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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상변경 약국 공지가 그렇게 힘든가환자가 약국문을 열고 들어섰다. 며칠 전 고혈압제를 처방받아 간 60대 환자다. 수 년째 고혈압약을 구매해 간 환자 얼굴을 약사도 알고 있다.환자가 조제약을 내밀며 질문을 던진다. "지금껏 먹던 약이 아닙니다. 알약이 작아졌어요. 처방 변경은 없었는데 잘못 주신 것 아닌가요?" 조제 약사가 처방전과 환자가 내민 의약품을 견줘 봤지만 제품과 용량은 정확히 일치했고, 약사는 단골환자에게 알약이 작아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한참 후 동일한 의약품이 제조일 별 약제 크기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약사는 성상변경을 고지하지 않은 제약사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환자와 약사에게 혼란을 야기중인 '의약품 성상변경 홍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이슈 중 하나다. 약사법 상 경미한 수준의 의약품 성상·제형 변경은 고지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사정에 따라 알약 색깔이나 크기, 제형을 바꾸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도매상, 약국 등 외부에 변경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는 셈. 처방환자의 조제를 책임지는 약사들은 의약품 성상변경을 경미한 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는 성상변경을 법으로 강제화하면 일부 제약사들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과잉입법이 된다는 시각이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수 년째 같은 약을 복약중인 환자에게도 성상변경은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색상이 옅어지거나 크기가 줄어들면 기존 복용 제품과 다른 약이 잘못 조제됐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매일 먹는 약 모양을 모를리 없고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 어떤 약이 어떤 질환 치료용인지까지 꿰고 있는 게 만성질환자의 성상 인식률이다. 때문에 환자는 약물 오용을 피하기 위해 복약을 멈춘 뒤 다시 약국을 찾아 이유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제약사가 약물 성상변경 홍보를 제대로 제때 하지않아 환자 복약편의를 해치고 약사 조제신뢰도를 하락시킨 셈이다. 의약품 생산·판매·유통으로 이익을 산출하는 제약사는 성상변경 의무고지에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개별 약사나 약사회 차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성상변경 공문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변경 때마다 바뀐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대한약사회는 이미 정식 공문을 통해 한국제약협회에 성상·제형변경 시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정확하고 오해없는 약사 조제가 목적이다. 성상변경 홍보를 태만히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목표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태도와 불일치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경미한 성상·제형 변경일지라도 환자에게는 다른 약이 잘못 처방·조제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식약처도 성상변경 홍보 문제를 상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복약순응도 향상을 통한 국민건강 제고를 위해 성상변경 홍보 의무를 약사법 규제범위 안에 들여놔야 할 것이다.2017-04-10 06:14:53이정환 -
[기자의 눈] 한국의 '다니엘 블레이크'들을 위하여올해 초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는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뺏어가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영국의 복지제도를 꼬집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40여년간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 악화로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진단을 받지만, 돌연 상병수당 지급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는다. 노동이력이 증명되지 않아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은 단 2가지로, 심정지 위험을 안고 근무를 지속하면서 상병수당을 받거나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것이다. 통화요금마저 부담인 그는 사회보험 상담을 받기 위해 50여 분의 통화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어렵게 통화가 성사되더라도 기계적인 절차만 반복될 뿐, 정작 원했던 내용의 상담은 받을 순 없었다. 겉보기에 팔다리가 멀쩡한 다니엘이 일하지 않으면서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영국 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담센터를 직접 찾아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조차 어려운 60대 노인에게 온라인을 통한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기나 할까.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며 항변을 이어가던 그는 항고심사 직전 심장발작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영화는 항고심사에서 읽으려던 그의 주머니 속 편지로 끝을 맺는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다큐멘터리로 오해할 만큼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복지제도가 있지만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세계 어느나라보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신약이 시판허가를 받은 뒤 급여권에 진입하기까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물론 악명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건강보험제도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보장성은 월등하다. 정부가 제한된 예산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운영하는 단일보험(single payer) 제도의 특성상 분배정책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한다. 