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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근거 없는데"…SGLT-2 억제제 급여확대 논란

  • 안경진
  • 2018-10-15 06:25:30
  • 당뇨병학회 보험법제위원회 토론회, 당뇨병 약제 허가-급여기준 개선안 논의

13일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우제 울산의대 교수
현행 당뇨병 약물 급여기준 개편을 요구하는 학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도입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또는 TZD(치아졸리딘디온) 병용투여에 대한 급여 제한으로 인해 진료현장의 효율 및 환자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학회의 주장대로 급여제한을 풀어줄 경우 허가사항에 없는 병용조합을 급여로 인정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르면 같은 SGLT-2 억제제라도 개별 성분에 따라 병용 가능한 DPP-4 억제제와 TZD가 달라진다. 국산 신약개발과 임상연구 활성화를 위해 한국인 대상의 임상연구를 수행한 경우에 한해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팽팽하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 및 급여기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복잡한 식약처 허가사항…진료현장 혼란 초래

이날 토론회에서는 울산의대 이우제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가 보험법제위원회를 대표해 발제를 맡았다. 이 교수는 현행 국내 당뇨병 치료제의 급여결정 과정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재하는 의약품 허가사항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사항이 유독 까다롭게 기재된다는 견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약제 처방대상의 연령이나 질환 특성만을 간략하게 기재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내 식약처는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사항을 기재할 때 근거로 제출된 임상연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다. 식약처 허가사항 내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원칙을 따르다보면 급여기준마저 복잡해지는 문제가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이우제 교수가 제시한 현행 당뇨병 급여기준의 문제점
2014년 9월 SGLT-2 억제제 중 가장 먼저 국내 출시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국가별 적응증을 살펴보면 이 같은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에게 식이 및 운동요법과 함께 처방, 유럽의약품청(EMA)은 18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 목적으로 포시가를 단독 또는 병용처방하라고 명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제2형 당뇨병만을 기재해 허가사항이 더욱 간결하다.

그에 비해 식약처의 포시가 허가사항은 다소 복잡하다. 포시가를 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처방할 때 허용되는 6가지 조합을 일일이 나열했다.

▲이전 당뇨병 약물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으며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이 어려운 경우 메트포르민과 병용투여 ▲메트포르민 또는 설포닐우레아(SU)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 ▲인슐린 (인슐린 단독 혹은 메트포르민 병용) 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시타글립틴 단독 혹은 메트포르민 병용) 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 ▲메트포르민과 SU 병용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 ▲메트포르민과 삭사글립틴 병용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병용투여 등이 병용요법 허용 조합이다.

국가별 다파글리플로진 허가사항 비교
문제는 같은 계열 혈당조절제라도 개별 약제에 따라 병용 가능한 조합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포시가는 DPP-4 억제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와 병용투여가 가능하도록 허가받았지만 '트라젠타(리나글립틴)'와의 병용투여는 허가받지 못했다. 트라젠타와 병용 가능한 SGLT-2 억제제는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다.

또한 TZD 계열 피오글리타존은 SGLT-2 억제제 자디앙 또는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과 병용투여가 가능하지만 포시가와의 병용은 불가능하다. 해당 약제와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 허가는 받았지만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조합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전산처방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개원가에서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다.

당뇨병과 함께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분류되는 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수십년 전 허가된 로잘탄과 지난해 허가된 '이달비(아질살탄)'의 효능·효과가 모두 본태성 고혈압으로 단순하게 기재된 것과 대조된다.

이 교수는 "허가사항이 비교적 단순하고 계열간 병용조합이 인정되는 고혈압 약제와 다르게 당뇨병 약제는 허가사항과 보험급여 기준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일부 의사들 사이에선 당뇨병 약물이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삭감 우려가 큰 개원가에선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허가사항 없는 급여기준 확대…정부·학계 고민 커져

당뇨병 치료제의 복잡한 급여기준으로 인한 진료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부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당뇨병학회가 제기한 의견을 받아들여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및 SGLT-2 억제제와 TZD 병용요법의 급여기준을 계열별로 일반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별 성분이 아닌 계열별 병용을 인정할 경우, 식약처 허가사항이 아닌 조합을 급여인정하는 예외조합도 발생하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구미정 사무관
토론회에 참석한 구미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식약처 허가범위 안에서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급여기준을 설정한다는 게 복지부의 기본 원칙"이라며 "신약의 경우 최초 등재 시 급여기준이 마련된 다음부턴 임상환경이 변하거나 약가인하 등의 요소로 인해 비용효과성 평가가 달라졌을 때 급여기준 확대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급여확대의 경우 환자부터 의료진, 제약사 등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제한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접수가 들어오면 심평원 검토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또는 암질환심의위원회 평가를 거쳐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는 설명이다.

SGLT-2 억제제 병용에 대한 급여제한을 풀어주는 데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므로, 허가사항에 따라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향후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봤다.

구 사무관은 "모든 의약품이 허가사항과 임상현장에서의 사용 간 괴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진료현장의 어려움이 유독 심하다는 학회의 의견이 접수됐지만 허가사항을 벗어나는 영역이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박경혜 일산병원 교수(왼쪽)와 서기현 심사위원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서기현 심평원 상근심사위원도 적응증을 넘어서는 급여기준 설정이 불가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서 위원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는 복지부나 심평원이 침범할 수 없는 식약처의 고유 권한이다. 식약처 입장에선 제약사가 제출한 근거에 기반해 책임질 수 있는 적응증만 인정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사항이 유독 복잡해진 배경으로는 "과거 아반디아가 심혈관계 부작용 논란을 겪었던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우제 교수는 "이미 현장에는 허가사항을 넘는 급여기준이 존재한다. DPP-4 억제제 중 트라젠타나 가브스, 제미글로 등은 TZD와 병용에 관한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병용 시 급여적용이 가능하다. 슈가논도 허가사항에 3제요법이 없지만 급여적용은 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식약처 허가사항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식약처와 심평원간 논의를 통해 허가사항을 단순화 하고 허가사항 내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하도록 해야만 진료현장의 혼선을 최소화 하고, 급허가사항을 넘어서는 급여기준이 만들어지는 문제도 에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일부 DPP-4 억제제와 같이 임상근거 없이 허가사항에 없는 급여확대 사례가 생겨나다보면 궁극적으로 제약사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시판 중이지만 국내에서 병용요법에 관한 허가를 받지 않은 약물의 경우 한국인이 포함된 3상임상이나 그에 준하는 4상임상 연구 결과를 일정기간 내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급여를 인정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향후 출시되는 당뇨병 신약에 대해서는 한국인 대상으로 최소 2상 단계의 임상연구를 수행해야 급여 적용되도록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태선 전북대병원 교수(왼쪽)와 박석오 이사
이날 토론회는 패널 한명이 공석인 채로 진행됐다. 당초 식약처 관계자가 패널로 초청됐지만 국정감사 준비 등의 사유로 불참하면서 식약처 입장을 들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석오 보험법제위원회 이사(광명성애병원 내분비내과)는 "모든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를 인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SGLT-2 억제제 중 타 계열의 특정 약물 1가지 이상과 병용요법이 허가를 받았다면 동일 계열의 다른 약물과 병용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게 보험법제위원회의 의견"이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급여제한을 풀어주되 한국인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방안을 정부기관과 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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