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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물약유통, 시장경제 눈으로만 본 법원

  • 이정환
  • 2018-01-25 06:14:53

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 애드보킷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물론 동물약국 약사도 직접 취급 가능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현재 동물약국에 유통중인 애드보킷은 정식 루트를 통해 입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개발사 바이엘과 단독유통계약을 체결한 벨벳이 애드보킷을 동물병원에만 판매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동물약국 공급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벨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벨벳 손을 들어줬다. 벨벳이 애드보킷 유통망을 동물병원으로 한정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한 공정위 판단은 틀렸다고 했다.

법원은 시장경제주의 체제를 도입한 한국에서 사업자가 유통망을 결정하고 납품을 막은 것은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동물약국 약사들은 벨벳으로부터 애드보킷을 납품받지 않더라도 다른 유통사로부터 애드보킷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을 입고할 수 있어 피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같은 법원 판결은 실제 약국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반박한다. 애드보킷과 동일한 성분이나 제형의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약사사회 입장이다. 법원이 '심장사상충 예방'이라는 적응증을 넓게 해석해 해당 적응증 보유약을 '애드보킷 제네릭'이라고 표현했을 뿐 애드보킷 제네릭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동물약사는 "도대체 동물약국이 어디서, 어떻게 애드보킷을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약국유통 애드보킷은 도매나 도도매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입고되는 의약품"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살펴볼 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동물약 유통문제를 시장경제적으로만 바라본 측면이 커보인다. 의약품 범주에 속한 동물약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놓은 셈이다.

공정위와 약사사회는 약사법적으로 애드보킷은 약사가 직접 취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취급이 불가한 측면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되레 벨벳이 기업 이익 추구를 위해 원하는 유통망으로 약을 유통시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약사들은 애드보킷을 직접 취급할 수 없을 뿐더러 세법상 불투명성이 높은 비정상적 유통거래로 약국 내 비치할 수 밖에 없게 됐다.애완동물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만나지 않고 약사들의 동물약 투약지도만으로 집앞 약국에서 애드보킷을 손쉽게 구매할 공식적 기회를 잃게 됐다.

수의사 진료비와 약국 대비 값비싼 약값부담도 따라 붙었다. 법원 판결이 약국이 비정상적 루트로 구매한 동물약을 보호자들이 편익감소를 감수하며 구매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판결은 약사법 등 유관법률을 민감하게 따지지 않고 동물약을 시장주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만 치우쳐 재판한 결과다. 약사는 정상적인 유통라인에 놓인 애드보킷을 구매해 보호자들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상식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펼쳐왔다. 법원이 시장주의체제 보다 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곱씹어 판결 영향력을 재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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