라자' 등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신탁계약이 노이즈로 작용,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28일 종가 기준 유한양행 주가는 11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작년 10월 15일 주가 16만6900원보다 47.3% 빠진 상태입니다. 대사질환 치료제 기술반환 이슈 등을 감안해도 낙폭이 큽니다. 주주 반발이 심해지자 유한양행이 이례적으로 "신한은행에 신탁 중인 자사주가 특정 증권사 공매도나 대차거래에 이용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홈페이지 공지문을 띄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유한양행이 올린 10건의 공시는 과거 신한은행과 맺은 자사주 신탁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골자입니다. 유한양행이 주주의 목소리를 수용해 신탁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계약 기간 만료 전의 자사주를 회사가 직접 보유하겠다는 것입니다. 유한양행은 이번 중도 해지로 총 145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546만6137주를 회사 주식 계좌로 가져옵니다. 이는 발행 주식 총수의 6.7%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참고로 현재 유한양행이 신탁계약 방식 외 직접 취득해 보유 중인 자사주는 없습니다. 물론 회사의 자사주 취득이 항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 주식은 언제든 다시 시장에 풀릴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물량 부담이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消却)'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이를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보다 더욱 확실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유한양행은 이번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해지 공시에서 자사주 소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회사는 "당사는 지난해 주주가치 증대 목적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신탁 계약해지 후 직접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도 검토 후 소각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이행 차원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 정책입니다. 해당 공시에서 유한양행은 오는 2027년까지 약 1200억원 규모 자사주 1%를 소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습니다. 유한양행은 아직 설립 이래 단 한번도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없는데요. 유한양행이 실제 주주와 약속을 지킬지, 자사주 조각이 향후 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2025-03-31 06:17:00차지현
더 많은 코너
-
이탁순의 '이탁순의 이달 약'지난 7월 한 달간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전문의약품 70품목, 일반의약품 52품목 등 총 122품목으로 집계됐습니다. 6월(157품목) 대비 전체적인 허가 건수는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올해 들어 월별 허가 추이를 살펴보면 1월 101품목, 2월 124품목을 기록한 뒤 3월(88품목) 저점을 지나 4월(178품목)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5월(111품목)과 6월(157품목)을 거쳐 7월에는 총 122품목이 허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7월에는 일반의약품이 52품목 허가되며 올해 들어 4월(72품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7월 허가 품목들을 살펴보면 표준제조기준을 활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 일반약부터 복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구강붕해정(ODT) 전문약까지 다양한 실리형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반의약품 = 7월 허가된 일반의약품(52품목) 중에는 표준제조기준 품목이 32품목(61.5%)으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제네릭이 20품목(38.5%)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피부 질환 및 비뇨기계 등 특정 효능군을 겨냥한 제네릭 출품이 돋보였습니다.녹십자 ‘아젤라힐크림’(아젤라산·제네릭)녹십자는 피부과 피부 질환 치료 성분으로 주목받는 ‘아젤라산’ 성분의 일반의약품 ‘아젤라힐크림’을 허가받으며 피부 질환 라인업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현재 국내 허가된 아젤라산 성분의 제품은 2006년 허가받은 레오파마의 아젤리아크림이 유일합니다. 아젤라힐크림은 아젤리아크림의 첫번째 제네릭 제품입니다. 아젤라산은 모공을 막는 과도한 각질화를 억제하고 여드름균의 증식을 직접적으로 막아주는 효과적인 피부과 성분입니다. 특히 항염증 작용과 더불어 멜라닌 합성을 억제하여 여드름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색소 침착 완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여드름 치료제들에 비해 피부 자극이나 스티키한 사용감이 적어 민감성 피부를 가진 환자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약 시장에서 여드름 치료제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녹십자는 이번 출시를 통해 기존 피부 질환 치료제 제품군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여드름 초기 단계부터 흉터 관리 및 색소 침착 케어까지 이어지는 통합 피부 솔루션을 약국가에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스킨케어형 치료제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OTC 여드름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녹십자의 유통망과 마케팅력이 결합하여 하반기 약국가 여드름 치료제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입니다.필인터내셔널 ‘시포텐연질캡슐’(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제네릭)동국제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생약 성분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개선제 '카리토포텐연질캡슐(성분명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의 후속 제네릭 제제들이 잇따라 품목허가를 받고 있습니다.필인터내셔널도 고령화 시대에 급증하는 남성 비뇨기 질환 시장을 겨냥해 ‘시포텐연질캡슐’을 허가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서양호박씨기름 추출물인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를 주성분으로 하는 생약 성분의 일반의약품입니다.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는 전립선 비대증에 따른 잔뇨감, 빈뇨, 야뇨 등 다양한 배뇨 장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우수한 효과를 입증받았습니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아 전립선 조직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집니다. 생약 성분 특유의 높은 안전성 덕분에 장기 복용 시에도 부작용 우려가 적어 환자들의 복용 부담을 대폭 낮췄습니다. 기존 전문의약품 처방에 부담을 느끼거나 초기 배뇨 불편감을 겪는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 제제는 당초 2008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카리토연질캡슐'로 처음 식약처 허가를 받았던 품목입니다. 이후 일동제약을 거치며 유통되었으나, 당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낮은 질환 인식과 쏘팔메토 등 건강기능식품의 강세 속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비주류 성분으로 잊히는 듯 했습니다다.그러다 2022년 초 동국제약이 해당 제품의 권리를 최종 인수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동국제약은 제품명을 '카리토포텐'으로 바꾼 뒤, '인사돌', '치센', '훼라민' 등을 육성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중광고와 질환 인식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 잠자던 전립선비대증 일반약 시장을 수십억 원대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개척해냈습니다. 카리토포텐은 2023년 매출 60억원을 달성한 이후 판매실적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필인터내셔널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남성 전립선 헬스케어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입니다. 제품은 복용과 흡수가 용이한 연질캡슐 제형으로 제조되어 복약 편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약국에서 상담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약이라는 점을 앞세워 하반기 OTC 비뇨기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전문의약품 = 7월 전문의약품(70품목) 시장에서는 제네릭이 35품목(50.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자료제출의약품 16품목(22.9%), 수출용·기타 14품목(20.0%), 신약 3품목(4.3%), 희귀의약품 2품목(2.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지엘파마 ‘피타엘구강붕해정’ 등 피타바스타틴 ODT 라인업(피타바스타틴칼슘수화물·자료제출의약품)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 구강붕해정 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피타바스타틴입니다. 지엘파마는 차별화된 제형 기술을 앞세워 ‘피타엘구강붕해정’ 등 피타바스타틴 ODT 라인업의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피타바스타틴은 기존 스타틴 계열 약물과 달리 혈당 상승 리스크가 적고 인슐린 저항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성분입니다. 지엘파마는 이러한 피타바스타틴 성분을 물 없이 입안에서 빠르게 녹아드는 구강붕해정(ODT)으로 제형 변형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허가는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고령 환자나 연하곤란(삼킴 장애)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 없이도 어디서나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어 야외 활동이나 복약 시간이 불규칙한 환자들에게 훌륭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식약처로부터 제형 변경을 통한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인정받아 기술적 가치와 차별성을 확보했습니다. 더욱이 피타바스타틴 첫 구강붕해정 제품으로, 제형변경에 따른 최고가를 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더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입니다. 지엘파마는 특수 제형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빈도 처방 시장인 이상지질혈증 영역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라인업 확충을 통해 고령 만성질환자 처방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대웅제약 ‘룩소비정’(룩소리티닙헤미푸마르산염·자료제출의약품)대웅제약이 한국노바티스의 희귀 혈액암 치료제 '자카비정(성분명 룩소리티닙인산염)'의 후발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선점 경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대웅제약은 난치성 혈액 질환 및 희귀 질환 치료제 영역에서 신규 옵션인 ‘룩소비정’의 허가를 공식 승인받았습니다. 룩소비정은 야누스키나아제(JAK1/JAK2) 억제 기전을 가진 룩소리티닙헤미푸마르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이 약물은 골수섬유증을 비롯해 진성적혈구증가증 등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난치성 혈액 종양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제로 쓰입니다. 대웅제약은 차별화된 제조 및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해당 성분의 자료제출의약품 허가를 취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오리지널 자카비정은 2025년 유비스트(UBIST) 기준 원외처방액 91억원을 기록한 알짜배기 희귀질환 치료제입니다. 그동안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들은 자카비의 특허 장벽을 넘기 위해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습니다. 대웅제약은 최근 특허회피에 성공했고, 이번 퍼스트제네릭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도 획득했습니다. 이에 물질특허 만료일인 2027년 1월 룩소비정의 제품 출시가 예상됩니다.이 제품은 JAK 신호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환자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해 줍니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고품질의 의약품 공급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더 넓은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중증 및 희귀 질환 영역에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웅제약은 이번 허가를 계기로 항암 및 희귀 질환 파이프라인의 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탄탄하게 강화했습니다. 향후 상급종합병원 및 혈액종양내과 처방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지엘파마 ‘텔미엘탄정’ 등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제네릭)지엘파마가 블록버스터 고혈압 복합제인 '텔미누보' 제네릭을 허가받으며 독점적 시장에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21일 허가받은 ‘텔미엘탄정’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RB)인 텔미사르탄과 칼슘채널차단제(CCB)인 에스암로디핀이 결합된 대표적 2제 복합제입니다.텔미엘탄정은 종근당의 오리지널 제품 '텔미누보정'을 대체하는 최초의 상용화 제네릭으로 시장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앞서 허가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선행 제네릭이 있었지만 보험약가 등재와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지 않아,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 시장은 장기간 오리지널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왔습니다.텔미엘탄정은 제제화 난도가 높은 이층정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텔미사르탄은 낮은 용해도와 까다로운 용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에스암로디핀은 제조 및 보관 과정에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성분입니다.모회사인 지엘팜텍은 두 성분을 각각 독립된 층으로 분리하는 이층정 처방과 제조공정을 구축해 성분 간 상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4개 함량 모두에서 안정적인 용출 특성과 품질 동등성을 확보했습니다. 층간 분리와 중량·함량 편차 관리 등 제조 과정의 기술적 난제도 해결하며 고난도 복합제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입니다.텔미엘탄정은 보험약가 등재 절차를 마치는 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최초의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 제네릭으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회사는 생산 및 유통 준비를 거쳐 오는 10월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지엘파마 수탁 생산으로 바이넥스, 대웅바이오, 경보제약도 동일 성분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600억 텔미누보 독점적 시장에 도전합니다.에스암로디핀은 기존 암로디핀에서 유효 성분만을 분리해 부종 등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 안정성을 한층 높인 성분입니다. 두 성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단일제 투여로 혈압 조절이 미흡했던 중등도 이상 고혈압 환자에게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제공합니다. 하루 1회 복용으로 복약 순응도를 극대화하여 만성 고혈압 환자들의 지속적인 혈압 관리를 돕습니다. 순환기계 처방 시장에서 ARB+CCB 조합은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된 가장 대중적인 처방 패턴입니다.
