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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DA 바이오시밀러 정책이 보내는 시그널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촉진정책 발표 이후 국내 기업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FDA 국장이 18일(현지시각) 공개한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iosimilars Action Plan)에는 총 11가지 정책이 담겼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허가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방률 증대 차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골자다. 가령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늦추기 위해 법정 소송을 벌이거나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규제를 받을 수 있다. FDA에 따르면 2015년 3월 산도스의 작시오가 미국 최초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된 지금껏 시판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11종(7월 18일 기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실제 시장에 출시된 품목은 3종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남았거나 법정 소송 등의 사유로 발목이 묶여있는 탓이다. 시장론칭에 성공했더라도 거액의 리베이트를 빌미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련 시장의 절반과 독점 계약을 맺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한꺼번에 계약하는 조건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 존슨앤드존슨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 인해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상품명)는 레미케이드보다 15% 저렴하다는 가격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급기야 인플렉트라의 미국 현지 판매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연방독점금지법과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 위반 사유로 존슨앤드존슨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FDA 액션플랜은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들을 비롯해 증권가에서도 FDA의 변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시그널이 담겨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미국, 유럽을 통틀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미 과당경쟁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그룹의 산도스나 밀란과 같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특화된 기업 뿐 아니라 화이자,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등 빅파마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지 오래다. 산도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핵심시장에서 암과 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 5종의 허가를 취득하고 발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제시해 왔고, 조금씩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판매 경험을 쌓은 화이자는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시밀러 3종의 FDA 허가를 따냈다. FDA가 선사한 행운의 카드가 국내 업체들에게만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이유다. 민간의료보험 비중이 높은 미국은 정부 정책 만큼이나 보험사의 급여리스트에 의한 리베이트 유무가 의약품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특성을 간파한 밀란은 지난달 허가된 퓰필라(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의 고시가격(AWP)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67% 수준으로 책정했다.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임에도 오리지널 및 곧 출시될 후발주자들과 가격 차별성을 두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물론 제네릭과 달리 높은 제조비용이 수반되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무조건적인 가격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초안 발표 이후 1년째 시간을 끌고 있는 대체조제(Interchangeability)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경우, 대체조제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비용을 감수해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탄탄한 임상근거가 겸비되지 않는다면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의미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많은 수출 실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해외 시장에서 조금 더 멀리, 오랜 기간 선전하기 위해 가격 이외 다양한 차별성을 갖춰야 할 때다.2018-07-26 06:29:59안경진 -
