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상장 제약사와 은둔형 후계자
- 이석준
- 2024-04-24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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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후계자들을 공식석상에서 볼 수 없다. 사석에서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누가봐도 실세인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보수적인 제약업계는 '은둔형=후계자'라는 공식이 정형화된 느낌이다.
올 3월 주주총회도 마찬가지다. 후계자들은 대표이사로 올라가서나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되면서 주총장에 나타났지만 만남은 쉽지 않다. 주주지만 기자라는 이유로 홍보팀 등의 견제를 받는다. 행여나 허탕을 칠까봐 사전에 연락을 하면 부탁을 가장한 거절이 돌아온다. 사전 차단이 싫어 불시에 주총장을 방문하면 여기서도 온갖 간섭이 시작된다. '이러시면 곤란하다'는 압박도 받는다.
이해는 한다. 외부 노출로 괜한 구설수를 만들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 조율되지 않은 후계자의 한마디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상장사라는 기본에 충실했을 때 후계자도 정보 공개 범주에 속한다. 꽁꽁 숨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경영 승계 후계자라면 언제까지 아버지 뒤에 숨어있을 수는 없다. 주주들은 기업에 투자를 한 만큼 후계자의 경영 철학 및 비전에 대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조심스럽겠지만 후계자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 최소한 단독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됐을 때는 주주나 언론의 요구에 숨어서는 안된다. 기업을 이끌면서도 언론에 얼굴 한 번 나오지 않는 후계자도 부지기수다. 사진을 요청해도 없다는 곳도 있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사진이 없을 리가 없다.
상장사의 기본은 시장(투자자)과의 소통이다. 대신 상장사는 자금조달 등의 이점을 얻는다. 상부상조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정보 공유를 원하는 건 아니다. 후계자의 경우 사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상장사 후계자로서의 비전과 시장 우려 등에 대한 기본적인 답변과 책임 의식이다.
후계자의 은둔이 지속될 때 상장사는 정보 공개의 기본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시장의 오해만 키울 수 있다. 공개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후계자 노출은 필요하다. 그래야 시장도 후계자가 이끌 상장사를 보고 투자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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