하지만 대안이 있음에도 치료비 부담 때문에 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한 부담감을 지워버릴 명분으론 부족할 것이다. 지금 국내 폐암 환자들의 관심은 4월 6일로 예정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다행히도 약평위 상정 여부를 놓고 한바탕 진통을 겪었던 면역항암제 2종(키트루다, 옵디보)은 상정이 확정됐다고 전해진다.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간의 논란과 고비용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반면 기존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EGFR T790M 변이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의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끝내 이번 약평위 안건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각각 경제성평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사 결과가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완벽한 제도란 존재할 수 없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건강보험료로 투입한들 의료현장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수 있겠냐만은, 요즘처럼 그 영화 속 메시지가 절절하게 다가올 때가 있을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다수의 '다니엘 블레이크'들을 위해 정부기관과 학계, 산업계가 부디 운영의 묘를 발휘해주길 바란다.2017-04-03 06:14:50안경진 -
[기자의 눈] 줄기세포, 신중해서 나쁠 게 있나요줄기세포 관련 규제 완화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정부, 국회에서 추진중인 '첨단재생의료' 법률안은 모두 보건당국으로 지정받은 의료기관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 논란이 불거지며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를 승인한 국가며 지금까지 상용화된 5개 의약품 가운데 4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승인 절차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분화되지 않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허가 소식 등은 진정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다. 지금 개발중인 치료제들도 혁신성을 무장했다. 이에 따라 몇년 동안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 관련 주들이 대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해당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굳이 '황우석 트라우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줄기세포는 아직 신중하고 조심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탯줄, 골수, 지방 등에서 추출·배양해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사람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는 아직까지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몇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어떤 경우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검증이 완벽한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지금은 줄기세포 치료의 성공사례만 부각돼 있을 뿐 전혀 효과를 못보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얻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것 역시 사실이다. 대부분 회사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꺼린다. 한국의 줄기세포 영역 선도가 이어지려면 정확한 제도와 감시·감찰은 반드시 필요하다.2017-03-31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적정성평가가 보여준 일차의료의 효과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대표적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 만성질환은 증세가 급성이 아닌, 완만하게 장기간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일차의료 단계에서 지속적이고도 저렴한 관리는 삶의 질과 건강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사평가원이 27일 공개한 '2016년도 고혈압·당뇨병 적정성평가 결과'에서는 이 같이 일차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미치는 함의가 잘 담겨 있었다. 전국 고혈압 진료 의원 2만1352곳과 당뇨병 진료 의원 1만6623곳을 대상으로 1년 간 외래 진료한 실적을 정교하게 평가한 결과, 고혈압 진료 의원 1곳을 꾸준히 이용한 환자가 84%인 그룹은 1만명당 입원 환자 수 43명, 그렇지 못한 반대 그룹의 입원 환자 수는 70명에 가까웠다. 당뇨병의 경우 의원 1곳을 꾸준히 다니며 약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비율이 99%에 가까운 그룹은 1만명당 입원이 243명 수준이었지만, 그 반대 그룹은 460명이 입원해 결과적으로 꾸준히 관리한 그룹이 배에 가까운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보다 의원 한 곳을 집중적으로 다닌 환자가 합병증 때문에 입원한 비율이 더 낮았고, 꾸준히 약제를 처방받은 환자 비율(평가대상기간 중 80%이상 약제를 처방받은 비율)도 높았다. 의원에서 외래 처방을 받으며 비교적 가볍고 저렴한 진료로 관리할 수 있음에도 의료기관을 여기저기 다니며 띄엄띄엄 관리하면, 중증 단계인 입원 치료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이 결과는 그만큼 만성질환관리에 미치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방증한다. 게다가 요즘은 만성질환이 단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복합질환 경향이 커지고 있다. 문턱 낮은 게이트 키퍼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통합적인 관리방안 모색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2017-03-28 06:14:50김정주 -