[기자의 눈] 발사르탄 진정국면 뒤엔 그들이 있었다소동이 따로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토요일) 정오쯤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의약품 219품목에 대한 판매 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유럽의약안전성(EMA) 발표 검토 후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국내 환자 160만 명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종적으로 문제 의약품 처방·조제가 확인된 환자는 17만8000여 명이다. 하필 주말이어야 했을까. 이틀 동안 밤샘 현장조사를 했다는 식약처는 9일 219품목 중 104품목에 대한 판매중지를 풀었다. 그리고 아직 판매중지 중인 115품목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량과 위해성 여부도 모른다. 조사가 끝난 이후 후속조치까지 마련하고 요양기관이 문을 여는 월요일(9일) 오전, 최종 115품목 판매중지를 공개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식약처의 행정절차 과정은 발사르탄 고혈압약 회수가 모두 이뤄지고, NDMA 위해성이 공개된 이후에 또 다시 평가가 있으리라 본다. 그 중간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교환율이 의미하는 바다. 판매중지 의약품 115품목을 처방·조제한 환자 중 14만명 이상이 다른 고혈압약으로 교환을 마쳤다. 정확히 2주만에 80%가량이 재처방·재조제를 마쳤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리콜 조치에 들어간 유럽 22개국과 미국은 교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급하게 결정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미 발암물질 유발 가능성으로 식약처의 판매중지가 내려진 상황에서 국민정서상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 교환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의약품 교환 결정이 내려지면서부터의 과정은 보건복지부가 맡았다. 실무 작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권한을 쥐고 있다. 심평원은 의약품안전대책추진단을 구성했고, 공단 또한 발사르탄 대처를 위한 임시조직을 계획하고 있다. 복지부, 심평원, 공단, 그리고 의료계와 약업계가 함께 했다. 심평원은 DUR을 활용해 요양기관이 판매중지 의약품을 처방, 조제할 수 없도록 차단조치를 했다. 식약처가 7일 219품목에서 9일 115품목으로 판매중지 의약품을 조정했을 때도 심평원 DUR관리실은 24시간 대기하면서 DUR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바빴다. 판매중지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이 발행되면서 잡음이 일었지만, 이는 'DUR 온·오프' 기능 탑재로 인해 '오프'한 요양기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요양기관이 DUR을 켜뒀더라면, 판매중지 이후 처방·조제가 이뤄진 발사르탄 고혈압약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또한 빛을 봤다. 심평원 의약품종합관리센터는 판매중지 품목을 확인 후, 제약사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어느 요양기관에 공급했는지를 일련번호를 통해 파악했다. 올해부터 제약회사에 의무 적용된 '일련번호 즉시보고'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결과다. 만약 도매업체, 요양기관까지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졌다면 어느 환자가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복용했는지 까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교환부터 회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까지는 도입 전에는 각 이해관계로 인해 반대가 심했지만, 도입된 이후 빛을 발하는 제도도 한몫했다. 그리고,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의사와 약사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에서 처방이나 조제가 이뤄진 내역을 파악할 수 있지만, 환자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내를 할 수 없다. 공단은 수진자별 개인정보가 있지만, 어쩐지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 요양기관이 나서서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 조제 받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식약처 발표 이후 주말 내내 환자들의 민원을 받아낸 사람들도, 교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마찰까지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도, 모두 현장에 있던 의·약사였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2018-07-23 12:06:52이혜경 -
[기자의 눈] 한미의 복합제 전략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한미약품이 내놓은 복합제 신제품들이 올해 상반기 원외 처방약 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작년 하반기부터 선보인 신제품 가운데 일부 수입 오리지널약물을 제외하고 한미약품 제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상반기 3제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 플러스'가 39억원을 기록했고, 천식+알레르기비염 복합제 '몬테리진'이 35억원, 골다공증복합제 '라본디'가 30억원으로 순항했다. 신제품 상위 5개 품목 가운데 3개가 한미약품 제품이다. 복합제는 이미 국내 제약사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성분을 토대로 우리만의 뛰어난 제제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 조합의 복합제들이 탄생했다. 