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찬휘 회장의 유럽견문록(歐羅巴見聞錄)
- 조광연
- 2013-09-13 12: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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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공국 출신의 상인이었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아버지를 따라 여행을 떠난 건 1269년으로 전해진다. 열 다섯살이 되던해였다. 소년이 17년간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 불혹의 나이를 넘긴 42세였다. 그는 돌아와 중국 등 오랜 여행의 체험을 루스티첼로라는 사람에게 구술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이다. 책의 내용이 매우 신기하고 과장된 측면 때문에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믿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르코폴로를 허풍쟁이 떠벌이로 불렀다고 전한다(두산백과)."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11일 약사 회원들에게 담화를 발표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 담화문은 유럽의 약국과 약업계 현황을 살펴보고 느낀 9박10일간 소감을 적고, 이를 토대로 자신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세계약사연맹총회(FIP)에 참석하면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담화문에 '우물안 개구리 처지를 벗어나 뒤늦게 나마 제 눈이 커지고, 제 키가 자라며, 제 머리가 확 트인 느낌을 맛보았다'고 까지 고백했을까.
FIP 서울 총회를 확정짓고 돌아온 조 회장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라는 꽃을 꺾어 왔다. 그는 담화에서 '불용재고의약품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는 유럽약사의 이야기를 꺼내며 "유럽내 모든 의사의 처방전은 단지 권고에 지나지 않는 약사중심의 완벽한 대체조제를 시행하고 있어 재고의약품이 발생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약사·약업 환경과 비교되는 대한민국의 약사직능이 처한 현실을 밖에서 똑똑히 목도했다는 그는 "EU가 2017년부터 단호하게 성분명처방을 시행하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담화문에 기술했다.
조 회장은 자신에게 충격을 준 유럽 그 현장에서 "우리나라 약사가 살길은 대체조제의 진정한 정착 뿐"이라는 굳은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왕이면 성분명처방으로 바로가면 좋겠지만, 유럽도 성분명처방 시행을 결정하기까지 신중한 검토와 숱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의사의 반대와 같은 걸림돌은 국가 차원의 결단으로 넘어서는 가운데 무한에 가까운 자유로운 대체조제를 허용했다며 유럽 각국 정부의 역할에 찬사를 보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탈리아 약사회는 성분명처방을 위해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았고, 의사회는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 제도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조 회장이 담화문에 담고 싶어했던 꽃중의 꽃으로 보인다.
약사 직능단체의 수장, 조찬휘 회장이 마음 속에 그린 꽃은 약사들도 모두 받고 싶은 꽃일 것이다. 그런데 다소 우려되는 건 조 회장이 '화단'을 만져보고, 느껴보며, 살펴보지 않은 채 보기 좋은 꽃송이만 꺾어와 전도사 복음전파하듯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 사회의 문화, 경제, 역사, 복지제도, 의약사들에 대한 사회 지지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씨줄과 날줄도 얽혀있는 '그 화단' 을 조 회장은 그 짧은 일정에서 다 본 것일까? 조 회장이 유럽 성분명 처방에서 매료된 강력한 정부의 역할론이 한국적 상황에서도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꽃송이를 흔들기 전 조용하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먼저다.
고령사회와 위태위태한 건보재정이라는 측면은 조 회장에게 유리한 요소일 것이다. 이를 기반 삼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때 보기 좋은 꽃을 피울 화단은 마련된다. 머리가 움직이면, 몸통이 따라가지만, 몸통이 움직여 머리가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조제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약국과 약사 입장에서 사후통보 같은 걸림돌이 있다지만 대한약사회 중심으로, 아니 조찬휘 회장 먼저 실행에 전혀 옮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대체조제가 건보재정 절감 등 공익에 기여한다는 경험치를 누적시켜야 한다. 사회적 동의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조 회장이 따온 꽃, 다시말해 현실보다 높이 있는 꿈으로 직접 올라가는 엘리베이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으로 연결된 계단만 열려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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