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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 무지개로 그린 호스피스병동의 희망

  • 노병철
  • 2016-11-08 06:14:58
  • [인터뷰] 이언영 임상미술심리상담사
volume

생로병사. 인간의 영원한 화두다.

어쩌면 종교와 의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도 이를 풀기 위한 하나의 도전 아닐까.

탄생과 소멸이 신의 영역이라면 '늙고, 병듦'을 극복해 나가는 일은 인간의 숙명이다.

최근 100년, 의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류는 수많은 질병을 정복하고,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의 마지막 순간을 대할 때, 누구나 두려움을 느낌은 당연할 일이다.

지금도 호스피스병동에서는 수없이 많은 이들이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양약(良藥)은 뭘까. 바로 생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 손길은 대화일수도, 책일 수도, 노래일 수도 있다.

특히 심상을 붓끝으로 담아내는 미술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늘 만나 볼 인물은 안양 샘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환자들의 임상미술상담을 돕고 있는 이언영(55) 팀장이다.

이 팀장은 현재 안양시 만안구청 민방위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주말에 시간을 할애해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에게 미술치유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지는 1년 남짓, 지금까지 130여명의 환자와 18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미술을 통한 마음치료를 도우며,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에 힘을 쏟고 있다.

"50이 넘으면서 제 스스로에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뭘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남을 돕자'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에 재주가 있었던 터라 결심 후 2015년 12월에 임상미술심리상담사 2급 자격을 취득하고, 샘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극도로 심약한 환자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나는 미술치유 같은 거 안 믿는 사람이니 더 이상 내게 그런 거 하라고 권하지 마시오."

"다른 사람에게나 가보시오."

이렇게 면박을 주거나 비호의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팀장은 포기하지 않고, 그런 환자들에게 더 정성을 기울였고, 몇 달 뒤부터는 그들의 마음도 점점 미술치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60대 암투병 환자 S씨는 처음엔 미술치유를 한사코 거부하셨지만 이후 2달 정도 치유를 받으신 후 마음의 안정을 상당히 찾으신 케이스입니다. 마음의 응어리가 지신 분들은 대부분 어두운 색으로 채색을 하는데, 점차 밝은색을 사용하시고, 꽃과 무지개 등 밝은 이미지를 즐겨 그리셨어요."

이 팀장이 진행하는 임상미술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스케치, 도안된 작품에 색칠하기, 콜라주, 풍선치료, 사진합성, 독서치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합성은 원하는 배경사진에 자신의 모습을 삽입해 마치 야외 나들이나 산책,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치유방법으로 답답한 병실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풍선치료는 풍선 속에 암, 통증 끝 등의 글자를 넣고 하늘 높이 날려 버려 상대적 극복감을 자극하는 치유방법이다.

"지금은 물론이고 은퇴 후에도 임상미술심리상담 자원봉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안양시청 그림동호회 '수묵회원'들과 작품 활동도 더 열심히 할 계획이고요. 상상을 현실로 표현하는 그림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저에겐 큰 행운지자 행복입니다."

다음은 이언영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미술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미술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제가 62년생인데, 60년대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어려웠던 시기로 저의 집 또한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초․중학교 시절에는 그림도구가 없어 대회에 나가지를 못하다가 고등학교 때 후배로부터 빌린 그림도구를 가지고 전국학생경시대회에 나가 입선을 하였고, 교내경시대회에서 입선을 한바 있으며, 사회에 나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공무원미술대전 입선 3회, 경기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3회, 관악미술대전 장려상 및 입선 등 총 13회 입상경력이 있습니다.

-수묵회라는 동아리에서 회장직을 맡고 계신데, 어떤 동아리인가요?