아모잘탄 플러스나 몬테리진, 라본디 역시 그전에는 보지 못한 조합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아모잘탄플러스, 로수젯, 로벨리토 등 복합제로 내수시장에서 크게 재미를 봤다. 한미의 성공은 다른 제약사들을 자극해 수많은 복합제들이 양산되고 있다. 복합제는 양날의 검이다. 2~3개 약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들은 복용이 편리하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과거 제네릭약물 만들듯이 복수의 복합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제약사 간 과다경쟁과 취급 곤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상시험을 거친다지만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수준의 허가입증 자료도 국내 복합제를 폄하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한다. 영업 현장에서는 제품력보다는 'MR을 다그쳐 실적을 내는 제품'이라며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의 복합제 전략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 수많은 복합제 가운데 한미약품처럼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제약사는 손에 꼽힌다. 한미 복합제의 선전은 최초 조합이라는 제품력과 영업력이 시너지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한미는 최초를 위해 남다른 특허전략을 세우고, 남들과 손잡지 않는다. 로수젯은 MSD와 에제티미브 특허 허여 계약을 맺어 경쟁사보다 6개월 일찍 나왔다. 한미의 복합제들은 또한 단독임상을 통해 홀로 나와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국내 제약사들은 복합제 역시 개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위탁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나온 복합제들이 영업을 잘해 성공하기도 하지만, 같은 공장에서 나온 타사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기가 어렵다. 한미는 글로벌 신약개발로 다른 국내제약사들을 이끌면서 또한 내수시장에서 판매전략도 가장 선진적이다. 과다경쟁의 온상인 제네릭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재빨리 복합제, 개량신약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는 외형성장과 제품구색을 맞추기 위해 '제네릭'을 묻지마식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중국산 발암 우려 발사르탄 원료로 제네릭 가치가 폄하되고, 공동·위탁 개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는 상황에서 한미의 앞선 제품개발 전략은 국내 제약사들이 한번 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2018-07-19 06:29:20이탁순 -
[기자의 눈] 발사르탄 쇼크…대체조제와 리베이트유럽발 발암물질 발사르탄 고혈압제 쇼크가 전국을 강타했다. 지난 주말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결정했고, 일요일 뉴스를 접한 국민과 고혈압 환자들은 불안에 빠졌다. 월요일 아침, 혼란은 본격화 됐다. 일선 약국가와 병·의원은 약품 문의와 환불을 요구하는 환자들로 업무마비 현상을 겪었다. 식약처와 복지부, 공단·심평원, 약사회, 의사협회는 후속조치와 국민불안 해소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갑작스런 발암물질 이슈로 홍역을 치른 병·의원 약국이 충격을 말끔히 씻어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기관 재처방과 약국 재조제에 뒤따르는 수가에서부터 환자 본인부담금 등으로 이어지는 급여 정산이 마무리돼야 한다. 발사르탄 쇼크 불길은 의사와 약사 간 직능갈등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의사는 약국약사의 대체조제가 발암물질 이슈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저가약 인센티브 제도로 값싼 고혈압제 사용을 독려하고 약사에게 재정을 지원한 정부는 각성하라는 게 의사들의 중론이다. 성분명 처방은 발암물질 이슈를 양성하는 주원인으로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약사는 의사 처방전 대로 의약품을 조제하는 기능 외 역할이 없다"고 까지 했다. 그는 이번 이슈와 다소 거리가 먼 '약국 백마진' 마저 화제에 올렸다. 약사는 의사가 난데없이 발사르탄 이슈로 약사직능을 비하하고 문제와 관련없는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 저가약 대체조제 문제를 끌어내 왜곡된 주장을 쏟아냈다고 맞섰다. 처방권을 쥔 의사가 발암물질 의약품을 처방해 놓고 책임을 약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고 했다. 고질병인 의사 리베이트가 발암물질 발사르탄 쇼크 중심에 있다고도 했다. 전국적, 세계적 의약품 이슈를 의사직능 강화와 약사직능 비하 구실로 삼지 말라는 비판이다. 이쯤되자 이슈 본질인 발암물질 발사르탄 문제는 뒷전 취급되는 모습이었다. 의사와 약사는 고혈압환자의 불안해소와 문제 발사르탄 재처방·재조제에 의견을 모으기보단 얼굴을 마주보며 쓴소리를 내뱉는데 정력을 쏟았다. 의약품 불순물 이슈는 비전문가인 국민들에게 막연한 공포를 전달한다.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은 약물을 꾸준히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포감의 빈도와 크기가 더 크다. 의사와 약사, 정부가 발사르탄 이슈 해결과 국민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발사르탄 고혈압제로 새삼 오랜기간 의약사 직능갈등 핵심에 자리했던 대체조제와 성분명처방 이슈와 의사 리베이트, 약국 백마진 논란이 재차 부상한 건 국민 시각에서 결국 의·약사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의사와 약사가 힘을 합쳐 발사르탄 고혈압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암물질로 지적된 NDMA의 실제적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점이 못내 아쉽다. 전문가의 입은 타 직능을 비판할 때 보다 문제 본질을 깊숙이 파악하고 의·약학적 견해를 대중앞에 내놓을 때 빛을 발한다.2018-07-16 06:29:10이정환 -