[기자의 눈] 장미대선 대비하는 의약단체들오는 5월 1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확정됐다. 일명 '장미대선'으로 7개월 앞당겨진 대선에 보건의약단체들의 정책공약 제안방법도 제각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선을 앞두고 7개월 전부터 미래정책기획단을 운영하다가 대선일이 확정되면서 대선참여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일차의료육성 및 지원특별법 제정, 의료전달체계 확립, 보건부 분리, 국민조제선택제 실시, 건강보험 문제 개선 등 5가지 정책을 포함해 총 25개 아젠다를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으로 만들었다. 대한약사회 또한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담은 공약 건의사항을 마련했다. 지역별 약사회장들은 각 유력 대선후보를 도와 보건의료정책을 건의하고 있으며, 약사 300여명이 약사포럼을 구성하고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정책적 행보에 나섰다. 과거에는 각 보건의약단체들이 유력 대선후보를 초청할 수 있는 자리 마련에 앞장섰다. 수 천명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참석해 각 단체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공약을 열거했다. 2012년 12월,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가족대회를 대한약사회는 전국여약사대회를 열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또한 각각 100세 건강걷기대회, 간호정책선포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번엔 수 천명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는 단체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유일하다. 한의협은 장미대선에 앞서 내달 9일 전국한의사가족대회를 열기로 하고, 한의사회원들에게 일정을 공지한 상태다. 대선이 당초 선거일 보다 7개월 정도 앞당겨진 상황에서 의약단체는 과거의 세과시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대선 정책 공약을 만들어 제시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 제안집을 만들고 배포만 하면 안된다. 각 의약단체별로 완성된 대선 정책 공약을 각 유력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하고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보건의료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2017-03-21 06:54:32이혜경 -
[기자의 눈]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에 바란다보건복지부는 15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위원명단과 첫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복지부와 위원회의 노력은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최소화하고, 위원들에게도 책임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책임의식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대전제에 대한 재인식이다. 위원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더 있다. 복지부 의뢰를 받아 고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설문조사 결과 국민 52.8%는 안전상비약 품목수를 현재처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심야시간대 필요한 품목이 적어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43.4%로 이 보다 적었다. 품목유지나 축소 의견이 과반을 넘긴하지만 확대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이런 설문결과는 품목조정 논의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안전상비약 제도를 조금 더 운영하면서 사회적 요구도가 더 커졌을 때 품목조정 논의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안전상비약 제도 외 심야공공약국 등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다.) 왜 그렇느냐고? 이번 연구보고서에서는 편의점에서 의약품 구매가 가능해진 이후 약을 더 자주 복용하는 지 물은 질문에 응답자 중 10.1%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설문결과가 나온다. 편의점 판매가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연구진도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일부 소비자들의 의약품 복용량이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보고서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질문했더니 '알고 있다'와 '모른다'는 응답비율이 각각 56.5% , 43.5%로 나타났다고 했다. 절반이상은 안전상비약도 의약품인만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숫자인 10명 중 4명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안전상비약 명칭에 '안전'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서 안전불감증에 노출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는 정부와 위원회 모두 국민건강이라는 대전제 아래서 이번 품목조정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품목조정에만 착목해 위원회가 연구보고서에서 제시된 이런 '포인트'들을 등한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위원회 검토와 심의결과가 반드시 품목확대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2017-03-16 06:14:50최은택 -
[기자의 눈] 사람 교체하고 장기간 신약투자 가능?작년 개별 제약기업들의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실패한 해처럼 느껴진다.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미약품으로 대표되는 신약개발 기업들의 부진이 분위기 침체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 실패 분위기를 찾자면 교체되는 연구수장들 때문이다. 올해 주요 대형 제약사들이 잇따라 연구수장을 교체했는데, 세대교체의 신호탄일 수도 있으나, 기존 R&D 전략의 실패 고백같기도 하다. 연구수장 교체는 연구개발 방향과 파이프라인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몇몇 기업은 이미 새로운 R&D 파이프라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안 되는 연구개발 과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젊은 오너나 CEO들이 당장 성과에 급급해 R&D 전략에 단기간 변화를 주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신약개발은 시간과 돈의 싸움이다. 최소 10년은 보고 꾸준히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자리보전에 급급한 젊은 오너 그룹이나 CEO들이 이같은 장기간 투자를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올해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수장 교체도 그래서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물론 혁신과 세대교체 차원의 목적이 있을터. 