-
강혜경의 '강혜경의 손에 잡히는 약국개설'"분명 죽집이었던 거 같은데 언제 여기 약국이 들어섰지?""건물 하나에 약국이 7곳인데 그마저도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약국으로 만들더라니까요."공급 보다 수요가 많은 약국 개국 환경에서 '독점'의 파워 역시 약해지는 모습입니다.'메디컬 빌딩 1층 독점약국'이 과거 든든한 보장 보험처럼 여겨졌었다면, 최근에는 옆 건물 1층, 옆옆 건물 1층까지도 약국 개설이 시도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나 분쟁도 늘고 있습니다.의원과의 전용 복도, 계단, 승강기, 구름다리 등을 갖추고 있지 않고 별도 다중이용시설 등이 없어도 허가에 문제가 없다 보니 '흐르는 처방만 수용하겠다'는 치들약(치고 들어가는 약국)들에게는 이런 유형의 신규 개설이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입니다.소위 컨설팅이라고 불리는 중개업자들까지 이 시장에 발 벗고 나서면서 지난해 신규 약국 개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지만 약국간 경쟁이 심화되고 비대면 진료 약 배송 같은 변수도 적지 않다 보니 '권리금 회수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팽배해지고 있습니다.권리금이 우상향하고 있고,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조제약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원 이전·발행 처방 감소·치들약 개설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5년 연속 신규 약국 증가세…지난해에만 2000곳 개설지난해 유독 치들약으로 인한 갈등과 송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신규 약국이 처음으로 2000곳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데일리팜이 최근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역대 가장 많은 신규 약국이 작년 한 해 개설됐습니다. 가파르게 치솟던 폐업세 역시 진정되는 특이한 양상이 나타났습니다.AI 생성 이미지.데이터를 살펴보면 약국 신규 개설은 5년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2021년 1674곳 ▲2022년 1902곳 ▲2023년 1906곳 ▲2024년 1975곳 ▲2025년 2005곳으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입니다.경기 침체와 고금리, 처방전 수용 약국의 과밀화 우려 속에서도 현장의 개국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는 걸 방증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죠.최근 5년간 순증된 약국은 2193곳으로, 전체 2만5000개 약국의 1/10 수준에 달합니다.AI 생성 이미지.반면 폐업은 주춤해 졌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늘었던 폐업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건데요 ▲2021년 1206곳 ▲2022년 1373곳 ▲2023년 1501곳 ▲2024년 1634곳으로 늘다가 ▲2025년 1555곳으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연간 순증 규모는 2024년 340곳에서 2025년 450곳으로 확대되며 전체 약국수 증가에 일조했습니다.◆의원 추월한 약국 개업…'처방 분산' 불가피처방 매출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지표와 비교해 보면 약국 시장의 특수성은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입니다.의원의 경우 연도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신규 개원은 ▲2021년 1856곳 ▲2022년 2078곳 ▲2023년 1798곳 ▲2024년 1996곳 ▲2025년 1840곳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약국은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늘어나며 의원 개원 속도를 앞질렀습니다.폐원 역시 ▲2021년 1059곳 ▲2022년 1032곳 ▲2023년 1039곳 ▲2024년 1028곳 ▲2025년 1011곳으로 1010곳에서 1060곳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유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약국과 같이 역대 가장 낮은 폐원 수치를 기록했습니다.◆개업 늘었는데 소득은 줄어…'속 빈 강정' 딜레마약국 개설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폐업이 다소 주춤해졌다고 해서 현장의 경영 여건까지 덩달아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AI 생성 이미지.국세청의 통계 데이터를 보면 개설 약사의 연평균 사업 소득금액은 1억116만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172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도권 약국의 소득 지표가 지방 대비 부진하게 나타난 점은 수도권의 약국 포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얘기입니다.신규 약국이 2000곳 넘게 증가하면서 기존 상권 내 처방전 분산이 심화됐고, 여기에 가파르게 상승한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과 출혈경쟁이 겹치면서 매출은 유지되거나 늘어도 손에 쥐는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적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겁니다.대다수 중소형 약국과 신규 진입 약국의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해석이지요.여기에 창고형 약국의 확산과 계절성 질환 감소, 일반약 판매 하락 등은 2026년에도 약국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약사들의 분석입니다.◆"객관적인 검증만이 답" 해답은?권리금이 고공행진하고, 약국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검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그간의 처방전 수용 행태나 일반약 매출 데이터를 그대로 믿기 보다는, '내 사례'에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특히 역량이나 기술적 요인이 반영되는 일반약, 학회약으로 불리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경우 약사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나의 유형과 성격 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약국 개설 전문가는 "비싼 권리금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실질 처방 규모인지 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하며, 컨설팅 등의 얘기를 그대로 믿기 보다는 직접 처방건수 등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처방전에만 매달리는 천편일률적인 형태로는 고정비 상승과 소득 감소를 방어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것 역시 포인트입니다.약국 체인 관계자 역시 "신규 약국이 역대 최대로 증가한 만큼 신규 개설에 대한 문의 역시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대형약국 위주의 문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창고형 약국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2026년 개폐업 현황은 보다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김지은의 '김지은의 팜인사이드'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청소년 적응증 삭제 절차에 착수하면서 약사사회 내부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그동안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가 있을 때마다 대표적인 추가 요구 품목으로 거론돼 왔다. 복약지도가 비교적 단순하고 오남용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하지만 식약처가 최근 납 노출 우려 등을 반영해 만 19세 미만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허가사항 변경 절차를 진행하면서 약사사회에서는 "의약품 안전성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최근 경제계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정부도 일정 부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례가 정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판 후 안전관리의 현실…"만약 편의점에서 판매됐다면"이번 허가사항 변경은 단순히 한 성분의 사용 연령이 바뀐 사례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는 2019년에도 원료 중 납 검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만 2세 미만과 임부·수유부 사용이 제한된 바 있다. 이후 추가적인 위해성 평가와 품질검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다시 소아 적응증 삭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약사사회에서는 이를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전한 의약품’이라는 개념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 시켜 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 허가 변경 내용. 의약품은 허가 이후에도 이상사례 보고와 품질관리, 해외 규제기관의 안전성 정보 등을 반영해 허가사항이 지속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현재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근거가 축적되면 사용 대상과 복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이 때문에 약사사회에서는 이번 사례를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문제와 연결해서 바라보는 분위기다.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은 최근 정책보고서를 통해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사례를 근거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약준모 측은 "당시 지사제는 편의점 확대 요구 품목 가운데 대표적인 효능군이었다"며 "만약 품목 확대가 이뤄졌다면 허가사항 변경 이후 연령별 사용 제한을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번 보고서에서 약준모는 현재 편의점 위해의약품 판매차단시스템은 제품 판매 여부만 통제할 수 있을 뿐 실제 복용자의 연령이나 사용 목적까지 확인하는 기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반면 약국에서는 약사가 연령과 증상을 확인한 뒤 복약상담과 함께 다른 치료 선택지를 안내할 수 있다는 점을 차이로 제시했다.일선 지역 약국 약사들도 이번 사태를 단순 허가 변경의 행정 절차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한 개국약사는 "당시 경제계에서는 지사제를 편의점 판매 품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는데 만약 실제 판매가 허용됐다면 이번 허가사항 변경 이후 회수와 소비자 안내를 어떻게 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사례는 의약품 안전관리에 전문가 개입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또 다른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선정 역시 접근성뿐 아니라 허가사항 변경 가능성과 시판 후 안전관리 체계까지 함께 고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안전성 평가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식약처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 전문기구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접근성과 안전성의 균형…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정부는 그동안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비롯해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수령 등 다양한 정책을 검토해 왔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다.반면 약사사회는 접근성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허가 이후에도 안전성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허가사항이 변경되는 특성을 가진 만큼 전문가에 의한 관리체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실제 의약품은 시판 이후 이상사례 보고와 위해성 평가, 품질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용 대상이나 용법·용량, 주의사항 등이 수시로 변경된다. 