[기자의 눈]코오롱티슈진 대표의 인보사 자화자찬장밋빛 전망이 넘친다. 피크 매출을 10조원으로 점친다. 3상 성공이라는 단어가 수없이 쏟아진다. 7월10일 인보사 국내 허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의 입에서는 인보사 예찬론이 펼쳐졌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임상 성공은 어렵다. 신약 개발을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에 진입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이마저도 49%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항변한다. 49% 숫자에는 개발 어려움이 큰 항암제가 포함됐다고. 하지만 신약 개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표의 임상 성공이라는 표현은 낯설기 그지 없다. 그것도 3상 시작도 전에 말이다. 이 대표는 제약밥만 20년 가까이 먹었다. 자신감일수 있다. 다만 신중해야한다. 주가 변동이 심한 코스닥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인보사는 사실상 코오롱티슈진 주가 등락의 키를 쥐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52주 최고 7만5100원이던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5월31일 3만2600원까지 떨어졌다. 52주 최저인 3만1800원에 비슷했다. 인보사 3상 소식이 전해지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7월10일 종가는 4만1500원으로 상승했다. 7월11일 종가는 4만2950원이다. 인보사의 영향력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임상은 변수가 많다. 3상 진입은 실패 확률이 줄었을 뿐이다. 49%라는 숫자는 코오롱티슈진 입장에서 '절반이나 성공한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쪽에서는 '절반이나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2차 평가지표로 보는 구조개선(연골재생) 효과에 대한 자신감도 마찬가지다. 코오롱티슈진은 2차로도 효능을 증명하면 라벨에 연골재생 효과를 실을 수 있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임상의 핵심은 1차 평가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연골재생 등 디모드 개발은 애초에 어렵다. 디모드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고칠 수 있는 약품을 말한다. 물론 한국인 입장에서 코오롱티슈진의 기대가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 회사는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는 경영철학도 이해가 된다. 다만 시장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빼먹었다. 자화자찬을 과학으로 입증하길 기대해본다.2018-07-12 06:29:30이석준 -
[기자의 눈] 고혈압약, 환자만큼 약국·도매도 두렵다언제까지 시장 논리에 맡겨둘 것인가.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거나, 하다못해 의약품 하나라도 교환, 반품, 회수 조치가 되면 뉴스를 접하자마자 약국과 도매업체는 긴장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싸우고 시달려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몇해 전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는 제약사에게도 폭탄이었지만, 중간에서 의약품 배송을 주로 해온 도매업체에게도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왔다. 정해진 날짜가 가까워지면서부터 '전쟁'은 시작된다. 제약사가 약가정산 분을 줄이고자 물량을 조절하면 '약이 없다'고 성화하는 약국 항의에 맞춰 없는 약을 구해다 주는 것으로 도매업체의 고난이 시작된다. 날짜가 임박하면 자사의 해당의약품 재고는 물론 거래 약국 재고까지 물량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입력하라'고 약국에 공지한 후 정한 날짜가 되면 각 약국에 차액을 정산해주려 도매업체 경리부는 또 한번 전쟁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약국 정산까지 해준 도매업체에 제때 정산액을 주지 않는 제약사다. 심한 경우 1년 가까이 정산을 미루는 배짱을 볼 수도 있다. 약사법에서 정하지 않았으니 강제할 수 없고, 거래관계에서 때론 을이 되는 도매가 정산을 재촉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의약품이 반품, 회수될 때마다 반복된다. 다빈도일 수록, 거래 약국이 많을 수록 골치아픈 상황은 비례한다. 도매업체뿐일까. 반품, 회수일 때에는 약국도 비슷한 고초를 겪는다. 소비자 항의를 (잘못도 없이) 약국이 감당해야 하고, 환불, 정산 등을 약국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업무는 또 도매로, 제약으로 이어진다. 타이레놀 어린이 시럽 등 굵직한 의약품 회수 조치를 회상하며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반품, 회수 때문에 추가로 약국을 왔다갔다 하는 인력, 그에 따른 유류비, 정산 업무 폭증은 기본이다. 어떤 약국은 착불로 의약품을 보내온다. 배송비까지 내며 왜 도매업체가 제약사 불량제품을 회수해줘야 한다." 이 당시 정산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그건 시장 논리에 맞춰 업체들끼리 해결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장 논리에 따르자면 도매업체와 약국은 정부의 문제의약품 반품,회수 절차에 협조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계 종사자라는 의무감에 이 모든 걸 감당하는 개인사업자, 유통업자들에게 정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며 반품, 회수 공지를 띄운다. 