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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약 '빈다켈', 약이 진단도 치료도 만들어 낸 사례"

  • 어윤호
  • 2019-07-30 06:19:35
  • [인터뷰] 라우라 오비치 이탈리아 파비아대학교 교수
  • 희귀질환 hATTR-PN 최초 치료옵션…조기 처방이 관건

라우라 오비치 교수
어떤 질환에서 신약의 개발이 더딘 이유는 보통 둘 중 하나다. 질환의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약의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빈다켈'은 이 모두에 해당하는 상황을 뚫고 탄생한 약이다.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hATTR-PN), 빈다켈(타파미디스)은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이 희귀질환의 첫번째 치료옵션이다.

10만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는 hATTR-PN은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과 소화기계 관련 증상 및 안과질환 증상 등의 징후를 포함해 전신적 다발성 자율신경병증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빈다켈의 역할은 여기서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의 안정화다.

일반적으로 이상 단백질이 쌓이기 쉬운 하지의 신경에서 통증, 이상감각, 마비 등 증상 시작돼 상부까지 영향 미치며 점차 심장, 신장, 눈 등 다른 기관까지 합병증이 동반된다. 기대수명은 증상 발현으로부터 평균 7~12년 가량이다.

빈다켈은 현재로써 hATTR-PN 자체다. 빈다켈이 개발되면서 hATTR-PN은 진단을 생각하게 됐고 환자들은 가능성을 갖게 됐다.

데일리팜이 얼마전 내한한 라우라 오비치(Laura Obici)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교 교수를 만나, 빈다켈과 hATTR-PN에 대해 들어 봤다. 그는 국제아밀로이드학회(ISA, International Society for Amyloydosis)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선 '트랜스티레틴(TTR)'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이 단백질은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TTR은 세럼하고 뇌 척수액(CSF)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TTR은 생물학적으로 타이록신과 비타민A를 수송하는 수송체 역할을 한다. 인간의 세럼을 보면, TTR이 가지고 있는 수송체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글로불린이나 알부민과 같은 단백질이 타이록신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TTR의 기능은 뇌와 관련 있다. 관련 실험을 인간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인비트로(In vitro, 생체 외 시험)하고, 동물 모델을 통해서 뇌에서 TTR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TTR을 제거시킨 쥐 모델(Knock out mice)을 가지고 연구를 한 것 있고, 알츠하이머를 유도한 동물 모델에서 진행했던 연구들이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보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감각과 관련된 신경, 말초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또 비타민A와 타이록신을 운반하는 것뿐 아니라 뇌세포를 보호하고 말초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TTR의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TTR의 보호기능에 대한 증거들은 축적되고 있다. 아울러 신경을 주요하게 보호하는 TTR이 4합체(tetramer) 구조로 안정적으로 존재할 때 신경이 잘 보호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빈다켈의 'TTR 안정화' 기능은 4합체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나?

맞다. ATTR은 단백질 자체에 변이가 생겨서 4합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게 하는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 발병 원인이다. 4합체가 깨지고 해체되고, 분리돼 버리면서 단위체들이 개별적으로 떨어지면서 접힘에 오류가 생기고 덩어리로 뭉치게 되면서 아밀로이드 누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빈다켈은 인체에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타이록신과 구조가 비슷하다. 타이록신의 결합 부위에 타파미디스가 결합하게 됨으로써 4합체 구조가 안정적으로 붙어서 유지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단위체로 분리돼 접힘에 오류가 생기고, 뭉치는 것을 순차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타이록신의 경우 순환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빈다켈이 4합체 구조에 결합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갑상선 호르몬 흐름에는 교란을 시키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 질환으로 보아야 하는가? 진단 역시 쉽지 않을 듯 하다.

질환 자체가 비균질적(heterogenous)이어서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이나 컨디션을 그대로 모방한 것처럼 증상이 나타나 '따라쟁이 질환'이라 불리기도 한다.

hATTR-PN은 유전 질환이 맞다. 그런데, 이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변이 자체가 100여개 이상 발견됐다. 유전 돌연변이에 따라 나타나는 징후도 너무나 다르다.

유병률은 전세계적으로 10만명당 1명꼴이지만 국가마다 유병률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52년 질환이 처음 발견된 포르투갈은 유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스웨덴, 일본도 유병률이 비교적 높으나, 나라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1천명당 1명꼴, 1만명당 1명꼴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앞서 3개국 보다는 유병률이 낮다.

hATTR-PN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특정 가족에서 기저의 효과가 있고, 그 세대가 그 지역에서 머물면서 질환이 퍼질 수 있다. 국가마다 특정하게 발병하는 핫스팟이 존재하는 양상이다. 이민도 돌연변이 유전자가 퍼져 나가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들을수록 어려운 질환이란 생각이 든다. 진단 자체가 힘든데, 빈다켈의 출현이 큰 의미가 있나?

빈다켈의 등장은 질환에 대해 조기 진단이 중요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초기에 시작할수록 치료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졌다. hATTR-PN의 경우 희귀한 유전성 신경병증으로 타파미디스라는 치료제의 등장으로 진단이 어렵더라도 가능한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 시사점이다.

