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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분명 주장' 공허한 메아리가 안 되려면

  • 조광연
  • 2013-02-04 12:24:50

모처럼, 대한약사회가 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성분명 처방을 하자고 말이다. 약사회는 지난 달 30일 성명을 내어 "잇따르는 제약회사-의사 리베이트 사건은 충격적"이라며 "근원적 대안은 성분명처방 도입"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그동안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대외적 주장은 가급적 삼가해 왔다. 직선제 이후 집행부들의 일관된 스타일이었다. '밥 짓겠다'면서 연기만 잔뜩 피우다 눈물 흘리는 건 의미없다는 판단에서다. 일을 한다는 것은 밥을 지어 식탁에 올리는 일로 과정을 떠벌리는데 있지 않다며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그래서 김구 집행부의 이번 성명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을 리베이트 근절의 근원 대책으로 직접 연결지은 것은 사회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경솔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바로 '리베이트 이동설' 때문이다. '의사가 받았던 리베이트를 약사가 받겠다는 것이냐' '그동안 약사가 더 많이 연루됐다'와 같은 공격의 빌미만 줄 뿐이다.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 같은 용어선택과 주장도 매 한가지다. 공연히 의사들의 긴장감만 높일 뿐이다. 당장 '성분명 처방에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이 어디에 있느냐, 약사의 선택권이 있겠지'와 같은 또다른 공격의 빌미를 이번 성명은 남겼다. 어느 질병에 어떤 의약품 쓸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다. 성분명 처방이 돼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당뇨치료에서 메트포민 계열을 선택할지, 설포닐우레아계열을 쓸 지, DPP-4를 택할지는 의사의 몫이다. 약사는 이 선택에서 대체조제(동일성분 조제)를 통해 의약품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허술한 논리의 성명이나 주장은 약사 회원들에게 일시적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지만, 반격 받으면 오히려 입지를 좁히는 부작용도 있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상 약사 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해 왔던 것은 의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의약분업의 정상화였다. 성분명 처방이 되면 동네약국들도 의약품 구비가 한결 쉬워져 처방전 분산 효과를 공유할 수 있다고 약사 사회는 믿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사회의 처방목록 제출이 안되는 상황에서 잦은 처방 변경으로 인한 재고약 누적과 반품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원천적으로 풀 수 있다는 것도 성분명 처방 주장의 핵심이었다.

성분명 처방의 또다른 논리는 건보재정 절감에 있었다. 성분명 처방이 되면, 구매대금 부담을 원치 않는 약국들의 의약품 구매 패턴이 자연스레 저가의약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어 궁극적으로 건보재정 절감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됐던 제도적 개선이 바로 대제조제 활성화였다. 약사 사회는 줄 곧 생동성 입증품목에 한해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사전동의나 사후 통보를 폐지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실제 약사회는 2013년도 수가협상을 하면서 대체조제율 증진을 전제로 수가 인상을 확보했다. 이런 면에서 약사 사회는 보험자(국민) 단체인 건보공단에 빚을 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덩치가 큰 제도 개선은 일시에 기존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반면 이해당사자의 기득권도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는 만큼 쉽게 되지 못한다. 특히 사회가 고도화될 수록 제도 개선은 어렵다.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조차 법안을 추진하다 이해단체들의 집중적인 견제 때문에 철회하는 해프닝들이 이를 입증한다. 제도 개선은 이해당사자들만의 영역도 아니다. 사회적 지지를 얻을 때만 가능하다. 리베이트 근절책으로서 성분명 처방 주장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리베이트 이동설' 때문일 것이다.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의 정당성을 확보해 내려면, 대체조제(동일성분 동일함량 동일제형조제) 활성화를 통해 건보재정 절감효과를 보여주는 일이 급선무다. 몸(제도)이 움직이는 조건은 머리(법 개정)뿐만 아니다. 몸통(대체조제 활성화)이 움직이면 머리도 따라가게 된다. 1차 적인 몸통 역할은 크고 작은 약사회 임원들의 솔선수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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