의약품 반품 절차나 매뉴얼에 대한 취재를 여러번 해왔지만, 그 때마다 환자와 생산자 중간에 끼어있는 약국과 도매업체는 '기준이 될 만한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항의한다. 그러나 식약처가 내세우는 가이드라인은 오로지 제약사와 식약처 간의 절차만 포함될 뿐, 잘못된 의약품이 실제 제약사로 돌아오기까지 거치는 무수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 수고비, 실비와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219 품목 고혈압약이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으로 인해 판매 중지됐다. 일부 품목은 회수 결정이 불가피할 지 모른다. 한 품목도 골치아팠던 약국, 도매업체들에게 다수 품목이 회수될 지 모르는 이 사태는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업무 증가와 비용 증가, 지난한 정산 절차를 떠오르게 한다. 위기 사항일 수록 빛나는 것이 매뉴얼이라던데, 우리 의약행정에서 이러한 빛나는 매뉴얼이 마련될 날이 아직도 먼 것일까. 오늘도 약국과 도매는 어쩌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반품, 교환 절차를 나홀로 해결하고 있다.2018-07-10 12:29:50정혜진 -
[기자의 눈]리피오돌, 우리에게 '게르베'는 없나간암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 리피오돌을 구할 수가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제약사가 공급하지 않기 때문인데, 약가가 원인이다. 약가 인상 상한가인 26만원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있는 환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참 황당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피오돌의 주인은 다국적사 '게르베'다. 1998년 게르베코리아가 설립돼 국내에서 조영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리피오돌의 1998년 국내 약가는 8410원, 2012년에는 5만2650원이었다. 그리고 올해 게르베코리아, 아니 정확히 그 뒤에 있는 게르베 본사와 협상 중인 약가가 26만원대다. 리피오돌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유기성 요오드 조영제로 마르쉘 게르베 박사가 1901년 처음으로 발견했다. 1926년 최초의 X-레이 조영제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후 자궁난관과 림프 조영제 등으로 쓰이다 간암 조영제가 추가됐다. 2014년 미국에서 희귀약 지정을 통해 2021년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특허권이나 별도 독점권이 없다. 단, 리피오돌 생산에는 원료인 '천연양귀비 오일'이 필요한데 현재 천연양귀비 오일을 제조하는 곳은 전 세계 단 두 곳으로 알려진다. 게르베와 게르베 자회사다. 국내 마약법을 적용 받는 양귀비 과를 들여올 때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 해당 종류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과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 등 3개다. 외에는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다. 일부 지자체 축제에서 양귀비를 심어놓는 경우가 이런 예다. 원료만 있으면 누구나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리피오돌에 쓰이는 양귀비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게르베가 제조·생산하는 '천연양귀비 오일'이 국내에선 특허나 독점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고, 단 26만원대 의약품에 자국민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게르베 같은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게르베는 조영제 전문 제약사다. 따라서 리피오돌같이 수요가 많지 않은 의약품도 꾸준히 생산해 온 것이다. 첫 발견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그 가치가 높아진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낸 대가로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의 최우선 목적이 이익을 내는 것임에도 인류애적 측면에서 '제약사' 기업 가치는 '건강'이다. 수요가 증가했다고 약가 인상을 빌미로 공급을 중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제약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유한양행과 신약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산업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한미약품이 있다. 바이오의약품 CMO와 개발 분야에서 전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제약사가 필요한 시기다. 국내사 대부분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 의약품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로 내분비순환기계가 있다. 과연 국내 제약산업이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져야 한다. 팔과 다리는 얇은데 배만 나온 '비만형'은 아닐까. 제네릭만 만들어도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필요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나오는 시장만 형성되면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얘기한다. 의약품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공공제약사 설립이나 필수의약품 공급 콘트롤타워에 대한 얘기가 몇년 동안 나오는 이유일 터이다. 