두번째로는, 세계적으로 hATTR-PN이라는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는 또 다른 노력이 동반된다. 질환에 대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찾는 것, 말초신경 질환을 발견했을 때는 유전자 검사 등의 선별진단을 통해 hATTR-PN을 선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세번째로는 hATTR-PN 질환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타파미디스가 2013년부터 도입됐고, 그 이후 신경과 전문의들이 hATTR-PN 질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탈리아 전역에 hATTR-PN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증가했고, 환자 수도 증가했다. 그 전에 없었던 환자가 늘어난 게 아니라 그만큼 환자들을 인지하고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hATTR-PN의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이탈리아의 경우, 전신성의 아밀로이드증을 진료하는 IRCCS센터가 1986년 설립됐다. IRCCS가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전역에 국가 차원에서 병원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네트워크에는 66개의 병원이 속해 있고, 의료진이 매년 만나 전신성 아밀로이드성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좋은 프로토콜을 공유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또 이탈리아 정부에서 희귀질환 정부 지정 리스트를 만들고, 의료진이 판단해서 리스트에 속하는 질환이 의심되면 확진할 때까지 필요한 검사들을 환자들에게 무료로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지역 차원에서 지역별 네트워크도 마련됐다. 지역에 있는 전문의들끼리 만나서 진단 알고리즘을 논의해서 지역에 있는 환자들을 케어 하는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다.

적극적인 교육 역시 중요하다. 일반 예과 대학교육에서도 아밀로이드증을 다루고 있고, 전문과정에서도 아밀로이드증을 다루고 있다. 전문의들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아밀로이드증과 관련해 개최하는 학회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심장학회나 신장학회, 신경학회도 초대받아서 hATTR-PN을 교육하고 있다.

-빈다켈은 hATTR-PN 1기 환자에 대해 승인됐다. 병기를 나누는 구분이 어떻게 되는가?

hATTR-PN의 병기는 보행 정도에 따라 1,2,3기로 구분한다. 1기는 보조적 도움없이 자가 보행이 가능한 단계이다. 1기라고 해도 스펙트럼이 넓어서 가능하면 1기 중에서도 초기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치료적 성과가 좋을 가능성이 점점 떨어진다.

-병기가 진행된 환자에 대한 약물 처방의 기대감은 없나?

Gene silencing agent에 대해서는 2기 환자까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디플루니잘의 경우 모든 병기에 해당되는 환자를 임상에 모집한 것으로 아는데, 신경병증 환자의 경우 병기가 많이 진행되면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병기가 많이 진행돼 있을수록 얼마나 더 나빠지는 지 명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연구가 1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대감은 있어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인 듯 하다.

그렇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적응증에 따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이후에 진척된 환자들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다. 리얼월드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어떤 가를 기대하겠지만,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 양상이 다양해서 통계적 잡음들이 개입될 수 있다. 향후 다른 임상을 통해 입증할 수 있길 바란다.

-빈다켈은 최근 미국에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에도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PN은 유전질환인데, CM은 언제나 유전질환만 발병시키는 것은 아니다. 비유전적인 요소가 있어서 대표적으로 노화, 연령이 증가하면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PN 보다는 비유전형의 hATTR-CM의 발병빈도가 높다. 세계적으로도 실제 환자수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과소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CM에서 사용이 되는 빈다켈의 기전도 비슷하다. 4합체 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고, CM의 특성상 TTR의 유전자 변이가 있는 형태와 변이가 없는 타입 모두 사용할 수 있다. TTR과 관련된 아밀로이드증에 다 처방이 가능한 셈이다.

미국에서 적응증 승인을 이끌었던 연구들을 보면 용량이 두가지다. 빈다켈 20mg, 80mg 사용했었고, 데이터를 더 모아 봐야겠지만 현재로는 고용량을 사용하게 되면 4합체 구조를 더 잘 잡아주는 안정화 효능이 높은 것으로 시사되고 있다.

-고용량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데, 두 질환에서 승인 용량이 다른 이유가 있나?

CM 연구에서는 20mg, 80mg이 사용됐는데, PN에서 승인 받은 용량은 20mg이다. 그 이유는 신경병증 임상연구 진행했을 때, 모집한 환자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TTR 유전 변이가 V30M이라고 하는 특정한 변이가 있는 환자들이었고, 특정한 유전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20mg이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후속적으로 변이가 없는 와일드 타입에 대해서도 용량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PN에서 80mg을 쓰면 어떨까'하는 관심은 높지만 아직 임상은 없다.

-빈다켈의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을 안정화하는 기전이 현재 갖춘 2개 적응증 외 다른 질환에도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에서는 신경이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아밀로이드가 누적되는 것에 대해서 단백질을 안정화시키면 이걸 막아서 추가적으로 신경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빈다켈이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를 과연 어떻게 넘고 있는지도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

또, 빈다켈은 10여년 정도의 사용 데이터들이 누적됐다. 이 약물처럼 치료적 혜택과 리스크가 균형 잡혀 있는 약제가 많지 않다. 타파미디스는 좋은 장기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고 환자들의 내약성도 좋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어떤 보호 효과가 있을지 미래의 흥미로운 연구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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