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반대 긍정적…심평원 갈등 옥의티"
- 허현아
- 2009-09-22 06: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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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근 공단이사장 취임 1년…"내부개혁 자율성 제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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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정형근 공단이사장, 취임 1년 평가와 과제

복지영역에서 ‘산업화’와 ‘공공성’의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점이자, 약제비 적정화 등을 비롯한 건강보험 제도의 면면이 개혁 일로를 표방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그가 지휘한 보험자의 역할을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한 해였다.
보건 영역의 시장 개방 등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도전 속에서 굳이 정형근 이사장의 경영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공단의 보험자 역할과 철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안팎의 시선으로 정형근 이사장 취임 1년을 평가하고, 발전을 위한 제언을 모았다.
보험자 역량강화 학습고취…민영화 반대 견지 등 '긍정적'
◆의미있는 시도들=지난 일 년간 공단 경영의 키워드는 단연 ‘보험자 역할 강화’였다.
정 이사장은 취임 직후 내부 토론회로 실무역량을 강화하는 한 편 외부 초청 토론회도 주기적으로 열어 건강보험 각계 현안을 두루 점검하고 발전과제를 선별 학습시키는 데 열을 올렸다.
먼저 매주 토요일 실무 부서별 현안을 발표하는 내부 토론회가 자리잡았다. 이 토론회는 아침 9시부터 평균 3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자칫 담당업무에 매몰되기 쉬운 직원들의 건강보험 철학과 업무 역량을 조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건강보험 현안을 주제로 보건의료 전문가, 시민단체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매주 초청하는 '금요조찬세미나'는 진행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내부 학습문화와 토론 문화 조성에 일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리병원 허용,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질병정보 제공 등에 명백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점은 특히 보건행정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외곽 단체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형근 이사장에게 한 수 배우라”며 의료민영화 주창자들을 겨냥한 성명까지 출현해 눈길을 끌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논평을 통해 “정 이사장은 의료민영화 추진이 한국 보수 세력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릴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간파한 몇 안 되는 유능한 보수파 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을 정도.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건복지 주무부처 어느 유력인사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을 때 정형근 이사장이 반대 입장을 명백히 한 것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서 시의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유관기관과 소통 부재…내부개혁 자율성 제약 우려"
◆엇갈리는 평가들=이처럼 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가치논쟁 속에서 복지 영역이 의미있는 성장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단의 행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험자 역할 강화’를 목표로 내부조직과 업무 흐름이 대폭 개편되었고, 방대한 조직규모 탓인지 늘 따라붙었던 ‘방만경영’ 꼬리표를 떼버리기 위한 표면적 작업들이 비교적 강도높게 진행됐던 것.

공단 내부 관계자는 "방만경영이라는 외부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역량강화는 긍정적이었으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내부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약가업무 중복 논란으로 시작된 심평원과의 '충돌'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부 전문가는 "약가 등 건강보험 재정지출과 관계되는 업무영역에서 보험자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와 방향성에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상대 기관과의 갈등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 점은 아쉽다"면서 "일방통행식 소통에 따른 갈등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험자 역할 강화를 위한 가시적 결실은 보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공급자·가입자·외부 전문가 등 의견수렴 균형 보완 기대"
◆남은 과제들=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 이사장의 정치 이력과 노련함에 비춰 공단 경영에 큰 과오가 없었다는 평가는 살려내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를 시사한다. 국회 관계자는 "정형근 이사장의 기관 운영에 대과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약제업무를 둘러싼 심평원과의 갈등 등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건보공단 수장으로서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 반기를 든 민영화 논란에서 반대입장을 견지한 점은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건설적인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기존의 소통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과다한 개혁이 자발적인 선순환을 가로막아 과잉충성, 눈치보기, 비효율적 전시행정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동떨어진 체감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금요세미나'나 '건강보험 20주년 기념 토론회' 등 공단 현안과 관련된 행사에 특정 성향 전문가들을 주로 초빙하면서 외부 전문가 자문을 위한 인적 구성에 보다 균형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정 이사장 취임 이후 위촉한 33인의 정책자문위원 가운데는 과거 건강보험 통합 과정에서 '조합주의'를 주창했던 전문가들이나 최근 '산업화' 논리의 일선에 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모 교수는 이에 대해 "반대의견 수렴을 통한 '균형잡기'로 변론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자 정체성을 왜곡시킬 소지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공급자, 가입자를 비롯한 균형적인 의견수렴을 강조했다.
유일하게 실명 공개를 허락한 한오석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그간 공단의 활동이 재정관리 측면에 기우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기본적인 보험자 역할은 무엇보다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면서 "건강증진센터 등을 거점으로 한 대국민 건강증진 캠페인과 정보 제공 등 예방 중심 사업에 보다 진척된 성과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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