정부의 선제적 개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 모두 무너져 가는 단 하나의 다리를 받치기 위한 '버팀목'에 그칠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신약만 많이 만든다고 제약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제약사가 많다면 제 2의 리피오돌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제약사들은 특정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건너지 않아도 소수를 위한 다리가 많이 있었다면, 우리 마을에 있는 단 하나의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2018-07-05 06:23:13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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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잡아도 교묘히 빠져나가 버리는 면대약국최근 한 인물로 면대약국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됐다. 조세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검찰이 그가 지난 20년간 인천의 한 대형병원 문전약국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조사중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언론은 물론 약사사회도 재벌자본의 불법 면허대여 약국 운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시약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어 약사면허 불법대여를 통한 재벌자본의 시장 유입을 강력 규탄하며, 검찰의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시약사회는 "면허대여의 문제는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고, 내부 고발이 거의 없고, 통상 논란의 이슈로 크게 부상하지 않는단 점에서 약사사회의 뿌리 깊은 악성종양과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자본맹신주의가 낳은 불법 면대약국을 발본색원할 수 있는 원천적 제도 도입 정부에 촉구했다. 시약사회의 표현 그대로 면허대여 약국은 의약분업 이후 20여년간 약사사회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고 최근들어 정부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간 별다른 증거 없이는 고발도, 수사도 어렵단 점에서 방치된 동안 그 수법은 더 교묘해졌고, 규모는 쉽게 손댈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는 것이다. 근래 서울 아산병원 인근 약국 4곳이 면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소환조사가 이막했단 소문이 돌면서 이들 중 한곳 약국은 이미 폐업해 다른 약사가 약국을 새로 개설했고, 또 다른 약국 역시 폐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약사회가 보건소에 해당 약국에 개설 허가 보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소는 면대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조사 기간 중 약국 폐업과 새 약사의 개설을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고발이나 명확한 증거를 통해 면대약국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고발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업자들은 약국을 폐업하고 잠적하는가 하면 다른 약사에 급매하는 수법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이 사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다른 사람에 증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면허대여가 확인되도 그간 이익에 대한 환수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면대약국, 사무장병원 등 지급정지, 가압류 등을 관할하는 공단 측도 이들에 대한 행정처리 과정에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조사 결과 면대가 의심되면 최소한의 조치로 급여비 지급정지는 할 수 있지만, 현재 법으로는 이 마저도 다른 약사에 약국을 넘겼을 경우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 더불어 가압류 등 체납처분 행정조치는 명백하게 법을 위반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집행할 수 있다보니 약국을 폐업하거나 매매한 후 잠적하고, 재산을 은닉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란 것이다. 일부 약사는 이번 조양호 회장의 면대개입 의혹이 음성적으로 방치돼 왔던 면대약국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병원, 약국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만 여기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에 대한 보건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수사 개시 시점부터 급여 정지는 물론 병원, 약국 매매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2018-07-02 06:29:53김지은 -