이번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 사례 역시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가 작동하면서 허가사항이 변경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으로의 정책 논의도 단순히 편의점 판매 품목을 늘릴 것인지 여부를 넘어 변화하는 안전성 정보를 국민에게 어떻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변경된 허가사항을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 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특히 접근성 확대 정책이 추진될수록 판매 채널 확대 자체보다 변화하는 안전성 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와 전문가 개입 구조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라는 지적이다.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특정 품목의 허가사항 변경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안전성은 새로운 근거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례"라며 "안전상비의약품 정책 역시 접근성 확대뿐 아니라 시판 후 안전관리와 허가사항 변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까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진구의 '김진구의 특톡(특허 Talk)'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적응증 쪼개기’가 제네릭사들의 핵심 특허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응증 쪼개기란, 제네릭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여러 적응증 중 특허 장벽이 남은 일부 효능·효과만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후발의약품의 조기 발매를 노리는 전략이다.과거 아보다트‧가브스‧자렐토‧케이캡 등을 거치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온 이 전략은, 최근 오리지널사와의 실리적 합의와 이에 따른 제네릭 조기 발매 등으로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는 모습이다.카나브 = '단백뇨 감소' 적응증 제외와 제네릭 조기진입 전략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 용도특허 분쟁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과 제네릭사-오리지널사 간 실리적 조율이 결합된 형태로 평가받는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나브의 적응증은 ▲본태성 고혈압 치료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등 두 가지다. 보령은 ‘당뇨병성 신장 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하며 권리범위를 넓혀 놓았다. 동시에 이 특허는 카나브의 두 번째 적응증 추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지난 2023년 2월 카나브 물질특허가 만료된 뒤 한동안 카나브 제네릭은 발매되지 않았다. ‘단백뇨 감소’와 관련한 카나브 미등재 용도특허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에 알리코제약‧대웅바이오‧동국제약‧한국휴텍스제약‧한국프라임제약은 이 용도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다.이들은 카나브의 미등재 용도특허를 우회하기 위해 제네릭의 적응증을 오직 '본태성 고혈압 치료'로만 한정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오리지널의 특허 영역인 '단백뇨 감소' 효능은 제품 허가사항(용법·용량/효능·효과)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1심인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월 제네릭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심결을 내렸다. 특허심판원은 심결문을 통해 ‘의약용도 발명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임상 처방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혼용 가능성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허가 사항 및 설명서에 기재된 용도만을 기준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품 설명서에 단백뇨 관련 효능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 특허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보령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보령은 처방 현장에서 혼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다만 최근 보령은 알리코제약‧대웅바이오‧동국제약‧한국휴텍스제약 등 4개사에 대해 소송을 취하했다. 보령 측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두 번째 적응증인 단백뇨 감소 목적의 마케팅을 하지 않는 대신,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만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반면, 이러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국프라임제약과는 소송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결과적으로 제네릭사들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과 함께 오리지널사와의 실리적 조율을 통해 제네릭 판매와 관련한 특허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그간 제네릭사들은 미등재 용도특허 리스크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으나, 이번 소 취하를 통해 제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보령 역시 단백뇨 감소 관련 용도특허를 지킬 수 있게 됐다.아보다트 = 전립선비대증과 탈모 적응증 분리 성공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분쟁은 제네릭사가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통해 오리지널의 연장된 물질특허 장벽을 처음으로 우회해 진입한 사례로 꼽힌다.아보다트는 ▲양성 전립선비대증 치료 ▲남성형 탈모 치료를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다. 당시 GSK는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의 허가 지연 기간을 근거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연장해 둔 상태였다. 이에 제네릭사들은 연장된 물질특허의 효력이 허가 지연의 원인이 된 특정 적응증에만 미친다는 법리에 착안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다.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허심판원은 전립선비대증과 남성형 탈모증은 임상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질환이므로, 전립선비대증 허가 지연으로 연장된 물질특허의 효력이 탈모 적응증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이 판결을 바탕으로 제네릭사들은 특허 침해 위험이 남은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제품 허가 사항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특허 효력이 미치지 않는 '남성형 탈모 치료' 적응증으로만 제품을 우선 허가받아 시장에 조기 진입했다.이후 연장된 물질특허 기간이 완전히 만료된 후에야 제품에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추가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특허 만료 전이라도 특정 적응증 시장을 선점해 실리를 챙길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가브스 = 당뇨병 병용요법의 일부 적응증 분리 시도와 좌절반면 노바티스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 분쟁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이 무산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가브스는 단독요법을 비롯해 설포닐우레아 병용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인슐린 병용요법 등 당뇨병 치료와 관련한 총 5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오리지널사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되는 데 핵심적인 근거가 된 적응증은 '설포닐우레아 등과의 병용요법'이었다.제네릭사들은 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된 원인이 전체 5개 적응증 중 이 1개 적응증의 허가 지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쪼개기 회피를 시도했다. 제네릭사들은 특허 연장의 빌미가 된 해당 병용요법 적응증을 자사 제품 허가 사항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연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판단한 나머지 4개 적응증만으로 제품 허가를 신청하며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다.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은 연장의 직접적인 근거가 된 특정 적응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대상이 되는 목적 질병인 '당뇨병 치료' 전체에 미친다고 결론내렸다.결국 적응증 쪼개기를 시도했던 제네릭사들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해야 했고, 특허가 완전히 만료된 후에야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자렐토 = 가처분 기각으로 이어진 '적응증 삭제' 우회와 실리 확보바이엘의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자렐토(리바록사반)' 분쟁은 물질특허 자체의 연장을 무력화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적응증의 의학적 독립성을 무기로 실제 판매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실리를 챙긴 사례다.자렐토는 크게 두 가지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약물이다. 하나는 부정맥 환자의 뇌졸중을 막아주는 ‘심방세동(NVAF) 적응증’이고, 다른 하나는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정맥혈전증(VTE) 적응증’이다. 이 중 정맥혈전증(VTE) 적응증이 특허 기간 연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제네릭사들은 물질특허 자체의 존속기간 연장을 무효화하려던 최초의 시도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자, 곧바로 적응증을 분리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제네릭사들은 자렐토의 두 적응증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구분되는 별개의 질환이자 사용 환자군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이에 제네릭사들은 제네릭 제품 허가 단계에서 연장 특허의 원인이 된 VTE 적응증을 아예 삭제하고, 연장 특허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NVAF 적응증만 남겨두는 형태로 제네릭 품목허가를 취득했다.오리지널사인 바이엘은 제네릭사들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제기하며 즉각 대응했다. 바이엘은 실제 처방 현장에서 두 적응증 간의 혼용 처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법원은 바이엘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권의 효력이 연장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특정 적응증(VTE)에만 제한적으로 미친다고 판단했다. 성질과 대상이 완전히 다른 적응증(NVAF)만을 채택해 출시된 제네릭 제품은 연장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비록 물질특허 연장을 무효화하는 분쟁은 제네릭사의 패소로 막을 내렸지만, 제네릭사들은 적응증 삭제라는 우회 전략과 가처분 기각 판결을 통해 특허만료에 앞서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실리를 챙겼다. 이후 제네릭사들은 자렐토의 연장 특허가 최종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빠져 있던 VTE 적응증을 마저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온전한 효능·효과를 확보했다.