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R&D 독립법인 설립' 확산...엇갈린 시선
- 천승현
- 2020-11-11 06: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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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설립 붐...전문성 극대화·외부자금 조달 용이
- R&D 실패 리스크 외면·투자 유치 목적으로만 활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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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을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개발 중인 연구개발(R&D) 과제를 떼어 독립법인이 개발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한 전문성을 극대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신약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외부 투자를 용이하게 받고 추후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치를 모색하겠다는 노림수다. 다만 자체 자금 투입은 최소화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에만 의존하면서 신약개발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도 제기된다.
◆알테오젠·헬릭스미스·대웅제약·일동홀딩스 등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출범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알테오젠이 개발 중인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의 글로벌 3상임상을 수행할 예정이다. 알테오젠이 보유한 다른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도 담당할 예정이다. 아일리아의 임상 3상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은 국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조달할 방침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9월 R&D 프로젝트를 분사(스핀오프) 방식으로 자회사 뉴로마이언과 카테셀을 설립했다. 뉴로마이언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카텍셀은 항암 신약을 개발한다. 양사 모두 헬릭스미스가 특허를 현물 출자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양사의 R&D 파이프라인은 모두 비임상 단계지만 스핀오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 3년 내에 다수의 임상을 추진할 수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7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섬유증 치료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마카온을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5억원을 현금출자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신약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섬유증과 관련된 모든 질환에 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마카온에 넘겼다.
최근에는 전통 제약사들도 신약개발 전문 법인 설립 대열에 가세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5억원을 투자해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이온 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분사한 바이오 기업이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5월 100%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출범했다. 아이디언스는 28일 일동제약으로부터 파프(PARP)저해제 후보물질 'IDX-1197'의 개발 권리를 확보하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에 대한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일동홀딩스는 아이디언스 출범 당시 5억원을 출자했고 이후 추가로 45억원을 투자했다.
동아에스티, 안국약품 등도 지난해 각각 큐오라클과 빅스바이오를 설립하며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을 출범했다. 상당수 제약사들도 연구소를 분리하거나, R&D과제를 따로 떼어 분사하는 방식의 자회사 출범을 구상 중이다.
◆R&D전담으로 전문성 극대화...자금조달에도 용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전문 기업을 출범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전문성의 극대화다. 특정 신약 과제에만 전담하면서 전문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R&D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특정 과제의 연구만 집중하기 때문에 내외부 요인으로 인한 R&D 혼선을 차단할 수 있다.
독립법인이 외부로부터 자금 조달에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일반 바이오벤처와 마찬가지로 투자업계로부터 시리즈A, B, C 등을 순차적으로 유치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R&D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노림수다.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업계의 시선도 호의적이다.

지난 9일 아이디언스는 출범 1년 만에 첫 번째 재무적투자자(FI) 자금유치에 성공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330억원 투자액을 확보했다. 내달 약속된 추가 투자금이 납입되면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완료된다. 연 매출 5000억원대의 일동제약의 작년 R&D비용 541억원의 70%가 넘는 자금을 설립 1년만의 바이오기업이 조달한 셈이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설립한 자회사가 IPO를 거쳐 상장하면 자금 조달에 더욱 유리해진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 2013년 항암신약 개발 기업 메드팩토를 분사 설립했다. 메드팩토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10일 종가 기준 메드팩토의 시가총액은 2조2328억원에 달한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2419억원에서 1년만에 약 10배로 뛰었다. 모기업 테라젠이텍스의 시가총액 3258억원의 7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테라젠이텍스가 메드팩토에 투자한 금액은 13억원이다. 현재 보유 중인 메드팩토의 주식평가액은 3400억원 가량으로 투자금보다 200배가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기업들도 수백억~수천억원의 자금을 어렵지 않게 조달하는 상황에서 제약사 입장에선 오랫동안 축적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벤처설립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매력적인 수단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약 과제를 별도로 분리하면서 실패에 대한 리스크에서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 중인 신약 과제가 기술이전 후 권리가 반환되거나, 시판 중인 제품이 허가 취소 등의 악재에 부딪혔을 때 모기업은 주가 하락과 같은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은 100%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가칭) 설립을 결정했다. 코오롱바이오텍은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전담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분할 대상 사업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전문성과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개척해 성장기틀을 마련한다”라며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인보사케이가 성분 변경 의혹이 후 허가가 취소되는 등 악재가 지속되자 자회사에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떼어 넘기면서 모기업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업계 "외부 자금 조달 수단 활용...R&D 실패 리스크 회피"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자회사 설립을 두고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제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순물 파동 등 대외적인 의약품 사업 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자체 보유한 자금으로는 신약 개발 재원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외부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자회사 설립에 집중한다는 이유에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R&D 자회사에 신약 기술을 넘기면서 개발 성과에 따른 기술료나 마일스톤 계약을 맺는다. 자회사가 R&D 성과를 내면 기술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R&D 자회사의 수익은 나눠가지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떠 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의 자금 조달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R&D 투자 여력이 충분한 제약사들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투자 유치가 절박한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물론 제약사들의 R&D 전문 자회사가 모두 순탄한 행보를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7월 큐오라클을 설립 1년만에 흡수합병했다. 코로나19 등 악재로 외부 투자가 원활하지 않자 다시 흡수합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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