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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크 졸속행정…약업계 '혼란·좌절·분통' 초래

  • 천승현
  • 2009-04-13 06:30:39
  • 원료 부실관리 책임 업계에 전가…미숙한 조치에 혼란만

설마했던 우려가 최악의 사태로

석면탈크 파동, 일자별 조치사항
국내 제약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1122품목이 판매금지· 회수 및 급여중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지난 1일 베이비파우더 12품목에서 석면이 검출된지 8일만에 후폭풍이 제약업계 전방위로 확산됐으며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우려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끔 후폭풍의 강도는 핵폭탄급으로 번진 것.

가격이 비교적 비싼 일본산 탈크를 쓰는 대형제약사들은 석면탈크 파동의 직격탄을 피해갔지만 일부 제품을 위탁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석면탈크 파동의 범위 안에 포함됐다.

전반적으로 대형 품목은 눈에 띄지 않지만 많게는 업체별로 50품목 이상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되는 등 주력품목이 상당수 포함돼 이들 업체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하게 됐다.

단순 손실금액만으로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통상 2~3개월 분량을 약국 및 도매에 납품하고 2~3개월 분량을 창고에 보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처분을 받은 1122품목의 6개월 분량을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의약품이 많은 전문약의 경우 한 번 처방이 중단되면 좀처럼 회복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급여중지는 곧 시장 퇴출과 다름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때문에 업체별로 체감하는 피해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존에 유통중인 물량을 수거하느라 업체별로 영업사원 및 실무자 등의 인력을 총 동원할 수밖에 없어 이번 조치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전하지만 폐기” 앞뒤 안맞는 행정 비판

베이비파우더 석면 발견 이후 1122품목 판매금지까지 걸린 시간은 8일에 불과하다.
석면탈크 의약품에 대한 후속조치와 관련 식약청이 가장 비판을 받은 부분은 문제의 탈크를 사용했더라도 위해성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판매금지 및 급여중지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들 제품은 경구제일뿐더러 석면 함유량은 0.001%에 불과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회수·폐기 및 급여중지 조치를 내리는 게 합당하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즉 1000여개에 달하는 제품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서도 졸지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을 받게 된 셈이다.

더욱이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유무영 과장은 후속조치 브리핑에서 “만성 질환과 같은 장기간 복용하는 의약품의 경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위해성이 크다”면서도 판매금지 조치를 결정한 것은 등 이번 조치의 불합리성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특히 안전성에 문제도 없는 제품을 9일자로 즉시 판매금지 및 급여중지 조치를 내린 점에 대해서는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 한 해당 업체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유예를 주면 되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즉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졸속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에 탈크 규격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새롭게 규격기준을 마련하고 업체들에 책임을 전가하는 조치에 대해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비판도 높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탈크에 대한 규격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규격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제품을 퇴출하는 것은 식약청의 과실을 제약업계로 떠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려는 의도가 명확한 무책임한 조치다”고 역설했다.

의사협회 역시 “식약청 등 정부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문제를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이번 조치는 탁상행정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급여중지 대상 1122→1082→1122, 후속조치 혼선

윤여표 식약청장이 석면탈크 의약품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식약청이 최초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1122품목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기까지는 불과 8일밖에 소요되지 않았을 정도로 후속조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식약청은 미숙한 후속조치로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이들 의약품을 취급하는 의약사,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을 야기했다.

당초 대체의약품 확보 곤란을 이유로 1111품목을 급여중지조치 내리기로 했다가 이 중 41품목은 허가사항에 탈크 사용이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80품목만 즉시 급여중지키로 했다.

이후 11품목의 대체의약품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중지 유예 대상이 추가됐으며 급여중지가 보류된 40품목 중 34품목을 석면탈크 사용이 확인됐다며 급여중지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6품목은 석면탈크를 사용하지 않아 구제됐으며 점검 과정에서 6품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해당 업체들이 석면탈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금지 목록에 포함됐다며 지속적으로 항의를 하고 있어 구제 품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급여중지 일자도 당초 후속조치를 발표한 9일로 정했다가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10일자로 변경하는 등 졸속행정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한 실무자는 “1000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금지 및 급여중지 조치를 내리면서 후속조치마저 이처럼 안이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며 “식약청이 과연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성토했다.

제약·요양기관, '좌절·혼란·분통'

석면탈크에 대한 식약청의 조치는 제약업계 및 도매, 의료기관, 약국 등 의약계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갔다.

리스트에 포함된 업체들의 경우 신속하게 해당 제품의 회수에 나서면서도 이번 일로 인해 ‘불량 의약품을 만드는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누명을 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석면탈크가 시중에 유통되지도 않았는데도 판매금지 리스트에 포함됐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석면이 함유되지 않은 탈크를 확보, 새로운 제품 생산을 서두르고 있지만 새 제품이 생산되더라도 처방이 원상복귀된다고 장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울상을 짓고 있다.

도매업체의 경우 역시 의료기관에서 반품 요구가 쇄도해 골머리를 안고 있다. 특히 단독으로 원내의약품으로 납품된 경우 마땅한 처리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병원 및 약국에서도 판매금지 조치된 제품의 대체약을 찾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1000여개의 리스트를 일일이 확인한 후 대체약을 찾기 과정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석면이 함유된 의약품을 반품처리하고 대체의약품을 확보하는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쉽게 대체가 되지 않는 약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르고 있으며 의료진과 의견을 모으는데 있어서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약사회는 석면 탈크 의약품에 대한 조제를 즉각 중단할 것을 공지한 데 이어 이들 제품의 회수·폐기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할 정도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와 식약청은 12일 석면 탈크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해주고 진찰료와 조제료를 환자가 추가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환불 조치와 관련된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반약 낱알 반품에 대한 조치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을 뿐더러 사례마다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식약청의 미숙한 행정 집행으로 소비자·약국·제약사 모두 한 동안은 혼란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탈크 파동,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나

이번에 리스트에 오른 일부 업체들은 식약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회수명령 및 급여중지 취소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할 뜻을 밝혀 자칫 탈크 파동이 무더기 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안전성에 위해성이 없다면서 판매금지 및 급여중지 처분을 내린 식약청의 이번 조치는 위법 요소가 크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소송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수에 따른 손실액 가시화, 처방 중단 및 이미지 추락이 현실화될 경우 업체별로 체감하는 반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향남제약인클럽 공장장 협의회 47명의 공장장들은 이례적으로 지난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제약회사 약1100품목을 회수 폐기하라는 식약청의 조치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식약청의 전량 회수 폐기 명령은 업계의 막대한 손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며 아무런 유예기간 설정 및 조치도 없기에 더욱 가혹한 처분이다”고 강변했다.

이와 함께 식약청은 신뢰도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식약청은 지난해 윤여표 청장 부임 이후 각종 규제합리화 정책을 쏟아내며 제약업계의 환영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석면탈크 파동으로 인해 식약청에 대한 불신은 심지어 생동조작 파동 당시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현실이다.

국내사 한 임원은 “그동안 식약청이 각종 규제합리화 정책으로 제약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일로 인해 식약청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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