케이캡 = 연장 물질특허 효력의 포괄적 인정과 진입 장벽HK이노엔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을 타깃으로 삼은 제네릭사들의 대규모 적응증 쪼개기 공세는 법원이 물질특허의 포괄적 효력을 인정하면서 가로막혔다.케이캡은 최초 허가받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를 시작으로, 이후 ‘위궤양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이 중 특허 연장의 근거가 된 것은 최초 허가 적응증었다.국내 80여개 제약사들은 적응증 쪼개기를 통해 케이캡의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 장벽을 허물고자 했다. 케이캡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최초 허가 적응증(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때문에 연장됐다는 점을 공략해, 제네릭 허가 사항에서 최초 적응증을 삭제하고 후속 적응증인 '위궤양 치료'나 '유지요법' 등만 남겨두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한 것이다.그러나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제네릭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오리지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적응증이 세부적으로 분리돼 있더라도, 테고프라잔이라는 약물의 본질적인 약리 작용 활성 성분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구된 적응증들 역시 '소화성 궤양 질환군'이라는 동질적인 치료 범주에 묶여 있으므로,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후속 적응증에도 그대로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케이캡 제네릭사들은 물질특허가 완전히 만료되는 2031년 8월까지 제품을 상업적으로 출시할 수 없게 됐다.린버크 = 자가면역질환 ‘멀티 적응증’ 시장의 사법부 판단 관건제약업계의 관심은 애브비의 JAK 억제제 계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린버크(우파다시티닙)'에 대한 적응증 쪼개기 전략의 성패로 쏠린다.린버크는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강직석 척추염‧비방사선학적 축성 촉추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6개의 적응증을 보유한 '멀티 적응증' 약물이다.제네릭사들는 이러한 멀티 적응증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당초 종근당 등 16개사는 2036년 만료 예정인 결정형특허를 회피하며 물질특허가 끝나는 2032년 5월 이후 제네릭 출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동구바이오제약 등 12개사가 연장된 물질특허까지 겨냥해 '적응증 쪼개기' 심판을 제기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이들은 물질특허 연장의 원인이 된 류마티스 관절염을 제외하고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나머지 적응증만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2030년 12월 조기 출시를 추진 중이다.아보다트‧가브스‧자렐토‧케이캡‧카나브 등 그간의 적응증 쪼개기 전략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피면, 린버크 적응증 쪼개기 분쟁에서의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첫째, '질환군의 동질성 여부'다. 케이캡 판결에서 법원은 대상 질환들이 하나의 약리적 카테고리에 묶여 있을 경우 연장 특허의 효력을 포괄적으로 인정했다. 반면 린버크의 적응증들은 피부과(아토피 피부염), 소화기내과(궤양성 대장염 등), 류마티스내과(류마티스 관절염 등) 등으로 치료 영역과 대상 장기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들을 동일 질환군으로 묶어 판단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둘째, 처방 현장에서의 '대체 가능성과 혼용 우려'다. 의사가 각 적응증별로 제품을 대체 처방할 우려가 적고, 각각 독립된 치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적응증 쪼개기가 인정받기 수월하다. 린버크의 경우 각 질환별로 처방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 교차 처방의 여지가 좁은 편이다.셋째, '특허 연장 사유와의 인과관계'다. 린버크의 물질특허 연장 사유가 후속으로 추가된 특정 적응증의 허가 지연 때문이었다면, 제네릭사들은 연장 원인과 무관한 초기 적응증만을 타깃으로 설정해 특허권 효력 범위를 좁히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
-
손형민의 '손형민의 '약속’'요로상피세포암(방광암) 1차 치료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임상시험을 넘어 실사용근거(RWD)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항체약물접합체(ADC)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임상 3상에서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보다 생존기간을 크게 개선하며 새로운 1차 표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치료 성적을 평가한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다.기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질환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에게 '바벤시오(아벨루맙)'를 사용하는 1차 유지요법도 여러 국가의 RWD를 토대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지요법 이후 ADC까지 이어지는 치료 시퀀스의 장기 생존결과까지 제시되면서 치료전략을 평가하는 범위도 넓어지는 양상이다.현재 1차 치료에는 시스플라틴 투여가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옵디보(니볼루맙)+시스플라틴·젬시타빈 병용요법도 선택지로 자리하고 있다.CheckMate 901에서 옵디보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21.7개월로 시스플라틴·젬시타빈 단독군 18.9개월보다 길었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각각 7.9개월과 7.6개월, 객관적반응률(ORR)은 각각 57.6%, 43.1%였다. 다만 시스플라틴 적합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체 환자를 포괄하는 파드셉+키트루다와 대상군에 차이가 있다. 최근 RWD 경쟁에서는 파드셉+키트루다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둘러싼 데이터가 두드러진다. 다만 두 전략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은 없으며 임상시험과 RWD 역시 환자 특성과 연구설계, 추적기간 등이 달라 개별 연구의 수치를 단순 비교해 우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ADC+면역항암제 병용, 1차 표준 부상…RWD에선 연구별 편차최근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에서는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RWD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파드셉+키트루다는 글로벌 임상 3상 EV-302를 통해 기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넘어서는 생존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9.1개월의 업데이트 분석에서 파드셉+키트루다군의 PFS 중앙값은 12.5개월, OS 중앙값은 33.8개월이었다. ORR은 67.5%, 완전반응률(CR)은 30.4%로 집계됐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효과가 실제 진료환경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피는 후향적 연구가 이어졌다.미국 다기관 UNITE 연구에서는 248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ORR 60.0%, CR 21.0%, PFS 중앙값 14.3개월, OS 중앙값 45개월을 기록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3개 기관의 환자 134명 분석에서는 ORR 73.9%, CR 27.6%, PFS 중앙값 12.9개월, OS 중앙값 25.1개월이었다오스트리아 20개 기관에서 195명을 살핀 연구에서는 ORR 63.6%, CR 21.5%로 집계됐으며, 미국 280개 종양진료기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397명 규모 연구에서는 OS 중앙값이 17.5개월로 제시됐다.실제 진료 현장에서 파드셉+키트루다의 치료 성적은 연구마다 차이를 보였다. EV-302에서 ORR 67.5%, CR 30.4%가 확인된 것과 비교하면 일부 RWD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반응률을 보인 반면 CR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연구도 있었다. 다만 연구별 환자 구성과 추적기간, 치료 환경이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해 효과의 우열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파드셉+키트루다가 1차 치료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면서 질환 진행 이후 어떤 치료를 이어갈 것인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기존에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 이후 질환이 진행하면 ADC를 후속 치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1차 단계부터 파드셉과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ADC를 이미 사용한 이후라는 점에서 다음 치료의 근거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실제 파드셉+키트루다 이후 치료 결과를 살펴보려는 RWD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UNITE 기반 후향적 분석에서는 1차 파드셉+키트루다 이후 후속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성적이 별도로 평가됐다. 아직 환자 수가 많지 않고 후속 치료 종류도 다양한 만큼 최적의 치료 순서를 판단하려면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바벤시오, 다국가 장기 RWD로 차별화바벤시오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로, 파드셉+키트루다와는 다른 치료 전략으로 리얼월드 근거를 넓혀가고 있다.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은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 등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한 뒤 질환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에게 바벤시오를 이어 투여하는 전략이다.피보탈 연구인 임상3상 JAVELIN Bladder 100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 시작 이후 PFS 중앙값은 5.5개월, OS 중앙값은 23.8개월이었다.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시작 시점부터 계산한 OS 중앙값은 29.7개월이었다. 임상 이후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으로 리얼월드 데이터의 분석 범위가 넓어졌다.프랑스 AVENANCE 연구에서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을 받은 595명의 PFS 중앙값은 5.7개월, OS 중앙값은 21.3개월이었다.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시작 시점부터 계산한 OS 중앙값은 26.5개월이었다.이와 별도로 바벤시오 이후 2차 치료로 ADC를 투여받은 55명을 분석한 결과 1차 항암 시작 시점부터 OS 중앙값은 41.5개월로 집계됐다. 다만 후속 ADC 치료까지 이어진 선택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전체 환자의 치료 성적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미국 PATRIOT-II에서는 160명을 대상으로 바벤시오 시작 후 PFS 중앙값 5.4개월, OS 중앙값 24.4개월을 제시했다. 1차 항암 시작 시점부터의 OS 중앙값은 30.5개월이었다. 머크가 정리한 자료에는 이탈리아 READY에서도 유지요법 시작 후 PFS 7.6개월, OS 26.2개월, 1차 항암 시작 후 OS 30.9개월로 정리돼 있다. 일본 JAVEMACS의 전체 분석군 354명에서는 바벤시오 시작 이후 OS 중앙값이 31.8개월,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시작 이후에는 38.9개월로 집계됐다.