또 오너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인력교체와 상관없이 변함없는 R&D 투자 의지를 보인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너와 맞지 않아서, 한번 실패해서 등 이유로 연구수장이 교체됐다면 그것이 올바른 R&D 방향에 부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존 연구진들이 물갈이되고, 파이프라인도 새로 구성되는 일들을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비단 오너나 CEO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신약 R&D에 승부를 걸었다면 보다 신중하고, 인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사실 신약개발 한다고 돈 쓰지 말고,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에서 수익 창출하는 게 회사 구성원 입장에서도 더 나아 보인다.2017-03-13 12: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약국 자동화·전산화, 선택 아닌 필수다약국 POS 설치율은 얼마나 될까. 공식 집계는 없으나, 대략 20~30% 정도로 짐작된다. 낙관적으로 보아도 30%를 채 넘지 않는다고 약국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전국 2만여개 약국 중 POS를 설치한 약국은 5000개 정도되는 셈이다. 약국 탐방 취재에서 만난 한 젊은 약사는 "상점 인테리어가 수십년 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은 곳은 철물점과 금은방, 약국 뿐"이라고 말했고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구둣방에서도 POS로 계산을 하는 곳이 있다"며 약국 시설과 이미지가 철저히 낙후돼있다고 꼬집었다. 사람이나 장소나,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지금 이대로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인간을 두고 '죽을 정도로 힘들지 않으니 변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국은 변함없는 인테리어와 POS 없는 시설로도 충분했다. 처방전을 받아 조제를 하고 OTC를 판매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강산은 변했다. 약국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먼저 더 깨끗하고 전산화된 약국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약국 관련 업체들이 약국이 전산시스템을 갖추도록 권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인약국 추진은 약국가에 커다른 충격을 주며 일부 약국이 선진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POS조차 설치되지 않은 약국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약국이 변화하는 제도와 달라지는 의약품 시장에 어떻게 신속하게 대처할 지 설득하기는 힘들다. 때마침 베스트시스템, 크레소티와 같은 관련 업체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약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POS는 물론 이제 자동주문시스템도 등장했다. 약국 업무가 줄어들 것은 물론 전산으로 관리하는 약국은 전보다 더 효율화될 것이라 기대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지금 약사들은 너무 일이 많고 힘들다고. 전산화, 자동화를 통해 약국의 잔무를 줄이고 약사가 조금 더 편하고 만족스럽게 약국을 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인테리어에 공 들이는 약사들이 하나같이 '손님도 좋지만 우선 하루종일 약국에 있는 내가 좋자고 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약국이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외부의 요구와 소비자 만족 이전에 사용자인 약사에게 먼저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일이다.2017-03-09 06:14:50정혜진 -
[기자의 눈] 일련번호 의무화, 완성을 위한 과제의약품 유통분야 일련번호 의무화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도매업계 반발이 여전하다. 제약업계에 비춰보면 시스템 완비와 정합성을 맞추기 위한 준비과정이 반년 이상 소요되는데 진행이 순탄치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유통투명화와 안전한 의약품 투약을 위한 위해의약품 척결을 위해 8년 여에 걸쳐 추진해온 일련번호 의무화. 추후 일반의약품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용성 저하로 그 첫 단계부터 난항 중이다. 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 사업은 제약산업 육성과 유통투명화의 일환으로 구상됐지만, 이를 주도한 부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당시 지식경제부였다. 지경부는 당시 신개념 유통 시스템인 RFID를 제약산업에 활용한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시범사업 비용을 담당했다. 그러나 제약 전반으로 볼 때 시범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전액 자사 부담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했고, 비용과 인력, 업무 체계 변화 등 일대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사업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의약품 산업의 공공성이 중요시 된다고 할 지라도 민간기업은 투자비용 최소화를 기본으로 한다. 일찍이 RFID를 적극 수용했던 주류와 의류업계는 유통 규모도 컸지만 소위 '짝퉁'이 남발했던 유통 특수성때문에 투자비용이 크더라도 업계들의 참여와 투자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규제중심의 의약품 산업은 위조약 위험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크지 않아 제약 전반에 RFID를 채택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제약사 대부분이 2D 바코드를 차선으로 채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서부터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의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RFID와 2D 바코드를 모두 읽어 입·출하해야 하는 도매는 리딩의 완벽성이 내부 입력과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로 전산 즉시보고의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입·출고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 안에 월보고를 일보고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면 리더기 투자보다 인건비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일련번호 의무화 자체로만 본다면 정책 수용성의 최대 걸림돌이다. 