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21:37:21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약사
  • 글로벌
  • 신약
  • #질 평가
  • 제약
  • #제품
  • 약사 상담
네이처위드

"한국형 항암제 임상 가치평가 도구 만들자"

  • 이혜경
  • 2019-10-24 18:33:01
  •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관 공청회 열려
  • 곽명섭 보험약제과장 "구체적 활용방안 세부 논의 필요"
  • 박영미 심평원 실장, 사후평가·사용범위 확대 등 의사결정 적용 가능성 시사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한국형 항암제 임상 가치평가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학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반면 제약업계는 가치 평가 도구가 약가 재조정이나 퇴출 등의 기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등재의약품 사후관리를 통한 규제를 강화하는데 앞서 '패스트트랙' 부터 도입하라는 제약업계 의견에 '경제성평가 면제제도'가 패스트트랙으로 존재한다는 정부의 반격도 있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3일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제외국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 분석 및 한국에서의 적용'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연구회는 지난 6월부터 다발성골수종연구회, 약물사회학 교수들과 공동 연구팀을 꾸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용역사업으로 제외국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를 분석하고, 이를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각계 각층의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 받기 위해 마련됐다.

연구팀은 제외국 가치평가 도구로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 미국임상경제연구소(ICER) 등을 분석했고, 이중 ESMO와 ASCO 등의 한국적용 검토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도조사와 문헌고찰을 진행했다.

인식도 조사는 종양내과 의사 17명(1차 조사), 종양내과의사, 간호사, 제약사 관계자 등 166명(2차 조사)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일반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 처방 시 '효과'를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었으며,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 자체의 필요성에 충분한 공감대를 표했다.

특히 국내 임상적 상황을 고려할 때, ESMO와 ASCO 도구를 모두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연구를 의뢰한 심평원은 결과를 가지고 한국형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박영미 심평원 약제관리실장, 황경제 건보공단 약가사후관리부장,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연구 결과 항암제 평가 수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외국에서도 현재 의약품 가치 평가 도구를 논의하고 있고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적절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는게 다행스럽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사후관리에 대한 곽 과장의 입장은 기존과 변함이 없었다. 곽 과장은 "환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본인이 치료받는 약제가 적정한 효과가 있는지 당연히 알아야 한다"며 "항암제에 대한 가치 평가 도구를 먼저 고민한 이유는, 항암제의 약제비 증가율이 일반약제의 2배이기 때문"이라고설명했다.

곽 과장은 "블록버스터 제약사들이 고가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하려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전체 질환군에 비해 소수인 암환자에게 고비용이 쓰여지는데 있어 정책적으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려면 기등재 항암제에 대한 재평가나 사후평가에 주안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영미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근거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는 심평원 입장에서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를 '보조도구'로서 활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박 실장은 "연구 준비 단계에서 연구 범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완벽한 도구 개발은 거의 불가능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질환이나 약제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 도구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봤다"며 "희귀, 난치질환까지 포괄해서 도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무에서 유'로 단기간 이룰 과제가 아니라고 봤고, 항암제에 국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실장은 "외국에 있는 도구를 통해 한국형 도구를 만들어 일부 적용하면서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항암제를 생각했다"며 "사후평가를 이야기 하면 RWE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RWE로 수행할 수 없는 약제도 있고 다른 의사결정의 보조수단을 고민하다가 가치 평가 도구 개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평원 보다 앞서 등재약 사후관리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약제비 지출 효율화 방안을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의 입장도 비슷했다.

황경제 건보공단 약가사후관리부장은 "의약품 가치 도구 개발의 필요성은 재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공단은 지난해 등재약 평가 및 관리방안 연구에서 ESMO를 활용한 경험이 있던 만큼 사후관리를 위해 객관화된 가치평가 도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한다"고 했다.

황 부장은 "다만 가치평가 결과의 활용이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현재는 임상적 유용성이나 비용효과성의 측면에서 급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 한국형 가치 평가 기준이 나오면 보험급여나 사후관리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는 류민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와 배승진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주제발표를 진행한데 이어, 7명의 패널토의가 있었는데 제약업계는 1명만 참석하면서 의견 개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패널토의의 경우 정부를 대표해 복지부, 심평원, 건보공단에서 각각 1명씩 참석했고, 심평원에서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열홍 고대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이대호 울산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한국형 가치 평가 도구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임상 전문가들이다.

환자를 대표한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대표를 제외하면 제약업계에서는 김준수 한국애브비 상무만 가치 평가 도구 개발을 반대했다.

김 상무는 "향후 정부가 가치 평가 도구를 사후평가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면 기등재 항암제는 약가 재조정 등의 변화를 겪어야 한다"며 "정책 도입 시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보고 수용가능한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내용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준비한 토론문에 따르면 김 상무는 "연구 결과에서 제시된 가치 평가 도구는 전반적으로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고 밸리데이션 중인 상태"라며 "아직까지 진료 현장이나 약가 정책에 활용되기 보다 전문가 중심으로 실제 적용 가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토의에 참석한 이대호 교수는 "가치 평가 도구를 개발하는 이유는 빠르게 개발된 약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도구가 마련되면 제약회사가 시장에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김열홍 교수 역시 "임상적 유용성으로 따지는 가치 척도로 항암제 하나가 급여 등재되면, 본인부담률 5%로 무한정 간다"며 "새로운 약이나 치료기술은 반영이 안된다. 따라서 급여적용이 무한정으로 등재된 약을 조정하고, 신약을 접근하게 하려면 가치척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강진형 교수는 "규제당국과 제약회사 사이에 신뢰가 필요할 것 같다. RSA 처럼 3년 이후 재평가를 통해 에비던스가 떨어지면 약가가 조정되고, 새로운 약이 들어올 수 있다는 신의가 있다면 제약회사가 더 포용력을 가질 것 같다"며 "이번 도구가 약가를 조정하고 퇴출시키는 나쁜 제도가 될 것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으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청회 말미에 플로어에서 가치 평가 도구 시범사업과 함께 패스트트랙도 시범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곽 과장이 "이미 우리는 경평면제라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있다"고 받아쳤다.

곽 과장은 "평가 방법을 논의하는데 패스트트랙 언급은 성급하다. 평가 시스템 속에 패스트트랙 절차가 있는데 왜 이부분은 이야기 하지 않느냐"며 "허가부터 급여까지 진입 시기를 언급할때 미국 이야기를 많이한다. 하지만 사보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전국민 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는 맞지 않다"고 했다.

곽 과장은 "현재 데이터로는 우리나라 평가 도입 시기가 호주, 캐나다보다 늦지 않다. 오히려 (포지티브시스템에서) 신청 주의라 제약회사가 한국에 언제 출시할지 키를 쥐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국민 단일보험 시스템 장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 (패스트트랙) 그런 부분만 이야기 하는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