후속 ADC까지 이어진 장기 시퀀스도 경쟁 변수최근 바벤시오 RWD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유지요법 자체의 치료 성적을 넘어 질환 진행 이후의 후속 치료까지 포함한 분석이다.AVENANCE에서는 바벤시오 이후 2차 치료로 파드셉을 사용한 55명에서 OS 중앙값이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시작 시점부터 41.5개월에 달했다. 2차 치료로 다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79명의 경우 24.5개월이었다. 연구진은 해당 분석을 탐색적 분석으로 제시했다. JAVEMACS에서도 2차 치료를 받은 환자 202명을 별도로 살폈다. 이 가운데 134명이 2차 치료로 파드셉을 사용했으며, OS 중앙값은 바벤시오 투여 시점부터 31.8개월,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 투여부터 37.2개월이었다. 2차 파드셉을 사용한 이후에는 17.8개월이었다. 다만 이러한 수치를 파드셉+키트루다의 EV-302 결과와 맞대 특정 전략의 우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바벤시오 유지요법은 애초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서 질환이 진행하지 않고 유지요법까지 도달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또 ADC 치료까지 받은 환자는 질환 진행 이후에도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한 환자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선택편향도 고려해야 한다.파드셉+키트루다는 이와 달리 치료 시작 단계부터 ADC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한다. 높은 초기 종양반응과 생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반응을 확인한 뒤 유지요법으로 전환하는 바벤시오 전략과 치료 흐름 자체가 다르다.결국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의 경쟁 구도는 임상 3상에서 확인된 치료 효과를 실제 진료에서의 재현성과 장기 치료 시퀀스로 넓어지고 있다.파드셉+키트루다가 EV-302를 통해 강력한 1차 치료 근거를 확보한 뒤 실제 진료 환경에서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바벤시오 유지요법은 여러 국가에서 장기간 축적된 RWD와 후속 ADC 치료까지 이어지는 시퀀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시스플라틴 적합 환자에서는 옵디보 병용요법까지 선택지에 포함되면서 치료전략 간 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향후 리얼월드 데이터가 더 쌓일수록 초기 반응이나 생존기간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치료 지속성, 독성,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까지 고려해 첫 치료전략을 정하는 문제가 요로상피암 치료의 주요 쟁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이석준의 '이석준의 시그널'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너 2·3세의 회장·부회장 승진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연말·연초 정기 인사의 연장선이지만, 최근 흐름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 직함 변화 자체보다 그 이후에 설계되는 경영 구조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직관적인 사례는 신신제약이다. 오너 2세 이병기(69) 대표이사는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8년 만이다. 기존 김한기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승진 자체보다 주목할 지점은 구조다. 실무를 직접 챙기던 대표 체제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의 상단을 다시 정리하는 성격이 짙다. 오너의 역할과 위치를 재설정한 인사에 가깝다.일동제약도 비슷한 흐름에 놓여 있다. 창업주 3세 윤웅섭(59) 대표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고, 지주사 일동홀딩스 박대창 대표 역시 회장으로 올라섰다. 그룹 상단을 회장 체제로 정렬하며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했다. 다만 회장 승진이 곧 단독 체제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동제약은 동시에 전문경영인 이재준 대표를 선임하며 윤웅섭·이재준 공동대표 체제를 가동했다. 전략과 방향은 회장이, 실행과 성과는 대표가 맡는 구도다.한림제약 역시 2세 김정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형식상 최고 직함이지만, 이번 인사는 사업부와 관계사 임원 승진을 함께 묶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 성격이 짙다. 회장 승진이 권한 집중보다는 역할 분담과 연결된 사례로 읽힌다.부회장 승진을 통해 승계 구도를 분명히 한 사례도 있다. 국제약품은 오너 3세 남태훈(46) 단독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니라, 최고운영책임자 역할을 겸하며 사업 전반과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위치다. 차기 경영 주체를 명확히 하면서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안국약품은 맥락이 분명한 사례다. 어진(62) 회장의 승진은 단발성 인사가 아니라, 사내이사 복귀와 각자대표 체제를 거쳐 이어진 단계적 지배구조 재편의 마무리다. 전략 의사결정의 중심은 오너에게 두고, 실행은 박인철 사장에게 맡기는 투톱 구조를 고정했다. 회장 승진은 구조 완성의 신호에 가깝다.광동제약은 다른 선택을 했다. 2년 전 최성원(57) 회장 승진으로 승계 구도를 먼저 정리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경영 구조 재편에 무게를 실었다.광동제약은 실적 부담이 누적되자 2세 최성원 단독 체제를 내려놓고 최성원·박상영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매출은 1조2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약 20% 줄었다. 최성원 대표가 전략과 신사업을 맡고, 박상영 대표가 경영총괄과 통제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부담을 나누는 선택이다.이들 사례를 종합하면 최근 제약업계 인사는 ‘위계 강화’보다 ‘구조 조정’에 가깝다. 회장·부회장 승진은 명예는 물론 시스템 조정의 도구가 됐다. 누가 회장이 되었는지보다, 그 이후 어떤 분업 구조가 설계됐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업계는 최근 인사 흐름을 개별 기업의 선택이라기보다, 제약업 전반의 경영 환경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장 승진이 권한 집중이나 단독 체제 강화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역할을 나누기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신약 개발 장기화, 실적 변동성 확대, 규제·ESG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 사람이 전략과 실행을 동시에 책임지기 어려워진 게 공통된 배경”이라고 말했다.B사 관계자는 “오너 2·3세를 상단에 명확히 세우되, 실행은 전문경영인이나 각자대표 체제로 분산하는 구조가 늘고 있다. 회장·부회장 승진 자체보다, 그 이후 어떤 분업 구조가 만들어지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정환의 '이정환의 정책 Viewfinder'정부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재택수령)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약사사회 반발이 극에 달하면서 첫 발조차 떼지 못하는 형국에 놓였습니다.향후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국회 입법 선결 조건인 범부처(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할 타당성도, 적절정도, 사전 합의도 전무했다는 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전국 약사들의 공감대입니다.이에 당분간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민관협의체가 가동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더욱이 민관협의체가 운영되더라도 처방약 배송 범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 심사가 필수인 바, 쉽사리 약 배송 대상이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25일 정책뷰파인더에서는 복지부가 내놓은 비대면진료 처방약 전국민 배송 확대가 제도화를 위해 거쳐야 할 관문들을 정리했습니다.약사회, 정부 협의체 전면 보이콧 유지비대면진료 처방약 전국민 배송 제도화 논의를 위해서는 복지부가 제시한 범부처 민관 협의체 발족·가동이 필수입니다.대한약사회는 정부가 아무런 사전 합의나 논의 없이 사회적 합의였던 비대면진료 처방약 재택수령 대상을 제멋대로 변경했다고 비판하며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특히 시범사업 단계인 비대면진료가 오는 12월 24일 정식 제도화도 되기 전에 처방약 배송 범위를 확대하는 정부 협의체를 가동하는 자체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지적인데요.쉬운 말로 이럴거면 왜 수 많은 논의와 협의, 절차를 거쳐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 발의하고 심사, 처리시켰냐는 논리죠.실제 의약품 재택수령 확대는 대면 진료, 대면 복약지도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데다, 약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질·오배송·복약 오류 등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고, 대형 배송 전문약국 경영 등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에 대해서도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현실입니다.이 때문에 정부가 배송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처방약 배송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협의체 운영을 제시하더라도 약사회 반발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민관협의체가 정상적으로 첫 발을 내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약사법 개정안 국회 제출돼도 난망…여야 합의 통과 어려울 듯결국 약사회의 협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약 배송 합의안 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나 더 거쳐야 할 관문이 있죠. 바로 국회 입법 심사입니다.비대면진료 처방약 재택수령 범위를 확대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수입니다.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서 처방약 재택수령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의료법을 추가로 개정하거나, 약사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그러려면 복지부가 직접 설계한 약 배송 확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거나, 국회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해야 국회 심사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됩니다.복지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해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의약품 조제·전달 방식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본질적 사항이어서 법 개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거죠.결국 정부 발의든 의원 입법이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제도화가 가능한데, 일단 여당 복지위원 대다수는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처방약 대상 확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여당 복지위원들 역시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 심사 때 합의한 제한적 약 배송 원칙이 흔들림없이 지켜져야 하며, 산업적인 시각에서 비대면진료를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인거죠.여당 복지위원 다수가 약사회 입장에 공감대를 표하고 있는 상황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우선되는 비대면진료 약 배송 제도에 긍정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처방 약 배송 확대 법안이 발의돼도 상정이 지연되거나, 상정되더라도 법안소위를 통과하기 어려운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결국 국회 복지위가 납득할 수 있는 입법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약사회 협의를 거쳐 정교한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보입니다.
