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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모른다던 글리벡 약값 법원은 알고 있었네

  • 최은택
  • 2013-09-04 06:34:55
  • 대법원, 인하사유 전면 부정...노바티스 "처분 부당성 확인"

[이슈해설] '기적의 신약' 약가논란 무엇을 남겼나

만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 가격인하 논란이 5년만에 노바티스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복지부장관의 약가 직권인하는 고시 직후 집행정지된 채 4년째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환자나 요양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복지부 약가조정제도에는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특히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에 맞춰 설치된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망신 당했다.

복지부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추후 약가인하 시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도록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의 판단=재판부는 일정한 사유가 발행하면 복지부장관이 보험의약품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경우 법령이 정한 재평가 절차를 거치고 조정사유가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면 재량권 일탈과 남용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글리벡 약가인하 처분은 어떻게 봤을까?

먼저 상한금액이 처음부터 불합리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환자본인부담금이 경감되는 제도적 변화가 있었고 노바티스가 400mg 고용량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지 않는 등 일부 사정이 있지만 약가인하 처분 당시 가격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복지부장관의 글리벡 약가 인하는 정당한 조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처분으로 재량권을 일탈해 위법하다고 대법원은 결론냈다.

복지부의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약제 조정기준과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복지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의 의미=상고심 이전에도 1~2심은 모두 복지부의 약가인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노바티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주목할 점은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의 조정안이다. 법원은 당시 복지부장관이 처분한 14% 인하율보다 6% 낮은 8% 선에서 조정하도록 소송 당사자들에게 권고했었다. 조정사유를 일부나마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복지부도 이 점을 주목해 항소와 상고를 계속 진행했다. 법원이 복지부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지만 일부라도 인하사유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처분의 정당성을 일부라도 인용했다면 인하율을 재산정해 재처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고심은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인하사유로 판단한 어떤 사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바티스의 완승이자 복지부의 완패인 셈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글리벡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주장을 기반으로 이뤄진 처분이 과연 정당한 지를 묻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상고심은 약가인하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판결의 영향=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결과에 대해 "아프게 생각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가인하 시 보다 근거를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약가인하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나 요양기관 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약제급여조정위원회 권위 실추에 대해서는 "그렇게 확장해서 볼 사안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반면 외부 시각은 달랐다.

당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조정위원은 "안타까운 결과다. 위원회의 첫 약가인하 조정권고였는 데 법원에 의해 부정된 것은 망신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를 보다 엄격히 운영해야겠지만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인 법령규정을 구체적으로 바꿔 혼란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규정을 두고 위원회와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현직 법과대학 학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법률전문가도 위원으로 참여했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복지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복지부가 처음부터 소송에 전력투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에는 글리벡을 복용 중인 일부 환자도 보조참가자로 참여했었다.

그는 "한-스위스 FTA 협정으로 폐지된 관세부분을 제시했다면 인하사유가 일정부분 인용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복지부가 이 점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복지부 담당 사무관이 소송 진행 중에 노바티스 측 법률대리인이 속한 로펌에 취업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결과(승소)를 기대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앞으로 제약사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업신 여길 것이다. 이번 판결 결과로 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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