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3년 전 인수 희귀질환 신약 청산…R&D 자산 재정비
- 차지현 기자
- 2026-08-11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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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 3상 단계 글랜즈만 혈소판무력증 치료제 후보물질 'GC1138' 개발 중단
- "현금 유동성 확보·R&D 선택과 집중"…'THE FAB FIVE' 5개 핵심 과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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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녹십자가 임상 3상 단계 글랜즈만 혈소판무력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매각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총 600만달러에 해당 자산을 포함한 희귀 혈액응고질환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지 약 3년 만이다. 회사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자원을 핵심 과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희귀 혈액응고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GC1138'을 매각했다. 매각 대상과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 확보와 R&D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C1138은 녹십자가 지난 2023년 2월 미국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인수한 희귀 혈액응고질환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다. 당시 녹십자는 마르젭타코그 알파(MarzAA)와 달시노나코그 알파(DalcA), CB-2679d-GT 등 3개 프로그램을 총 600만달러에 확보했다. 계약금 100만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500만달러는 2025년 2월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MarzAA를 제외한 DalcA와 CB-2679d-GT는 인수 이후 구체적인 개발 경과가 확인되지 않는다.
MarzAA는 활성형 재조합 혈액응고인자 VIIa 계열 피하주사 치료제다. 카탈리스트는 2021년 임상 운영 차질과 피험자 모집 경쟁, 예방요법 치료제 확산 등을 이유로 MarzAA 임상 개발을 중단했다. 카탈리스트는 개발 부담을 줄이고 다른 핵심 과제에 집중하기 위해 MarzAA와 DalcA의 매각·기술이전을 추진했다.
반면 녹십자는 MarzAA의 후기 임상 단계와 투여 편의성에 주목했다. 회사는 기존 혈액응고질환 치료제가 정맥주사 중심인 데 비해 MarzAA는 피하주사가 가능해 투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녹십자는 인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MarzAA는 임상 3상 진입 준비가 된 혈액응고인자 VIIa 후보물질(an engineered factor VIIa ready for Phase 3 clinical-stage development)"이라면서 "기존 치료제와 달리 피하주사가 가능해 평생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MarzAA 개발을 이어가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을 출시하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회사는 이미 미국에서 임상 개발이 진행된 후기 단계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희귀질환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녹십자는 MarzAA에 GC1138이라는 코드명을 부여하고 글랜즈만 혈소판무력증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회사는 올 1분기까지 GC1138을 글랜즈만 혈소판무력증 대상 임상 3상 단계 파이프라인으로 분류했다. 카탈리스트가 중단한 기존 임상을 그대로 이어가지 않고 적응증과 개발 전략을 재정비해 후기 임상 개발을 추진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녹십자는 GC1138 도입 3년 만에 해당 후보물질을 개발 포트폴리오에서 정리하게 됐다. 카탈리스트가 환자 모집 난항과 경쟁 치료제 확산 등으로 MarzAA 임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녹십자 역시 후기 임상에 필요한 추가 투자와 개발 난이도를 감안해 자산 우선순위를 재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MarzAA는 카탈리스트가 자체 개발하기 전부터 개발 주체가 바뀌며 장기간 연구가 이어져온 자산이다. MarzAA는 2009년 화이자에 혈우병 치료제로 기술이전됐다가 2015년 반환됐고 이후 카탈리스트가 임상 개발을 지속했다.
카탈리스트는 2019년 억제인자 보유 혈우병 A·B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마쳤고 이후 임상 3상에 진입했지만 2021년 12월 해당 시험을 조기 종료했다. 카탈리스트가 제VII인자결핍증과 글랜즈만 혈소판무력증, 억제인자 보유 혈우병 A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임상 1·2상도 같은 시기 중단됐다. 녹십자가 MarzAA를 인수해 후속 개발을 재개했지만 결국 3년 만에 다시 개발을 접고 매각한 것이다.

대신 녹십자는 올 2분기 'THE FAB FIVE'를 새롭게 제시, R&D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비우선 과제는 정리하는 반면 사업성과 개발 가능성이 높은 5개 핵심 과제에는 자원을 집중해 R&D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가 꼽은 5개 핵심 파이프라인은 ▲20% 피하주사용 면역글로불린(SCIG) 'GC5136B'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C4006A'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백신 후보물질 'GC1140B'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GC1134A·HM15421'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이중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GC1148A' 등이다.
이 가운데 SCIG는 오창공장 신규 생산라인에 1400억원을 투자하고 미국 3상 진입을 추진한다. mRNA 코로나19 백신은 연내 임상 2상 진입을, EBV 백신은 글로벌 기술수출을 목표로 한다. 파브리병 치료제는 한미약품과 임상 1·2상을 공동개발 중이고 ADC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비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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