-
정흥준의 '정흥준 산정약제 Click'8월에는 산정대상 약제 98개, 신약 1개가 새롭게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종근당 엠파맥스정의 후발 제품으로 ‘엠파글리플로진2L-프롤린’ 제제가 등재했고, 피타바스타틴1mg와 에제티미브 10mg 조합의 저용량 이상지질혈증 복합제도 후발 제약사들이 잇달아 급여 진입했다.또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인 레볼레이드의 제네릭이 늘어나면서 3파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대원·부광·안국·동국, 피타+에제 저용량 경쟁 합류대원제약과 부광약품, 안국뉴팜과 동국제약이 피타바스타틴·에제티미브 저용량 제품을 등재하면서, 지난 4월 첫 등재를 시작으로 5개월 만에 경쟁사가 11곳으로 늘었다. 동아ST도 지난 7월 27일 ‘피타이지정1/10mg’를 허가 받아 후발 등재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 12개사의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이달에는 대원제약 타바로젯, 부광약품 에로젯정, 안국뉴팜 뉴팜피타에제정, 동광제약 피제트정 등 4개 품목이 먼저 합류했다.대원제약은 피타바스타틴칼슘+에제티미브(미분화) 조합으로 2032년까지 PMS 혜택을 받고 있는 직접 개발사다. 이달 등재 품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일제제 최고가인 1093원을 받았다. 나머지 품목들은 929원이 책정됐다.하반기 후속 등재가 예상되는 동아ST 제품도 대원제약의 타바로젯과 동일 성분의 묶음 품목이다.제약사들의 잇단 급여 진입이 피타+에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JW중외제약의 리바로젯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기존 용량도 지난 2023년 제네릭 출시 이후 예상과 달리 동반 성장을 보이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온 바 있다.경보·제뉴원·마더스, ‘엠파글리플로진2L-프롤린’ 제제 등재종근당의 엠파맥스정(엠파글리플로진L-프롤린)의 후발 제품으로 엠파글리플로진2L-프롤린 제제 3개 품목이 급여 등재했다.경보제약의 엠파자정, 제뉴원사이언스의 엠슈벳정, 마더스제약의 자디글리엠정이 각각 10mg과 25mg을 신규 진입했다. 최초 등재 제네릭에 포함돼 59.5% 약가 가산을 받았다. 엠파맥스정과 마찬가지로 자디앙의 염변경 단일제다. L-프롤린이 아니라 2L-프롤린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동일제제로 분류됐다. 3개사의 동일제제 등재로 종근당 엠파맥스정의 가산이 종료되는 10월 24일에 4개사 제품 모두 동일하게 312원과 408원으로 약가 인하될 예정이다.또 경보제약과 마더스제약은 엠파글리플로진2L-프롤린에 메트포르민을 조합한 복합제도 함께 등재했다. 경보 엠파자메트정, 마더스 자디글리엠메트정은 각각 5/500mg 5/850mg, 5/1000mg, 12.5/500mg, 12.5/850mg, 12.5/1000mg 6개 용량을 추가 등재했다.후발 제약사들이 특허 회피를 위해 개발한 2L-프롤린 제제로 단일제와 복합제를 동시 급여 등재하며 본격적인 점유율 침투에 나선다.SK플라즈마, 레볼레이드 제네릭 ‘레볼팍정’노바티스의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의 제네릭이 하나 더 추가됐다.한국팜비오의 엘팍정에 이어 SK플라즈마가 ‘레볼팍정(엘트롬보팍올라민)’을 이달 등재했다. SK플라즈마는 오리지널에 없는 75mg 용량까지 허가를 받으며 후발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이달 등재 용량은 레볼팍정 25mg, 50mg이다. 약가는 산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해 시장을 공략한다. 레볼팍정 25mg 2만8398원, 50mg는 5만5188원이다.오리지널인 레볼레이드의 약가는 25mg 3만2641원, 50mg 6만3435원이다. 한국팜비오 엘팍정은 25mg 2만2849원, 50mg 4만4405원이다. 오리지널보다는 저렴하고 경쟁 제네릭보다는 높은 가격대다. 레볼레이드는 지난 2010년 혈소판감소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이후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로 급여를 확대했다. 2024년에는 급여 기준 확대로 비장절세술 없이도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 처방이 가능해졌다.연간 약 50억원의 레볼레이드 시장을 한국팜비오의 엘팍정이 나홀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플라즈마 레볼팍정까지 합류하며 3파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녹십자, 고혈압·고지혈 3제 복합제 '로제핀'녹십자가 고혈압·고지혈증 3제 복합제 ‘로제핀정(암로디핀·로수바스파틴·에제티미브)’을 등재하며 로제텔, 로제텔핀정과 함께 순환기 급여 라인업을 강화했다.이달 등재한 로제핀정은 5/5/10mg, 5/10/10mg, 5/20/10mg 3개 용량이다. 약가는 용량 순서대로 1372원, 1638원, 1712원을 받았다.기 등재된 동일 성분의 품목으로는 셀트리온제약의 암로젯정이 있다. 로제핀정도 셀트리온제약 오창 공장에서 제조된다.녹십자는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텔미사르탄 성분에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로제텔정’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또 로제텔정에 암로디핀을 추가한 4제 복합제 로제텔핀정도 있어 고혈압·고지혈증을 동시 관리하는 처방 수요를 폭넓게 공략할 전망이다.환인제약, ADHD치료제 ‘환인아토목세틴정’ 4개 용량환인제약이 지난 6월 아토목세틴 성분의 ADHD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정제를 급여 등재한 데 이어, 이달에는 18mg, 25mg, 60mg, 80mg 용량을 추가했다.아토목세틴 성분 제제는 그동안 캡슐 제형이었다. 올해 1월 환인제약이 국내 처음으로 제형 변경 제품으로 환인아토목세틴정40mg을 허가 받았다.지난 6월 40mg, 7월에는 10mg를 잇달아 급여 등재했다. 이달 4개 용량을 추가하면서 환인제약이 캡슐 제형으로 보유한 10mg, 18mg, 25mg, 40mg, 60mg, 80mg 용량을 모두 정제로 등재했다.이달 등재한 4개 품목은 용량 순서대로 751원, 779원, 851원, 851원의 약가를 받았다. 기등재 캡슐 제형과 동일 약가다.환인제약은 제형 차별화로 시장을 공략한다. 아토목세틴 성분 제제는 오리지널이었던 한국릴리의 스트라테라캡슐이 작년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국내 철수하면서, 명인제약과 환인제약이 경쟁하고 있다.
