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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포기 속출할 듯...행정부담·경제적 손실 '이중고'

  • 김지은
  • 2023-08-20 19:16:44
  • [팜인사이드] '역대급' 7677품목 약가인하 약국 '술렁'
  • 전국 약국 손해액 수십억원대 추산
  • 약사회, 제도 개선안 재논의…'상시 서류상 반품' 요구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저는 이번에도 포기요. 1인 약국은 감당할 여력도 없고 생산적이지 않는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도 않고.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요?”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시스템에 약국만 피해를 봐야 하나요. 원인 제공은 따로 있는데 결국 약국만 죽어 나야 하고. 힘이 없으면 그냥 계속 맞아야만 하는 건가요?”

역대 최대 규모 약가인하 단행이 목전에 와 있습니다. 정부는 내달 5일 7677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관련 내용을 담은 고시 시행을 예고했는데요.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대규모 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약국에서는 언제까지 약국이 정부의 제도시행에 따른 행정적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하냐며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정기적인 약가인하 단행 이외에 최근에는 정부와 제약사 간 행정소송에 따른 기습 약가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약국은 물론이고 실질적 반품, 정산을 처리하는 의약품 유통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데요. 하루, 이틀을 앞두고 단행되는 약가인하로 인한 약국의 행정적 어려움을 넘어 일각에서는 전국 약국이 매년 약가인하 차액정산을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대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그간 대다수 약국이 “눈감고 넘어가자”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약가인하 시행의 이면을 짚어봤습니다.

◆‘역대 최대’ 7677품목 약가인하는 왜?=이번 약가인하는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 의약품 적정 품질 관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약가제도를 개편, 기등재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입니다.

1, 2차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재평가 작업은 평가 대상만 총 2만3630개 품목에 달합니다.

이번에 진행된 1차 평가 대상은 1만6723개 품목이며, 이중 9046개 품목은 상한금액을 유지하게 됐고, 7677개 품목은 상한금액 인하가 단행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상한금액 인하 대상 품목 중 7421품목은 15%, 256개 품목 27.75%의 인하 조치가 적용됩니다.

이번 1차 재평가보다는 규모가 적지만 2차 재평가 대상인 6248개 품목에 대한 심의는 올해 말 진행되며, 내년 1월 초에도 이들 품목 중 일부에 대한 약가인하 단행 고시가 추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약사사회는 물론이고 의약품 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인하 조치를 두고 ‘역대급’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약가조정 대상 품목이 7600여개 달하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현장의 혼란도 예상됩니다. 비교적 대상 품목이 다빈도 조제 품목이 아닐 가능성이 큰 만큼 약국에서 서류상 반품보다는 실물 반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입니다.

품목이 워낙 많아 약국에서 반품할 재고를 정리하고, 도매상에서 이에 대한 확인, 대조 작업을 거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30년 이상 약업계에 몸담았지만 이번 같은 대규모 품목의 약가인하 조치 사례는 없었다”면서 “이번 대상 품목은 약국에서 다빈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적은 품목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서류상 반품보다는 실물 반품이 몰릴 것으로 본다. 약국도 그렇지만 유통사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넘어가자”서 “개선하자”는 인식 전환=약국에 직적 영향을 미치는 약가인하 조치는 매월 시행되는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 고시 뿐만 아니라 2년마다 실시되는 약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상한금액 조정, 가산 기준 개편에 따른 가산종료, 약가재평가 등 수시로 발생하는 보험약제 상한금액 직권 조정 등이 있습니다.

정기적인 약가인하와 더불어 최근에는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 소송으로 인한 예고 없는 약가인하 단행은 약국가는 물론이고 의약품 유통업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과 피해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약국으로서는 제약사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 기각 등의 행정소송 절차로 인한 기습 약가인하 단행이 행정적 부담과 더불어 가중평균가에 영향을 미쳐 금전적 손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 소형 약국에서는 “그냥 넘어가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기습으로 단행되는 약가조정 고시를 일정을 감안하면 1인 약국의 경우 재고 파악조차 쉽지 않아 반품이나 차액정산 자체를 포기하는 겁니다.

약사회는 개별 약국으로 따지자면 약가인하 단행에 따른 손해액이 소액이지만, 전체 약국으로 보면 상당한 금액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약국에서 자발적으로 차액정산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개봉으로 인해 반품을 거부당하거나 2개월 이전 구입으로 인한 차액정산 제외 등의 요인으로 약국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약국에서 약가인하로 인해 한달 손해액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전국 약국에서 매년 20억대의 손해가, 손해액이 10만원으로 가정하면 전국 약국에서 매년 270억대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라는 건데, 약사사회는 이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형 문전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약국에서 현재 의약품 입고 관리가 꼼꼼하게 안되고 있다. 1인 약국 등 소형 약국에서는 그럴만한 여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요즘같이 기습 단행이 진행되면 소형 약국의 정산 포기 비율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국 약국으로 추산하면 매년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대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과 더불어 개별 약국이 입고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경영 시스템 마련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약사회 차원에서 약국의 재고 관리를 위한 지원 방안 등을 마련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상시 서류상 반품’ 카드 꺼낸 약사회, 왜=보험 약가 인하 시 약국은 거래 도매상을 통해 통상 직전 2개월 거래량 대비 통상 30% 수량에 대한 차액을 보상받고 있으나 정산에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해당 기간에 거래 실적이 없는 의약품의 경우 보상에서 제외돼 약국은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약국 별 회전율이나 약국의 관련 의약품 사용량에 따라 결과가 약국의 손해나 이익이 갈리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약사회 설명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실물 반품에 따른 약국의 조제 문제, 정산상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민간이 결정한 임시방편일 뿐 제도적으로 보장된 방식도 아닌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약국이나 유통업계에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에 약사회는 최근 복지부에 약가인하 품목에 대한 ‘상시적’ 서류상 반품 인정 등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7677개 품목 약가인하 단행과 관련해선 1주일 이상 사전 대상 품목 리스트 전달과 더불어 고시 시행 유예 등을 요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약가인하 대상 품목의 ‘상시 서류상 반품 인정’ 등 제도 보완을 협의하고 있는 겁니다.

약사회가 이같은 제도 보완을 요구한 것은 실물 반품의 경우 조제 연속성 측면에서 약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뿐만 아니라 서류상 반품의 경우도 2개월 이전 사입 제품은 실물 반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낱알은 반품이 인정되지 않는 등 약국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필기 약국이사는 “약국으로서는 2개월 내 출하 분의 30%만 보상하는 현행 서류상 반품과 사전 실물 반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데, 실물 반품의 경우 일주일 정도의 조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약국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서류상 반품을 선택하거나 차액 정산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지역 약국가에서는 매년 수십, 수백억원대 손해를 계속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책임이 없는 약국이 손해를 떠 안는 현 구조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 이사는 “정부 차원에서 상시적 서류상 반품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약국으로서는 만약 약국에서 500T 통약 재고와 개봉해 조제를 한 300T가 남아있다면, 800T에 대한 서류상 반품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약국에서는 조제 공백도 발생하지 않고 낱알에 따른 손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와는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서류상 반품 인정 이외에도 여러 합리적 대안에 대해 약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역대급’ 약가인하 조치를 계기로 그간 쌓여 있던 약국가와 의약품 유통업계의 불만과 제도적 보완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정부가 어떤 개선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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