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대 혁신신약학과 설치 수수방관 안된다
교육부의 혁신신약학과 신설로 약대 내 4년제 학과 우후죽순 늘어날 전망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부에서 혁신신약학과 신청을 2월 초까지 받고 있어 4년제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들이 추가될 전망이다. 작년에는 다수의 대학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가천대, 서울대, 경북대에 262명만 승인받았다. 이외에 계명대는 자체적으로 학내 정원조정을 하여 신설했다. 4년제 비약사를 양성하는 학과가 생기면서 약대는 약사를 배출하는 대학이라는 불문율은 이미 깨졌다. 그런데도 약계가 평온하기만 하여 무관심인지 아니면 방관인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이들 학과가 늘어나면 약사의 제약산업 진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도 볼 수 없다. 혁신신약학과 졸업생은 산업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6년제 약사 인력의 산업 분야 진출과 겹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서는 제조관리자, 품질관리자, 안전관리책임자 등 약사 면허자의 역할과 필요성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또한, 4년제 학과를 졸업한 후에 약사가 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17개 6년제 약대 무더기 신설, 이제는 4년제 산업인력 양성으로약대는 2+4년제와 통합6년제의 두 차례 학제개편이 있었다. 이 시기에 입학정원 30명 미만의 소규모 약대 17개가 무더기로 신설되었다. 이때 교육부는 산업약사 부족분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양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정 심사에서 약과학자 양성에 비중을 두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설 약대 졸업생은 대다수가 임상약사로 진출하여 원활한 산업 인력수급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약대 신설은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교육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어찌 보면 4년제 학과 신설은 6년제 학제개편보다 약계의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6년제 약사양성과 4년제 비약사 배출 사이의 역할 분담 내지는 교육 차별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 약대 내에 6년제와 4년제 학과를 병행하는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 등 앞서간 국가들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상당 기간 학계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 있었고, 임상약사와 약과학자 양성이 구분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다수가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약사회와 약학교육협의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6년제 약대의 산업약학 교육과, 4년제 제약산업 인력 교육이 서로 겹치기만 한다.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약계와 약학교육계는 2000년대 전후의 격변기를 겪으며 굵직한 사안들을 함께 헤쳐왔다. 한약분쟁. 의약분업, 약대6년제와 같은 큰 산들을 넘을 때 보였던 무게감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높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고산병의 무력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인다. 약학교육을 교육계가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의 판단이나 외부의 입김에 여전히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 당사자들의 몫이다.교육부의 자율혁신 정책으로 학과 신설을 허용한데 대해 교육계의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역작용이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여 뚝딱뚝딱 날림으로 약학교육의 집을 짓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4년제 혁신신약학과 신설이 확대되어 가는 데 대해 약계와 무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체성을 가지고 양립하게 하던, 차별성을 가지고 별도 운영하던 약계와 교육계가 공감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필자 약력 - 성균관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장- 현 대한약사회 총회의장- 현 약학교육평가원 이사장
2024-01-22 09:22:03
김대업 약평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