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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시선] 사용량 연동 약가제도와 '귤화위지'

  • 노병철
  • 2021-09-28 06:15:0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우리나라 약가 사후관리 제도는 크게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급여범위 확대 시 인하, 특허 만료 약가인하로 나뉜다. 이중 '특허 만료·급여범위 확대에 따른 약가인하'는 통상 만국 공통으로 범용적 규제 수단으로 쓰인다. 또 '실거래가제도'의 근본 기전은 일본·대만 등에서 추출해 왔고, '사용량 연동'은 호주·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발췌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G7국가 간 다양하고 선진화된 급여기준과 약제비 산출 방법을 '인용'함에 따른 효율적 재정운용이라는 대명제에 기반한다.

그런데 유독, 2007년 도입된 '사용량 연동 약가협상'은 제약바이오업계를 비롯한 법조계에서 조차 그 실효성과 합목적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 787호) 제13조 제4항 및 제5항 제1호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제 2020-297호) 제8조 제2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취지를 풀어 말하면 보험 등재된 의약품이 예상보다 많이 판매되어 보험재정에 부담이 되는 경우 제약사와 건보공단 간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크게 신약과 제네릭 부문으로 나뉘는데, ▲유형 가(신약) ▲유형 나(신약) ▲유형 다(협상하지 않고 등재된 약제·제네릭) 등으로 구분돼 있다. 유형 가는 건보공단과 협상된 예상청구금액이 30% 이상 증가한 경우가 대상이며, 유형 나는 유형 가 협상에 의해 상한금액이 조정된 제품이 전년도 청구금액보다 ①60% 이상 증가, ②10% 이상 증가하고, 50억원 이상 증가한 경우다. 유형 다는 등재 4차년도부터 매 1년마다 전년도 청구금액보다 ① 60% 이상 증가 ②10% 이상 증가하고, 50억원이상 증가한 경우 대상에 포함된다.

제외 대상은 ▲연간 청구액 합계가 15억 미만인 동일제품군 ▲동일제제 산술평균가 미만인 품목 ▲저가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방사선 의약품 중 Fludeoxyglucose F18 injection ▲사전인하약제의 사전인하율이 제9조의 협상참고가격에 의하여 산출된 인하율보다 큰 품목 ▲자진인하신청에 의한 인하약제의 인하율이 제9조의 협상참고가격에 의하여 산출된 인하율보다 품목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제8조 제2항 제8호 단서에 따라 상한금액을 조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협상하지 않고 등재된 약제와 제네릭군이 주축이된 유형 다 적용에 따른 2018·2019·2020년도 약제비 절감 금액은 85억·173억·352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비공개된 신약에 대한 약가인하 유형 가·나를 포함하더라도 500~600억원 안팎의 밴딩 구간으로 추정된다. 재정절감 기준점과 눈높이를 어느 가늠자에 맞추느냐에 따라 그 성과와 실효적 가치는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은 금액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시장 팽창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거시경제 차원의 GDP 상승을 감안하면 괄목할 수치는 아니다.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제도의 왜곡된 폐해에 따른 제약바이오업계의 참담한 한숨소리 외에도 특히 주목되는 점은 헌법학자들이 본 헌법정신과의 정면배치 여론이다. 우리 헌법은 크게 나눠서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제1절 대통령·2절 행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 등 총 130조항과 부칙 6조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 광의의 헌법적 해석과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제도가 상충되는 부분은 제2·9장의 권리와 의무, 경제 조항이다.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3조 ③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9장 경제 제119조 ①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123조 ③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 제126조에서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사용량 연동 약가제도는 위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최고 단계의 불가침 법률이자 법위의 법인 헌법의 각론적 명시적 조항을 차제하더라도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정의와 대전제라할 수 있는 전문과도 그 궤도를 상당 부분 이탈해 있어 보인다. 헌법 전문의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 타파'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민주질서 확립'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의 기회 균등'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완수'로 요약되는 점과 견주어 해석해도 판단의 관점은 명확해 보인다.

분류상 귀책도 이 제도의 맹점이다. 일본의 경우, 신약 중에서도 해당 약물이 1000억원 매출 이상일 때만 사용량 연동 약가제도를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네릭까지 범주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일부 국가는 개별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보다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총액 매출에서의 기부금 책정 등의 우회·자발적 기부금 유도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부분도 벤치마킹해 볼만하다. 아무리 훌륭한 제외국의 제도라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서 '감귤이 탱자가 될 수도 있음(귤화위지)'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경험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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