-
황병우의 '황병우 기자의 글로벌 헬스인사이트'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백신이 기존 완제 생산과 백신 유통을 넘어 CDMO와 자체 백신, 해외 의료기기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운다.최근 5년간 뉴바이오플랜트와 서울연구소를 구축하며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GMP 승인과 다국적제약사 협업, 인도네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통해 국내 생산·유통 기반을 해외 생산·공급망으로 넓힌다는 전략이다.완제 충전에서 원액 생산과 자체 플랫폼으로 백신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기기는 수출에서 현지 생산으로 진출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이 향후 30년 계획의 골자다.70년 업력 위에 새 성장 축…도약기 진입한국백신은 1956년 국내 백신 산업의 기반이 부족했던 시기에 출발했다. 국내 최초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한 뒤 의료기기 생산기업 대아양행과 합병했고, 안산공장 이전과 GMP 생산 시설 구축을 거치며 백신과 의료기기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회사는 지난 70년을 태동기와 성장기, 성숙기로 구분하고 있다.1956년부터 2002년까지 백신·의료기기 사업의 기초를 다졌고, 이후 국제 수준의 GMP 공장과 전자동 프리필드시린지 충전 설비를 마련했다.하성배 대표가 취임한 2019년 이후에는 CDMO와 위수탁시험서비스(CAS)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설정하고 뉴바이오플랜트와 서울연구소를 구축했다.한국백신은 2026년부터를 도약기로 규정했다. 다국적제약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CDMO·CAS 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공장을 통해 해외 생산·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하 대표는 취임 이후 약 5년 동안 회사 규모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10년은 그동안 진행한 인프라·기술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뉴바이오플랜트 중심으로 CDMO 확장한국백신의 사업 확장에서 중심 역할을 맡는 시설은 뉴바이오플랜트다.회사는 기존 프리필드시린지와 바이알의 완제 충전 CMO 역량을 원액 생산과 연구개발까지 넓히기 위해 뉴바이오플랜트를 구축했다. 위수탁시험서비스(CAS)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CDMO 역량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일부 시설을 가동 중인 뉴바이오플랜트는 이르면 3분기 중 모든 장비 도입을 마치고 전체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하 대표가 2024년 인터뷰에서 밝힌 당시 회사의 전체 충전 능력은 프리필드시린지 하루 20만개, 바이알 하루 25만개였다. 당시에는 자체 원액이 없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뉴바이오플랜트를 기반으로 자체 원액과 제품을 확보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올해 워크숍에서는 BP3 GMP 승인과 CMO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설비 구축과 검증에 이어 고객사 수주와 생산으로 CDMO 사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다.효율성과 실행도 올해 경영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하 대표는 "2026년은 효율성과 실행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며 "CDMO 사업에서는 실제 설비 보유 자체가 아니라 실제 매출액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회사는 직무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력과 설비, 예산, 사업 일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기존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프리베나20부터 자체 백신까지…사업 외연 확대기존 백신 사업에서는 다국적제약사 협업과 자체 플랫폼 개발을 함께 추진한다.한국백신은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과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 소모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영역에서는 폐렴구균과 일본뇌염, 수두 백신 등의 유통·판매를 담당하며 국내외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회사는 2026년 이후 다국적제약사 협업 확대를 상징하는 사업으로 프리베나20 판매를 제시했다. 기존 백신 유통망과 소아청소년 분야에서 축적한 영업 경험을 활용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전략이다.중장기적으로는 자체 백신 플랫폼 완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에 무게를 둔다.한국백신은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백신의 자급화와 글로벌 입찰시장 진입을 목표로 국내외 기업들과 기술협약과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완제 생산과 유통에서 원액 생산, 플랫폼 기술, 자체 제품 개발로 백신 사업의 가치사슬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하 대표는 "한국백신이라는 회사 이름에 맞춰 백신 분야에서 자급화가 가능하도록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백신 플랫폼의 완성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CDMO와 자체 백신 개발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성장 축이다. 원액과 완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기반으로 자체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위탁생산 역량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확장하는 구조다.인도네시아 생산거점 더해 해외 보폭 확대의료기기 사업에서는 인도네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통해 해외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한국백신은 2024년 기준 대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베트남 등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에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하 대표는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공장 설립과 사업 개시, 이후 안정화·확장을 향후 10년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고품질 의료기기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인접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한국백신은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약 6200평 규모의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사업 개시 목표는 2027년이다. 기존 수출 사업을 현지 생산 체계로 확장해 의료기기 해외 사업의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사업 전략은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매출 계획에도 반영됐다.한국백신은 32기 프리베나20 판매 등을 바탕으로 매출 155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인도네시아 공장이 안정화되는 34기에는 1750억원, CDMO 사업이 활성화되는 36기에는 18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39기 장기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프리베나20과 의료기기 해외 사업이 초기 외형 확대를 이끌고, CDMO와 자체 백신이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다.한국백신의 향후 30년 전략은 70년간 축적한 백신·의료기기 생산 경험을 원액 생산과 자체 제품, 해외 생산으로 확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 프리베나20 판매와 인도네시아 공장이 초기 성장 기반을 넓히고, 뉴바이오플랜트와 백신 플랫폼이 중장기 사업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구상이다.하 대표는 "70주년을 넘어 100주년으로 가기 위해 더 전문화되고 시스템화된 회사를 구축하려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100년의 한국백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차지현의 '차지현의 바이오 스코프(Scope)'투자심리 위축과 자금조달 부담으로 움츠러든 바이오 업계에 모처럼 굵직한 훈풍이 날아들었습니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5000억원 규모 대형 투자를 유치하면서입니다.숫자만 봐도 큰 거래지만 이번 투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정부 정책자금과 최대주주 자금이 함께 들어온 직접 투자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이번 투자는 무엇이 다르고 왜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대출 아닌 직접 투자…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 미래가치에 베팅리가켐바이오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입니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주식연계채권입니다. 채권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죠.CPS와 CB 모두 지금 당장 시장에 풀리는 보통주는 아닙니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CPS와 CB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어 회사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거론됩니다. 투자자가 당장 주식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리가켐바이오 성장성이 현실화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가치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투자 형태라는 얘기입니다.이번 투자에 참여하는 곳은 크게 세 축입니다. 먼저 정부 주도 정책금융 국민성장펀드가 2500억원을 투입합니다. 한국산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기금 관리·운용기관 자격으로 전CPS와 CB를 나눠 인수합니다. 여기에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팬오리온과 제3의 금융투자자가 각각 1250억원씩 참여하는 구조입니다.그렇다면 국민성장펀드는 뭘까요.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정책금융 프로그램입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것이 골자입니다. 민간 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장기 투자 분야에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입니다.바이오는 이 펀드의 대표적인 지원 대상 중 하나입니다. 신약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비용이 급격히 커집니다. 특히 임상 2상과 3상, 허가,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수천억원 단위 자금이 필요합니다.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 부담 때문에 조기에 기술이전하거나 임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전체 150조원 가운데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국민성장펀드가 바이오 업계에 지갑을 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4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에 850억원을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백신 개발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에 3000억원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하며 바이오 분야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비티젠은 해당 자금을 인천 송도 바이오시밀러 CDMO 설비 증설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임상 3상 연구개발(R&D)과 안동 백신 생산공장 증설에 각각 사용할 계획입니다.다만 리가켐바이오 사례는 이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책자금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 구조였습니다. 반면 리가켐바이오는 CPS와 CB를 투자자가 인수하는 직접 지분성 투자 구조입니다.쉽게 말해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 건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에 가깝습니다. 이와 달리 리가켐바이오 건은 향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있는 증권을 투자자가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바이오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고 일정 부분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잠재적 주주'로 참여했다는 뜻입니다.이번 리가켐바이오 투자에 시장이 주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투자자가 리가켐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직접 투자인 데다, 정책자금이 생산설비나 백신 개발을 넘어 신약개발사의 플랫폼 기술과 후기 임상 가능성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할증 발행·무이자 CB·전환 제한…주주 부담 낮춘 5000억 조달투자 조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의 증자나 CB 발행은 주가 희석과 대규모 물량 부담(오버행) 우려로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달은 이런 리스크를 줄여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비교적 촘촘히 설계됐습니다.먼저 이번 CPS 발행은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이뤄지는 할증 발행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발행하는 CPS의 발행가액은 주당 14만93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는 공시 산식상 기준주가 14만4309원보다 3.5%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와 기관이 할인 없이, 오히려 기준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자청한 셈입니다.CB 조건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이번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입니다. 리가켐바이오가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뜻입니다. 채권자, 즉 CB 투자자는 금리 수익보다는 리가켐바이오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CB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기준 실질적인 자금조달 비용이 사실상 '제로'(0)인 데다, 이자 지급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 없이 대규모 임상 자금과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크게 낮춘 조달입니다.주가에 미칠 단기 부담을 줄인 구조도 눈에 띕니다. 이번에 발행하는 CPS에는 1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습니다. CB 역시 발행 후 1년간 전환과 권면분할이 제한됩니다. 5000억원 규모 지분성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당장 시장에 유통되는 보통주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규모 자금조달 이후 투자 물량이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아 단기 오버행 우려를 완화한 셈입니다.마지막으로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인 오리온그룹이 동반 투자에 나서면서 성장 전략에 힘을 실었습니다. 