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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거래처 문전박대 확산…벼랑끝 선지급 유혹

  • 허현아
  • 2010-05-10 06:57:10
  • 제약사 신규마케팅 '꽁꽁'…영업정책 보안 '삼엄'

쌍벌죄 도입이 의약품 영업을 경색시켰다.
"진짜 옴짝 달싹 못한다. 이 와중에도 달라는 의사들 몇몇은 있다."

제약사들의 현장 마케팅이 얼어붙었다. 몇몇 거래처가 영업사원 방문을 꺼리기 시작하더니 경남 김해시, 구로시 등 지역의사회가 '출입금지령'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얼마 전부터는 '이달이 마지막'이라며 처방내역 출력을 거절하는 거래처 상황이 속속 보고돼 공동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부분 회사들은 신규 마케팅 정책 수립계획을 전면 중단한 채, 낮은 포복 자세로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제약사 관계자는 "거래처의 방문거부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역의사회들이 공문을 내린 영향인지 만나주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아직은 실질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눈에 띄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사원 방문을 거부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거래처에 출입이 제한된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관리에 한숨짓고 있다.
'의료계 5적' 파동에 '뒤숭숭'…매출감소 불안감 '정점'

그나마 안면이 있는 영업사원은 인지상정으로 만나주지만, 신입사원들은 발도 못 붙일 형편이다.

제약사들은 일련의 상황들이 정부의 쌍벌죄 시행 발표 이후 확대 일로에 섰다고 입을 모았다.

쌍벌죄 발표 이후 제약업계에는 '의료계 5적'이라는 말까지 출현했다.

의사단체가 쌍벌죄 배후로 5개 상위사를 지목, 처방거부 운동을 자처한 뒤부터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일선 의원들의 불매운동 공동화 현상으로 제약사들은 동요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의사단체 임원이 회원 의사에게 5개 회사 제품을 처방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면서 "자기 성향이 강한 의사들이 실제로 움직일 지 모르겠지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메시지가 반복되면 영향을 받수 있다"고 우려했다.

골프접대·선상파티 등 호화접대 자중…제품세미나 막혀

이 때문인지 상위사들을 중심으로 한 고가 이벤트는 일단 자취를 감춘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에 따라 부부동반 골프접대나 선상파티까지 진행했던 다국적제약사나 국내 상위사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경쟁규약 사전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오리지널 기업들의 세미나 등도 크게 위축됐다.

외자제약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 실명 보고까지 이뤄지는 제품 세미나를 의사들이 꺼리고 있다"면서 "사전신고의 부담감 때문에 영업사원 디테일도 겨우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자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최대한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며 "외자사들은 적응증 추가를 비롯한 임상연구 지원을 최대한 활용해 의사들과 접촉을 강구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도 '마지막 한 탕'을 노린 리베이트 유혹은 여전히 손을 뻗친다.

"처방목록 입성 마지막 기회"…리베이트 선지급 요구도

"쌍벌죄 전까지 리베이트 받겠다" 여전히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들과 처방확대를 노리는 제약사의 유착은 진행형이다.
국세청, 공정위, 복지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리베이트 적발에 나섰지만, 행정력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리베이트 선지급설이 나돌아 제약사들의 눈치작전이 극에 달했다.

쌍벌죄가 가시화되면 의사들이 처방품목 변경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는 제약사의 계산과 법망을 피하려는 의사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또 한번 선결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상위사들은 이미 전방위적인 조사망에 노출돼 숨죽이고 있지만 조사 사각지대에 놓인 군소제약들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쌍벌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리베이트를 받겠다는 의사들이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영업현장에서 유사한 보고들이 올라와 난감하다"면서 "브랜드도 제품력도 미약한 회사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처방변경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상위사 관계자도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가 시행되기 직전에도 병원 인근 식당과 강의장 등에 수백만원씩 선결제를 해놓고 사후 접대하는 행태가 성행했었다"며 "기회를 틈탄 처방댓가성 리베이트가 저변으로 더 숨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들어 제약사 영업사원 집체교육이 활기를 띠는 현상을 이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자금경로-자료보안 '경계령'…디테일 강화 돌파구 한계

지방발 리베이트 사건이 전국적인 적발 열풍을 드러낸 뒤 위협을 느낀 회사들이 철통보안을 직원들에게 주문하는가 하면 일부 회사는 영업사원 정도경영 서약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국내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조사가 어디로 튈 지 몰라 회사마다 보안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품목 인계를 극도로 자제하고 과거 처방실적 데이터도 폐기하는 추세"라며 "월별 처방실적을 출력하지 않겠다는 의원들이 늘고 있어 실적 평가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무더기 적발된 지방발 리베이트 사건 여파인지 같은 회사 영업사원들끼리도 거래처 관리 노하우를 입밖에 내지 않는다"며 "만에 하나라도 회사가 연루되면 지목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대안 없는 터널'에서 일부 회사들이 한숨짓는 사이 궁여지책으로 디테일 강화에 나선 제약사들이 늘고 있지만 제네릭사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점에 근무하는 외자사 영업 책임자는 "현재로선 디테일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품목에 대한 학술적 정보전달을 강화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사 관계자는 그러나 "마케팅 활로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디테일 강화로 대안을 강구하는 흐름에 국내사들도 예외일 수 없다"며 "회사 방침은 유사하지만 임상자료가 풍부한 오리지널에 비해 디테일 포인트를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쌍벌죄 이후 보자"…정부 시행의지가 유통정화 판가름

발톱을 감춘 리베이트 관행은 쌍벌죄 이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혼란 수습의 분기점은 쌍벌죄 시행 이후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벌죄 이후 정부의 시행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지 시장은 시험할 것"이라며 "적발의 한계 등으로 처벌이 유야무야 된다면 더 정교할 변종 리베이트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쌍벌죄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현행 법령에서도 적발시 의약사 면허자격 정지, 의약품 약가인하 등 관련 처분이 적용된다"며 "전국적 토착비리 척결과 맞물려 경찰이나 국세청 등의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한 치 앞만 고려한 리베이트 관행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통 난맥 속에 불가피하게 뿌리내린 음성거래의 갑을관계는 청산될 수 있을까. 시장은 잔뜩 움츠린 채 그 첫 시도를 시험하고 있다. 쌍벌죄가 의도한 구속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리베이트 척결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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