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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회피 꼼수?...제약업계, '기본권 제한' 반발

  • 김진구·이정환
  • 2021-11-11 06:20:06
  • "환수·환급액 산정 등 제약업계와 논의 필요"
  • 제약업계 "과도한 권리 규제" 국회에 입장 전달
  • 2015년 법 개정 무산…당시도 "지나친 제약" 우려

[데일리팜=김진구·이정환 기자] 국회와 정부가 제약업계의 약가인하 회피를 위한 집행정지 악용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제약업계는 기본권 제한이라는 논리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일명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사법권 남용'과 '기본권 침해'의 대립으로 정리된다.

양 측 주장의 명분이 확실한 데다, 해당 법안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제약업계에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국회·정부 "사법권 남용 차단" vs 제약업계 "기본권 침해"

국회와 정부의 법 개정 이유는 한 마디로 정리된다.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제약업계가 집행정지 신청을 악용했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할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정부의 법 개정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집행정지가 기각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국회·정부의 취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제약사는 많지 않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간 회사 입장에선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는 게 오히려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약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우려 혹은 반대로 정리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개정안의 ‘환수’라는 장치가 사실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제약업계 입장에선 사법제도가 보장한 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했을 뿐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입법을 통한 집행정지 신청의 '사전적 제한'이 아니라, 현행제도 하에서 환수협상 등 '사후적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사례에서 건보공단을 통해 제약업계와 환수협상을 활용한 바 있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와 같은 의약품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2015년 약가인하 환수법 개정안은 왜 무산됐나

제약업계의 또 다른 주장은 기존에 비슷한 입법례가 없다는 것이다.

민법에선 가처분신청 후 본안소송에서 사건이 뒤집혔을 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과실로 추정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사자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과 업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민사의 영역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행정부가 사실상 사법권을 제한하는 유사한 제도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게 지난 2015년 발의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다. 당시 복지부는 정부입법으로 이번 약가인하 환수·환급법과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5년 정부가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내용.
다만,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대해 "소송패소 등의 이유만으로 공단이 제약사로부터 손실 상당액을 징수하는 것은 특허권자가 선의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며, 건보공단에게 과도한 행정권을 부여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별 특허권자의 권리보호라는 사적 가치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및 의료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 징수 요건·금액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에선 정부의 약가인하 환수만을 규정했다"며 "반대의 경우, 즉 제약사가 집행정지 기각 후 본안소송에서 승리했을 때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환급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의견으로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조계서도 '기본권 제한' 여부 두고 의견 분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개정안이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제한하는지를 두고 법리적 해석이 분분한 모습이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에선 개정안을 기본권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안에선 정부가 직접적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약사는 계속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의 손실을 제약사로 하여금 반환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행정지로 제약사가 얻은 이익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한 부가적인 이익으로 볼 것인지, 집행정지 제도를 영리하게 활용한 정당한 이익으로 볼 것인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쪽에선 개정안이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약사가 소송 등 법률 대응을 할 때 환수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사건까지 소급적용 불가…환수범위 확대 우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걱정은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과거 사건까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다.

2011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제약사가 복지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집행정지 신청을 한 사례는 총 58건이다. 이 가운데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가 27건, 리베이트 관련 약가인하가 22건이다. 만약 과거 사건까지 소급 적용된다면 최대 49건에 대한 급여 환수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개정안에선 소급적용과 관련한 근거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지금까지 발생한 집행정지 관련 소송은 영향권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추가 발의될 개정안에 소급적용 규정이 있느냐다. 현재 국회에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가인하 환수·환급법 추가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소급적용 규정이 담길 경우 제약업계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 다른 걱정은 개정안이 우선 통과된 후, 후속 입법을 통해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다.

현재 개정안에선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의 범위를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관련 약가인하'로 한정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와 같은 재평가 사례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첫 번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어렵다. 반면 제2, 제3의 개정안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될 것"이라며 "정부가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향후 적용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재평가로 인한 약가인하는 리베이트나 제네릭 출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의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사례처럼 제약사가 정말로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수액 혹은 환급액을 사실상 건보공단이 산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며 "환수·환급과 관련해 제약업계가 예측 가능한 방향에서 매우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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