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품 떠난 병아리? CJ 제약 신설법인의 앞날은
- 조광연
- 2014-02-18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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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의사결정-과감한 R&D 투자 장점...그 뒤엔 리스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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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제일제당 제약사업 부문이 30년 만에 'CJ 제약신설법인'으로 독립한다. 매출 4600억원대까지 꾸준히 성장했다지만, CJ라는 타이틀에 걸었던 신약개발 선도같은 리더십과 정체성은 확고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어미 닭의 따뜻한 품'이 더 필요해 보이는데, 제약사업 부문은 그 품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자회사라는 점에서 그룹의 영향권에 있지만 신설법인의 의미는 각별하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겠다며 방을 얻어 분가하는 대학생 자녀처럼 말이다.
CJ신설법인은 오는 4월부터 대규모 투자가 아니고 제약사업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투자결정이라면 스스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신설법인은 CJ 일원으로서 그룹의 냉정한 평가도 받게될 것이다.
제약사업부문은 왜 독립경영을 선택했을까? 일각에선 그동안 제약사업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슈들이 그룹이미지에 부담이 돼 분리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 보다는 제약산업 특수성에 최적화한 '또다른 기업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제약업계 내부일수록 이같은 관측이 지배적이다.
CJ 신설법인은 혹시 '제약업은 그룹사업이라기보다 오너형사업'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룹내부의 제약사업 부문과 독립법인의 장단점을 통해 CJ신설법인의 출범 배경과 앞날을 조명해 본다.
▶ 그룹사 사업 부문의 장점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그룹사 사업부문의 최강점으로 "재무 안정"을 꼽는다. 실적이 나쁠 때도 재무 안정을 바탕으로 흔들림없이 경영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IMF 사태나 약가 일괄인하 리스크에도 CJ제일제당 제약사업 부문은 단일 제약사와 달리 재무 심각성은 크지 않았다.
그룹 내 다양한 사업군들이 부족분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미지와 최고의 복리후생 덕분에 최우수 인재의 확보 또한 용이하다. CJ는 수년간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순위에서 늘 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문제약회사들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다.
대규모 투자도 강점으로 꼽힌다. 비슷한 매출 규모의 전문 제약사와 견줘 강력한 비교 우위다. 한일약품 인수 및 합병, 오송공장 대규모 투자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룹사 사업 부문의 약점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그룹사 사업부문의 최약점으로 "도전 본능의 상실"의 꼽는다. 그룹 울타리 안에선 변화보다 안정적 사업경영을 우선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룹 사업에 제약 사업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성과와 부실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다른 말로는 미미한 존재감이다.
그러다보니 도전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보다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을 지향하게 된다.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CJ가 신약개발을 선도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우고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상위 전문 제약사와 다른 점이다. 이같은 일상의 반복은 제약사업 부문의 존재감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게 제약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다른 약점으론 그룹 투자 우선 순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투자하고 나서야 서서히 과실을 따는 제약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CJ그룹엔 제약, 식품 뿐만 아니라 케이블, 영화, 극장 및 홈쇼핑 등 다양한 사업이 공존하고 수시로 많은 신규사업이 검토되는데 제약 신규사업은 늘 '아리송한 존재'다.
다른 대그룹 산하 제약부문에서 근무했던 P씨는 말한다. "괜찮은 품목을 발견해 도입 계획을 세우고 브리핑할 때 어김없이 돌아오는 질문이 있는데 '겨우 그거 벌자고 투자를 합니까'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500억원짜리 품목을 들여온다 칠 때 허가받고, 약가받고, 마케팅하는데 5년가까이 걸리는데 첫해 예상 매출액은 공격적으로 잡아도 100억원 이상 말할 수 없다. 제약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문제다. 그러나 그룹사 경영진 시각에선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다. 이러다보니 돈이 덜드는 자잘한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악순환이다."
그룹이 제약사업을 조건없이 밀지 않는 한 다른 사업부문과 견줘 투자효율성에서 이겨낼 재간이 없다. 사업 초창기엔 고부가가치라는 말에 힘이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효율성 측면서 밀리는 일이 허다해 진다.
최근 일괄 약가인하 등 제약시장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이라면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다.
역설적이만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약점도 된다. 전문제약사보다 의사결정 및 내부 검증 프로세스가 체계적이지만 복잡하다. 전문제약사는 오너의 경험과 직관적인 판단으로 결정되는 사안이 그룹 안에서는 철저한 검증과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 따라 지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의 의사결정에 따른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연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기회를 상실할 위험도 존재한다. 양면성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독립경영의 강점으로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강조한다. CJ제약사업부문도 독립경영을 계기로 제약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속하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제약업계가 당면한 약가 지속인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쌍벌제 및 허가특허 연계제도 등 규제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제약의 전문성과 경쟁사의 동향파악을 통한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절실하다.
신설법인은 그룹내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으로 효율적으로 시장 대응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연한 투자재원 조달을 통해 R&D를 강화하고, 유망한 품목을 도입하며, 글로벌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제약의 투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리스크에 장기 투자가 대부분이다. CJ그룹 안에서도 제약사업 부문은 투자 회수 기일이 제일 긴 부문으로 꼽혀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CJ제약 신설법인은 매우 양호한 재무구조로 사업을 시작하며 추가 차입을 통해 장기투자를 지속할 재무적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기 성과 창출로 기업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금의 확충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동원, 투자확대, 성과창출로 이어지는 사업의 선순환 구조로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CJ제약사업 부문은 제약업계 특성을 고려한 조직 및 보상제도도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그룹 내 원칙에 맞춰 조직을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제약업계 특성에 맞는 조직과 보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약산업에 최적화된 조직 정비는 신설 법인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독립경영, CJ제약 신설법인의 약점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CJ 독립경영의 강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정반대의 이야기도 한다. "왜 그룹의 따뜻한 품을…우리는 그룹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대표적이다.
독립경영은 장밋빛 만은 아니다. 만약 잘못된 경영이 지속되면 속된 말로 망할 수도 있다. 시장의 트렌드를 잘못 읽은 상태에서 투자와 의사결정이 누적되면 제약신설법인의 미래는 불투명해 질 것이다.
그룹의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과잉투자로 차입금과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의 차질이 지속된다면 그룹 내 식품과 바이오 등 타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내더라도 제약 신설법인은 적자기업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독립경영은 그 만큼 리스크도 떠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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