=안양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그림(한국화) 동호회입니다. 2004년도에 구성하여 13년째 운영 중에 있습니다. 현재 12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각종 전국공모전에 장려상, 특선, 입선 등 다수 입상하여 안양시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회원 작품 25여점을 시청, 구청, 주민세터 등에 무상기증하기도 하였습니다. 전업 한국화가인 박효선 화가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미술치유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제 특기를 살려 재능기부를 할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작년도 임상미술심리상담(한국임상미술심리상담학회 발행) 2급 자격증을 획득하게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드리고자 금년 1월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미술치유란?

=그림이 인간의 정서안정에 크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40여년 넘게 그림을 그려오면서 스스로 느낀 사실입니다. 또한, 인간은 문자를 사용하기 전부터 이미 그림을 그려 종족번식은 물론 安寧을 기원하였다는 사실은 라스코,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술은 인간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생활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술치유자원봉사 중에 만난 환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요?

=처음에 미술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던 환자들이 미술치유를 몇 번 받아보고 그 효과에 놀라면서 “당신 같은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는지 모르겠다”며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환자를 보고 저도 가슴 뭉클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병실에 있던 음식을 함께 나누어 주며 감사를 표시해준 환자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미술치유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호스피스 환자들은 기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잠을 잡니다. 깨어 있는 환자들이라도 해도 통증 때문에 그림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그림 작업 보다는 대화위주의 정서치료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림 작업을 많이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미술치유 봉사 중 가장 인상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작은 봉사에도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시해 준 환자분들 한분 한분이 저에게는 모두 기억에 남는 환자들입니다.

- 미술치유봉사를 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요?

=“당신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신 분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임종을 하셨는데, 제게 임종사실을 별도로 알려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제가 평일에는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장례식장을 갈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명복을 기원드리고 있습니다.

-미술치유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호스피스 환자들은 기력이 없기 때문에 그림 작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매일 그림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그날 condition이 좋은 분을 대상으로 작업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 한 후,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그림 작업을 합니다. 그림의 주제도 치료사가 정해주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진행을 합니다. 반면에, 청소년 미술치유는 미리 계획된 program에 의해 진행이 됩니다.

-성인과 청소년으로 나눠서 치유를 한다고 들었는데, 프로그램이 다른가요?

=네. 다릅니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하며, 청소년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주는 기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불안감 해소가 가장 주목적이므로 이에 좋은 꽃을 그리게 하거나, 디자인이 된 자료를 주어 그 위에 밝은 색상을 칠하도록 하는 색칠치료, 사진치료, 풍선치료, 독서치료 등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학교부적응에 따른 긍정적인 마음을 기질 수 있는 집․나무․사람그림검사, 콜라주 기법, 신문지 찢기, 풍경구성법 등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상미술심리상담사 자격 2급을 취득한 것으로 아는데, 언제 취득했고, 취득한 계기는요?

=2015.12.15 취득하였으며,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여 공직 퇴직 후 제2의 인생 설계에 활용하기 위해 취득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상담 받은 환자수와 일반인 상담 사례 수는요?

=병원은 27회에 약 130여명, 일반인은 36회 약 180여명입니다.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봉사 시간은요?

=병원은 10시부터 14시까지, 일반인은 14:30부터 16:30까지입니다.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나가신다고 하면 가족들의 불만도 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점이 늘 가족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시간이 끝나면,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도 대화를 자주 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족들도 제가 봉사활동 하는 것을 이해해줘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집사람인 정명순, 딸 정은, 아들 정민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향후 계획과 포부도 궁금합니다.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퇴직 후에 본격적인 화가활동과 미술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계획입니다. 미술치료가 효과가 있는 만큼 앞으로 그림동호회인 안양시청 수묵회원들과 함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을 확대추진해 볼 계획입니다.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미술치유가 주는 효과는 상상외로 큽니다. 미술치유에 대해서 잘 몰라 안 받으려고 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우리가 겉으로 보이는 外傷을 당하면 즉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은 그대로 눌러 놓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억압시켜 놓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화를 자초하는 행위입니다. 마음의 병도 발생 즉시 밖으로 내보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데 미술치유가 큰 도움이 됩니다. 본 인터뷰가 미술치유에 대해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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