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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서 디지털로, 정밀의학 중심에 선 '병리진단'

  • 김민건
  • 2019-07-04 06:15:34
  • [인터뷰] 이상엽 국제성모병원 교수·정요셉 여의도성모병원 조교수

(왼쪽)여의도성모병원 정요셉 병리학과 조교수와 국제성모병원 이상엽 병릭학과 교수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병리진단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국내에서도 이제 막 꿈틀대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병리학회 연구회가 '디지털 병리진단(Digital pathology)' 개념과 운영지침, 급여, 수가정책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연구사업을 맡으면서다.

지난 2일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디지털 병리진단 솔루션과 스캐너 등 장비를 도입하며 전자의무기록(EMR)을 공유하는 '디지털업무환경(Digital workflow)'을 구축하기도 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상엽(53) 교수는 "현미경으로 보는 아날로그 방식은 병리의사 판단에 따라 진단이 나오지만 디지털병리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은 뒤 AI 등을 활용한 분석 자료를 만들 수 있다"며 "그 데이터를 가공하면 환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데일리팜은 최근 대한병리학회의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제정 연구를 맡고 있는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상엽 교수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요셉(38) 임상조교수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만나 디지털병리가 바꿔놓을 미래 진단 세계의 얘기를 들었다.

▶디지털 병리는 모든 조직검사를 데이터화해 분석한다. 사람의 눈을 뛰어넘는 단계로 들어선다고 볼 수 있다. 병리진단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나.

정요셉 조교수(이하 정요셉) "디지털병리는 유리슬라이드를 스캔하고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모니터로 진단한다. 물리적,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판독과 진단, 기록 보관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인공신경망(딥러닝)과 같은 분석 기술 개발도 가능해진다. 자동차 발전에 비유하자면 지금까진 수동기어에서 자동기어로 발전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보조적으로 운전자를 도와줄 수 있는 자율주행 정도로 개발되는 상황이다."

▶디지털병리를 도입하려는 세계적 추세를 말해달라.

정요셉)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정밀의학 핵심이 디지털 병리학이다. 특히 작년부터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분석이 급여 등재됐다. 디지털병리의 홀슬라이드 이미지(Whole slide imaging, WSI)를 NGS로 축적한 종양 유전체 데이터와 함께 분석한다면 사람의 눈으로 진단하는 아날로그 방식 이상의 획기적인 질병 예후·예측과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암 진단에선 조직검사로 하는 병리학적 확진이 필수다. 여기에 유전자·돌연변이 검사를 추가해 맞춤형 항암제, 면역치료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WSI 이미지를 이용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진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도 빠른 시간 안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비해 1~2년 정도 늦고 있다. 일본에는 다가사키-가메다 디지털 병리 네트워크가 있다. 일본 전역의 10개 기관에 있는 전문의 40명이 매년 약 8만 증례의 세포 조직검체를 디지털 병리로 1차 진단(디지털 이미지로만 진단)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병리진단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원격병리시스템(Telepathology system)을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큰 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고, 최근 삼성서울병원과 성모병원이 도입했다.

국내 도입이 늦어지는 건 현재까지도 기술 완숙도와 신뢰성 검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의료보험 제도에서 병리학 분야는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 당장 특별한 수익이 나지 않는데 고가 장비 도입에 사립 의료기관이 선뜻 나서기 힘들다. 디지털병리 자체의 행위 수가도 없어 측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결국 개별 기관이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게 이유일 것이다."

정요셉 교수가 WSI 이미지 분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병리로 달라지는 건 무엇이 있나.

이상엽) "예전 엑스레이 같은 경우 한 병원이 보관한 것을 복사해서 빌려줬다. 법적으로 10년 정도 보관 후 폐기할 수 있지만 대학병원은 어딘가에 보관해야 한다. 유리슬라이드도 마찬가지다. 30~50년 되면 찾기 힘들고 상태가 많이 나빠진다. 디지털로 저장하면 반영구적 보관이 가능하고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유리슬라이드는 한 번 잘못 넣으면 다시 찾기란 불가능하다."

정요셉) "그렇다. 환자가 A병원에서 진단받고 B병원에 갔다면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 특히 조직검사는 이런 경우가 많다. 디지털병리를 도입하면 중복 검사를 줄여 전체적인 의료비에서 많은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암 진단에 디지털병리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정요셉) "WSI 이미지를 이용한 1차 진단은 최근 미국과 일본, 식약처 순으로 허가됐다. WSI 이미지는 GPS 시스템과 같다. 줌인을 하면 10배 이미지, 20배 이미지, 40배 이미지 등 다층 구조로 돼 있다. 구글맵처럼 확대되면서 지도가 만들어진다. 시공간 제약없는 진단과 여러 병원과 의사 간 슬라이드 이미지 공유가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중복 검사 등이 줄어드는 등 실제 진단 과정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인공신경망 학습 알고리즘은 정답과 함께 대량의 이미지를 학습시키면 스스로 답을 구하게 된다. 특정 모양이면 이런 세포일 것이다. 이런 모양이 분화도가 더 좋다 등을 배운 뒤 논리적으로 추론해 답을 주는 식이다.

예로 NGS로 얻은 다양한 돌연변이 정보를 그대로 학습시키면 나중엔 종양 이미지만 보고도 어떤 돌연변이가 있을 수 있는지 추론할 수 있다."

▶스캐너 등 장비와 WSI 이미지를 좀 더 얘기해달라.

이상엽) "예전엔 유리슬라이드를 필름카메라로 찍었다. 이제는 스캔한 뒤 디지털로 만들면 숫자로 분석할 수 있다. 스캐너라는 기기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현재는 고가라 모든 병원이 도입할 순 없다."

정요셉) "스캐너 장비 비용이 2억원에서 6억원정도 한다. 병리 팩스시스템도 있고 스토리지(저장공간)도 필요하다. 400배까지 확대된 컬러 조직세포의 WSI 이미지 1개가 대략 1기가바이트(gigabyte)다. 우리 기관만 해도 1년에 2만건 이상의 슬라이드를 만든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도입이 어려웠다. 최근 저장 공간과 컴퓨터 시스템 환경, 디스플레이 장비 등 하드웨어 발전,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 등 인공지능 분석 기술이 개발되면서 WSI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디지털병리 도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상엽) "우리는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디지털병리로 구현하려 한다. 환자 예후를 사람의 눈으로 진단하는 것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로 보는 것이다. 다만, 진단이나 연구에 쓸 수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준을 먼저 규격화해야 한다. 또 하드웨어 분야에서 미국이나 일본을 쫒아가기 쉽지 않다. 일본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하니 올림푸스 같은 기업이 스캐너를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유명한 장비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쪽으로 가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전세계로 퍼뜨리는 게 부가가치가 높다."

정요셉) "일본은 2010년까지 도입이 지지부진했지만 자국 기업 스캐너를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국산 장비 도입을 장려한 다음부터 디지털병리 도입이 급속히 진행됐다. 최근 국제학회에서 일본은 병원 간 원격병리 도입 등 다양한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도 디지털병리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스캐너 장비는 외국 기업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일본이 작년 발표한 논문을 본면 WSI 이미지 패치를 이용한 파일럿 스터디 정도다. 상업화에는 많이 부족한 기초연구 단계 수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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