팬오리온은 이번 투자에서 CPS 825억원과 CB 425억원 등 총 1250억원을 부담합니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5485억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그룹은 이번에도 정책자금 유치에 발맞춰 대규모 매칭 투자에 나서면서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신뢰의 시그널'을 보낸 것인데요. 특히 이번 정책자금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도 유지되는 만큼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측면의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4400억 장착하고도 또 펀딩? 후기 임상·차세대 ADC 위한 선제 실탄이제 시장의 관심은 리가켐바이오가 확보한 5000억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향합니다. 사실 리가켐바이오는 당장 돈이 급한 회사는 아닙니다. 올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35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3802억원입니다. 당장 쓸 수 있는 실탄만 4437억원에 달합니다.그럼에도 대규모 자금을 추가 조달한 이유는 R&D 투자 속도가 그만큼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2171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전년보다 91.6%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9.3% 급증한 674억원을 R&D에 투입했습니다. 이는 한미약품(651억원)과 대웅제약(552억원), 유한양행(547억원) 등 주요 전통 제약사 R&D 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코스닥 바이오텍 중 압도적 1위입니다.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연간 3000억원을 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향후 3년 내 10개 이상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매년 3~5개 신규 ADC 후보물질을 확보해 임상 단계로 진입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현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격적인 R&D 계획을 흔들림 없이 밀고 가기 위해 장기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입니다.리가켐바이오 중장기 성장 전략 개요 (자료: 리가켐바이오)리가켐바이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R&D와 임상개발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핵심은 파이프라인을 임상 2상과 3상 등 후기 임상 단계까지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ADC 신약개발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보다 임상 단계가 뒤로 갈수록 필요한 자금 규모가 급격히 커집니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려면 일정 단계까지 직접 데이터를 쌓아야 하지만 막대한 임상 비용 때문에 조기 기술이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이번 자금 조달은 이런 제약을 줄이는 발판이 될 전망입니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하되 가치가 큰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후기 임상까지 직접 수행하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기술이전을 기다리는 회사가 아니라 자체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더 큰 가치로 파트너십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죠. 동시에 회사는 차세대 ADC 플랫폼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자금을 투입해 중장기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이번 투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자금 지속성입니다. 정책금융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약개발사 미래 가치에 직접 투자했다는 점은 국내 바이오 투자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가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ADC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과 플랫폼 고도화에서 성과를 낸다면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직접투자는 K바이오 후기 임상 자금난을 완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물론 모든 바이오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차원의 전략성, 글로벌 경쟁력, 대규모 자금 필요성, 민간 매칭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술력과 파이프라인 경쟁력이 검증된 일부 기업에 선별적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리가켐바이오의 투자 유치가 한 기업의 재무 이벤트를 넘어 국내 바이오 후기 임상 생태계를 넓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최다은의 '최다은의 V(alue) 스캐너'일양약품이 거래 재개와 중국 합자법인 분쟁 해소에 이어 오너 3세 승계까지 마무리하며 정유석 대표 체제를 본격화했다. 수년간 회사를 둘러쌌던 굵직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힌 만큼 시장의 시선은 경영 정상화로 옮겨가고 있다.당장 정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일양약품의 수익성 회복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성장했지만 원가와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 부담이 커지면서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 합자법인에서 받은 269억원의 배당금 덕분에 순이익은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력이 개선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중국 합자법인 분쟁을 정리한 이후 새롭게 구축한 100% 자회사 체제의 성과도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주력 신약 '놀텍'의 특허 만료 대응과 '슈펙트' 중국 상업화, 후속 신약 개발까지 중장기 과제가 적지 않다.일양약품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1247억원보다 4.4% 증가했다.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상반기 4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해 141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2분기만 놓고봐도 부진이 이어졌다. 매출은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627억원보다 3.9% 늘었지만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손익 역시 6억원 흑자에서 2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수익성 악화에는 매출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돈 원가와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일양약품의 상반기 매출원가는 813억원으로 전년 동기 694억원보다 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4.4%의 약 4배에 달한다.이에 따라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55.6%에서 올해 62.5%로 6.9%포인트 상승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매출총이익은 553억원에서 489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판매관리비 부담도 커졌다. 상반기 판매비와관리비는 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387억원 대비 24.7% 늘었다. 경상연구개발비 역시 121억원에서 148억원으로 22.5% 증가했다.결과적으로 매출 증가로 얻은 효과를 원가와 비용 상승이 상쇄하고도 남으면서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141억 영업손실에도 순익 146억…269억 배당금 효과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적자에도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일양약품의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44억원보다 232.9% 증가했다. 본업에서 141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최종적으로는 1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기록했다.배경에는 중국 합자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배당금이 있다. 일양약품의 상반기 기타이익은 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6억원에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배당금수익이 269억원으로 기타이익의 97.7%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배당금수익이 없었다.앞서 일양약품은 지난 3월 25일 주주 간 합의를 통해 통화일양의 미분배이익 배당금 지급과 지분 양도 등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 중 통화일양으로부터 약 269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1분기에 약 245억원의 배당금수익이 반영된 데 이어 2분기에도 약 24억원이 추가되면서 상반기 누적 배당금수익이 269억원으로 늘었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를 본업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성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거래재개 이어 최대주주 등극…정유석 체제 본격화일양약품 수익성 회복 과제는 정 대표의 3세 승계가 마무리된 시점과 맞물린다. 정 대표는 창업주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2023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김동연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다 지난해 단독대표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섰다.올해는 지분 승계까지 마쳤다. 정도언 전 회장은 지난 21일 보유 중인 일양약품 주식 47만4073주를 두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증여 예정일은 다음달 21일이다. 장남인 정유석 대표에게 35만4073주, 차남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에게 12만주를 각각 넘길 예정이다.앞서 정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에도 보통주 170만주를 정유석 대표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의 보유 주식은 기존 80만8777주(4.14%)에서 250만8777주(12.85%)로 늘면서 부친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대표가 개인 지분율이 부친을 앞서면서 경영권에 이어 지배력까지 넘겨받았다.이번 추가 증여까지 완료되면 정 대표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부친으로부터 넘겨받는 주식은 총 205만4073주에 달한다. 보유 지분율도 14.65%까지 상승한다. 지난 3월에는 일양약품의 주식 거래도 재개됐다. 중국 합자법인의 연결회계 처리 문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을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일양약품은 거래 재개에 앞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도 손질했다. 계열회사 겸직 해소를 비롯해 윤리경영위원회·임원보수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외부 전문가 중심 사외이사 선임 등을 추진했다.다만 금융당국의 대표이사 직무 정지를 비롯한 회계 행정소송 등 관련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은 변수다. 상장유지 결정으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30년 합자체제 접고 100% 자회사로…중국사업 재건중국 사업 역시 분쟁 해소에서 성과 입증으로 단계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양약품은 그동안 중국 측 주주인 통화청산실업집단유한공사와 통화일양의 미분배이익 배당과 원비디 상표권 등을 둘러싸고 장기간 갈등을 겪었다.이 과정에서 통화일양 등 중국법인에 대한 실질 지배력 여부가 회계 문제로 번졌고 과거 연결 재무제표까지 수정했다. 중국 사업에서 시작된 갈등이 거래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까지 확산됐다.올해 들어서는 관련 문제들이 잇따라 정리됐다. 일양약품은 통화일양의 미분배이익 배당금을 회수하고 원비디 관련 상표권과 특허권, 보건식품 인허가 등 지식재산권을 넘겨받았다. 통화일양 보유 지분도 중국 측 주주에게 양도하면서 약 30년간 이어진 합자법인 중심 사업구조를 정리했다.대신 지난해 설립한 100% 자회사 일양약품(길림)유한공사를 새로운 중국 사업 거점으로 삼았다. 지난 6월에는 길림법인을 통해 인삼 드링크 '원비디' 완제품의 중국 수출도 재개했다. 초기에는 원비디 완제품을 중국에 수입·판매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현지 생산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과거 사업 기반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은 있다. 통화일양의 2023년 원비디 매출은 2억1997만위안, 약 405억원 규모였다. 다만 기존 합자법인을 정리한 이후 새 유통망과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과거 매출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되찾을지는 지켜봐야 한다.중국에서의 분쟁 리스크는 상당 부분 걷혔지만 새로운 사업구조의 성과는 아직 검증 단계라고 볼 수 있다.놀텍 특허만료·슈펙트 중국 진출…후속 성장동력도 과제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일양약품의 대표 합성 신약은 위장질환 치료제 '놀텍'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다. 각각 2009년과 2016년 출시된 이후 회사의 주력 신약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후 새로운 국산신약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특히 놀텍은 내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중장기적인 매출 방어가 필요하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도 기존 프로톤펌프저해제(PPI) 계열에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일양약품은 놀텍과 놀텍플러스정, 놀텍플러스미니정 등 제품군 확대를 통해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동시에 차세대 P-CAB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P-CAB 후보물질은 임상 초기 단계여서 단기간에 기존 제품을 대체할 성장동력이 되기는 어렵다.슈펙트의 중국 진출도 정 대표 체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사업이다. 일양약품은 중국 품목허가와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 기여 여부는 허가 이후 현지 시장 안착에 달렸다.결국 정유석 체제의 일양약품은 과거 리스크 정리 이후 성장동력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중국 합자법인과의 오랜 갈등도 상당 부분 정리됐다. 경영권에 이어 최대주주 지위까지 정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책임경영의 주체도 명확해졌다.반면 올해 상반기 141억원의 영업손실은 경영 정상화 이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269억원의 중국법인 배당금으로 순이익을 방어한 만큼 향후에는 일회성 성격의 영업외이익이 아닌 본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중국 사업 재건과 놀텍 방어, 슈펙트 중국 진출, 후속 신약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원가와 비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가 정유석 체제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