[기자의눈]국산 신약, 투명한 데이터 공개 필요한 이유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수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국산신약 후보물질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물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다수 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들의 임상(1상, 2상, 3상) 완료, 심지어 허가에 대한 보도자료에도 약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세부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OOO 약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최초의 XXX암 치료제다.',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보했다.' 내용은 매력적인데 근거를 안 보여준다. 몇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기간동안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 결과, 비교군과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수치 상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좋은 약'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코멘트가 약에 대한 설명의 전부인 사례도 있다. 해당 회사에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면 "시간이 걸린다", "지적 재산권이기에 내용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올때가 많다. 연구 논문 전체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신약이 어느정도 고무적인지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얘기다. 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다국적제약사와 비교가 된다. 이들 회사는 보도자료에 단순 연구결과 소개를 넘어, 대조군에 비해 우월했는지, 동등했는지, 혹은 비열등했는지 정확히 기술한다. 특정 평가지표에서 수치 차가 있었을 경우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인지 여부까지 포함돼 있다. 과도한 데이터 설명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는 다국적사들이 자료 배포 전 사내 메디칼 부서의 철저한 리뷰를 통해 의학적으로 모호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기원한다. 리베이트를 버리려 노력하고 R&D에 힘을 쏟는 최근의 모습에 감명도 받는다. 작지만 내실있는 바이오벤처에게 희망도 보인다. 다만 명확함이 필요하다. 신약은 과학이다. 환자가 최종 소비자다. 국내사의 신약개발 성공례 자체가 고무적이다. 오픈하고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IR(Investor Relations)만 신경 쓸때가 아니다. 주식 갖고 장난친다는 오명 역시, 리베이트의 굴레처럼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2018-06-28 06:30:10어윤호 -
[기자의 눈] 늦은 밤 나홀로약국에 '도넛'이 필요하다전에 읽은 어떤 글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도넛과 경찰관의 상관관계였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경찰관은 항상 백인에, 우람한 어깨와 잔뜩 나온 배를 하고는 경찰차에 기대 서서 도넛을 먹고 있는데, '미국 경찰은 왜 도넛을 많이 먹을까'가 그 글의 시작이었다. 미국 70, 80년대 한창 패스트푸드 붐이 일 때, 많은 도넛 가게들도 함께 융성했는데 이들의 고민은 심야시간 치안이었다. 가뜩이나 넓은 땅에 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 사회에서, 심야에 강도가 침입할 리스크를 안고 24시간 영업을 하려니 도넛가게 사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민은 '어떻게 하면 경찰관이 가게를 더 많이 들르게 할 것인가'로 이어졌고, 몇몇 주요 도넛가게들이 경찰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넛가게를 들르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강도와 도둑은 조금씩 도넛가게를 멀리하게 되었단다. 우리가 알 수 있는 표면적인 '도넛 마케팅 스토리'는 이렇게 위트있지만, 이런 스토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미국의 수많은 도넛가게 종업원과 사장은 심야 강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 도넛가게에서 벌어졌을 거란 얘기다. 그 참혹한 일이 최근 우리나라 포항에서 재연됐다. 심야도 아닌 주말 저녁 시간, 약사와 종업원이 함께 있었음에도 이들은 난데없이 침입해 칼을 휘두른 괴한에게 상처를 입었고 어린 자녀의 엄마였던 30대 종업원은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돈을 노린 강도도 아닌, 조현병 환자임이 유력하지만 절박했던 그 상황에 괴한을 제압할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심야에 문을 연 상점,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약국뿐 아니라 어디나 이런 범죄에 노출돼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치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물론 옳다. 그러나 심야에 문을 여는 약국처럼 여직원과 여약사 종사자가 많으며, 몸이 아픈 국민들에게 절실한 공간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상황에 맞는 '도넛'을 개발할 때다. 약사회와 경찰청의 공조도 좋고, 경비업체와의 MOU 체결도 생각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도넛'처럼, 순찰을 도는 경찰이 한번이라도 더 들를 기회를 약국이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약국에 오는 경찰에게 무상으로 드링크를 제공하는 벤치마킹은 어떨까. 대관절 약국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약사사회가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심야시간 약국을 지키는 약사와 직원은 언제까지나 불안하고, 불안하고, 또 불안할 수밖에 없다.2018-06-25 06:29:30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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