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합리적 약가제도와 변혁의 물결
- 노병철
- 2019-03-25 06: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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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일 동안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광풍에 휘말리며 산업의 근간과 존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불과 3~4일전, '약가제도 개편안이 수정될 것'이라는 비선 정보가 확산되면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단순히 '역치보정현상'이지 사안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종결됐음을 뜻하진 않는다. 역치보정이란 최초 자극보다 작은 자극과 충격에 둔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형·무기징역' 구형 후 벌금 1000만원 판결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로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과론적으로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 설계와 협상도 '역치보정'을 염두에 둔 '고도의 게임논리'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방침에 제약업계가 크게 저항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기등재목록 약가에 또 다시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여파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에 달한 약가는 14.45% 인하된 53.55%로 떨어졌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 확정 시행된다면 10년 상간에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최저 30% 수준까지 하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직접 생산·자체 생동·DMF' 요건과 약가인하를 결부시키는 논리는 그야말로 난센스다. 요건 미충족에 따른 약가인하 구간과 수치 산출은 '전횡과 폭정'에 가깝다. 목적 달성을 위한 명분과 구실만 있지 보건당국이 지금까지 그토록 침이 마르게 제시했던 일명 '경제성평가'라는 과학적이고도 합리적 근거가 이번 약가제도 개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표방하는 큰 틀에서의 제약산업 고도화 정책은 환영한다. 그리고 이번 약가인하 정책과 제도가 어떤 의미와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언론으로서 사사건건 정부 시책에 반기를 들고 딴지를 걸거나 산업의 입장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올곧은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법론과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합목적성이 최우선이다. 분재나 가지치기를 할 때, 욕심과 무지로 잔가지를 모두 쳐내면 순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 나무는 얼마 못가 죽고 만다. 제네릭 난립과 품질 향상 그리고 CSO와 리베이트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적재적소의 처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약업계도 이번 약가인하 사태를 통해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브랜드 제네릭'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와 신념 그리고 사고의 전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과 체질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동조작 파문 후 생동시험에 대한 규제와 기준이 요동쳐 왔던 게 사실이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는 정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제시한 자체 생동이 대세다. 몇몇 일부 중소제약사 CEO들은 '제네릭 생동시험은 의약품 혈중 농도와 조직 도달 체크' 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때문에 '1+무한대' 생동 컨소시엄 4년 후 폐지에 대한 반감도 팽배하다. 자체 생동이 제도화되면 그동안 1000만원~3000만원 정도의 개별제약사 분담비용이 2억원 가량으로 올라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체 생동'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을 놓기 싫다'는 구차한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 온갖 조작과 적폐가 난립했던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5년 중국 식약청(CFDA)은 임상·생동조작 제약기업과의 전쟁을 선포, 실제로 2년 만에 제네릭 품질 향상에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CFDA의 정책·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강력한 실행력에 기인한다. 중국 보건당국은 2년 유예 후 임상·생동조작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했다. 자체생동 요건이 정책 성공의 키포인트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생동시험 컨소시엄과 관련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체 생동 또는 1+3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1+5 이상일 경우, 일본 식약당국(PMDA)으로부터 허가 자체가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일본 제약업계 정설이다.
자체 생동이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까지는 성장통이 예상되지만 미래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다. '너도 나도식-일단 싸니까 만들고 보자'는 지금의 생동 컨소시엄은 제네릭 난립과 품질 경쟁력 저하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영업력이 있는 제약기업이라면 제네릭 출시 후 CSO·리베이트 등 음성적 수단을 동원해서 속칭 '짭짤한 재미'도 봤다. 비아그라·시알리스 제네릭을 예로 살펴보자. 특허 만료 후 30여개의 제품이 허가를 획득했지만 종근당 센돔과 한미약품 구구·팔팔, 대웅제약 타오르, SK케미칼 엠빅스, 동아제약 자이데나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듯, 사회적 제비용 낭비도 심각하다. 제네릭 출시 역시 면밀한 시장 진입 전략과 자사의 강점 분석 등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제약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정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자체 생동의 핵심은 개별 제약사에 대한 생동시험 비용 부담 증가로 해석하는 것은 1차원적 시각이다. 제네릭 난립을 막을 수 있고, 단순히 품질이 향상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평가 또한 2차원적 평면에 그쳐 있다. 자체 생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점은 제제연구 활성화를 통한 브랜드 제네릭의 탄생과 이를 기반한 신약개발로 이어진 입체적 생태 환경 구축이라는 제약산업 백년지대계와 직결돼 있다. 이와 관련된 실례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20년 뚝심과 신념의 결정체인 면역억제제 '브랜드 제네릭(타크로벨)'을 들 수 있다. 종근당 제제연구소는 1990년대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면역억제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특허소송 등의 장벽을 극복했다. 타크로벨 등의 면역억제 제네릭은 750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종근당은 그동안 쌓은 면역조절제 R&D 역량과 경험·자금력을 바탕으로 류머티즘관절염 신약 'CKD-506'를 개발 중이다.
천만다행인 점은 약가산정 항목 중 '직접 생산' 삭제에 대한 복지부의 이해와 수긍이다. 향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수직적 통보가 아닌 원탁테이블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제스처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금의 7부 능선을 넘기까지 복지부-제약바이오협회-회원사 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터질 것 같았던 중소제약사들의 불만도 대체로 잠잠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제약인들은 또한번 성장했다. 다툼이 있었지만 빠르게 봉합될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본연의 목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밀실이 아닌 광장에서 사람냄새 나는 소통의 필요성도 깨달았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유사 이래 정책과 제도를 포함한 산업의 성장과 쇠퇴는 싫든 좋든 정반합적 변증법 논리로 발전해 왔다. 변혁과 진화의 소용돌이에 성역은 없었다. 제약산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간을 흔드는 더 이상의 약가인하는 안된다. 그러기에는 지금의 약가가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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