수용성과 함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된 점도 문제다. 정책 예고만 8년 간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과연 정책이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직면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연기 또는 폐지 목소리가 거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현재 제약계와 도매를 별도로 만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책을 이끌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과 촉박한 상황에서 차선의 행보라 할 수 있겠지만 맥락이 맞는 지는 의문이다. 도매업계 요구사항들이 오롯이 제약사들의 자사 부담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부분 제약사 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았다.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는 얼마 남지 않았어도, 실제 행정처분 적용시점(2018년)을 감안하면 9개월 가까이 시간은 있는 셈이다. 일련번호 의무화의 완결이 도매·유통 단계 적용이라면, 이제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원 가능한 방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제약사의 설비 추가투자나 제약 또는 도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은 민간기업 생리상 반발만 더 키울뿐이다. 예를 들어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 행정처분 적용직전 등 한시적이라도 일정 기준에 따라 업체별 준비에 무리가 없도록 재정 또는 인력 등 효율화 정비에 직접적인 지원을 강구해야 할 때다. 최근 정부와 정보센터는 유통업계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도매업계에 재차 전달한 바 있다.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에 설득이 필요하고, 납득이 전제돼야 한다. 설득에는 은유도 필요하지만 직설도 필요한 법이다.2017-03-06 06:14:50김정주 -
[기자의 눈] '셀프디스'의 오류에 빠진 길리어드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시장에서 "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하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방패를 들고는 "내 방패는 견고해서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다"고 떠벌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구경꾼이 "그렇다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니, 장사꾼은 할 말을 잃고 서둘러 자리를 뜨고 말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모순'의 어원이다.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방패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한 창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지적할 때 사용되고 있다. 뜬금없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TDF)'로 시장점유율을 키워하고 있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 회사는 최근 비리어드의 후속약물로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성분의 '베믈리디(Vemlidy)'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건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일본 후생성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순차적으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올 하반기 안에 급여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성 B형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비리어드의 단점을 개선한 약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란다. 베믈리디의 특장점은 하루 섭취량이 25mg에 불과하다는 것. 현재 시판 중인 비리어드의 하루 섭취량인 245mg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혈중 안정성이 우수해 적은 용량으로도 비리어드와 동등한 항바이러스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길리어드 측은 신기능저하나 골밀도 감소 같은 부작용 위험을 현저하게 낮춰 안전성이 한층 개선된 약물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받고나면 이러한 메세지를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TAF 성분의 B형간염 신약이 기존 TDF 제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수적인 B형간염 시장에 비리어드를 출시한 뒤 지금껏 신장이나 뼈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 왔던 길리어드의 입장과는 상충된다. 문제가 되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다. 길리어드가 자사의 차기 약물을 홍보하기 위해선 문제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도 비리어드를 복용하고 있는 일부 환자들 중에선 복약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칼슘 수치가 떨어지고 단백뇨가 생기는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물론 모든 약에는 이상반응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를 부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더불어 기존 약물의 불완전성을 극복해 나가려는 길리어드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2012년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대형 품목으로 키워온 약물을 스스로 디스(?)해야만 한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오류에 빠지고 만 길리어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상당히 흥미롭다.2017-02-27 06:14:50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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