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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무약촌 의약품 규제 완화, 국민 안전은 어디에"

  • 조연주 약사투쟁본부 본부장
  • 2026-01-08 12:09:00
  • 조연주 약사(약사투쟁본부장)

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무약촌’을 이유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약국이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점포가 없는 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제도의 전제와 관리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안전 공백을 만들 우려가 크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2012년 도입 당시부터 ‘야간·공휴일 등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라는 엄격한 전제 아래 허용된 예외적 제도였다. 그럼에도 현재 제도는 약국 접근성이 충분한 도심 지역까지 확대되었고, 관리·감독 부재 속에서 소분 판매, 전문의약품 불법 진열 등 위법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원 역시 편의점에서의 위법 의약품 판매 행위에 대해 명확히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반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청소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시행 이후 아세트아미노펜과 관련된 청소년 중독 사례가 증가했다는 국내외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대한임상독성학회지 및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청소년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10대 연령층에서 두드러진 증가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의약품의 손쉬운 접근이 충동적 자해·자살 행동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접근성 확대 논의에 앞서,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영향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무약촌’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24시간 운영 요건을 완화하고,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 제한마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무약촌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공식적인 행정 관리 체계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이 무약촌인지, 누가 어떻게 판단하고 관리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예외 규정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규제의 전국적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여전히 무자격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편의점 종사자는 약사가 아니며, 복약지도나 이상반응 대응을 수행할 수 없다. 의약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과 관리가 전제되어야 할 보건의료 자원이다. 접근성 개선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원칙이 훼손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무약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그 해법은 편의점 판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공공심야약국 확대, 지역 약료 인프라 강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안전한 대안에서 찾아야 한다. 약사의 복약지도 아래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제도 도입 취지와 국민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

의약품 정책은 편의와 속도가 아니라, 안전과 책임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무약촌을 명분으로 한 졸속적인 규제 완화가 또 다른 관리 공백과 위법 사례, 그리고 청소년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고 근거 중심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 약력]

-덕성여대 약대 졸업

-현 믿음약국 운영 

-약사투쟁본부 본부장 


조연주 약사투쟁본부 본부장(bob83@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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